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이스 킹!!!
김홍 지음 / 문학동네 / 2024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니는 옛날부터 그렇게 정신머리가 썩어빠진 게 문제여. 남들 다 줄 서서 들어가는디 왜 나만 배달해준다는 거냐? 내가 배치 크라우더 그 양반처럼 레지옹 도뇌르 슈발리 훈장이라도 받았다냐? 라면 끓이고 떡볶이 끓여 파는 할미가 너 같은 말단 직원 하나 믿고 유세 부리면 나라꼴이 어떻게 되겠어. 그래가지고 사회정의가 똑바로 설 성싶으냐? 이게 나라여? 이게 나라냐고? 나라님이 너 같은 놈 안 잡아가고 뭐하고 자빠져쓴지. 쯧쯧.”
“죄송해요, 할머니. 뭐 그렇게 급발진 하고 그래요.”
“급진? 네놈 보기엔 이 정도가 겨우 급진이란느 거냐? 바른말 한마디했다고 바로 분파주의 본성 나오는 게 틀려먹어도 한참 틀려먹었어. 느그 집에 굴러다니는 그 양아치 놈드하고 니가 다를 게 뭐냐. 급진 같은 소리 하고 있네. 이 나라에 급진파들 진작에 다 얼어죽었구먼 분식집 하는 할미한테 급진 타령을 하니 내가 관세음보살님 볼 면목이 없다. 니가 래디칼을 알기나 알아? <32p>

97년 이후 유입된 가구가 하나도 없는 시골에 프랑스 정부로부터 훈장을 받고, 이만여 점포를 거느려 지분을 jp 모건에 매각한 박치국이 이 곳에 <킹 프라이스 마트>를 오픈했다.

여기에 없는 물건? 천국에도 없어!

라는 대형 현수막을 붙인 이 마트에 난생 처음으로 나 구천구가 취직을 했다. 나의 모친인 억조창생 여사의 빽으로 이 엄청난 마트에 유일한 직원이 됐다. 억조창생 여사는 30에 새로 내림을 받아 ‘베드로 사도신’을 모신다. 외가의 패밀리 비즈니스를 이어오고 있는 모친은 멕아더 신을 모시다 베드로 사도신으로 갈아탄 후 그녀의 점괘는 꽤 신통해서 나라의 이름난 사람들은 모두 줄 선 상태다. 찬스로 예약을 당길 수 없는 아주 투명한 예약 시스템으로 운영하는 곳.

그런 모친과 둘이 살다 어느날 이구, 칠구 쌍둥이 형들이 나타났다. 동네 불안당을 자처하고 나도 수시로 두들겨 패지만, 엄마는 늘 쌍둥이들 편이다. 그런 엄마가 왜 나를 마트에 꼽았을까?

세상의 모든 물건이 있는 마트?인데 유일한 직원.
막상 오픈한 마트에 있는 것은… 물건이 아닌 박치국 혼자인데..
기우란 여사의 라면 5상자의 주문을 빼곤, 다 돌려보내는 사장. 그리고 받은 주문이라는 것이 값싸고 질 좋은, 하지만 싸굴가 아닌 복수란다. 어려운 라면은 사장이 담당할테니 복수는 나보고 처리하라는데…

마침 나라엔 선거를 앞두고
베드로의 어구를 찾아오라는 엄마의 명이 떨어졌다.
무조건 53프로로 점유할 수 있다는 신비의 어구.
아무것도 없는 마트 내부 어딘가 어구가 숨겨져 있다는데?

#제로책방 #책리뷰 #책기록 #책추천 #수상작추천 #장편소설추천 #위트가득한책 #가독성좋은책 #북스타그램 #책으로소통해요 #코끼리로시작해서코끼리로끝남 #코끼리는어디에

“사장님도 사람 보는 눈 참 없네요. 돈이 문제가 아니에요. 아니, 물론 돈도 문젠데, 용서받는 걸 당연하게 생각하잖아요. 돈이랑 무릎만 챙겨가면 된다고 믿는 게 뻔뻔하지 않아요? 같은 얼굴에 있으면 더 잘해줬어야지, 등쳐먹고 용서까지 바라는 건 문제가 있죠. 114p

그래, 내가 쓰자 내가 대통령이 돼서 배치를 사면하고 위원회를 수사할 전담반을 만들자. 특검은 쓸모없다. 국회에서 절차를 밟는 동안 특검법의 본래 취지는 훼손될 것이고, 임명되는 특별검사도 못 믿을 만한 사람일 가능성이 크다. 국정원과 기무사의 정예 수사관들을 민정수석실이나 국무총리실 산하 공직기강감사관실 같은 곳으로 파견 배치해서 독자적으로 움직이게 하자. 이런, 나는 집권 이 년 차에 탄핵당하고 감옥에 가겠구나.
결국 미국 대통령이 되는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미국 국적이 필요하니까 이민을 가자.
(중략)
나는 미국 대통령이 될 수 없다.
그 사실이 내게 너무 큰 좌절감을 안겨줬다 구3도 됐는데, 미국 대통령은 되지 못한다니. 베드로도 어찌할 수 없는 일이라니. ‘태생적 한계’리는 단어의 의미를 절감했다. 188p

이걸 이렇게 엮나? 약간 억지스러운 설정이 있음에도 위트있는 문장에 녹아내린다. 곳곳에서 터지는 실소에 우와 ~ 허 참… 이걸 이렇게? ㅎㅎㅎ를 연발하게 될 것이다.

개인적으로 몇가지 궁금증이 풀리지 않아 아쉬운 부분이 있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