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죽음과 죽음 이후의 세계에 대한 내용으로 현상을 바라보는 작가의 통찰력과 무한한 상상력이 돋보였다.우주를 개척해서 탐험하듯이 영계를 탐험하는 타나타노트들. 계속된 영계 탐사로 알게 된 전세, 현세, 내세 그리고 그로인해 불거진 인간들의 무기력함이 설득력있게 묘사되었다. 인상깊었던 건 영계 탐사의 상업화는 물론이고 자본주의의 영계로까지의 확장이었다. 죽음으로도 돈을 벌겠다는 인간의 속물적 의지는 현실에서도 발견되니 썩 놀랍지는 않았다.천사들의 심판을 받기위해 아주 많은 영혼들이 줄지어 기다린다는 점이나 태양계와 우리은하 등 여러 은하계를 지나야만 영계에 도달할 수 있다는 설정들이 뭔가 귀엽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어떠한 방향과 태도로 내 삶을 살아가야하는지에 대해 물음을 던져주는 결코 가볍지 않은 소설이었다.
나 역시도 한 때는 어린이였기때문일까? 읽다 몇 번씩 울컥했다.어린이는 그 몸집이 작아도 1명의 인격체라는 것을 대부분이 쉽게 잊고는 한다. 어린이를 통제해야하고 평가해야 하는 대상으로 바라보기 일쑤다. 이 책은 읽는 매 순간 나를 반성케 했다.˝어린이는 정치적인 존재˝라는 작가의 말에 동의할 수 밖에 없었다. 모든 것을 순수한 눈으로 바라보는 어린이들을 통해 세상은 적나라하게 드러나곤 한다. 정치나 사회문제에 있어 어린이의 어떠한 표현과 행동이 불편하신가? 무엇이 두려워서 아이들을 논의의 장으로 불러내지 못하는 건가? 혹시 못난 자신/어른의 문제때문이지는 않을까?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꿈 꿔본 동네책방 창업. 내게도 그것은 오래된 꿈이다. 150페이지 남짓한 분량이지만 예비 책방 주인에게는 책방운영 참고서로 충분한 내용을 담고있다. 제목에 걸맞게 작은 책방을 꾸리는 팁을 알려준다. 내가 책방 주인이 되었을 때 하고 싶다고 생각한 아이템이나 프로젝트들은 물론이고 참신한 이벤트들도 소개한다. 아~ 나 또 책방 창업 뽐뿌온다.책방 주인이 직접 겪은 진상 손님 파트는 읽고 놀라웠다. 책을 읽고, 책을 찾는 사람들은 어느정도의 지성과 품격을 갖춘 사람일 것이라는 내 예상에 크게 어긋났다. 책을 훔친다거나 구입 후 읽고 나서 며칠이 지나 환불을 요구하는 비상식적인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 물론 전부다가 그런 것은 아닐테지만 그래도 적잖이 충격이었다. 이 책에는 없는 내용이지만, 책방 서가에 있는 책들은 모두 판매용인데 마치 샘플처럼 막 다루는 손님들도 많다는 것..! 제발 그러지 맙시다. 책방의 재산이에요!˝책을 좋아한다면 그냥 책만 읽으세요.˝라거나 ˝돈을 벌 생각으로는 책방을 하면 안 돼요.˝라는 이야기를 책방 주인들로부터 많이 들었다. 반쪽짜리 도서정가제로 인한 책방 운영과 생계의 어려움때문이다. 그래서일까 책방 주인들에게서 느껴지는 건 단연코 뽀대와 간지, 그리고 신념이다. 막대한 부가가치를 창출 할 수는 없어도(어쩌면 적은 부가가치 창출도 어렵다) 작은 책방은 ˝사람이 사는 세상을 숨 쉬게 하는 실핏줄˝로써 우리 일상에 꼭 필요한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동네책방들이 저마다의 이유로 운영되고 그 방식 또한 차이가 있겠지만, 사람과 공간을 연결하는 어떠한 목표는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 목표가 모든 책방 주인들로 하여금 다음 날, 또 그 다음 날 책방 문을 열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 아닐까.
제목과 주제가 흥미로워서 읽었다. 저자는 박원순 성폭력 사건, 조국사태, 추미애와 윤석열의 분쟁, 김어준, 유시민 등 인물과 사건을 중심으로 문재인정부 이후 자주 목격된 내로남불 정치를 비판한다.참 이상했다. 분명 이명박근혜 정부 때는 불합리함을 성토하며 비판했던 동지가 어느샌가 문정부를 엄호하고 보호하고 나섰다. 누군가 자신의 뜻과 맞지 않으면 적폐로 몰아가고 조리돌림을 하고는 문재인정부와 그 인사, 민주당에 대해 비판할 수 조차 없게 만들었다. 참혹 그 자체였다. 나 역시 ˝내 의견을 말 했다가는 저렇게 조리돌림 당하겠지˝하는 두려움이 생겼다. 그래도 가끔 아닌건 아니라고 말할 때면, 감성에만 호소하는 그들과 더 이상 이성적 대화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조롱의 단어였던 ‘문빠‘는 문빠 그룹이 전유하여 스스로의 정체성으로 만들어버렸다. 그리고는 내놓고 정치 팬덤 화력을 보여주고 있다. 언젠가부터 한국정치는 팬덤싸움으로 변질되고 말았다.독재로부터의 투쟁으로 민주화를 이끌어냈다는 자긍심은 586세대를 관통하는 핵심 정신이자 집단의식이다. 그들만의 특별한 역사적 경험은 태극기부대가 이념갈등과 한국전쟁으로 인해 갖게된 반공의식과 다르지 않다. 두 그룹 모두 그들만의 경험을 토대로 믿고싶은대로 믿고 보고싶은대로 보고 있다. ˝모든 광신자는 똑같은 붕대로 눈을 가리고 있다˝는 저자의 말처럼, 586정치인들과 그의 추종자들은 태극기부대와 유사한 모습을 보인다.저자는 더 새롭지도 놀랍지도 않은 사실들을 언급하며 그들만의 리그가 되어버린 정치 상황에 안타까움을 토로한다. 반복되는 내용에 읽다가 흥미가 떨어지긴 했지만 주제만으로도 우리 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자신에게 방해되는 요소는 모조리 제거해 무결의 행복을 꿈꾸는 주인공. 그는 타인에 공감하지 못하고, 상황과 필요에 따라 감정을 절제 또는 이용하는 소시오패스로 표현된다. 작가는 이 책을 나르시시즘과 행복을 주제로 쓴 것이라 했다. 하지만 나는 그 전제가 되는 소시오패스에 집중했다.소시오패스, 양심적 가책을 느끼지 못하고 감정의 결여로 공감능력이 부족한 사람들. 그들은 사건/사고를 다루는 TV프로그램에서 언급되기 십상이다. 소시오패스는 정말 현실과 동떨어진 어딘가에 존재하는 것일까. 아닐걸. 이 책에서만해도 한 아이의 엄마이자 누군가의 배우자로 그려졌으니까. 책을 덮으며 생각했다. 소시오패스는 어디에나 존재할 뿐 아니라 우리 사회가 소시오패스를 양산하고 있는 것만 같다고.취업시장에서 자주 사용됐던 압박면접이 그러하다. 어떠한 모욕적인 상황에도 침착성을 유지하고 면접관이 원하는 답을 내려야만 하는 것. 이와같은 감정적 압박 면접은 감정이 결여된 소시오패스에게 유리한 과정일 뿐이라고 김경일 인지심리학 교수는 말했다. 압박질문하는 사람, 그 질문에 잘 대처해서 합격하는 사람 모두 소시오패스인건가?앞만 보고 가야한다. 동기를 밟고 올라가야만 장래에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상대평가에 길들여져 성장한다. 그동안 관계맺기와 감정은 거세당한다.모른 척 해야한다. 조직 내 부조리함을 알아도 맞설 수 없다. 맞서는 순간 따라올 괴롭힘, 권고사직 등이 후폭풍이 두렵다. 그동안 양심은 사라진다.공감과 유대가 상실된 시대다. 300여 명의 목숨을 한 순간에 앗아간 참사, 그 후 7년. 유가족들에게 ‘피로감‘을 표출하고 입에 담지 못할 악담을 퍼붓는다. 혐오범죄를 묻지마범죄로 둔갑시키고 두려움에 떠는 사람들을 조롱한다. 주문한 택배가 오지 않는다며 헌법에 보장된 파업권을 행사하는 노동조합원들을 비난한다. 공감과 양심, 유대가 사라진 우리 사회의 민낯이다.˝행복은 뺄셈이며, 완전한 행복은 불행의 가능성을 없애가는 것˝이라는 유나의 말에 이기심만 남은 현실이 떠오른다. 사람 간 이해와 유대를 생각하며 마르틴 니묄러의 시 <처음 그들이 왔을 때>로 마무리를 갈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