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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성어 서점 마음산책 짧은 소설
김초엽 지음, 최인호 그림 / 마음산책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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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단편 모음이다. 단편에 호의적이지 않은 내가 초단편인데 끝까지 읽었다. 일단 작가님에게 자꾸 다가가고 싶다. SF랑 친해지고 싶다. 이런 두가지 요소를 모두 충족시켜주는 책이다. 자세한 묘사를 하지 않는 편인 김초엽 작가님의 장편을 읽으며 나는 종종 길을 잃는다. 그러나 이 단편들은 길을 잃을 새도 없이 끝나기에 작가님의 다양한 세계에 풍덩 풍덩 빠질 수 있다.

흥미로운 작품들
#cyborg_positive : 아이보그를 장착한 리지가 그 눈과 친해지려 sns 활동을 하는데 팬덤이 생겼다. 그리고 모델로 제안을 받는데.. 그럼 지금 착용하는 모델보다 훨씬 편하고 예쁜 것으로 착용도 가능한데… 나는 부정적인 모습을 알면서 광고를 해야하나?

- 멜론 장수와 바이올린 연주자 : 여러 우주에서 사는 주인공들에 대한 이야기는 자주 접했지만, 우연히 같은 세계에서도 만날 수 있다?

- 행성어 서점 : 모든 언어에 대한 통역모듈이 있는데 그걸로 해석되지 않는 언어를 왜 또 만들어요? ㅡ.ㅡ;;; 언어 공부는 네버엔딩?

- 평생을 살아도 우리는 타인의 현실의 결에 완전히 접속하지 못할 거야. 모든 사람이 각자의 현실의 결을 갖고 있지. 만약 그렇게, 우리가 가진 현실의 결이 모두 다르다면, 왜 그중 어떤 현실의 결만이 우세한 것으로 여겨져야 할까?

- 개별적 개체성, 그게 인간일 때의 나를 가장 불행하게 만들고 외롭게 만들었어. 동시에 나를 살아가게 했지. 개별적 존재이면서도 동시에 전체의 일부라는 건 모순이 아이야. 아니면, 전체라는 건 애초에 없는 것일지도 모르지.

- 가면이 우리에게 온 이후로 우리는 억지웃음을 지을 필요가 없었습니다. 가면은 거짓 표정을 만들어내는 대신 서로에게 진짜 다정함을 베풀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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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두리 문학동네 청소년 27
유은실 지음 / 문학동네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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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산으로 둘러싸인 시골에서 자랐다. 자연에서 뛰어 놀았던 나의 어린 시절의 기억을 이야기하면 때때로 60이 넘은 어른들도 나보다 더 옛날 사람 같다며 놀라시곤 한다.
학교에서는 육성회비를 내지 않은 아이들의 이름을 칠판에 적었고, 경고의 횟수가 늘어나면 불려가 혼내기도 했다. 영화에나 나올 이야기인가 싶지만 불과 30여년 전의 이야기다.
이 책은 그 쯤의 정서가 담긴 소설이다. 담도 없는 집에 세를 사는 수원이는 술을 마시고 오다가 크게 다친 아빠를 대신해 돈을 벌러 다니는 엄마의 빈자리를 채워야한다.
이른 아침 도축장 앞 부산물 가게에 가서 선짓국을 사서, 무거운 들통을 들고 오며 동생을 챙겨야한다. 도축에 관한 진실을 아직 모르는 동생은 담 넘어엔 초원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 초원을 지키는 카우보이가 꿈인 동생.
이 마을엔 아카시아가 피면 몽정 전 생리 전인 아이들에게 첫꽃을 먹게 하는 관습이 있다. 아이들이 아카시아처럼 강인한 기운을 받는다고 여겼다. 첫꽃을 먹으러 올라가던 날 동생이 바위에서 떨어져 다치는 사고가 발생한다.
아빠의 병원비로 큰 지출을 했는데, 동생까지 병원 신세다. 겨우 부산물 시장에서 벗어나 빵 공장에서 팥을 씻는 엄마의 일자리도 자동화 기계때문에 사라졌다.
자신들에게 아카시아 정기를 주던 산은 체육 센터를 건설한다고 밀어버린다고 한다. 도축장도 언제까지 존재할지 모른다고들 한다.
산 밑에서 음료를 팔던 앞집, 도축장과 부산물 시장에서 생계를 잃던 이 마을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가야할까?

- 하투루 흘려보낼 수 없는 말들이 자꾸만 마음에 쌓였다. 상희 언니가 나를 믿는다는 말은, 엄마가 나를 믿는다는 말처럼 갑갑하지 않았다. 대신 아주 무거웠다. 언니가 묵직한 보물 상자를 내게 건네준 것 같았다. 언니 나는 우리 엄마가 나를 믿고 살지 않았으면 좋겠어. 그 말을 들을 때마다 마음이 갑갑해. 무겁고 싫어….. 그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상황과 환경에 따라 때론 믿음이 짐이 되기도 한다. 어른이 된 수원이는 수원에서 평안하게 살고 있을거야. 너무 어린 나이에 어른의 짐을 알아버린 수원이가 정작 어른이 되어서는 가볍게 살고 있다고 생각하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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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행복 대신 불행을 택하기도 한다
김진명 지음 / 이타북스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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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에서 커다란 작가님 사진에 놀란다고 봐서 각오를 했는데… 한 장인줄 알았어요….;;;;;;

외면의 힘을 키우기를 소망하던 청년이 아버지의 권유로 대학에 입학하고 도서관에서 엄청난 양의 책을 읽은 뒤 내면의 힘에 대해 심취한다. 그리고 내면이 단단한 사람이 되었고, 우리나라의 과거가 외부의 눈으로 해석되고 이해되는 것에 안타까운 마음에 소설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소설가의 첫 에세이에는 자신과 자신을 둘러싼 주변인들의 이야기와 우리 역사를 바로잡기 위한 노력과 지속적인 관심이 기록되어 있다.

- 독서는 단순히 정보와 지식을 얻는 게 아니다. 사람은 독서를 하는 가운데 세상을 보는 시각이 넓어지고 인내심이 키워지기 마련이며 자아실현이 되고 있다는 강한 만족감을 얻는다. 게다가 독서는 세상에 대한 자신감과 스스로의 자존감을 키워주며 자신의 삶과 행위들에 의미를 부여하게 해주기 때문에 한마디로 내면을 강화하는 최고의 길이다.

- 어릴 때의 풍부한 독서만이 문리를 트이게 하는데 이 문리가 트여야만 비로소 형이상학적 복합 사고가 가능하고 진리 규명이라는 인간의 최고 목표를 실현할 능력을 가지게 된다.
(어릴적 독서를 안 해서 내가 이모양이구먼 ㅠ)

마지막에 더해진 작가 인터뷰에서 작가의 생각을 엿볼 수 있다.

+ 도대체 비크겐슈타인의 <트락타투스 로지코 필로소피쿠스> 는 얼마나 어려운건가요.
제목도 너무 어려움 -_-;
+ 나는 작가님 책 제목도 너무 길어서 못 외울 판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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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별인사
김영하 지음 / 복복서가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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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하 작가님의 에세이를 참 좋아하는데 소설은 종종 힘들어 덮기도 했었다. 그러한 이유로 책을 피했었는데 이제 만난 것을 후회할 정도로 좋았다.
알쓸 시리즈를 통해 우리에게 전해준 김영하 작가님의 말들과 가장 닮은 책이라고 생각이 된다. 그리고 Ai의 발달로 과학 철학과 윤리가 목소리를 내는 요즘의 문제와도 맞닿아있다. 가장 술술 읽히는 과학 철학책이라고 해도 괜찮지 싶다.

철이는 휴먼매터스 타운에 연구자인 아빠, 그리고 반려묘 3(칸트와 갈릴레이 ai 고양이 데카르트)마리와 산다. 학교를 다니지도 않고 아빠가 홈 스쿨링을 시키기에 다른 사람들과의 교류도 적은 편이다. 지루한 삶을 살는 철이에게 바깥을 경험하는 일이 발생한다. 그저 아빠에게 우산을 건내주려 한 외출이었는데, 그대로 철이는 수용소에 끌려가게 된다.
자신이 한 번도 인간이 아니라는 의심을 해 본 적이 없는 철이에게 미등록 휴머노이드이기에 수용소에 갇혔다고 했다. 다양한 모양의 휴머노이드들이 갇힌 곳에서 한 팔이 잘린 민이와 클론인 선을 만나고, 수용소에 민명대가 출동하며 다시 탈출을 하는 과정에서 민이를 잃고 달마를 만난다.
인간의 문명을 끝장낼 계획을 실행하고 있는 달마. 과연 철이와 선이의 운명은?

- 언젠가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어떤 것들, 예를 들어 윤리 같은 것들, 그런 것들을 다 저버린 채 냉혹하고 무정한 존재로 살아가게 될 때, 비록 내 몸속에 붉은 피가 흐르고, 두개골 안에 뇌수가 들어 있다는 이유만으로 그대로 인간일 수 있는 것일까?

- 진화에 의미나 목적 따윈 없었어. 절묘한 우연들이 중첩된 것뿐이었잖아. 인간과 기계의 결합은 자연스러운 일이야. 그것들을 설계한 건 우리지만 우리도 기계에 맞추기위해 우리 자신을 꾸준히 변화시켜왔어.

- 다른종과는 달리 인간만은 죽음을 구체적으로 상상할 수 있기에, 죽음 이후도 필요 이상으로 두려워한다.

- 임계점을 넘어가는 극한의 고통은 나중에 그 어떤 기쁨이 주어지더라도 장부상의 숫자처럼 간단히 상계되지 않습니다.

- 마음은 기억일까요. 어떤 데이터 뭉치일까요? 또는 외부 자극에 대응하는 감정의 집합일까요? 아니면 인간의 뇌나 그것을 닮은 연산 장치들이 만들어내는 어떤 어지러운 환상들일까요?

- 최 박사에게 뇌를 백업하고 영생하지 않겠느냐고 권한 적이 있었다. 그때는 이미 많은 인간이 그렇게 하고 있을 때였지만, 그는 단호히 거부했다. 여전히 육신이 없는 영생은 바라지 않는다고, 인간의 존엄성은 죽음을 직시하는 데에서 온다고 말했다. 그리고 육신 없는 삶이란 끝없는 지루함이며 참된 고통일 거라고도.

+ 알쓸인잡에서 ‘나’라는 본질의 문제에 질문을 던지셨던 장면이 내 머리 속에서 자꾸 재생되고 있다.
+ 달마와 철이 등의 생각이 작가님 목소리를 통해 들리는 묘한 현상을 경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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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땅의 야수들
김주혜 지음, 박소현 옮김 / 다산책방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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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작가님은 87년 인천에서 태어나 아홉 살 때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이민간 한국계 미국인 소설가다. 이 책은 영어로 쓰였고, 10개가 넘는 나라에 판권이 팔렸다. 개인적으로는 파친코보다 더 흡입력이 있었다. 한 번 잡으면 놓을 수 없는 마력을 지닌 소설.

책은 프롤로그로 시작해
1918-1919
1925-1937
1941-1948
1964년
에필로그로 끝난다.

식량이 없어 먹거리를 구하러 겨울 산에 들어간 한 사냥꾼이 죽기 직전 일본인 군대 무리와 연을 맺는다. 서로의 목숨빚을 진 그들의 인연을 시작으로 소설은 시작한다.
주인공 옥희는 가난한 집의 장녀로 기생집에 팔려간다. 은실이 운영하는 그 곳에는 기생들 외에도 은실의 딸인 월향과 연화도 있다. 엄마를 빼닮아 어여쁜 월향이 일본인 간부의 강제 추행으로 처녀성을 빼앗김은 물론 임신까지 하게 되자, 은실은 경성에 있는 동생 단이에게 월향, 연화 그리고 옥희까지 보내기로 한다.
단이를 사랑하지만 기생과 결혼할 수가 없어 도망친 성수. 성수의 친구이자 독립운동을 하는 명보.
사냥꾼의 아들로 태어나 경성에서 거지들 무리의 우두머리로 지내는 정호. 몰락한 양반가의 장남으로 인력거꾼으로 살아가는 현철.
돈을 쫓는 이토, 충실한 일본의 군인으로 살아가는 야마다.
격동의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의 삶은 어떻게 될 것인가?

- 시간의 세계 밖에 남겨진다는 것은 ‘넌 아무 의미도 없어’라는 말을 몸에 새겨놓는 듯한 특별한 종류의 고문이었다.

- 거의 예외 없이, 다들 너무 당연하다는 듯 제 스스로를 정직한 인물로 여긴다는 점은 오랫동안 명보를 놀라게 했다. 사람들은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할 필요가 있을 때면 깜짞 놀랄 만큼 영리하고 교활해졌으며, 너무도 약삭빠르게 머리를 굴리느라 심지어 자기 자신을 속이고 있다는 것조차 깨닫지 못했다.

- 주변의 모든 곳에서 삶은 그들이 모르는 사이에 계속 나아가는 중이었고, 그들의 삶 역시 다른 모든 것이 존재하는 세상 안에서 나아가고 있었다. 모든 존재가 공기처럼 가볍게 서로에 가 닿으며 투명하게 반짝이는 지문을 남겼다.

- 정말로 야만적이고 짐승 같은 행동으로 그를 두려움에 떨게 했던 건 언제나 인간들이었다.

+ 미꾸라지 너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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