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의 아빠가 됐다 - 가난의 경로를 탐색하는 청년 보호자 9년의 기록 이매진의 시선 6
조기현 지음 / 이매진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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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갓 스물이 되던 해 갑자기 쓰러진 아버지. 저자와 아버지를 둘러싼 급박한 순간과 탈출구 없는 상황의 반복은 매 장을 넘길때마다 한숨이 절로 났다.

국가적 돌봄의 부재는 저자로 하여금 가난의 경로를 따라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게 만들었다. 민원인을 비롯해 공무원들이 득실한 곳에서 프라이버스는 고사하고 내 가난을 고백해야만 했던 저자는 끊임없이 사회로부터 소외되는 경험을 한다. 병원비를 감당하지 못하는 사람은 불쌍한데 착해야 하고, 삶 전체를 가난으로 설명해야(41쪽) 이런저런 경제적 지원 심사에 통과할 수 있으니까.

일을 하면 기초생활수급대상자에서 탈락한다. 일정 금액 이상의 월급을 받으면 차상위계층에서도 탈락한다. 그래서 일을 안하고 나라에서 지원금을 받는 편이 낫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은 복지대상자들이 도덕적 해이에 빠진다고 염려한다. 일을 하고 싶어도 지원이 끊기니 일을 할 수 없는 현실, 진짜 도덕적 해이를 야기하는 것은 누구일까?

˝하루 8만 5천원을 받는 간병인은 아빠 나이에 내 나이를 더한 나이였다.˝(48쪽)는 문장은 이 책이 전하는 메세지와 한국 사회를 관통한다. 이 책에서 꼬집는 의무부양자제도와 저임금 여성노동자에게 전가하는 돌봄노동 문제 등은 곧 초고령사회로 진입할 이 사회가 해결해야 할 과제다. 돌봄의 문제는 특정한 누군가만이 경험할 일이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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