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완벽한 무인도
박해수 지음, 영서 그림 / 토닥스토리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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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완벽한무인도 #도서제공
#박해수
#영서_그림
#토닥스토리

<264p>


❝저, 섬에서 혼자 살아볼래요. ❞

내 딸이 만약 저렇게 이야기한다면, 젊은 애가 왜 도시가 아닌 섬에서 산다고 그러나. 말린다고 듣지 않는다고 해도 말리고 싶은 마음인데.. 만약 저 섬이 무인도라면?

도문항으로 내려온 지 한달쯤 지났을 무렵, 영일호 선장인 현주 언니에게 불쑥 말을 꺼냈다. 이제 겨우 섬에서 한 달 생활한 게 전부인 20대 여성의 입에서 나온 말이다.

무인도인 그 섬엔 누군가가 지어두고 만 집이 하나 있긴 했다. 하지만 그게 전부다. 아무도 없는 섬에서 홀로 살아간다는 건 <나는 자연인이다>를 넘어서는 일이다. 모든 먹거리를 스스로 마련하고 해서 먹는 일은 물론 갑작스러운 돌발 사고에 스스로 대처해야 하는데 딱 봐도 도시에서 살아왔을 젊은 여성 혼자서 감당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사람이 어려운 거지, 일은 어렵지 않더라구요. ❞


🏝️ 무인도에서 살려면 필요한 것들이 무엇일까?
책, 휴대용 라디오, 그리고 반짇고리… 박완서 소설집을 챙긴 지안.
이거 들고 혼자 무인도에 가서 살 수 있다고??

통신 두절이 되는 무인도에서 혼자 지내는 데 겨우 이걸 챙겼다고? 😮‍💨

무작정 차를 타고 내려온 바닷가였다. 하필 뱃일 나가기 전에 여자가 배를 타면 부정 탄다는 속설을 아직도 굳게 믿는 이 험한 어촌에서 여성으로 선장을 하는 현주 언니를 만나서였을까? 이미 자존감은 바닥으로 내려가 나를 놓기 직전인 지안은 섬에서 혼자의 삶을 살아내며 자신을 추스르기 시작한다.

그래, 나는 여기 살러 온 것이구나.

#제로책방 #책리뷰 #책기록 #책추천 #치유와회복도서 #한국문학 #장편소설추천 #신간도서추천 #다시시작 #리틀포레스트 #자연의힘

살아 있는 모든 것이 각자의 내음, 향을 갖고 있구나. 그렇다면 내가 풍기는 냄새는 어덜까. 바다는, 숲은 나의 냄새를 어떻게 생각할까. 나는 앞으로 어떤 향을 만들어 풍기며 살아갈까. 62p

열등감
난 여기에 왜 밑줄을 그어놓았을까. 그 시절에는 열등감에 꽂혀 있었던 듯하다. 그 감정을 나 혼자만이 아닌, 좋아하는 작가와 똑같이 느꼈다는 데서 이상하리만치 위안을 얻었다. 누구에게나 열등감이 있고 그 감정을 다독이려는 마음도 있겠지. 그걸 종종 잊고는 나만 그렇다고 생각하며 살 때가 있다. 174p


식재료를 마련하는 일부터 시작한다면, 하루에 먹는 일을 감당하는 게 얼마나 품이 드는지 실감하게 된다. 특히 이 여름철을 대표하는 일은 바로 고추 따서 말리기인데… 앉아서도 서서도 하기 애매한 크기에 고추. 생각보다 노련하지 않으면 쉽게 따지지 않는데.. 모기는 또 어찌나 많은가.. 😫 이 여름에 농작물 기르는 모든 분들께 감사를..

주변에 종종 남편 은퇴 후 귀농을 꿈꾸는 분들이 계시다.
나는 늘 말한다. 저는 사서 먹을래요. 😛
시골 출신으로 그 고됨을 잘 알기에.. 할 자신이 하나도 없다.

여러분은 무인도에 가신다면 어떤 물건을 들고 가실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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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이 고인다
김애란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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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애란의 <달려라 아비> 2년 후에 나온 소설집
아직 20대인 작가는 여전히 발랄하고 글에 리듬감이 있어 분명 텍스트를 읽고 있는 나에게 어깨춤을 춰야 하나? 고민하게 만든다. 그들은 집을 가질 수 없고 작은방 하나를 유지하기 위해 애쓰며 살아간다.

📍도도한 생활
개발도상국 정도의 수준이 되면 너도나도 피아노를 가르치는 문화가 생긴다고 하는데… 만둣집을 하던 엄마가 만두를 몇 개를 팔아 산 것인지 알 수 없는 피아노. 아버지의 보증으로 집에 차압 딱지가 붙기 전 팔자는 의견에 나의 서울행에 딸려 보내게 된다. 반지하 방에 피아노라니…

📍침이 고인다.
그녀는 매달 13평형 원룸의 월세와 의료보험, 적립식 펀드 한 개와 적금을 부어갈 만한 생활력을 갖고 있다. 정말 피곤해서 매일 아침 눈을 뜨며 10가지도 넘는 생각과 타협을 오가지만, 이런 선택권이 있는 것이 어디인가?라는 생각으로 자신을 위로한다. 후배와 같이 산 지는 세 달이 지났다. 처음부터 같이 살려는 생각이 아니었는데 말을 잘하는 후배의 이야기를 듣다가 마음에도 없는 말을 해버렸다.
그리곤 그녀의 엄마가 남겼다는 마지막 껌 하나의 반을 덥석 받게 되는데..

📍성탄 특선
성탄절엔 모텔도 예약하지 않으면 잡을 수 없다는 거 ~
왜 그러는 거지? 🧐😝

📍자오선을 지나갈 때
1999년 노량진에서 재수를 했다. 좁은 독서실에서 공부를 하고 책상을 올리고 자던 시절. 지나가는 곳이라 믿었던 곳을 아직도 지나가고 있는 중이다.

📍칼자국
그류가 사람 잡아요. 😖
아버지는 사람 좋은 그류. 어머니는 칼을 들고 20여 년간 ‘맛나당’을 운영하며 국수를 팔았다.

📍기도
설문 조사를 하기만 하면 문화상품권을 준다고 했다. 조사원을 만나러 가는 길에 꼭 자신의 베개를 베어야만 자는 언니에게 베개를 전달하러 언니가 있는 고시원으로 향했다. ❛올해는 잘될 거다 ❜, 올해는 ❛티오 ❜를 많이 내지 않을까, 올해는 학원에 다녔으니까 좀 낫지 않을까, 올해는, 올해는

📍네모난 자리들
나도 길치 내가 좋아하던 그도 글치. 막 용기를 내려던 순간엔 출구가 나타나는 매직

📍플라이데이터리코더
빨간 ‘다라이’에 실려 다니던 아이는 ❛에미 애비 없는 자식 ❜을 ❛싸가지 있게 ❜ 키우려는 노인의 가르침 아래 성장한다.
❛너희 엄마는 사람도 아니었다. ❜ 그것이 아이가 엄마에 관해 알고 있는 전부였다. 그들이 사는 섬이 비행기 한 대가 떨어지고 그 주변에서 아이들이 놀곤 했다. 어느 날 주황색 상자를 척척박사 삼촌에게 보여주며 그 존재에 대해 물어보는데.. 블랙박스가 블랙이 아니고 주황색이었던 이 상자는 엄마가 된다. 엄마는 사람이 아니었고, 아무 생물이 살지 않던 지구엔 오로지 메탄, 타이탄, 질소 등의 이상한 기체만 가득했으니까..

❝잘 있으래. 어디서든 잘 있어달래. 그러면 자기가 무척 기쁠 거래. ❞

❝어디서든 잘 있어주세요. 그러면… 나도 무척 기쁠 거예요. ❞

다 사라진 블랙박스의 잡음 속에서 건진 단 한마디, ❛안녕 ❜

#제로책방 #책리뷰 #책기록 #책추천 #단편소설추천 #한국대표작가 #북스타그램 #한국문학 #20대들의이야기 #방과모성

‘괜찮겠냐니’는 무슨 뜻이었을까. 괜찮겠냐는 거, 결국 배려를 가장하며 책임을 미루려고 한 말이 아니었을까. 64p

세련됨이란 한순간에 완성되는 것이 아니며, 오랜 소비 경험과 안목, 소품의 자연스러운 조화에서 나온다는 것을. 옷을 ‘잘’ 입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잘‘ 입기 위해 감각만큼 필요한 것은 생활의 여유라는 것을. 스물한 살 여자는 남자에게 예뻐 보이고 싶었다. 그것은 허영심이기 전에 소박한 순정이었다. 91p

하루에도 수천만 명이 수천만 개의 문자 메시지를 주고받는데. 어째서 이 사람의 ’미안하다‘와 저 사람의 ’괜찮다‘는 부딪치지 않고 온전히 상대방의 단말기로 미끄러져갈 수 있는 걸까. 184p

이범학의 <이별 아닌 이별>이 나오다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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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이 고인다
김애란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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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애란의 <달려라 아비> 2년 후에 나온 소설집
아직 20대인 작가는 여전히 발랄하고 글에 리듬감이 있어 분명 텍스트를 읽고 있는 나에게 어깨춤을 춰야 하나? 고민하게 만든다. 그들은 집을 가질 수 없고 작은방 하나를 유지하기 위해 애쓰며 살아간다.

📍도도한 생활
개발도상국 정도의 수준이 되면 너도나도 피아노를 가르치는 문화가 생긴다고 하는데… 만둣집을 하던 엄마가 만두를 몇 개를 팔아 산 것인지 알 수 없는 피아노. 아버지의 보증으로 집에 차압 딱지가 붙기 전 팔자는 의견에 나의 서울행에 딸려 보내게 된다. 반지하 방에 피아노라니…

📍침이 고인다.
그녀는 매달 13평형 원룸의 월세와 의료보험, 적립식 펀드 한 개와 적금을 부어갈 만한 생활력을 갖고 있다. 정말 피곤해서 매일 아침 눈을 뜨며 10가지도 넘는 생각과 타협을 오가지만, 이런 선택권이 있는 것이 어디인가?라는 생각으로 자신을 위로한다. 후배와 같이 산 지는 세 달이 지났다. 처음부터 같이 살려는 생각이 아니었는데 말을 잘하는 후배의 이야기를 듣다가 마음에도 없는 말을 해버렸다.
그리곤 그녀의 엄마가 남겼다는 마지막 껌 하나의 반을 덥석 받게 되는데..

📍성탄 특선
성탄절엔 모텔도 예약하지 않으면 잡을 수 없다는 거 ~
왜 그러는 거지? 🧐😝

📍자오선을 지나갈 때
1999년 노량진에서 재수를 했다. 좁은 독서실에서 공부를 하고 책상을 올리고 자던 시절. 지나가는 곳이라 믿었던 곳을 아직도 지나가고 있는 중이다.

📍칼자국
그류가 사람 잡아요. 😖
아버지는 사람 좋은 그류. 어머니는 칼을 들고 20여 년간 ‘맛나당’을 운영하며 국수를 팔았다.

📍기도
설문 조사를 하기만 하면 문화상품권을 준다고 했다. 조사원을 만나러 가는 길에 꼭 자신의 베개를 베어야만 자는 언니에게 베개를 전달하러 언니가 있는 고시원으로 향했다. ❛올해는 잘될 거다 ❜, 올해는 ❛티오 ❜를 많이 내지 않을까, 올해는 학원에 다녔으니까 좀 낫지 않을까, 올해는, 올해는

📍네모난 자리들
나도 길치 내가 좋아하던 그도 글치. 막 용기를 내려던 순간엔 출구가 나타나는 매직

📍플라이데이터리코더
빨간 ‘다라이’에 실려 다니던 아이는 ❛에미 애비 없는 자식 ❜을 ❛싸가지 있게 ❜ 키우려는 노인의 가르침 아래 성장한다.
❛너희 엄마는 사람도 아니었다. ❜ 그것이 아이가 엄마에 관해 알고 있는 전부였다. 그들이 사는 섬이 비행기 한 대가 떨어지고 그 주변에서 아이들이 놀곤 했다. 어느 날 주황색 상자를 척척박사 삼촌에게 보여주며 그 존재에 대해 물어보는데.. 블랙박스가 블랙이 아니고 주황색이었던 이 상자는 엄마가 된다. 엄마는 사람이 아니었고, 아무 생물이 살지 않던 지구엔 오로지 메탄, 타이탄, 질소 등의 이상한 기체만 가득했으니까..

❝잘 있으래. 어디서든 잘 있어달래. 그러면 자기가 무척 기쁠 거래. ❞

❝어디서든 잘 있어주세요. 그러면… 나도 무척 기쁠 거예요. ❞

다 사라진 블랙박스의 잡음 속에서 건진 단 한마디, ❛안녕 ❜

#제로책방 #책리뷰 #책기록 #책추천 #단편소설추천 #한국대표작가 #북스타그램 #한국문학 #20대들의이야기 #방과모성

‘괜찮겠냐니’는 무슨 뜻이었을까. 괜찮겠냐는 거, 결국 배려를 가장하며 책임을 미루려고 한 말이 아니었을까. 64p

세련됨이란 한순간에 완성되는 것이 아니며, 오랜 소비 경험과 안목, 소품의 자연스러운 조화에서 나온다는 것을. 옷을 ‘잘’ 입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잘‘ 입기 위해 감각만큼 필요한 것은 생활의 여유라는 것을. 스물한 살 여자는 남자에게 예뻐 보이고 싶었다. 그것은 허영심이기 전에 소박한 순정이었다. 91p

하루에도 수천만 명이 수천만 개의 문자 메시지를 주고받는데. 어째서 이 사람의 ’미안하다‘와 저 사람의 ’괜찮다‘는 부딪치지 않고 온전히 상대방의 단말기로 미끄러져갈 수 있는 걸까. 184p

이범학의 <이별 아닌 이별>이 나오다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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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절함은 인생의 날개다 - 포니 픽업 야채 장수에서 물류 기업 CEO까지
이강미 지음 / 다산책방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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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절함은인생의날개다 #협찬도서 #광고
#이강미
#다산북스

『 포니 픽ㅇ버 야채 장수에서 물류 기업 CEO까지』

<234p>


❝배추가 왔어요! 알타리가 왔어요! 쪽파가 왔어요! 대파가 왔어요! ❞
트럭에 물건을 싣고 돌아다니며 팔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문 앞 배송의 구. 버전이었네. 🤭

일정 시간이 되면 마을에 트럭이 자신이 존재를 알리는 방송을 날리며 도착했고, 아주머니들은 트럭에서 직접 물건을 고르고 흥정하며 구매를 하던 시절이 있었다.
때론 집까지 물건 좀 배송해 달라는 요청을 들어주기도 했다.


폐차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싶은 중고 트럭을 사고,
일단 야채를 사긴 했는데…
방송은커녕 말도 못 하고 쭈볏거리던 젊은이 한 쌍은 그렇게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보다 못한 이웃들이 소리를 지르라, 마이크를 달아라 훈수를 두기 시작했다.
그때 그 시절..
남의 힘듦을 잘 알아차리고 도와주려던 그 훈훈함에 기반하여 감사를 돌려주려는 마음이 보태지고, 성실과 창의력이 더해져 엄청난 사업가로 변신한 부부의 이야기.


드림날개, 황금날개플러스, 황금날개
모두 우리와 친숙한 책 배송하는 업체들이다.
지금까지 책을 사서 보면서 이런 업체가 따로 있을까?라는 사실조차 몰랐는데,
이분들은 이 세계를 창조한 사람들.
출판사의 책을 배송하다, 책을 보관하고, 지역 배송에까지 사업을 넓힌 대단한 사업가 부부다.

나만 성실하다고 되는 규모가 아니었다.
나와 같은 생각으로 일할 사람을 찾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직원을 가족으로 생각하고 대했기에 힘든 위기마다 함께하는 사람들로 버틸 수 있었던 것이 아닌가? 싶었다.

저자는 많은 부분 운이 따랐다고 했지만,
운을 불러오고 그 운을 알아챈 부부가 대단해 보였다.

24시간을 48시간처럼 살아도 시간이 모자란 저자에게
50대에 찾아온 암.
그 앞에서도 가족이 아닌 자신에게 찾아와서 감사하다는 저자의 마음이 모든 것을 대변했다.

파주가 출판의 중심지가 된 것은 날개가 한 몫을 했만요.

#제로책방 #책리뷰 #책기록 #책추천 #사업가의에세이 #모든인생사는책으로나오지 #북스타그램 #에세이 #한국문학 #제작비지원
@ekida 서평단

❛정성으로 사람을 대하라! ❜라는 말만 명심해도 세상살이가 훨씬 수월하다는 것을 자주 깨닫는다. 58p

✔️ 자녀들의 이야기에 다소 배가 아파질 수 있음에 주의하세요. 🤣
애들도 부모의 성실함과 정성을 닮았네… 부러워라..


다산 출판으로부터 소정의 제작비를 지원받아 솔직하게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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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려라, 아비 (리마스터판) 창비 리마스터 소설선
김애란 지음 / 창비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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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살의 작가가 출간한 첫 소설집. 너무 오래전에 읽은 책이라 기억이 하나도 나지 않는 상황.
작가의 나이에 맞춰 작품을 써 나간다는 게 재밌고 신기하다. 20대의 김애란 작가는 조금 발랄했구나. 20대의 김애란은 20대의 사회를 잘 표현했구나. 이 작품이 저자의 작품 중 청각이 가장 자극되는 작품이지 않을까? 싶다. 2년 후 발표된 <침이 고인다>를 읽고 나서 판단해야겠지만.

그 시대 그 나이를 대변하는 작가라고 표현해도 되겠구나.

총 8편의 작품. 작품 전반에서 어머니의 모습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스카이 콩콩
전파상을 운영하는 아버지는 의자에 구부정히 앉아 잘 닦이지 않은 안경알 너머로 기기들을 살피며 사느라 허리가 굽었다. 그런 아버지가 키가 큰다는 믿음으로 아이에게 스카이 콩콩을 선물한다. <과학 동아>를 보며 열심히 메모하는 형은 어부지리로 대회에서 수상을 하고 그 덕에 눈이 나빠진 것을 깨닫게 된 아버지는 집에 티브이를 없앤다.

📍달려라, 아비
어머니는 나를 어느 반지하 방에서 혼자 낳았다. 반지하 안으로 햇빛이 들어오던 어느 여름날 잡을 손이 없어 가위를 쥐고 방바닥을 내리찍으며 자기의 목숨 대신 탯줄을 잘라 나를 세상에 내놓았다. 아버지는 그때에도 지금도 어디에나 있고, 어디에도 없다. 어머니를 위해 한 번도 뛴 적이 없다는 아비는 단 한 번 아비가 가여운 생각이 들어 엄마가 몸을 허락하고자 했던 그날 밤 피임약을 사기 위해 달렸다고 했다. 그렇게 아버지는 내 꿈속을 달렸고, 엄마는 택시를 타고 달리며 인생을 살아갔다.

📍누가 해변에서 함부로 불꽃놀이를 하는가
복어에는 말이다.
사람을 죽이는 독이 들어 있다.
너는 오늘 밤 자면 안 된다. 자면 죽는다.
나는 어른이라 괜찮다.

“근데 왜 나한테 이걸 먹였어요?”

네가 어른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아버지도 어릴 때 이걸 먹고 견뎌서 살아남았다.

// 정월 대보름에 자면 눈썹 하얘진다의 다른 버젼인가 😂

📍사랑의 인사
<세계의 불가사의>를 옆구리에 끼워주고 동네 의자에 앉혀두고 아버지는 ‘잠깐만’이라 말하고 사라졌다. 미아 찾기 방송이 들릴 때면 ‘멍청한 것들 같으니라고!’라고 고개를 젓기까지 하면서 기다렸다. 사무실에 들어가 아버지를 찾아줄 것을 요청했다. ❝아버지가 길을 잃은 것 같습니다. ❞
블루월드의 5월은 매우 바쁘다. 그날도 잠수복을 입고, 공기통을 메고, 부력조절기와 진압게이지 등 장비를 점검한 뒤 수조에 들어가는 어려운 일을 했다. 투명한 유리벽 사이로 나와 똑같은 얼굴을 한 중년 남자를 만났다.

📍영원한 화자
내가 어떤 인간인가 자주 생각하는 사람

📍그녀가 잠 못 드는 이유가 있다.
인간에게 망각은 정말 필요한 요소구나. 후회할 일이 이리 많을 수가..
이번엔 아버지가 아닌 딸이 티브이를 볼 수 없게 한다. 티브이는 잘못이 없는데..

📍노크하지 않는 집
서울의 한 대학가 근처의 주택단지 내 건물. 반지하와 1.5,2.5층으로 돼 있는 건물의 가운데엔 5명의 여성이 산다. 서로 얼굴은 모르지만, 공동생활을 유지한다. 화장실도 세탁기도 건조대도 5명이 공유해야 하는 조건. 서로의 동선을 소리로 포착하고, 타자의 사용 흔적으로 서로를 판단하며 살아가는 다섯.

📍나는 편의점에 간다
많게는 하루에 몇 번 적게는 일주일에 한 번 정도 편의점에 간다. 그곳에서 나는 깨끗한나라 화장지를, 이오요구르트를, 동대문구청에서 발매한 10리터용 쓰레기봉투를, 좋은 느낌 생리대를, 도브 비누를 산다. 그들은 내가 어떤 것을 먹는지, 생리 주기는 어떤지, 성 생활까지도 포착이 가능하다. 그런 그들이 친한 척을 한다면?

📍종이 물고기
고심하고 고심한 문장으로 온 집을 도배했는데 집이 무너졌다.

#제로책방 #책리뷰 #책기록 #책추천 #단편소설추천 #20대의이야기 #20대의김애란 #단편장인 #한국문학추천 #북스타그래 #한국대표작가

지하철이 막 출발하기 전 계단을 내려갔다. 나는 ‘도에 관심있는 자’에게 잡혔을 때 대꾸 않는 사람인가 웃으면서 사양하는 이인가, 나는 지구에 외계인이 살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인가 그렇지 않은 이인가, 나는 콩이 들어간 밥을 좋아하는 사람인가 그렇지 않은 이인가 대답을 지닌 나에게 이제 막 출발하려고 하는 열차는 그냥 보내야 하는 대상이었다. 129p

그녀는 사람들이 A를 그냥 A라고 말하지 왜 C라고 말한 뒤 상대방이 A라고 들어주길 바라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173p <— 요런 화법 남자들이 참 어려워하죠. 🤣

이해할 수 있다는 것과 용납할 수 있다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나는 종종 참을 수 없을 만큼 화가 난다. 밤마다 자기 방에서 엠티라도 여는 듯한 4번방 여자의 소음. 내가 공용 보일러 온도를 내릴 때마다 다투듯 온도를 다시 올려놓는 3번방 여자의 이기심. 빨래 걷어주는 건 싫어하면서 자기가 걷는 것도 아닌 2번방 여자의 게으름. 문을 열고 닫는 소리가 너무 커 나를 깜짝깜짝 놀라게 하는 5번방 여자의 덜렁댐. 그러면서도 그 누구도 항의하지도 변명하지도 않는, 사실은 눈과 귀를 모두 열어놓고 사는 1,2,3,4,5. 우리는 너무 가까이 살고 그러므로 너무 멀다. 19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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