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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이 고인다
김애란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7년 9월
평점 :
김애란의 <달려라 아비> 2년 후에 나온 소설집
아직 20대인 작가는 여전히 발랄하고 글에 리듬감이 있어 분명 텍스트를 읽고 있는 나에게 어깨춤을 춰야 하나? 고민하게 만든다. 그들은 집을 가질 수 없고 작은방 하나를 유지하기 위해 애쓰며 살아간다.
📍도도한 생활
개발도상국 정도의 수준이 되면 너도나도 피아노를 가르치는 문화가 생긴다고 하는데… 만둣집을 하던 엄마가 만두를 몇 개를 팔아 산 것인지 알 수 없는 피아노. 아버지의 보증으로 집에 차압 딱지가 붙기 전 팔자는 의견에 나의 서울행에 딸려 보내게 된다. 반지하 방에 피아노라니…
📍침이 고인다.
그녀는 매달 13평형 원룸의 월세와 의료보험, 적립식 펀드 한 개와 적금을 부어갈 만한 생활력을 갖고 있다. 정말 피곤해서 매일 아침 눈을 뜨며 10가지도 넘는 생각과 타협을 오가지만, 이런 선택권이 있는 것이 어디인가?라는 생각으로 자신을 위로한다. 후배와 같이 산 지는 세 달이 지났다. 처음부터 같이 살려는 생각이 아니었는데 말을 잘하는 후배의 이야기를 듣다가 마음에도 없는 말을 해버렸다.
그리곤 그녀의 엄마가 남겼다는 마지막 껌 하나의 반을 덥석 받게 되는데..
📍성탄 특선
성탄절엔 모텔도 예약하지 않으면 잡을 수 없다는 거 ~
왜 그러는 거지? 🧐😝
📍자오선을 지나갈 때
1999년 노량진에서 재수를 했다. 좁은 독서실에서 공부를 하고 책상을 올리고 자던 시절. 지나가는 곳이라 믿었던 곳을 아직도 지나가고 있는 중이다.
📍칼자국
그류가 사람 잡아요. 😖
아버지는 사람 좋은 그류. 어머니는 칼을 들고 20여 년간 ‘맛나당’을 운영하며 국수를 팔았다.
📍기도
설문 조사를 하기만 하면 문화상품권을 준다고 했다. 조사원을 만나러 가는 길에 꼭 자신의 베개를 베어야만 자는 언니에게 베개를 전달하러 언니가 있는 고시원으로 향했다. ❛올해는 잘될 거다 ❜, 올해는 ❛티오 ❜를 많이 내지 않을까, 올해는 학원에 다녔으니까 좀 낫지 않을까, 올해는, 올해는
📍네모난 자리들
나도 길치 내가 좋아하던 그도 글치. 막 용기를 내려던 순간엔 출구가 나타나는 매직
📍플라이데이터리코더
빨간 ‘다라이’에 실려 다니던 아이는 ❛에미 애비 없는 자식 ❜을 ❛싸가지 있게 ❜ 키우려는 노인의 가르침 아래 성장한다.
❛너희 엄마는 사람도 아니었다. ❜ 그것이 아이가 엄마에 관해 알고 있는 전부였다. 그들이 사는 섬이 비행기 한 대가 떨어지고 그 주변에서 아이들이 놀곤 했다. 어느 날 주황색 상자를 척척박사 삼촌에게 보여주며 그 존재에 대해 물어보는데.. 블랙박스가 블랙이 아니고 주황색이었던 이 상자는 엄마가 된다. 엄마는 사람이 아니었고, 아무 생물이 살지 않던 지구엔 오로지 메탄, 타이탄, 질소 등의 이상한 기체만 가득했으니까..
❝잘 있으래. 어디서든 잘 있어달래. 그러면 자기가 무척 기쁠 거래. ❞
❝어디서든 잘 있어주세요. 그러면… 나도 무척 기쁠 거예요. ❞
다 사라진 블랙박스의 잡음 속에서 건진 단 한마디, ❛안녕 ❜
#제로책방 #책리뷰 #책기록 #책추천 #단편소설추천 #한국대표작가 #북스타그램 #한국문학 #20대들의이야기 #방과모성
‘괜찮겠냐니’는 무슨 뜻이었을까. 괜찮겠냐는 거, 결국 배려를 가장하며 책임을 미루려고 한 말이 아니었을까. 64p
세련됨이란 한순간에 완성되는 것이 아니며, 오랜 소비 경험과 안목, 소품의 자연스러운 조화에서 나온다는 것을. 옷을 ‘잘’ 입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잘‘ 입기 위해 감각만큼 필요한 것은 생활의 여유라는 것을. 스물한 살 여자는 남자에게 예뻐 보이고 싶었다. 그것은 허영심이기 전에 소박한 순정이었다. 91p
하루에도 수천만 명이 수천만 개의 문자 메시지를 주고받는데. 어째서 이 사람의 ’미안하다‘와 저 사람의 ’괜찮다‘는 부딪치지 않고 온전히 상대방의 단말기로 미끄러져갈 수 있는 걸까. 184p
이범학의 <이별 아닌 이별>이 나오다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