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책방 꾸리는 법 - 책과 책, 책과 사람, 사람과 사람을 잇는 공간 땅콩문고
윤성근 지음 / 유유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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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꿈 꿔본 동네책방 창업. 내게도 그것은 오래된 꿈이다. 150페이지 남짓한 분량이지만 예비 책방 주인에게는 책방운영 참고서로 충분한 내용을 담고있다.

제목에 걸맞게 작은 책방을 꾸리는 팁을 알려준다. 내가 책방 주인이 되었을 때 하고 싶다고 생각한 아이템이나 프로젝트들은 물론이고 참신한 이벤트들도 소개한다. 아~ 나 또 책방 창업 뽐뿌온다.

책방 주인이 직접 겪은 진상 손님 파트는 읽고 놀라웠다. 책을 읽고, 책을 찾는 사람들은 어느정도의 지성과 품격을 갖춘 사람일 것이라는 내 예상에 크게 어긋났다. 책을 훔친다거나 구입 후 읽고 나서 며칠이 지나 환불을 요구하는 비상식적인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 물론 전부다가 그런 것은 아닐테지만 그래도 적잖이 충격이었다. 이 책에는 없는 내용이지만, 책방 서가에 있는 책들은 모두 판매용인데 마치 샘플처럼 막 다루는 손님들도 많다는 것..! 제발 그러지 맙시다. 책방의 재산이에요!

˝책을 좋아한다면 그냥 책만 읽으세요.˝라거나 ˝돈을 벌 생각으로는 책방을 하면 안 돼요.˝라는 이야기를 책방 주인들로부터 많이 들었다. 반쪽짜리 도서정가제로 인한 책방 운영과 생계의 어려움때문이다. 그래서일까 책방 주인들에게서 느껴지는 건 단연코 뽀대와 간지, 그리고 신념이다. 막대한 부가가치를 창출 할 수는 없어도(어쩌면 적은 부가가치 창출도 어렵다) 작은 책방은 ˝사람이 사는 세상을 숨 쉬게 하는 실핏줄˝로써 우리 일상에 꼭 필요한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동네책방들이 저마다의 이유로 운영되고 그 방식 또한 차이가 있겠지만, 사람과 공간을 연결하는 어떠한 목표는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 목표가 모든 책방 주인들로 하여금 다음 날, 또 그 다음 날 책방 문을 열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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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옳고 너는 틀렸다 - 민주주의를 무너뜨리는 극단과 광기의 정치
유창선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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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과 주제가 흥미로워서 읽었다. 저자는 박원순 성폭력 사건, 조국사태, 추미애와 윤석열의 분쟁, 김어준, 유시민 등 인물과 사건을 중심으로 문재인정부 이후 자주 목격된 내로남불 정치를 비판한다.

참 이상했다. 분명 이명박근혜 정부 때는 불합리함을 성토하며 비판했던 동지가 어느샌가 문정부를 엄호하고 보호하고 나섰다. 누군가 자신의 뜻과 맞지 않으면 적폐로 몰아가고 조리돌림을 하고는 문재인정부와 그 인사, 민주당에 대해 비판할 수 조차 없게 만들었다. 참혹 그 자체였다. 나 역시 ˝내 의견을 말 했다가는 저렇게 조리돌림 당하겠지˝하는 두려움이 생겼다. 그래도 가끔 아닌건 아니라고 말할 때면, 감성에만 호소하는 그들과 더 이상 이성적 대화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조롱의 단어였던 ‘문빠‘는 문빠 그룹이 전유하여 스스로의 정체성으로 만들어버렸다. 그리고는 내놓고 정치 팬덤 화력을 보여주고 있다. 언젠가부터 한국정치는 팬덤싸움으로 변질되고 말았다.

독재로부터의 투쟁으로 민주화를 이끌어냈다는 자긍심은 586세대를 관통하는 핵심 정신이자 집단의식이다. 그들만의 특별한 역사적 경험은 태극기부대가 이념갈등과 한국전쟁으로 인해 갖게된 반공의식과 다르지 않다. 두 그룹 모두 그들만의 경험을 토대로 믿고싶은대로 믿고 보고싶은대로 보고 있다. ˝모든 광신자는 똑같은 붕대로 눈을 가리고 있다˝는 저자의 말처럼, 586정치인들과 그의 추종자들은 태극기부대와 유사한 모습을 보인다.

저자는 더 새롭지도 놀랍지도 않은 사실들을 언급하며 그들만의 리그가 되어버린 정치 상황에 안타까움을 토로한다. 반복되는 내용에 읽다가 흥미가 떨어지긴 했지만 주제만으로도 우리 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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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한 행복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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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에게 방해되는 요소는 모조리 제거해 무결의 행복을 꿈꾸는 주인공. 그는 타인에 공감하지 못하고, 상황과 필요에 따라 감정을 절제 또는 이용하는 소시오패스로 표현된다. 작가는 이 책을 나르시시즘과 행복을 주제로 쓴 것이라 했다. 하지만 나는 그 전제가 되는 소시오패스에 집중했다.

소시오패스, 양심적 가책을 느끼지 못하고 감정의 결여로 공감능력이 부족한 사람들. 그들은 사건/사고를 다루는 TV프로그램에서 언급되기 십상이다. 소시오패스는 정말 현실과 동떨어진 어딘가에 존재하는 것일까. 아닐걸. 이 책에서만해도 한 아이의 엄마이자 누군가의 배우자로 그려졌으니까. 책을 덮으며 생각했다. 소시오패스는 어디에나 존재할 뿐 아니라 우리 사회가 소시오패스를 양산하고 있는 것만 같다고.

취업시장에서 자주 사용됐던 압박면접이 그러하다. 어떠한 모욕적인 상황에도 침착성을 유지하고 면접관이 원하는 답을 내려야만 하는 것. 이와같은 감정적 압박 면접은 감정이 결여된 소시오패스에게 유리한 과정일 뿐이라고 김경일 인지심리학 교수는 말했다. 압박질문하는 사람, 그 질문에 잘 대처해서 합격하는 사람 모두 소시오패스인건가?

앞만 보고 가야한다. 동기를 밟고 올라가야만 장래에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상대평가에 길들여져 성장한다. 그동안 관계맺기와 감정은 거세당한다.

모른 척 해야한다. 조직 내 부조리함을 알아도 맞설 수 없다. 맞서는 순간 따라올 괴롭힘, 권고사직 등이 후폭풍이 두렵다. 그동안 양심은 사라진다.

공감과 유대가 상실된 시대다. 300여 명의 목숨을 한 순간에 앗아간 참사, 그 후 7년. 유가족들에게 ‘피로감‘을 표출하고 입에 담지 못할 악담을 퍼붓는다. 혐오범죄를 묻지마범죄로 둔갑시키고 두려움에 떠는 사람들을 조롱한다. 주문한 택배가 오지 않는다며 헌법에 보장된 파업권을 행사하는 노동조합원들을 비난한다. 공감과 양심, 유대가 사라진 우리 사회의 민낯이다.

˝행복은 뺄셈이며, 완전한 행복은 불행의 가능성을 없애가는 것˝이라는 유나의 말에 이기심만 남은 현실이 떠오른다. 사람 간 이해와 유대를 생각하며 마르틴 니묄러의 시 <처음 그들이 왔을 때>로 마무리를 갈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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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까지 가자
장류진 지음 / 창비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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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영인 문학평론가의 요약처럼 이 책은 “흙수저 여성 청년 3인의 코인열차 탑승기”다. 평범한 직장인이었던 세 여성이 가상화폐가 떠오르던 2017년, 코인 시장에 합류해 떡락과 떡상을 오가며 울고 웃는다. 워낙 하이퍼리얼리즘인데다 오늘의 세태를 여과없이 보여주는 내용이라 단 몇 시간만에 완독했다.

금수저로 태어나는 것보다 더 어려운 것이 빚이 없는 것 같은 시대다. 학자금 대출이라는 빚더미에 앉아 사회로 등떠밀려 나왔는데 인턴이다, 무기계약직이다, 하청이다 하는 나쁜일자리들만 즐비한 현실에 눈 앞이 캄캄하다. 80년대의 민주화와 고도성장기의 열풍으로 ‘승리‘의 경험을 갖고 있는 기성세대와는 달리 청년세대에겐 ‘노오력‘을 해도 달라지지않는 밑바닥 아래의 삶이 일상이다. 그런 청년들에게 가상화폐는 ‘유일한 탈출구‘ 어쩌면 그 보다 더 큰 의미로 작용한다. 그러니 가진 것이 없어 잃을 것도 없는 청년들은 인생 한방을 노리는 거겠지.

떡상의 시기를 타고 ‘달까지 가자‘는 주문이 현실이 되기를 간절히 염원하는 주인공들의 모습을 보며, 위태로운 불안함 속에서도 나까지 그들을 응원하게 됐다. 한편으로는 노동력의 가치가 투여된 것이 화폐라는 마르크스 선생님의 말씀이 떠올ㄹ..아, 집을 안 사고 전세로 집을 얻은 주인공 다해를 보고 안타까웠다. 다해야.. 오늘 날 전세대란이 있기 전에 은상언니 말 듣고 집 사는 게 맞았어..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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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결정 - 행복하고 존엄한 삶은 내가 결정하는 삶이다 일상인문학 5
페터 비에리 지음, 문항심 옮김 / 은행나무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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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면으로부터의 성찰과 사고, 외부로부터의 학습 등은 명확한 자기인식의 기반이 되고 이는 곧 자기결정의 토대가 된다는 것이 이 책의 핵심이다.

사람들이 불편한 진실을 마주하는 것에 대한 패턴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알거나(나아가 실천까지) 알고도 모른척 하거나 모른다. 이를 두고 저자는 ˝불편한 진실을 또 한 번 피해가는 자신을 보면서 우리는 스스로를 존중할 수 없습니다. 존중은커녕 명확하고 격렬한 경멸을 느끼지요.˝라고 말하고 있다. 그런데 과연 그들은 스스로에 대한 경멸감을 느낄까.

애초에 자기인식이 가능해야만 자아상에 대한 고찰이 가능하고 그 결과로 자기존중에 가능한데, 진실로부터 도피/회피하는 경향의 사람에게 자기인식이 되어있느냐는 거다. 이를테면 ‘아묻따 내말이 맞다 웅앵웅‘하는 사람들. 나는 오래전 부터 인간은 사유하기에 짐승과 다르다는 말을 믿어왔다. 그런데 이제는 모르겠다.

지금은 찾으려 노력하지 않아도 여기저기서 음성으로 책을 읽어주고, 주요 뉴스를 간추려주고, 장황한 이야기를 세 줄로 요약해준다. 오늘 우리는 그야말로 정보의 홍수 속에 살고 있다. 너무 편한 세상이다. 생각, 그러니까 스스로 사유할 필요가 없는 세상이다. 오히려 생각하는 사람은 진지충이라고 조롱받기 십상이다.

쏟아지는 이슈들을 발빠르게 요약해 올리는 유튜버A가 여지껏 해왔던 악행들을 한 유튜브 채널을 통해 보게 됐다. A는 소위 말하는 ‘렉카‘유튜버인데 온갖 혐오를 조장하는 것은 물론이고, 사실이 아닌 의혹만으로 많은 사람들을 마녀사냥 해왔다. 심지어 A에게 저격당해 심한 몰매를 맞던 어느 유튜버가 있었는데 그 때문에 어머니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까지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된 어제, 나는 할 말을 잃었다.

A의 구독자는 약 100만명이다. 그들은 혐오로 범벅된 마녀사냥을 해 온 A의 주장에 제동을 걸지 않았다. 그들은 그럴 필요가 없었다. A의 말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동화되었으니까. 생각할 필요가 없기때문에, 생각하고 싶지 않기 때문에. 결핍된 사유의 결과는 참혹했다.

이 뿐인가. 자극적인 혐오이슈를 이용하는 영악함에 수 많은 사람들은 스스로 적극적인 비가치재가 되고 있다. 존재에 대해 생각하는 요즘, 부끄러움을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이 안타깝고 슬프다. 사고의 결여는 자기인식의 부재를 가져와 무늬만 사람인 꼴이 되고 만다. 선택과 결정은 스스로 하는 것이다. 당신은 사람이고 싶은가, 사람인 척 하고 싶은가.

p34 도덕적 수치심이나 후회는 자문할 수 있고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존재에게만 의미가 있습니다.
p70 자기 자신이 하는 행동의 동기에 대한 이해가 적을수록 잔인함으로 치우칠 위험은 높아집니다.
p96 교양을 쌓는다는 것, 그것은 잠에서 깨어나는 것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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