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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교육처럼
이지현 지음 / 지우출판 / 2022년 11월
평점 :
품절
프랑스 교육처럼 | 스스로 공부할 줄 아는 아이로 키우는 방법 | 고등학생 추천도서
【프랑스 교육처럼】은 프랑스 교육과 대한민국 교육 시스템을 비교하고, 스스로 공부하고 생각하는 아이로 키우는 비법을 담은 책이다. 현재 프랑스 대사관 상무관실 직원으로 근무 중인 저자 이지현은 15살 당시에 예술 고등학교 진학을 실패하고, 혼자서 프랑스로 유학을 떠난다. 가족도 지인도 없는 낯선 땅에서 맨몸으로 부딪혀보겠다는 결정이었다.
6개월간 어학연수를 마치고, 프랑스 국립고등학교 입학하고, 프랑스의 수능이라 불리는 바칼로레아에 합격하여 법대에 들어가고, 생모르 국립 음악원 플루트 클래스를 수석으로 졸업한다. 훗날 한 아이의 엄마가 되어, 다시 대한민국 교육 현실을 마주하게 되면서 저자가 고등학생 시절 받았던 프랑스 교육을 떠올린다. 저자는 학창시절의 경험담을 이야기하고, 나아가 직접 깨달은 셀프 교육법을 소개한다.
우리가 새로운 환경에 도착하면 틀린그림찾기 하듯, 무엇이 있고 없고의 차이를 가장 먼저 파악한다. 만약 대한민국에는 있고, 프랑스에는 없다면, 프랑스에서는 그 무언가를 그리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이해할 수 있다. 그렇다면 프랑스에는 무엇이 없을까? 프랑스에는 입학식과 졸업식이 없고, 학생 번호가 없고, 정해진 교과서가 없고, 교무실이 없고, 남녀를 구분하여 평가하는 체육시간이 없다.
그 덕분에 선생님은 학생을 가르치는데 집중하고, 학생의 이름을 불러주기 위해 노력한다. 학교에서는 학생들에게 교과서를 대물림하고, 학생은 그 교과서를 참고용으로만 활용할 뿐, 수업 주제에 따라 도서관이나 서점에서 직접 책을 골라 스스로 공부할 내용을 찾는다. 또한 남녀 구분 없이 온갖 체육활동을 경험하면서 공부할 때 가장 중요한 체력을 키워나간다.
【프랑스 교육처럼】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수업 시간에 맞춰 내가 직접 책을 찾고 선택한다는 점이었다. 저자가 말한 셀프 교육법, 스스로 학습하는 능력은 바로 여기에서부터 시작된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교과서에 나온 똑같은 개념을 누가 입에 떠먹여주는 공부가 아니라 직접 파헤치고 고민하고 정리하면서 내 것으로 만드는 공부야말로 진짜 공부라 말할 수 있다. 프랑스는 공부에 임하는 자세부터 달랐다.
지난날을 돌이켜봤을 때, 우리가 유치원과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에 가는 이유는 오직 수능이라는 단 하나의 시험을 위해서라는 생각이 든다. 단순히 하루 동안 진행되는 수능시험을 잘 봐서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함이다. 그를 위해 수십 년을 고생하며 책상에 앉아 공부를 한다. 수능을 잘 봤든 못 봤든, 일단 어느 대학에나 들어가고 나면 내 인생에서 수능은 완전 남일이 되어버린다.
【프랑스 교육처럼】에서는 프랑스의 수능시험이라 볼 수 있는 '바칼로레아'에 관해 자세히 설명한다. 보통 하루에 한 과목씩 일주일간 치르는 바칼로레아는 논술형 시험과 구두시험으로 이루어져 있다. 20점 만점에서 전 과목의 평균이 10점 이상이면, 바칼로레아를 취득할 수 있다. 바칼로레아를 취득하면 누구나 내가 원하는 대학에 입학할 수 있다. 커트라인만 넘으면 자신이 원하는 대학에 갈 수 있기에 오로지 내 실력을 평가하는 시험이다.
【프랑스 교육처럼】에서 예로 소개한 바칼로레아 문제를 보고 깜짝 놀랐다. '고등학생한테 저런 걸 묻는다고?' 지금 나보고 대답해 보라고 해도 좀처럼 입이 떼지지 않는 문제들이다. 다섯 가지 보기에서 정답을 고르는 문제도 아니고, 단답형 주관식 문제도 아니다. 어떻게 보면 단 하나의 명확한 답이 존재하는 문제도 아니다. 암기 위주의 공부에 익숙해있는 우리로서 무척 낯선 문제 유형이다.
더 놀라운 점은 바칼로레아 철학 시험이 있는 날에는 프랑스 국민에게 철학 문제가 공개된다는 점이다. 그러면 프랑스 국민들은 올해 문제에 관해 고민하고, TV 방송에서는 각계각층 지식인들이 나와 올해 문제를 놓고 토론을 펼친다. 수능날만 지나면 평생 수능과는 무관한 삶을 사는 우리와는 너무 대조적이다. 프랑스인들에게 바칼로레아는 단순히 대학을 들어가기 위한 시험이 아니라 그들의 삶에 깊숙이 박혀있는 커다란 문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프랑스가 그렇다고 해서 우리나라도 그렇게 바꿔야 하는가? 아마 쉽지 않을 것이다. 프랑스는 200년 동안 입시제도가 바뀌지 않았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어떠한가? 더는 말하지 않겠다. 그런 와중에 어느 날 갑자기 프랑스처럼 수능을 치른다? 어마어마한 반발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조금씩 바꿔나가는 것은 옳지만, 하루아침에 바꾸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조금만 노력하면 내 아이를 프랑스 교육방식처럼 키울 수 있다. 【프랑스 교육처럼】에서는 엄마와 아이가 함께하는 실천노트를 소개한다. 아이와 함께 서점에 가서 직접 책을 고르게 하거나 책을 읽고 책 내용을 정리해 보는 연습을 하고, 아이가 악기연주와 운동을 열심히 하도록 하고, 엄마가 바라는 것이 아닌 아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늘 생각하며, 아이의 선택을 존중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저자가 고등학생 시절, 프랑스 유학을 떠나고 6개월 뒤에 여름방학을 맞아 잠시 우리나라로 귀국한다. 한국에서 3주간 시간을 보내고, 다시 양손 가득 짐을 싸 들고 프랑스로 향하는 길에 워크맨으로 이승훈의 [비 오는 거리]를 들었다고 한다. 그 순간 지난날 그리움과 고독함과 힘겨움이 떠오르면서 눈물을 왈칵 쏟았다고 한다.
아무리 프랑스 교육이 남다르고 철학적이라 해도 수업에 임하는 학생의 노력이 없다면 아무것도 이루어지지 않는다. 저자가 언어와 문화가 다른 나라에서 맨몸으로 바닥부터 시작했을 모습을 상상해 보면, 그가 겪었을 고통이 얼마나 심했을지 상상조차 가지 않는다. 【프랑스 교육처럼】을 통해 스스로 공부할 줄 아는 아이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중요하며, 그 모든 일은 교육 시스템과 학생의 부지런하고 주도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걸 깨닫는다.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