개인적으로 <천개의 파랑>을 무척 아낀다. 책스타 초반에 인친님의 소개로 읽게 되었고, 책의 좋음을 혼자 알고만 있을 수가 없어 딸에게 딸 친구에게 동네 친구에게 딸을 통해 딸의 반 친구들과 선생님에게 퍼져나갔던 추억을 만들어 주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천개의 파랑>의 콜리가 다시 돌아왔다. 단 49세기라는 배경으로 돌아왔다. 고고는 전쟁시대에 이전에 제조된 로봇이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방치되어 있던 고고를 랑이 발견했고, 랑의 보살핌으로 고고는 다시 전원을 키고 활동형 로봇이 되었다. 전원이 켜지기 전의 기억은 없다. 고고의 메모리엔 랑과의 기억 뿐이다. 태어나는 것과 만들어 지는 것이 다르듯 태어난 존재들은 목적 없이 세상에 배출되었기에 계속 목적을 찾는 삶을 살고, 만들어진 존재들은 분명한 목적이 있기에 그 목적을 이루는 과정을 수행한다. 하지만 고고는 만들어진 기억이 없다. 고고의 기억은 랑이 출발이다. 그 어떤 생물도 버티기가 힘든 척박한 세상인 이 시대에선 나무 한 그루를 만나는 일이 환타지와 다름없다. 이 세대의 사람들은 점차 수명이 짧아지고, 랑은 어른이 되기도 전에 죽었다. 랑이 죽고 랑의 친구인 지카와 장례를 치른 후 지카는 나무를 찾아 고고는 과거로 가는 땅을 찾아 떠난다. 오직 랑의 행복을 위한 목적을 잃어버린 고고의 여정. 그곳에서 인간, 로봇, 외계인과 만남이 고고에게 새로운 목적을 만들 수 있게 할 것인가?- 거치지 않은 감정은 지나가는 게 아니라 몸에 쌓인다.- 마음에 드는 걸 선물해야 해. 그래야 너한테 준 걸 내가 보고 싶어서 자꾸 너를 보러 오지.- 감정은 교류야. 흐르는 거야. 옮겨지는 거고, 오해하는 거야. 감정이 없다고 느낄 수 없다고 알고있는 존재에게 가장 큰 감정인 사랑이 깊이 전해진다. 표현하지 못하는 묘한 기류를 깨닫는 인간들의 소통에 놀라워하지만, 정작 고고가 삼키는 말들 속에 깊은 사랑과 배려가 느껴지는건 작가님의 의도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