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 케어 보험
이희영 지음 / 자이언트북스 / 2023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하루에 한두시간의 교육을 듣는 조건으로 조리원 비용이 저렴한 이 곳에서 만난 4명. 커피 쿠폰이 뭐라고! 그 쿠폰을 받으려 들은 것은 ‘이별 보험’이란다. 아니 뭐 이런게 다 있어? 하며 무시했는데 … 그들의 인연은 어언 30년이 되어가고, 당시 커피 두 잔 정도의 아주 저렴한 가격의 보험을 다들 들어뒀더란다.

그들의 자녀에게 닥친 다양한 이별들
다른 사람과 만나고 진실하지 못했던 사람.
갑작스레 세상을 떠난 사람을 놓지 못하는 사람.
소유와 집착을 사랑이라고 착각하는 사람 등

어느 순간 만남과 동시에 안전한 이별을 생각하는 사회.
이별을 도와주는 이런 보험이 어쩐지 현실에도 존재할 것만 같다.

나대리와 안사원 커플이 도와주는 이별 도우미.
다양한 아이디어와 변장으로 도움을 주는데…

이희영 작가님 책은 모두 완독!
작가님의 상상력은 참 기발하다.
실제로 어딘가 있을법한 이야기로 탄생시키는 작가님의 능력!

- 돌이켜보면 그 시절 간가영을 외롭게 했던 건 떠나간 애인이 아니었다. 아무에게도 털어놓을 수 없는 답답함, 혼자서 감당해야 하는 고독이 훨씬 견디기 어려웠다. 간가영을 힘들게 했던 사람은 바로 간가영 자신이었다.

- 특별한 용기나 굳은 신념으로만 앞으로 나아가는 건 아니다. 그저 그렇게 습관처럼 발을 내딛는 것이 삶이다. 돌부리를 피할 방법도, 함정을 예측할 줄도 모른다. 비나 눈이 오면 요령껏 피해 가지도 못한다. 바보처럼 차가운 눈비를 고스란히 맞고 흠뻑 젖는다. 삶도 사랑도 다들 그렇게 살아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살롱 드 경성 - 한국 근대사를 수놓은 천재 화가들 살롱 드 경성 1
김인혜 지음 / 해냄 / 2023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을 두어장 읽고 덮었다. 이 책은 소장각! 일단 책을 주문하고, 도착하기 전까지 기다릴 수 없어 빌린 책으로 완독. 이렇게 재미나게 읽고, 책을 덮으면 대부분의 이야기들이 휘발되겠지만, 난 왜 이런 스토리에 이리 끌리는가…😝
(작년 딱 이 시기의 과학사인 <조선의 아인슈타인>도 경제사를 별점 5점 줬는데 올해는 미술사로 ㅋ )

미술사를 전공하고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오래 근무했던 저자는 외국 작가라면 많은 이름을 나열하면서 한국 작가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는 현실을 안타까워하며 이를 전문가의 집단 직무유기라는 표현을 한다.
독자인 나의 입장에서 그렇게 생각하시고 이런 책을 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2023년 이건희 컬렉션에서 도슨트를 들으며 이것은 신세계! 이렇게 재미난 이야기를 풀어주는 분이 계시다니! 라는 감탄을 했었다. 그 후기를 어딘가에 기록해 두고 싶었는데 나의 기억 용량의 한계가 있어서 아쉽게도 그러지 못했는데… 그 분이 거기서 해주셨던 이야기가 여기 다 들어있다. 🥳🥳🥳

책은 총 4개의 파트로
1장 화가와 시인의 우정
2장 화가와 그의 아내
3장 화가와 그의 시대
4장 예술가로 살아갈 운명
으로 나누어 이 시대를 살아갔던 화가의 이야기와 그들과 친분이 있었던 사람들의 이야기들이 있다. 이 힘든 시기에도 불굴의 의지로 자신의 재능을 위해 노력했던 이들의 이야기는 모두 한 권의 책으로 따로 나와도 될 정도다.

#제로책방 #책리뷰 #책기록 #책추천 #한국의근현대미술사 #비문학도서추천 #재미보장하는비문학도서 #북스타그램

책의 가장 첫 에피소드인 이상과 구본웅(외손녀 강수진)
천재 시인 이상과 구본웅은 친구.
구본웅의 아버지 구본웅은 천도교인으로 손병희의 비서였다. 구본웅의 엄마는 산후후유증으로 사망하고 변동림의 언니와 재혼했다. 나중에 이상은 변동림(이상 사망 후 김환기와 결혼한 그 분이심)하고 결혼. (즉, 이상의 와이프와 구본웅의 새어머니가 자매)

이상은 다방 ‘제비’를 운영했는데 당시 다방은 다양한 예술인이 모이는 ‘복합문화공간’이었다. 여기서 이상, 구본웅, 박태원의 합작품은 <시와 소설>도 나왔다. 박태원은 영화를 좋아해서 어린 딸과 영화관을 자주 다녔는데, 시절이 그랬던지라 가족을 모두 남에 두고 혼자 월북했다. 박태원과 손을 잡고 영화를 보러 다니던 딸의 아들이 ‘기생충’의 영화 감독 봉준호 되시겠다.

천재들이라 그런지 그 후손들도 다 대단해서, 이야기는 계속 흥미진진하다.

이상, 구본웅, 백석, 정현웅, 정지용, 길진섭, 김기림, 김여성, 이태준, 김용준, 김광균, 최재덕, 박수근, 박완서, 김환기, 도상봉과 나상윤, 임용련과 백남순, 이중섭과 이남덕, 유영국과 김기순, 김환기와 김향안, 김기탕과 박래현, 나혜석, 이미륵, 김재원, 배운성, 임군홍, 이쾌대, 변월룡, 이인성, 오지호, 이대원, 장욱진, 박고석, 김병기, 이성자, 백영수, 변시지, 권진규, 문신

이들의 이야기가 궁금하시다면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쥐 The Complete Maus 합본
아트 슈피겔만 지음, 권희종 외 옮김 / 아름드리미디어 / 2014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MAUS는 쥐의 독일어 표기법. 이 책은 ‘유태인 대학살’을 소재로 한 만화책이다. 저자는 아우슈비츠의 생존자 부모님 사이에서 태어났고, 이 책을 보면 아버지와의 관계가 그리 좋은 것으로 그려지지 않는다. 험한 삶을 겪은 아버지는 지독히도 검소하고(거의 스쿠르지급), 주변인들을 힘들게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들과의 대화를 즐기는데 아들은 그런 아버지와 시간을 보내는 것을 힘들어 한다. 생존자로 살아남은 어머니의 이후의 삶에 대한 언급이 없다. 저자가 20살쯤 어머니는 생을 스스로 포기했다.
책은 폴란드의 유태인으로 삶이 어떠했는지 보여준다. 전쟁 초반 아직 자신들의 앞날의 불운이 어떻게 이어질지 모르는 상황부터 만화가 시작되기에 그가 세상의 흐름에 얼마나 기민하게 반응하는 사람인지 알 수 있다. 그런 기질은 수용소 내내 유태인으로 도망자의 삶을 살아가는 내내 발현된다.

괴팍하고 융통성이 없어 보이고, 주변인들을 힘들게하는 모습에 답답하기도 하지만, 그가 겪은 과거의 이야기들을 접하면서 그의 그런 상황이 너무도 이해된다.

저자는 몇 년에 걸쳐 아버지를 인터뷰하고 작품에 도움이 될 만한 그림을 탐색하고, 자료를 수집하여 총 13년간의 공을 들여 만들었다고 한다. 이 작품은 92년 플리쳐상을 수상했다.
+ 신영복 선생님 추천한 작품

- 어쩌면 당신 부친은 자신이 항상 옳았다는 걸, 그러니까 항상 살아남을 수 있었다는 걸 봉줄 필요가 있었을 거예요. 왜냐면 살아남은 것에 대해 죄책감을 느꼈을 테니까요. 208p

- 아냐의 부모님, 조부모님, 큰 언니 토샤, 비비와 우리 리슈 … 남은 건 사진뿐이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잘돼가? 무엇이든 - <미쓰 홍당무> <비밀은 없다> 이경미 첫 번째 에세이
이경미 지음 / arte(아르테) / 2021년 9월
평점 :
절판


<미쓰 홍당무><비밀은 없다><보건교사 안은영> 감독인 이경미 감독의 첫번째 에세이다. 최근 개정판이 나왔다는데 나는 도서관에 있는 책으로..

#여둘톡 에서 추천한 도서인데 김하나 작가와 황선우 작가가 설명한 내용으론 너무 재미가 있어 읽지 않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내가 간과한 것은 김하나 작가가 얼마나 말을 잘 하는가?다. 작가님이 이야기 해주는 것이 내가 읽는 것보다 더 재밌다니…. ㅎㅎ

이 감독님 망상과 공상이 기본값인 분이라 책의 내용이 꽤나 흥미롭다. 아버지와 고기 먹다 싸우는데 상추로 맞고, 그 다음엔 상추쌈을 싸서 먹여주는 관계라니.. ㅎㅎ

책의 내용 + 관련 삽화도 하나의 재미다.
지금 책 표지에 보이는 그림들이 책 내용에 맞게 다양하게 들어가 있다.

가볍게 보기 좋은 책이다.
나의 2023년의 마지막 책.

- 같은 입장이 아닌 사람에게 온전한 동의와 공감을 바라지 않는다. 마음이 싫다는데 어쩌겠나. 나도 사람인지라 살다보니 나쁜 줄 알면서 싫은 마음이 생길 때가 있다. 다만, 정당한 이유가 없다면 티 내진 말자 이 말이다. 마음 깊이 우러 나오는 존중도 아름답지만, 때로는 정말 싫은 마음을 완벽하게 숨기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일도 아름다운 존중이다. 진짜 싫은 상대를 위해 이 불타는 싫은 마음을 숨기는 게 얼마나 힘든데. 75p

- 요즘 시도 때도 없이 ’항문 운동을 수시로 하라‘는 문자를 받는다. 우리 엄마다. 어차피 아무도 모르니까 운전할 때도 항문 조이는 운동을 계속하라고, 그래야 요실금을 막을 수 있다고 그런다. / 아버지도 어머니도 에피소드 공급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버지의 해방일지 (30만부 기념 특별 리커버)
정지아 지음 / 창비 / 2022년 9월
평점 :
품절


#아버지의해방일지
#정지아
#창비

<268p><별점 : 5>
#제로책방_2022올해의책

작년의 올해의 책이로 꼽았던 <아버지의 해방일지> 2023년에 다시 만나기.

평생을 정색하고 살아온 아버지가 전봇대에 머리를 박고 죽었다. 유머가 금기인 집안에서 언제나 혁명을 목전에 둔 혁명가처럼 진지한 그였는데 만우절의 장난처럼 그렇게 생을 마감했다.

서로 총을 겨눈 사람들이 모인 장례식장. 하지만, 묘하게 평화로운 장례식장.

언제나 민중 운운하는, 너무 근엄해서 오히려 우스꽝스러운, 그러나 마음만은 아직도 지리산과 백운산을 날아다니는 혁명가인, 고씨 집안의 자랑인 동시에 고씨 집안 몰락의 원흉인 뼛속까지 유물론자인 사람으로 인식했던 혁명가가 아닌 진짜 아버지를 만난다.

선의를 베푼 사람이 그 선의를 잊어도 상처받지 않는 사람. 그저 그것은 그들이 그럴 수밖에 없게 만든 사회의 구조적 모순 탓이기에 혁명이 필요하다고 믿는 사람. 10대 아이에게 친구가 되어 주고 희망을 준 사람.

혁명가였고 빨치산 동지였지만 그전에 자식이고 형제였으며, 남자이고 연인이었던 사람.

어머니의 남편
나의 아버지
친구이고 이웃이었던 사람.

나는 아버지의 몇개의 얼굴을 보았을까? 내 평생 알아온 얼굴보다 장례식장에서 알게된 얼굴이 더 많은 것도 같았다. 249p

고작 4년의 빨치산 활동으로 아버지의 평생을 옥죈 건 아버지의 신념이 대단해서라기 보다 남한이 사회주의를 금기하고 한번 사회주의자였던 사람은 다시는 세상으로 복귀할 수 없도록 막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아버지는 고작 사년의 세월에 박제된 채 살았던 것이다. 아버지는 더 오랜 세월을 구례에서 구례 사람으로, 구례 사람의 이웃으로 살았다. 253p

장례를 치르며 비로소 아버지의 진정한 삶을 만나고, 아버지의 다양한 얼굴을 만난 빨치산의 딸로 사는 삶이 버겁기만 했던 아리. 백아산과 지리산의 한 자씩을 딴 태어나면서부터 빨치산의 자녀임을 아로 세긴 그녀는 그렇게 아버지 알게 된다. 그의 블랙코메디 삶이 이토록 찬란했노라고..

다시 읽어도 역시 최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