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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결정 - 행복하고 존엄한 삶은 내가 결정하는 삶이다 ㅣ 일상인문학 5
페터 비에리 지음, 문항심 옮김 / 은행나무 / 2015년 9월
평점 :
내면으로부터의 성찰과 사고, 외부로부터의 학습 등은 명확한 자기인식의 기반이 되고 이는 곧 자기결정의 토대가 된다는 것이 이 책의 핵심이다.
사람들이 불편한 진실을 마주하는 것에 대한 패턴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알거나(나아가 실천까지) 알고도 모른척 하거나 모른다. 이를 두고 저자는 ˝불편한 진실을 또 한 번 피해가는 자신을 보면서 우리는 스스로를 존중할 수 없습니다. 존중은커녕 명확하고 격렬한 경멸을 느끼지요.˝라고 말하고 있다. 그런데 과연 그들은 스스로에 대한 경멸감을 느낄까.
애초에 자기인식이 가능해야만 자아상에 대한 고찰이 가능하고 그 결과로 자기존중에 가능한데, 진실로부터 도피/회피하는 경향의 사람에게 자기인식이 되어있느냐는 거다. 이를테면 ‘아묻따 내말이 맞다 웅앵웅‘하는 사람들. 나는 오래전 부터 인간은 사유하기에 짐승과 다르다는 말을 믿어왔다. 그런데 이제는 모르겠다.
지금은 찾으려 노력하지 않아도 여기저기서 음성으로 책을 읽어주고, 주요 뉴스를 간추려주고, 장황한 이야기를 세 줄로 요약해준다. 오늘 우리는 그야말로 정보의 홍수 속에 살고 있다. 너무 편한 세상이다. 생각, 그러니까 스스로 사유할 필요가 없는 세상이다. 오히려 생각하는 사람은 진지충이라고 조롱받기 십상이다.
쏟아지는 이슈들을 발빠르게 요약해 올리는 유튜버A가 여지껏 해왔던 악행들을 한 유튜브 채널을 통해 보게 됐다. A는 소위 말하는 ‘렉카‘유튜버인데 온갖 혐오를 조장하는 것은 물론이고, 사실이 아닌 의혹만으로 많은 사람들을 마녀사냥 해왔다. 심지어 A에게 저격당해 심한 몰매를 맞던 어느 유튜버가 있었는데 그 때문에 어머니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까지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된 어제, 나는 할 말을 잃었다.
A의 구독자는 약 100만명이다. 그들은 혐오로 범벅된 마녀사냥을 해 온 A의 주장에 제동을 걸지 않았다. 그들은 그럴 필요가 없었다. A의 말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동화되었으니까. 생각할 필요가 없기때문에, 생각하고 싶지 않기 때문에. 결핍된 사유의 결과는 참혹했다.
이 뿐인가. 자극적인 혐오이슈를 이용하는 영악함에 수 많은 사람들은 스스로 적극적인 비가치재가 되고 있다. 존재에 대해 생각하는 요즘, 부끄러움을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이 안타깝고 슬프다. 사고의 결여는 자기인식의 부재를 가져와 무늬만 사람인 꼴이 되고 만다. 선택과 결정은 스스로 하는 것이다. 당신은 사람이고 싶은가, 사람인 척 하고 싶은가.
p34 도덕적 수치심이나 후회는 자문할 수 있고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존재에게만 의미가 있습니다.
p70 자기 자신이 하는 행동의 동기에 대한 이해가 적을수록 잔인함으로 치우칠 위험은 높아집니다.
p96 교양을 쌓는다는 것, 그것은 잠에서 깨어나는 것과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