랑과 나의 사막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43
천선란 지음 / 현대문학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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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천개의 파랑>을 무척 아낀다. 책스타 초반에 인친님의 소개로 읽게 되었고, 책의 좋음을 혼자 알고만 있을 수가 없어 딸에게 딸 친구에게 동네 친구에게 딸을 통해 딸의 반 친구들과 선생님에게 퍼져나갔던 추억을 만들어 주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천개의 파랑>의 콜리가 다시 돌아왔다. 단 49세기라는 배경으로 돌아왔다.

고고는 전쟁시대에 이전에 제조된 로봇이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방치되어 있던 고고를 랑이 발견했고, 랑의 보살핌으로 고고는 다시 전원을 키고 활동형 로봇이 되었다. 전원이 켜지기 전의 기억은 없다. 고고의 메모리엔 랑과의 기억 뿐이다.
태어나는 것과 만들어 지는 것이 다르듯 태어난 존재들은 목적 없이 세상에 배출되었기에 계속 목적을 찾는 삶을 살고, 만들어진 존재들은 분명한 목적이 있기에 그 목적을 이루는 과정을 수행한다. 하지만 고고는 만들어진 기억이 없다. 고고의 기억은 랑이 출발이다.
그 어떤 생물도 버티기가 힘든 척박한 세상인 이 시대에선 나무 한 그루를 만나는 일이 환타지와 다름없다. 이 세대의 사람들은 점차 수명이 짧아지고, 랑은 어른이 되기도 전에 죽었다. 랑이 죽고 랑의 친구인 지카와 장례를 치른 후 지카는 나무를 찾아 고고는 과거로 가는 땅을 찾아 떠난다. 오직 랑의 행복을 위한 목적을 잃어버린 고고의 여정. 그곳에서 인간, 로봇, 외계인과 만남이 고고에게 새로운 목적을 만들 수 있게 할 것인가?

- 거치지 않은 감정은 지나가는 게 아니라 몸에 쌓인다.

- 마음에 드는 걸 선물해야 해. 그래야 너한테 준 걸 내가 보고 싶어서 자꾸 너를 보러 오지.

- 감정은 교류야. 흐르는 거야. 옮겨지는 거고, 오해하는 거야.

감정이 없다고 느낄 수 없다고 알고있는 존재에게 가장 큰 감정인 사랑이 깊이 전해진다. 표현하지 못하는 묘한 기류를 깨닫는 인간들의 소통에 놀라워하지만, 정작 고고가 삼키는 말들 속에 깊은 사랑과 배려가 느껴지는건 작가님의 의도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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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김승옥문학상 수상작품집
편혜영 외 지음 / 문학동네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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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가님들의 작품을 한꺼번에 볼 수 있다니! 그리고 책 값이 만원. 이렇게 가성비 좋은 책이 어디 있을까요?
작가님들 색이 다르니 한 권을 읽었는데 다가오는 느낌이 여러개라 좋았다. 포도밭은 가슴 시리고, 진주는 답답했고, 홈파티는 짜증났고, 일탈은 불안하고, 다리는 아슬아슬하고, 환한 날들은 쓸쓸하고 따스했다.
개인적으론 편해영 작가님의 작품과 백수린 작가님의 작품이 가장 좋았다.

- 포도밭 편지 / 백수린
여상을 졸업하고 사회에 나온 청춘들의 이야기다. 고졸의 타이틀을 달고 사회에서 뿌리내리기 위해 애쓰는 그녀들의 이야기. ‘아무도 죽지 마’라는 마지막 외침을 잊을 수가 없다.

- 진주의 결말 / 김연수
치매 아버지를 죽이고, 방화까지 한 용의자인 한 여자가 유명 티비 프로에 나온 범죄심리학자에게 편지를 보낸다. 전문가의 해석과 진실은 얼마나 맞닿아 있는가?

- 홈 파티 / 김애란
소설의 화자인 배우인 이연은 후배 성민의 권유로 한 모임에 초대를 받는다. 사회에서 꽤나 인정받는 직업을 갖은 사람들이 대학 반년짜리 최고경영 과정에서 만났고 소모임을 이어가고 있다고 했다. 그들과의 인연이 언젠가 쓸모가 있을 것이란 기대가 과연 실현될까?

- 일시적인 일탈 / 정한아
외톨이 학부모 K와 유일하게 친해진 주인공은 K의 작업실을 공유한다. 여러번 고사했으나 한 번 맛 본 작업실의 공기는 그녀를 그 공간 속에 빠지게 한다. 사고로 K가 죽고, 그 공간을 더 누릴 수 있는 권한을 부여받은 주인공은 그곳에서 자신 외의 존재를 감지한다.

- 우리가 다리를 건널 때 / 논문도 소설도 되지 않는 한 남자가 기적과도 같은 우연한 만남에 자신이 계획한 기이한 경험을 공유하자고 권한다. 다리를 건너는 것. 그 다리를 건너는 경험을 하면 성수대교를 주제로 쓰는 그의 논문과 소설은 완성될 수 있을까?

- 아주 환한 날들 / 백수린
딸은 결혼을 해서 가정을 이루고, 남편은 죽고 홀로 사는 주인공은 계획적인 삶을 산다. 혼자 외롭냐는 질문을 자주 듣지만 정작 본인은 계획을 실행하기에 바빠 그런 감정을 느낄 틈이 없다. 그녀의 일상에 사위의 부탁으로 앵무새가 들어오고, 일상과 감정에 변화가 일어난다.

- 사람의 마음을 연구한다는 선생님도 저를 이해하려고 애썻을 뿐이지 이해하진 못하셨잖아요. 누군가를 이해하려 한다고 말할 때 선생님은 정말로 상대를 이해하려고 하는 것인가요, 아니면 상대를 이해하지 못하는 자기 자신을 이해하려고 하는 것인가요? / 진주의 결말 중

- 상대에게 직접 가하는 힘이라기보다 스스로를 향한 통제력이라 할까, 오랜 시간 ‘판단’과 ‘선택’이 몸에 밴 이들이 뿜어내는 단단하고 날렵한 기운이었다. / 홈 파티 중

- 사람들은 기어코 사랑에 빠졌다. 상실한 이후의 고통을 조금도 알지 못하는 것처럼. 그리고 그렇게 되고 마는 데 나이를 먹는 일 따위는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 마음을 들여다보는 일 중

+ 소슬하다 : 으스스하고 쓸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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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짓는 생활 - 농사를 짓고 글도 짓습니다
남설희 지음 / 아무책방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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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도서>
#오늘도짓는생활
#남설희_글
#아무책방
#농사를짓고글도짓습니다

서른을 훌쩍 넘긴 뚜렷한 직업도 없고 인간관계도 좁은 작가님은 충북의 한 마을에서 부모님과 같이 농사도 짓고 글도 쓴다. 작가라는 꿈을 가지고 있지만, 성과가 쉬 나오지 않고 그러기에 바쁨의 연속인 농사일을 외면하기도 어려운 상황에 부모님과 농사를 지으며 산다.
어린 시절 시골에서 자란 나는 시골에서 삶이 얼마나 바쁜지 잘 알기에 작가님이 외면하지 못하는 마음을 이해한다. 한 뙈기의 땅도 허투루 쓰지 않는 시골의 삶. 새벽부터 분주히 움직여도 끊이지 않는 일. 나도 역대급으로 싫어했던 일은 한여름에 고추 따는 것. 아…. 경험해 본 사람은 안다. 한여름 땡볕에 앉지도 서지도 못하는 어정쩡한 자세로 고추 따는 일은 생각만으로도 땀이 줄줄이다.
내적 긴장감이 높은 저자가 그래도 따스한 부모 품에서 자연과 더불어 귀한 노동을 하고 지내면서 마음의 평안과 용기가 생긴거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아직 초보 작가라 서툼도 느껴지지만 그것조차 응원하고 싶은 마음이다. (이슬아 작가님도 처음의 부족함은 계속 나아지는거라고 하셨어요.) 계속하면 능숙해지는 법.

#제로책방 #책리뷰
#책기록 #책추천
#작가님응원합니다
#농산물의소중함

+ <알토란> <몸신>에 나오는 건강에 좋다는 음식에 대한 어른들의 맹신은 저도 공감합니다. ㅡ,.ㅡ

+ 음성 시장의 ‘키치한’ 속옷… 무척 궁금합니다.

+ 시장에서 파는 분식과 간식은 진리죠~

@amubooks 도서 지원으로 솔직하게 기록한 리뷰입니다. 도서 지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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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성어 서점 마음산책 짧은 소설
김초엽 지음, 최인호 그림 / 마음산책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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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단편 모음이다. 단편에 호의적이지 않은 내가 초단편인데 끝까지 읽었다. 일단 작가님에게 자꾸 다가가고 싶다. SF랑 친해지고 싶다. 이런 두가지 요소를 모두 충족시켜주는 책이다. 자세한 묘사를 하지 않는 편인 김초엽 작가님의 장편을 읽으며 나는 종종 길을 잃는다. 그러나 이 단편들은 길을 잃을 새도 없이 끝나기에 작가님의 다양한 세계에 풍덩 풍덩 빠질 수 있다.

흥미로운 작품들
#cyborg_positive : 아이보그를 장착한 리지가 그 눈과 친해지려 sns 활동을 하는데 팬덤이 생겼다. 그리고 모델로 제안을 받는데.. 그럼 지금 착용하는 모델보다 훨씬 편하고 예쁜 것으로 착용도 가능한데… 나는 부정적인 모습을 알면서 광고를 해야하나?

- 멜론 장수와 바이올린 연주자 : 여러 우주에서 사는 주인공들에 대한 이야기는 자주 접했지만, 우연히 같은 세계에서도 만날 수 있다?

- 행성어 서점 : 모든 언어에 대한 통역모듈이 있는데 그걸로 해석되지 않는 언어를 왜 또 만들어요? ㅡ.ㅡ;;; 언어 공부는 네버엔딩?

- 평생을 살아도 우리는 타인의 현실의 결에 완전히 접속하지 못할 거야. 모든 사람이 각자의 현실의 결을 갖고 있지. 만약 그렇게, 우리가 가진 현실의 결이 모두 다르다면, 왜 그중 어떤 현실의 결만이 우세한 것으로 여겨져야 할까?

- 개별적 개체성, 그게 인간일 때의 나를 가장 불행하게 만들고 외롭게 만들었어. 동시에 나를 살아가게 했지. 개별적 존재이면서도 동시에 전체의 일부라는 건 모순이 아이야. 아니면, 전체라는 건 애초에 없는 것일지도 모르지.

- 가면이 우리에게 온 이후로 우리는 억지웃음을 지을 필요가 없었습니다. 가면은 거짓 표정을 만들어내는 대신 서로에게 진짜 다정함을 베풀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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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두리 문학동네 청소년 27
유은실 지음 / 문학동네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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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산으로 둘러싸인 시골에서 자랐다. 자연에서 뛰어 놀았던 나의 어린 시절의 기억을 이야기하면 때때로 60이 넘은 어른들도 나보다 더 옛날 사람 같다며 놀라시곤 한다.
학교에서는 육성회비를 내지 않은 아이들의 이름을 칠판에 적었고, 경고의 횟수가 늘어나면 불려가 혼내기도 했다. 영화에나 나올 이야기인가 싶지만 불과 30여년 전의 이야기다.
이 책은 그 쯤의 정서가 담긴 소설이다. 담도 없는 집에 세를 사는 수원이는 술을 마시고 오다가 크게 다친 아빠를 대신해 돈을 벌러 다니는 엄마의 빈자리를 채워야한다.
이른 아침 도축장 앞 부산물 가게에 가서 선짓국을 사서, 무거운 들통을 들고 오며 동생을 챙겨야한다. 도축에 관한 진실을 아직 모르는 동생은 담 넘어엔 초원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 초원을 지키는 카우보이가 꿈인 동생.
이 마을엔 아카시아가 피면 몽정 전 생리 전인 아이들에게 첫꽃을 먹게 하는 관습이 있다. 아이들이 아카시아처럼 강인한 기운을 받는다고 여겼다. 첫꽃을 먹으러 올라가던 날 동생이 바위에서 떨어져 다치는 사고가 발생한다.
아빠의 병원비로 큰 지출을 했는데, 동생까지 병원 신세다. 겨우 부산물 시장에서 벗어나 빵 공장에서 팥을 씻는 엄마의 일자리도 자동화 기계때문에 사라졌다.
자신들에게 아카시아 정기를 주던 산은 체육 센터를 건설한다고 밀어버린다고 한다. 도축장도 언제까지 존재할지 모른다고들 한다.
산 밑에서 음료를 팔던 앞집, 도축장과 부산물 시장에서 생계를 잃던 이 마을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가야할까?

- 하투루 흘려보낼 수 없는 말들이 자꾸만 마음에 쌓였다. 상희 언니가 나를 믿는다는 말은, 엄마가 나를 믿는다는 말처럼 갑갑하지 않았다. 대신 아주 무거웠다. 언니가 묵직한 보물 상자를 내게 건네준 것 같았다. 언니 나는 우리 엄마가 나를 믿고 살지 않았으면 좋겠어. 그 말을 들을 때마다 마음이 갑갑해. 무겁고 싫어….. 그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상황과 환경에 따라 때론 믿음이 짐이 되기도 한다. 어른이 된 수원이는 수원에서 평안하게 살고 있을거야. 너무 어린 나이에 어른의 짐을 알아버린 수원이가 정작 어른이 되어서는 가볍게 살고 있다고 생각하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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