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두리 문학동네 청소년 27
유은실 지음 / 문학동네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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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산으로 둘러싸인 시골에서 자랐다. 자연에서 뛰어 놀았던 나의 어린 시절의 기억을 이야기하면 때때로 60이 넘은 어른들도 나보다 더 옛날 사람 같다며 놀라시곤 한다.
학교에서는 육성회비를 내지 않은 아이들의 이름을 칠판에 적었고, 경고의 횟수가 늘어나면 불려가 혼내기도 했다. 영화에나 나올 이야기인가 싶지만 불과 30여년 전의 이야기다.
이 책은 그 쯤의 정서가 담긴 소설이다. 담도 없는 집에 세를 사는 수원이는 술을 마시고 오다가 크게 다친 아빠를 대신해 돈을 벌러 다니는 엄마의 빈자리를 채워야한다.
이른 아침 도축장 앞 부산물 가게에 가서 선짓국을 사서, 무거운 들통을 들고 오며 동생을 챙겨야한다. 도축에 관한 진실을 아직 모르는 동생은 담 넘어엔 초원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 초원을 지키는 카우보이가 꿈인 동생.
이 마을엔 아카시아가 피면 몽정 전 생리 전인 아이들에게 첫꽃을 먹게 하는 관습이 있다. 아이들이 아카시아처럼 강인한 기운을 받는다고 여겼다. 첫꽃을 먹으러 올라가던 날 동생이 바위에서 떨어져 다치는 사고가 발생한다.
아빠의 병원비로 큰 지출을 했는데, 동생까지 병원 신세다. 겨우 부산물 시장에서 벗어나 빵 공장에서 팥을 씻는 엄마의 일자리도 자동화 기계때문에 사라졌다.
자신들에게 아카시아 정기를 주던 산은 체육 센터를 건설한다고 밀어버린다고 한다. 도축장도 언제까지 존재할지 모른다고들 한다.
산 밑에서 음료를 팔던 앞집, 도축장과 부산물 시장에서 생계를 잃던 이 마을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가야할까?

- 하투루 흘려보낼 수 없는 말들이 자꾸만 마음에 쌓였다. 상희 언니가 나를 믿는다는 말은, 엄마가 나를 믿는다는 말처럼 갑갑하지 않았다. 대신 아주 무거웠다. 언니가 묵직한 보물 상자를 내게 건네준 것 같았다. 언니 나는 우리 엄마가 나를 믿고 살지 않았으면 좋겠어. 그 말을 들을 때마다 마음이 갑갑해. 무겁고 싫어….. 그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상황과 환경에 따라 때론 믿음이 짐이 되기도 한다. 어른이 된 수원이는 수원에서 평안하게 살고 있을거야. 너무 어린 나이에 어른의 짐을 알아버린 수원이가 정작 어른이 되어서는 가볍게 살고 있다고 생각하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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