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숙과 제이드
오윤희 지음 / 리프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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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독성 최고

엄마가 죽고 엄마의 옷장 속 깊은 곳에서 낡은 상자를 발견한다.
엄마가 끼지는 않고 꺼내만 보던 녹색 보석 반지. 그리고 젊은 시절의 엄마와 그 옆에 함께 찍힌 남자.
이 남자는 누구일까?
엄마도 아빠에게 복수하듯 다른 남자를 만나고 지냈던 것일까?
하지만, 엄마는 평생 운전도 하지 않았고 집 밖을 거의 나가지 않는 삶을 살았다.
내연남이라 추정하기엔 엄마의 삶은 너무 단조로왔다.

군인이었던 아빠,
아주 어릴적 아빠의 다정함을 기억하긴 했지만 아빠는 술, 외박 거기에 소리치고 폭력을 행사하는 사람이었다. 그런 아빠에게 엄마는 어떤 대응도 하지 않았다. 그런 관계를 지켜보던 딸의 반항에 아빠편을 들며 용서를 구하라는 엄마가 아빠보다 더 이해되지 않았다. 그렇게 그들의 관계는 멀어져 갔다.

아빠는 외박을 하다 아예 집을 떠났고, 이후에도 엄마와 관계가 나아지지 않았다. 그런 나도 도망치듯 집에서 먼 곳으로 대학에 진학했고 바쁘다는 핑계로 엄마에게 방문을 하지 않았다.

결혼식을 앞두고 마크의 요구로 엄마를 만나러 갔을 때 아빠와 함께 있어 놀랐다. 나는 결혼 후 내 가족을 건사하느라 다시 엄마와 멀어졌다. 병들어 죽기 전에 아버지를 엄마가 수발들고 있다는 사실은 더더욱 엄마를 이해할 수 없었기에 더 그랬는지도 모른다. 아빠는 엄마 곁에서 죽었다.

마크의 바람으로 이혼하게 된 나도 아이들 데리고 엄마에게 갔다.
평생 묵묵히 그자리를 지키고 있는 사람이었던 엄마.
자신을 외면하고 떠난 사람들을 감싸고 받아줬던 사람.
엄마의 삶을 엄마가 죽은 후 알게 되는 딸.
원가족에게도 자신의 가족에게도 버려진 그녀의 삶이 너무 애달픈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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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부터 나는 서양인과 한국인의 시선 차이를 깨닫는다. 나를 바라보는 서양인들의 눈에 비친 감정이 무시오 무관심이라면 한국인들이 나를 바라볼 때는 눈에 경멸과 혐오가 어린다. 둘 중에 후자가 훨씬 괴롭고 고통스럽다. 그 고통에서 멀어지기 위해 세상을 향해 담을 쌓는다. 나는 그 담 안쪽에서 안전하게 몸을 웅크린다. 278p

전쟁 후 폐허가 된 땅에서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은 모두에게 힘겨웠다. 가부장적 사고가 여전히 남아있던 그 시기엔 신분차에서는 벗어났다 하더라도 여성이 짊어져야 할 짐은 크고 무거웠다. 가난이 기본이었던 시절 여성이 돈을 벌 수 있는 일은 드물었고, 그럼에도 돈은 벌어야 했고, 어디로 어떤 일을 하는지도 모르고 끌려가는 일이 흔했다. 그 억울함은 거기가 끝이 아니라 시작이었다. 자신의 억울한 이 상황이 자신의 잘못으로 치부되던 시절의 끝없는 부당함이 쌓이던 시절. 그들의 삶은 고달프고, 억울하고, 서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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