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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약국의 딸들
박경리 지음 / 다산책방 / 2023년 4월
평점 :
봉제,봉희,봉룡은 통영에 산다. 봉제는 약국을 운영하는데 유일한 자손이라곤 신열을 앓는 연순 뿐이고, 봉룡은 재처(숙정)를 들이고 아들을 낳고 사는가? 했는데 결혼 전 숙정을 연모하던 욱이 찾아오자 이를 의심하여 매질을 하고 욱을 쫓아가 살인을 저질렀다. 그 사이 숙정은 비상을 먹고 자살했기에 그날로 통영을 떠났다.
딸보다 봉룡의 아들인 성수를 더 챙기는 것이 못마땅했던 봉제의 처 송씨는 사위의 세치혀에 홀딱 속는다. 딸 연순이 죽자 실속 챙긴 사위는 등을 돌리고, 헛헛한 마음 성수의 아들인 용환을 돌보며 살아가는데, 6살에 용환이 마마로 죽자 송씨도 곧 세상을 등졌다.
김약국은 - 십 년 전부터 약국을 그만두고 어장을 경영하고 있었으나 이 고장 사람들은 여전히 성수 영감을 김약국이라 불렀다 - 송씨가 죽고 난 뒤 도깨비 집을 중수하여 그곳으로 옮겨 갔다. 그에게는 딸 다섯 형제가 있었다. 첫아들을 잃은 후 한실댁은 연달아 딸만 낳은 것이다.
큰딸 용숙은 열일곱 때 출가를 시켰으나 과부가 되었고 지금 나이가 스물네 살이다. 둘째가 용빈이, 셋째가 용란이다. 그는 열아홉이며, 그 다음이 용옥이, 막내가 열두 살짜리 용혜다. 고모할머니 봉희가 살아 있을 때 용혜는 봉룡이 할아버지를 많이 닮았다고 했다. 돌아간 날을 몰라 칠월 백중에 제사를 모실 때도 고모할머니는 용혜를 보고 언짢게 혀를 끌끌 차곤 했다. 그러나 김약국은 용혜를 두고 연순을 연상하였다. ㅔ85-6p
“내사 점괘 나는 대로 말을 하요. 당신 집에는 잡귀가 우글우글하구만. 맞아 죽은 구신, 굶어 죽은 구신, 비상 묵은 구신, 물에 빠져 죽은 구신, 무당 구신, 모두 떳들었으니 집은 망하고 사람은 상하고 말리라.” 290p
“그 옛날부터 집터가 나쁘지. 우리 어릴 때만 해도 무서서 그 집 옆엘 못갔지. 아 그 김약국 어매가 비상 묵고 죽은 집 앙이가, 아바이는 객사하고, 그 뭐 타간에서 온 사내가 또 김약국 아바이 칼에 맞아 죽었지. 그 집에서는 잡귀가 덕실덕실 끓는다. 386p
”비상 묵고 죽은 자손은 안 지린다더니 정말 그런갑습니더. 그 집 딸을 보이소. 하나난 쓰겠는가. 큰딸이 그렇지요, 둘째는 시집도 못 가고, 셋째는 어마이까지 그리 잡아묵고 미쳤으니, 넷째는 또 어떻고요? 없는 살림에 고생이 막심한갑습디더.“
”그러기, 김약국인가 그 양반도 엔간히 도도하더라마는 음지가 양지되고, 양지가 음지 되고….”
“저희 아버지는 고아로 자라셨어요. 할머니는 자살을 하고 할아버지는 살인을 하고, 그리고 어디서 돌아갔는지 아무도 몰라요. 아버지는 딸을 다섯 두셨어요. 큰딸은 과부, 그리고 영아 살해혐의로 경찰서까지 다녀왔어요. 저는 노처녀구요. 다음 동생이 발광했어요. 집에서 키운 머슴을 사랑했죠. 그것은 허용되지 못했습니다. 저 자신부터가 반대했으니까요. 그는 처녀가 아니라는 험 때문에 아편쟁이 부자 아들에게 시집을 갔어요. 결국 그 아편쟁이 남편은 어머니와 그 머슴을 도끼로 찍었습니다. 그 가엽은 동생은 미치광이가 됐죠. 다음 동생이 이번에 죽은 거예요. 오늘 아침에 그 편지를 받았습니다. 408p
공부를 잘하고 직장을 잡고 홀로 잘 살아도 시집을 가지 못한 여자들은 실패자가 되던 시절.
남자들은 기생집에 다녀도 괜찮지만, 여자가 남자와 소문이 나면 흠이 되던 세상.
흠이 있으면 그 어떤 잘못을 해도 감안하고 살아내야 하는 여자의 삶.
아들을 낳지 못하는 것이 죄가 되던 세상.
지식인들 사이에서도 지금 나의 삶을 살아내는 것에
나라를 위해 목소리를 내지 않는 것에 대해 다툼이 있었던 세상.
그런 세상이 그리 멀지 않은 과거였다.
이 땅에서…
용옥이가 나올 때마다 마음이 저릿저릿했다.
딸들의 삶을 지켜보던 어미 한실댁의 마음은 어땠을까?
김약국의 어린시절을 생각하면 그의 삶도 참 안타깝지만, 시종일관 그의 답답함에 가슴이 조이기도 했다.
약삭바른 사람들의 경제적인 여유에 몹시 서글프기도..
누가 정윤의 삶에 비난할 수 있을까?
모르는 단어를 다 찾으며 읽는 것이 불가능한 작품.
10대에 읽고 이제와서 다시 읽으니 느낌이 새롭다.
나오는 인물들에 대해 서로 이야기 나눠도 좋을 작품.
"내사 점괘 나는 대로 말을 하요. 당신 집에는 잡귀가 우글우글하구만. 맞아 죽은 구신, 굶어 죽은 구신, 비상 묵은 구신, 물에 빠져 죽은 구신, 무당 구신, 모두 떳들었으니 집은 망하고 사람은 상하고 말리라." - P290
"저희 아버지는 고아로 자라셨어요. 할머니는 자살을 하고 할아버지는 살인을 하고, 그리고 어디서 돌아갔는지 아무도 몰라요. 아버지는 딸을 다섯 두셨어요. 큰딸은 과부, 그리고 영아 살해혐의로 경찰서까지 다녀왔어요. 저는 노처녀구요. 다음 동생이 발광했어요. 집에서 키운 머슴을 사랑했죠. 그것은 허용되지 못했습니다. 저 자신부터가 반대했으니까요. 그는 처녀가 아니라는 험 때문에 아편쟁이 부자 아들에게 시집을 갔어요. 결국 그 아편쟁이 남편은 어머니와 그 머슴을 도끼로 찍었습니다. 그 가엽은 동생은 미치광이가 됐죠. 다음 동생이 이번에 죽은 거예요. 오늘 아침에 그 편지를 받았습니다. - P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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