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 게바라 평전 역사 인물 찾기 10
장 코르미에 지음, 김미선 옮김 / 실천문학사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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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기 전까지 ‘체 게바라‘ 라는 인물에 대해서는 거의 아는 게 없었다. 너무 많이 들어온 이름이라 마치 우리나라 위인처럼 느껴지기까지 했지만, 내가 아는 거라고는 ‘혁명가‘ 정도였다. 이번 기회에 제대로 알아보고자 책을 집어들었다.

9일 정도 체 게바라와 함께 하면서 ‘대단한 사람, 하지만 철저한 이상주의자‘ 라는 생각을 했다. 그는 의대 박사였고, 많은 책을 읽고 또 무엇이든 배우려고 하면서 여러 분야의 지식들을 갖춘 지식인이었지만, 동시에 사회주의자로서 게릴라전을 통한 혁명을 통해 공산주의적인 이상을 이루려 했던 군인이기도 했다. 의사로 살면서 편안하고 안정적인 생활을 할 수도 있었겠지만 스스로 안락함을 걷어차고 광야로 나왔고 여행을 통해 만난 인디오들이나 흑인처럼 인간의 존엄을 누리지 못하는 소수자들에게 더 관심을 가진 인물이었다.

체가 죽고난 후 20여 년이 흘러, 체가 신봉하던 공산주의 사상은 공샨주의 체제를 유지하던 국가들의 몰락으로 실패한 사상이라는 것이 드러났다. 공산주의는 인간의 이기주의적인 면모를 간과했다. ‘공동생산, 공동소비‘를 추구하며 인간의 욕심을 무시했던 공산주의는, 반대로 인간의 욕심을 부추기던 자본주의에 굴복하고 만 것이다.

하지만 공산주의를 신봉했던 체가 인간의 이기주의적인 면모와 욕심을 모르지는 않았다. 다만 그는 이것을 극복가능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 책에 나오는 글과 체 게바라의 ‘새로운 인간만들기‘ 프로젝트가 그걸 잘 보여주는 부분이다.

‘사실 마르크스주의적인 심리학은 제대로 발전하지 못했다. 마르크스주의자들은 이 부분을 간과했었다. 체는 그 점을 알고 있었고 또 강조하기도 했다.‘(p459)

아쉬운 점은 체가 자신의 정치, 경제적인 철학을 쿠바에 접목시키려고 하다가 중간에 게릴라전으로 노선을 변경하는 부분이었댜. 어떤 이유로 체가 노선을 바꾸었는지는 나와있지 않다. 다만 관료로서 자신의 철학을 쿠바라는 국가에 접목시키는 과정에서 정치적, 외교적, 환경적인 한계를 느끼면서, 과거 그가 군인이었을 때 게릴라전을 치르며 수많은 승리들을 맛보던 순간에 대한 달콤한 기억들이 다시 그를 광야로 이끌었던 것이 아니었을지.

그가 다시 게릴라 생활로 돌아갔을 때의 시점이나 상황에도 아쉬움이 남았지만 따로 쓰지 않기로 한다. 역사에 가정이란 무의미한 것이니까.

읽는 시간은 좀 오래 걸렸지만 읽기를 잘 했다고 생각했다. 혁명가 체 게바라에 대해서도, 그리고 왜 그가 아직도 많은 이들에게 존경을 받으며 이름이 입에 오르내리는지도 알 수 있는 시간이었다. 해마다 10월 8일이 되면 체 게바라를 떠올려보기로 생각하면서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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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깨달았다. 단 한 사람이나, 단 한 마디의 말이 순식간에 우리를 끔찍한 심연으로 떨어뜨릴 수도, 혹은 도저히 닿을 법하지 않던 정상으로 올려줄 수도 있다는 것을.
-제1부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제3장 추키마타에서 얻은 계시 - P96

"우리는 열둘 밖에 남지 않았다. 그러나 쿠바의 독립을 실현시키기 위해서는 충분하고도 남는 수이다."
카를로스 마누엘 데 세르페데스
-제3부 그란마호에 탄 여든두 사람 -제12장 알레그리아델피오, 선택 - P210

생각하는 인간으로서 행동하되, 행동하는 인간으로서 생각하라.
베르그송
-제3부 그란마 호에 탄 여든두 사람 -제18장 잘 싸우기 위해서는 잘 배워야 한다. - P326

아주 드문 경우를 제외하고 사업가들은 정치질서의 이해가 걸린 일에는 그 누구보다 비열해진다.
핸리 캐르보 로지(당시 미 상원의원)
-제5부 전쟁은 끝나고 -제23장 이 방에 공산주의자가 있소? - P428

길이 없다 하여도 계속 앞으로 나아가면 스스로 길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마차도(스페인의 시인)
-제6부 볼리비아의 계략 -제27장 체가 사라지다 - P554

"우리 모두 리얼리스트가 되자. 그러나 우리 가슴속에 불가능한 꿈을 가지자."
-옮긴 이의 말 -진실에 대한 광적인 애정 - P6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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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가난해서 그렇다. 다른 사람을 대할 때 넉넉함이 없고, 시간도 마음도 자꾸 아끼게 되는 것은. 몇백 원 앞에서 망설이다 먹고 싶은 음료를 두고 제일 싼 것을 주문하던 스무 살처럼. 그런 사람은 돈을 벌게 된 뒤에도 좀처럼 비싼 음료를 시키지 못하는 것처럼. 여태 쓸 줄 모르던 마음을, 쓰지 못하던 마음을 어느 날 갑자기 잘 쓰게 되진 않는 것이다. - P48

내가 나로 살아서 할 수 있는 기록들
이 같은 기록은 ‘나만의 반복되는 역사‘를 쌓아가는 일이에요.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 해도, 자신의 삶을 기록하는 건 멋진 일일 수밖에 없습니다. 내가 나로 살아서 할 수 있는 기록이자, 나밖에 할 수 없는 기록이니까요. - P80

저는 낙관주의자예요. 제가 행동할 거니까요.
-나를 일으켜준 문장들 (장혜영 의원의 말) - P124

몰라봤다. 성공해야 행복하다는 사람과, 사람과 행복하면 그게 성공이라는 사람은 서로 만날 수 없다는 것을.
-이정표가 되어주는 문장들 (영화 《올 굿 에즈리씽》에 나온 말) - P141

기록은 결국 생각의 저장소입니다.
-언젠가의 작업을 위한 영감노트 - P158

다 자란 우리가 혼자 있는 시간의 고독을 잘 견디는 사람이 되었다면, 그건 언제나 내가 나여도 충분하며, 노력하거나 변하지 않아도 사랑받을 만한 존재라는 걸 가르쳐준 친구나 연인이 있었기 때문이에요. 한 사람이 다른 한 사람에게 준 마음은 그렇게 힘이 강합니다. 시간은 흘러도 마음은 남아 우리를 지켜주니까요.
-누군가를 위해 쓴 아름다운 일기들 - P179

지금 사랑하고 있는 것들을 기록하세요. 우리가 사랑한 모든 것은 언젠가 사라질 테니까요. 하지만 우리는 기억할 수 있습니다. 기록해두기만 한다면요.
-사랑하는 이들의 목소리, 걸음, 미소를 기록하기 - P185

인터뷰에 답하는 인숙 씨를 평상에 앉아 바라보다가 새삼 깨달았습니다. 그러고 보면 인숙 씨는 제가 어렸을 때부터 늘 쪽지를 남기는 사람이었다는 걸요. 부재의 자리에 마음을 남겨두고 가지 않으면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 사람이었는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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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정말 오랜만에 동네 서점에 들렀다. 늘 인터넷 구매만 하다가 지난 번에 우연히 이 서점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고, 언젠가 한 번 들어가보리라 생각하고 있었던 곳이었다. 천천히 둘러보다가 온 김에 책도 한 권 사려고 무얼 살까 고민하다가 이 책을 집어들었다. 김영하 작가의 이상문학상 수상작이 실린 작품집. 9년 전에 나온 이 책이 아직도 중고서점도 아닌 일반 서점에 있다는 게 신기하기도 했고, 김영하 작가의 다른 작품도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던 차였다.

내가 다녀온 서점은 회원에게 10% 할인된 가격으로 책을 판매하고 있었는데, 나는 처음 간 곳이라 회원도 아니었고 할인을 해주는 지도 몰랐지만 서점 주인분이 그냥 10% 할인해주셨다! 온 김에 젊은 작가상 수상집 동네책방 에디션이 있나 찾아봤는데 없어서 아쉬웠다. 미리 사두었어야 했는데.

오늘은 ‘세계 책과 저작권의 날‘이다. 책을 살 때는 잊고 있었다가 돌아와서 기억이 났고, 책의 날에 오랜만에 동네 서점에서 책을 구매했다는 사실이 기분 좋았고 뜻깊었다. 대형 온라인 서점들에 밀려 동네 서점들의 생존이 힘들어졌다는 이야기는 하루이틀 나온 이야기는 아니다. 코로나19 이전에는 서점에서 행사도 하고 독서모임도 갖고 그랬지만, 요새는 그마저도 힘든 상황이 지속되고 있고 언제 끝날지 알 수도 없다. 오늘 집에 들어가는 길에 동네 서점에 들러 평소 눈여겨보았지만 선뜻 구매하지 못했던 책을 한 권씩 품에 안고 들어가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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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사람들이 그렇게

마음은 두고
몸들이 없어지나요

-없어지는 사람 中 - P32

사랑이 폭우에 젖어
불어터지게 살아온
네가
나에게 오기까지
힘들지 않은 날이 있었을까

눈물이 가슴보다
먼저 북받친 날이 얼마나
많았을까

뭉클 中 - P36

그래도
무거운 등짐을 지고 있다는 것이 다행이다
뒤로 넘어질 수 있으니

그렇게도
무너질 마음이 있다는 것이 다행이다
살아 있으니

잠깐이다
그날까지

잠깐이다 中 - P42

한때의 사랑이 왜 모자랐을까

저렇게 출렁이며 나에게 오는 너를
왜 다 받아줄 수 없었을까

바닷가 모래가 대신 받아주는 그 울음을
왜 새겨두지 못했을까

어떤 위로로도
멈추는 법을 모르는 너는 몰라
이렇게 부서지며 오는 너를
나는 왜 짧은 저항으로 끝내지 못했을까

파도 같은 中 - P48

사람이 산다는 것은 자기가 심어질 마음의 자리를 찾는 일인지도 모른다.
-해설
사랑의 장소
안서현(문학평론가) - P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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