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가난해서 그렇다. 다른 사람을 대할 때 넉넉함이 없고, 시간도 마음도 자꾸 아끼게 되는 것은. 몇백 원 앞에서 망설이다 먹고 싶은 음료를 두고 제일 싼 것을 주문하던 스무 살처럼. 그런 사람은 돈을 벌게 된 뒤에도 좀처럼 비싼 음료를 시키지 못하는 것처럼. 여태 쓸 줄 모르던 마음을, 쓰지 못하던 마음을 어느 날 갑자기 잘 쓰게 되진 않는 것이다. - P48

내가 나로 살아서 할 수 있는 기록들
이 같은 기록은 ‘나만의 반복되는 역사‘를 쌓아가는 일이에요.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 해도, 자신의 삶을 기록하는 건 멋진 일일 수밖에 없습니다. 내가 나로 살아서 할 수 있는 기록이자, 나밖에 할 수 없는 기록이니까요. - P80

저는 낙관주의자예요. 제가 행동할 거니까요.
-나를 일으켜준 문장들 (장혜영 의원의 말) - P124

몰라봤다. 성공해야 행복하다는 사람과, 사람과 행복하면 그게 성공이라는 사람은 서로 만날 수 없다는 것을.
-이정표가 되어주는 문장들 (영화 《올 굿 에즈리씽》에 나온 말) - P141

기록은 결국 생각의 저장소입니다.
-언젠가의 작업을 위한 영감노트 - P158

다 자란 우리가 혼자 있는 시간의 고독을 잘 견디는 사람이 되었다면, 그건 언제나 내가 나여도 충분하며, 노력하거나 변하지 않아도 사랑받을 만한 존재라는 걸 가르쳐준 친구나 연인이 있었기 때문이에요. 한 사람이 다른 한 사람에게 준 마음은 그렇게 힘이 강합니다. 시간은 흘러도 마음은 남아 우리를 지켜주니까요.
-누군가를 위해 쓴 아름다운 일기들 - P179

지금 사랑하고 있는 것들을 기록하세요. 우리가 사랑한 모든 것은 언젠가 사라질 테니까요. 하지만 우리는 기억할 수 있습니다. 기록해두기만 한다면요.
-사랑하는 이들의 목소리, 걸음, 미소를 기록하기 - P185

인터뷰에 답하는 인숙 씨를 평상에 앉아 바라보다가 새삼 깨달았습니다. 그러고 보면 인숙 씨는 제가 어렸을 때부터 늘 쪽지를 남기는 사람이었다는 걸요. 부재의 자리에 마음을 남겨두고 가지 않으면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 사람이었는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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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정말 오랜만에 동네 서점에 들렀다. 늘 인터넷 구매만 하다가 지난 번에 우연히 이 서점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고, 언젠가 한 번 들어가보리라 생각하고 있었던 곳이었다. 천천히 둘러보다가 온 김에 책도 한 권 사려고 무얼 살까 고민하다가 이 책을 집어들었다. 김영하 작가의 이상문학상 수상작이 실린 작품집. 9년 전에 나온 이 책이 아직도 중고서점도 아닌 일반 서점에 있다는 게 신기하기도 했고, 김영하 작가의 다른 작품도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던 차였다.

내가 다녀온 서점은 회원에게 10% 할인된 가격으로 책을 판매하고 있었는데, 나는 처음 간 곳이라 회원도 아니었고 할인을 해주는 지도 몰랐지만 서점 주인분이 그냥 10% 할인해주셨다! 온 김에 젊은 작가상 수상집 동네책방 에디션이 있나 찾아봤는데 없어서 아쉬웠다. 미리 사두었어야 했는데.

오늘은 ‘세계 책과 저작권의 날‘이다. 책을 살 때는 잊고 있었다가 돌아와서 기억이 났고, 책의 날에 오랜만에 동네 서점에서 책을 구매했다는 사실이 기분 좋았고 뜻깊었다. 대형 온라인 서점들에 밀려 동네 서점들의 생존이 힘들어졌다는 이야기는 하루이틀 나온 이야기는 아니다. 코로나19 이전에는 서점에서 행사도 하고 독서모임도 갖고 그랬지만, 요새는 그마저도 힘든 상황이 지속되고 있고 언제 끝날지 알 수도 없다. 오늘 집에 들어가는 길에 동네 서점에 들러 평소 눈여겨보았지만 선뜻 구매하지 못했던 책을 한 권씩 품에 안고 들어가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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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사람들이 그렇게

마음은 두고
몸들이 없어지나요

-없어지는 사람 中 - P32

사랑이 폭우에 젖어
불어터지게 살아온
네가
나에게 오기까지
힘들지 않은 날이 있었을까

눈물이 가슴보다
먼저 북받친 날이 얼마나
많았을까

뭉클 中 - P36

그래도
무거운 등짐을 지고 있다는 것이 다행이다
뒤로 넘어질 수 있으니

그렇게도
무너질 마음이 있다는 것이 다행이다
살아 있으니

잠깐이다
그날까지

잠깐이다 中 - P42

한때의 사랑이 왜 모자랐을까

저렇게 출렁이며 나에게 오는 너를
왜 다 받아줄 수 없었을까

바닷가 모래가 대신 받아주는 그 울음을
왜 새겨두지 못했을까

어떤 위로로도
멈추는 법을 모르는 너는 몰라
이렇게 부서지며 오는 너를
나는 왜 짧은 저항으로 끝내지 못했을까

파도 같은 中 - P48

사람이 산다는 것은 자기가 심어질 마음의 자리를 찾는 일인지도 모른다.
-해설
사랑의 장소
안서현(문학평론가) - P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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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이유 - 김영하 산문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9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부끄럽지만 이 책이 내가 읽는 김영하 작가의 첫 번째 책이다. 유튜브 알쓸신잡과 대화의 희열 클립들을 보면서 김영하라는 작가를 알게 되었다. 특히 대화의 희열을 보면서 자신의 성공을 통해 얻은 영향력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사용하는 모습을 보면서 대단하다는 생각과 함께 닮고 싶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최근에 아는 분이 개인 라디오 채널에 게스트로 초대해주었고, 주제가 여행이라서 나의 경험과 함께 곁들일 작가의 언어로 선택한 책.

독서를 마치면 독서노트를 작성하는데, 이 책을 읽을 때는 독서노트에 쓸 말이 없을 것 같아서 걱정했다. 100% 집중해서 읽은 느낌은 아니었기에. 하지만 기우였다. 두세 페이지로 끝날 것 같았던 독서노트가, 쓰다 보니 여덟 페이지를 넘어서 아홉 페이지까지 쓰게 된 것이다. 좋았던 구절과 이유를 세 장도 넘게 쓰게 될 줄은 몰랐다. 그만큼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 책이었다.

이 책은 저자가 자신의 여행 경험, 그리고 그에 따른 생각, 여행자가 여행지에 가서 가져야 할 태도 등을 다른 작가들의 언어와 함께 곁들여 200페이지 정도로 서술한 얇은(사람마다 생각이 다를 수도 있지만) 책이다. 인생을 여행에 비유한 옛사람들처럼 이 책의 글에서 쓰인 ‘여행’이라는 단어를 ‘인생’으로 바꾸어 쓴다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즉, 이 책은 저자가 자신의 인생 경험과 그에 따른 생각, 그리고 인생을 살아가는 이들이 가져야 할 태도에 대해 쓴 책이라고 볼 수도 있는 것이다.

이 책을 마무리하며 여행을 가고 싶다는 생각도 했지만, 그보다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생각을 더 많이 했던 것 같다. 어차피 지구에 여행 온(태어난) 거 여행자처럼 열심히 즐기자고, 현재를 살면서 어릴 적 누군가로부터 환대를 받아온 만큼 베풀며 살자고. 그리고 홀연히 떠나자고.

(북플에서는 좋았던 구절을 찍어서 올리기만 했는데, 언젠가 독서노트에 쓴 생각들을 소개할 날이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옮겨 적든, 아니면 새로운 글에 이 구절을 인용하는 것으로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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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하늘이 문득 흐려지는 이유가 있겠지만

사람이라서
더 크게 울 수 있는 사람이라서
여기까지 빗방울을 뭉쳐왔을까

사랑하는 사람들 떠난 가슴에
사람은 어떻게
어렵사리 새길을 내나

어떻게

안 오던 비가 오고
또다시
새 꽃이 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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