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에게 방해되는 요소는 모조리 제거해 무결의 행복을 꿈꾸는 주인공. 그는 타인에 공감하지 못하고, 상황과 필요에 따라 감정을 절제 또는 이용하는 소시오패스로 표현된다. 작가는 이 책을 나르시시즘과 행복을 주제로 쓴 것이라 했다. 하지만 나는 그 전제가 되는 소시오패스에 집중했다.소시오패스, 양심적 가책을 느끼지 못하고 감정의 결여로 공감능력이 부족한 사람들. 그들은 사건/사고를 다루는 TV프로그램에서 언급되기 십상이다. 소시오패스는 정말 현실과 동떨어진 어딘가에 존재하는 것일까. 아닐걸. 이 책에서만해도 한 아이의 엄마이자 누군가의 배우자로 그려졌으니까. 책을 덮으며 생각했다. 소시오패스는 어디에나 존재할 뿐 아니라 우리 사회가 소시오패스를 양산하고 있는 것만 같다고.취업시장에서 자주 사용됐던 압박면접이 그러하다. 어떠한 모욕적인 상황에도 침착성을 유지하고 면접관이 원하는 답을 내려야만 하는 것. 이와같은 감정적 압박 면접은 감정이 결여된 소시오패스에게 유리한 과정일 뿐이라고 김경일 인지심리학 교수는 말했다. 압박질문하는 사람, 그 질문에 잘 대처해서 합격하는 사람 모두 소시오패스인건가?앞만 보고 가야한다. 동기를 밟고 올라가야만 장래에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상대평가에 길들여져 성장한다. 그동안 관계맺기와 감정은 거세당한다.모른 척 해야한다. 조직 내 부조리함을 알아도 맞설 수 없다. 맞서는 순간 따라올 괴롭힘, 권고사직 등이 후폭풍이 두렵다. 그동안 양심은 사라진다.공감과 유대가 상실된 시대다. 300여 명의 목숨을 한 순간에 앗아간 참사, 그 후 7년. 유가족들에게 ‘피로감‘을 표출하고 입에 담지 못할 악담을 퍼붓는다. 혐오범죄를 묻지마범죄로 둔갑시키고 두려움에 떠는 사람들을 조롱한다. 주문한 택배가 오지 않는다며 헌법에 보장된 파업권을 행사하는 노동조합원들을 비난한다. 공감과 양심, 유대가 사라진 우리 사회의 민낯이다.˝행복은 뺄셈이며, 완전한 행복은 불행의 가능성을 없애가는 것˝이라는 유나의 말에 이기심만 남은 현실이 떠오른다. 사람 간 이해와 유대를 생각하며 마르틴 니묄러의 시 <처음 그들이 왔을 때>로 마무리를 갈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