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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해방일지 (30만부 기념 특별 리커버)
정지아 지음 / 창비 / 2022년 9월
평점 :
품절
#아버지의해방일지
#정지아
#창비
<268p><별점 : 5>
#제로책방_2022올해의책
작년의 올해의 책이로 꼽았던 <아버지의 해방일지> 2023년에 다시 만나기.
평생을 정색하고 살아온 아버지가 전봇대에 머리를 박고 죽었다. 유머가 금기인 집안에서 언제나 혁명을 목전에 둔 혁명가처럼 진지한 그였는데 만우절의 장난처럼 그렇게 생을 마감했다.
서로 총을 겨눈 사람들이 모인 장례식장. 하지만, 묘하게 평화로운 장례식장.
언제나 민중 운운하는, 너무 근엄해서 오히려 우스꽝스러운, 그러나 마음만은 아직도 지리산과 백운산을 날아다니는 혁명가인, 고씨 집안의 자랑인 동시에 고씨 집안 몰락의 원흉인 뼛속까지 유물론자인 사람으로 인식했던 혁명가가 아닌 진짜 아버지를 만난다.
선의를 베푼 사람이 그 선의를 잊어도 상처받지 않는 사람. 그저 그것은 그들이 그럴 수밖에 없게 만든 사회의 구조적 모순 탓이기에 혁명이 필요하다고 믿는 사람. 10대 아이에게 친구가 되어 주고 희망을 준 사람.
혁명가였고 빨치산 동지였지만 그전에 자식이고 형제였으며, 남자이고 연인이었던 사람.
어머니의 남편
나의 아버지
친구이고 이웃이었던 사람.
나는 아버지의 몇개의 얼굴을 보았을까? 내 평생 알아온 얼굴보다 장례식장에서 알게된 얼굴이 더 많은 것도 같았다. 249p
고작 4년의 빨치산 활동으로 아버지의 평생을 옥죈 건 아버지의 신념이 대단해서라기 보다 남한이 사회주의를 금기하고 한번 사회주의자였던 사람은 다시는 세상으로 복귀할 수 없도록 막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아버지는 고작 사년의 세월에 박제된 채 살았던 것이다. 아버지는 더 오랜 세월을 구례에서 구례 사람으로, 구례 사람의 이웃으로 살았다. 253p
장례를 치르며 비로소 아버지의 진정한 삶을 만나고, 아버지의 다양한 얼굴을 만난 빨치산의 딸로 사는 삶이 버겁기만 했던 아리. 백아산과 지리산의 한 자씩을 딴 태어나면서부터 빨치산의 자녀임을 아로 세긴 그녀는 그렇게 아버지 알게 된다. 그의 블랙코메디 삶이 이토록 찬란했노라고..
다시 읽어도 역시 최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