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글을 쓰면 좋겠습니다 - 나와 당신을 돌보는 글쓰기 수업
홍승은 지음 / 어크로스 / 2020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페미니즘을 통해 자각하게 된 소수자의 사회적 위치와 차별의 작동 원리는 나의 인권 감수성을 더욱 예민하게 만든다. 장애인 문제나 성소수자 문제에 대해서 예전보다 더 관심이 가고 차별의 구도도 빨리 인식하게 되었다. 이런 배움을 동물에게까지 넓히자니 나는 거의 수도자, 수도승이 되는 기분인데 이렇게까지 피곤하게 살아야 할까, 하는 불평이 마음속에서 터져 나온다. 하지만 피곤하다는 이유로 내세울 수 있는 선택의 여유는 내가 누리는 기득권이고, 누군가에게 혹은 어느 동물에게는 숨 막히게 싸워야 할 삶의 문제인 것이다. 그걸 지금 깨달았다. 산다는 것은 매일매일 다른 존재의 불행 위를 걸어가는 것이라고.˝

위의 글은 저자가 글쓰기 모임에서 만난 D의 글로 자신이 15여 년 전부터 채식을 시작한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 쓴 것인데요. 홍승은의 책을 읽었지만 이 글이 가장 인상 깊었습니다. 어쩌면 저자는 그걸 바라고 이 책의 상당 부분을 글쓰기 모임에서 만난 이들의 글을 싣는 데 할애했는지도 모릅니다. 별 볼일 없다고 스스로 폄하하던 그들의 글이 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더 많은 이들에게 가닿을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려고요.

저자는 김원영 변호사가 첫 책 출간 이후 8년 만에 낸 책을 통해 ‘나‘에서 ‘실격당한 자들‘로 주체의 확장을 보여주었다고 말하는데, 저는 홍승은 역시 이 책을 통해 주체와 시야가 확장되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홍승은의 글을 읽을 때면 저는 이따금씩 눈물을 흘리고, 자주 제 과거를 떠올리게 됩니다. 이미 오래전 저자의 첫 책을 읽고서 세상의 평가에 굴하지 않고 자기 이야기를 했다는 것에 감동받은 저는 ‘언젠가 나도 내 이야기를 쓸 거야.‘라고 다짐했어요. 두려움 때문에 좀처럼 쓰는 일은 쉽지 않았고, 오랜 시간 버거운 일이었는데요. 그때마다 홍자매라 불리는 홍승은, 홍승희의 글이 위로와 용기가 되곤 했습니다. 저는 이제야 용기를 내서 내 안에 응어리진 무언가를 넋두리 후에 흩어지는 그 언어들을 쓰기를 통해 해소하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느낀 것처럼 이 책은 많은 분들에게 자기 서사 쓰기를 실천케하는 용기가 될 것이에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