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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네스는 오늘 태어날 거야 (양장) - 2024년 하반기 올해의 청소년 교양도서 선정도서
과달루페 네텔 지음, 최이슬기 옮김 / 바람북스 / 2024년 8월
평점 :
라우라와 알리나는 20살에 프랑스에서 만났다. 둘은 어머니 세대와는 다르게 자식을 갖지 않는 것에 선택권을 놓은 세대였고, 둘은 낳지 않는 쪽을 택한 사람들이었다. 라우라는 문학을 전공하는 학생으로 장학금과 프리랜서 일로 근근이 살아가고 있었고, 알리나는 라우라보다는 급여가 괜찮은 아트센터에서 과한 업무를 감당하고 있었지만 월급의 일부를 가족에게 보냈다.
라우라보다 먼저 멕시코로 돌아간 알리나는 캐나다 작가와 만나 아이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알려왔다. 20대의 우리는 같은 생각을 갖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30대의 우리는 다른 선택을 하고 있었다.
멕시코로 돌아온 라우라의 옆집엔 아들과 엄마 2인 가족이 살고 있다. 매일 고성과 물건이 던져지고 부서지는 소리가 들리는 집이다. 둘은 과연 괜찮은 건가? 조용히 논문을 써야 하는 라우라에게 그 집의 소음은 골치덩이다. 거기에 베란다 위에 비둘기의 둥지까지 더해져 고성 + 구구구 잡음이 콜라보를 이루고 있다.
아이를 기다리던 알리나에게 아이는 생각보다 쉽게 찾아오지 않았다. 귀하게 얻은 아이는 딸이라고 했다. 천천히 아이의 출산 준비를 하던 알리나에게 병원은 충격적인 소식을 전한다. 아이의 뇌가 일반적이지 않다고 했다. 주름이 안 보인다고.. 이 작은 아이에게 뇌의 모양까지 보는 현대 과학은 축복인가? 재앙인가? 다음 아이를 갖는 것에 희망을 걸려면 충분히 달수를 채워 출산하는 것이 더 좋다고 했다. 하지만 아이는 출산과 동시에 사망할 것이라 단정 지어 말했다. 그렇게 아이는 태어남과 동시에 사망을 진단받았다.
아이를 기다리며 샀던 물건들과 아이의 방을 정리해서 박스로 쌓아두고 출산과 이별을 기다리는 알리나. 생각보다 이른 출산으로 아이를 만났고, 그렇게 헤어지는 줄 알았다. 의사가 단호하게 이야기했으니까.. 하지만 이네스는 의사들의 예상을 깨고 살아났다. 엄청난 삶의 의욕을 보이는 이 아이를 안고 집으로 행하는 일이 다음 순서였다. 알리나와 아우렐리오가 전혀 준비하지 못한 육아라는 다음 단계가 그들 앞에 놓였다.
죽을 줄만 알았던 장애를 갖고 태어난 아이를 길러내야 했다. 다행히 그 아이를 잘 보살펴줄 사람을 구했고, 다시 일터로 나갈 수 있었던 알리나. 하지만, 불안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자신과 아주 긴 시간 밀착하며 시간을 보내는 마를레르에 대해 아이와의 관계에서도 남편인 아우렐리오와의 관계에서도 불안이 싹텄다. 다행히 불안으로 바뀌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아이라면 절대 NO를 외치던 라우라는 옆집에 문을 두드리고, 다행과 불안 사이를 오가던 알리나는 이네스의 고통 앞에서 다시 연대의 감사를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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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자를 잃은 사람을 지칭하는 단어가 존재하고, 부모를 잃은 아이들을 부르는 단어도 존재한다. 하지만 자식을 잃은 부모를 부르는 말은 존재하지 않는다. 영아 사망률이 매우 높았던 이전 세기와 다르게, 우리 시대에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 것을 당연하게 여긴다. 너무나 두렵고, 받아들이기 어려워서 이름을 붙이지 않기로 한 그런 일인 것이다. 83p
한 아이를 키우는 일은 가족 안에서 해결되지 않음을 보여주는 책이다. 점점 육아의 책임을 가족 안의 일로만 생각되는 요즘에 필요한 책이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