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령님이 보고 계셔 - 홍칼리 무당 일기
홍칼리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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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주명리학의 성차별적 해석과 굿판에서 제물로 바치는 비인간 동물의 사체를 보고, 왜 꼭 그래야만 하는지 의문을 품은 홍칼리는 점을 보러 오는 사람들에게 좀 더 입체적이고 폭넓은 생각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준다. 유명한 페미니스트 명리학자 릴리스처럼 많은 여성들에게 유의미한 내용을 전해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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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의 아빠가 됐다 - 가난의 경로를 탐색하는 청년 보호자 9년의 기록 이매진의 시선 6
조기현 지음 / 이매진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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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갓 스물이 되던 해 갑자기 쓰러진 아버지. 저자와 아버지를 둘러싼 급박한 순간과 탈출구 없는 상황의 반복은 매 장을 넘길때마다 한숨이 절로 났다.

국가적 돌봄의 부재는 저자로 하여금 가난의 경로를 따라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게 만들었다. 민원인을 비롯해 공무원들이 득실한 곳에서 프라이버스는 고사하고 내 가난을 고백해야만 했던 저자는 끊임없이 사회로부터 소외되는 경험을 한다. 병원비를 감당하지 못하는 사람은 불쌍한데 착해야 하고, 삶 전체를 가난으로 설명해야(41쪽) 이런저런 경제적 지원 심사에 통과할 수 있으니까.

일을 하면 기초생활수급대상자에서 탈락한다. 일정 금액 이상의 월급을 받으면 차상위계층에서도 탈락한다. 그래서 일을 안하고 나라에서 지원금을 받는 편이 낫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은 복지대상자들이 도덕적 해이에 빠진다고 염려한다. 일을 하고 싶어도 지원이 끊기니 일을 할 수 없는 현실, 진짜 도덕적 해이를 야기하는 것은 누구일까?

˝하루 8만 5천원을 받는 간병인은 아빠 나이에 내 나이를 더한 나이였다.˝(48쪽)는 문장은 이 책이 전하는 메세지와 한국 사회를 관통한다. 이 책에서 꼬집는 의무부양자제도와 저임금 여성노동자에게 전가하는 돌봄노동 문제 등은 곧 초고령사회로 진입할 이 사회가 해결해야 할 과제다. 돌봄의 문제는 특정한 누군가만이 경험할 일이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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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글을 쓰면 좋겠습니다 - 나와 당신을 돌보는 글쓰기 수업
홍승은 지음 / 어크로스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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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을 통해 자각하게 된 소수자의 사회적 위치와 차별의 작동 원리는 나의 인권 감수성을 더욱 예민하게 만든다. 장애인 문제나 성소수자 문제에 대해서 예전보다 더 관심이 가고 차별의 구도도 빨리 인식하게 되었다. 이런 배움을 동물에게까지 넓히자니 나는 거의 수도자, 수도승이 되는 기분인데 이렇게까지 피곤하게 살아야 할까, 하는 불평이 마음속에서 터져 나온다. 하지만 피곤하다는 이유로 내세울 수 있는 선택의 여유는 내가 누리는 기득권이고, 누군가에게 혹은 어느 동물에게는 숨 막히게 싸워야 할 삶의 문제인 것이다. 그걸 지금 깨달았다. 산다는 것은 매일매일 다른 존재의 불행 위를 걸어가는 것이라고.˝

위의 글은 저자가 글쓰기 모임에서 만난 D의 글로 자신이 15여 년 전부터 채식을 시작한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 쓴 것인데요. 홍승은의 책을 읽었지만 이 글이 가장 인상 깊었습니다. 어쩌면 저자는 그걸 바라고 이 책의 상당 부분을 글쓰기 모임에서 만난 이들의 글을 싣는 데 할애했는지도 모릅니다. 별 볼일 없다고 스스로 폄하하던 그들의 글이 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더 많은 이들에게 가닿을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려고요.

저자는 김원영 변호사가 첫 책 출간 이후 8년 만에 낸 책을 통해 ‘나‘에서 ‘실격당한 자들‘로 주체의 확장을 보여주었다고 말하는데, 저는 홍승은 역시 이 책을 통해 주체와 시야가 확장되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홍승은의 글을 읽을 때면 저는 이따금씩 눈물을 흘리고, 자주 제 과거를 떠올리게 됩니다. 이미 오래전 저자의 첫 책을 읽고서 세상의 평가에 굴하지 않고 자기 이야기를 했다는 것에 감동받은 저는 ‘언젠가 나도 내 이야기를 쓸 거야.‘라고 다짐했어요. 두려움 때문에 좀처럼 쓰는 일은 쉽지 않았고, 오랜 시간 버거운 일이었는데요. 그때마다 홍자매라 불리는 홍승은, 홍승희의 글이 위로와 용기가 되곤 했습니다. 저는 이제야 용기를 내서 내 안에 응어리진 무언가를 넋두리 후에 흩어지는 그 언어들을 쓰기를 통해 해소하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느낀 것처럼 이 책은 많은 분들에게 자기 서사 쓰기를 실천케하는 용기가 될 것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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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의 폭력 - 고대 그리스부터 n번방까지 타락한 감각의 역사
유서연 지음 / 동녘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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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고대부터 이어져온 여성 착취를 설명하면서 보는 순간, 그러니까 당장 눈앞의 대상으로 그 외의 시간과 맥락이 생략된 ‘지금 여기에 있는‘ 현전성에 집중한다. 현전성은 사진이나 영상에 등장하는 여성을 타자화시키는 가장 주요한 개념으로, 주체인 ‘나‘와 객체인 ‘너‘를 구분 짓는 것이라 말한다. 이것은 곧 자신의 주체성을 지키고 타인을 객체화 시키는 무기가 되는데(152쪽) 이로 인해 남성들은 소라넷, 불법 촬영물, N번방에 이르기까지 디지털 성 착취물을 공유하며 서로의 유대를 확인하고, 여성혐오를 둘러싼 광기와 폭력의 주체가 된다.

책에 따르면 관객들은 신이 되어 스크린에 보이는 세계를 자신이 지배하고 있으며 카메라의 시선을 따라 모든 것을 볼 수 있다고 착각하게 되어, 영화는 기계장치가 만든 허위적인 환각일 뿐이지만 관객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영화 장치가 내포한 이데올로기를 가감 없이 받아들이게 된다.(134쪽) 결국 영화나 드라마에서 셀 수 없이 많은 여성들이 살인당하거나 성착취를 당하는 것을 보는 관객의 시각은 ˝객체화된 여성의 신체 이미지를 스크린을 통해 보는 쾌락과 즐거움이 관음증으로 전환˝(138쪽) 되고, 이는 여성 배우의 극중 노출 장면이 인터넷을 통해 ‘액기스 영상‘의 이름으로 퍼져나가거나 여성 살해를 연상케하는 사진이 잡지의 표지를 장식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화면에 현전하는 여성의 신체는 이미 사람이 아닌 사물에 불과한 것이기 때문에. 매 장을 넘길 때마다˝몇 년 전 한 줌의 재가 된 내 친구는 어째서 한국 남자들의 모니터 속에 XX대 XX녀 라며 아직 살아있는가.˝라고 쓴 피켓이 떠올랐다. 여성은 사망했더라도 화면 속에 현전하기에 산 것도 죽은 것도 아닌 채로 남성들에 의해 새로운 이름으로 계속해서 공유된다.

또한 남성은 공고한 남성 카르텔 덕분에 이러한 행위들에 수치심을 느끼지 못하고 오히려 안전하게 불법 영상물을 소비한다. 불법 영상물 카르텔의 중심 손정우와 갓갓, 박사, 양진호 등은 솜방망이 처벌을 받았고 성착취물을 공유하며 소비했던 공범들은 아무렇지 않게 살고 있겠지. 여성은 화장실도, 버스나 지하철도 하물며 자신의 집도 안심할 수 없는 불법 촬영이 만연한 세상이다. ‘일상적 공포‘라는 말은 이제 구태의연한 표현이 되었지만, 여전히 여성들은 일상에서 두려움을 느낀다. 남성들의 시각의 폭력에 저항하기 위해 여성들은 시선강간이라는 단어를 만들어 사용해왔다. 이것이 과하다거나 불편하게 느껴지는 남성들이 있다면, 모든 남자를 똑같이 보지 말라고 불평할 것이 아니라 불법을 일삼는 남성 카르텔을 향해 말하라. 멈추라고. 공분해야 할 대상은 여성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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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여자는 없다 - 국민여동생에서 페미나치까지
게릴라걸스 지음, 우효경 옮김 / 후마니타스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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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든 남성의 추접한 성적 욕망을 투영해 만든 ‘롤리타‘, 식료품과 요리책 마케팅에 사용한 ‘제마이마‘ 등은 남성 중심의 사회가 세상에 없는 여성은 만들어서라도 기존 여성에게 혐오와 숭배 이미지를 주입시키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 여자는 결국 남성들이 만들어놓고 욕하는 가상세계의 누군가였다. 시대와 세계를 막론하고 남성들의 주특기는 내뇌망상인게로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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