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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랜드 퀘스트 2024 - 대한민국 과학기술과 산업의 미래에 ‘질문’을 던지다
서울대학교 국가미래전략원 외 지음, 이정동 기획 / 포르체 / 2023년 11월
평점 :
책추천 그랜드 퀘스트 2024 미래를 열 질문 10가지 서울대추천도서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
어쩌다 보니 운이 좋아 종종 학회에 참석한다. 학회는 연구자들이 자신의 연구 성과를 발표하고, 연구 분야의 발전을 위해 연구자들끼리 서로 논의하고 교류하는 자리다. 학회에 참석하면 특정 분야의 기술이 어느 정도까지 발전했으며, 앞으로 어떤 방향성을 가지고 연구가 지속될 것인가를 배울 수 있다. 연구자로서 식견을 넓히는데 학회만큼 좋은 게 없다.
하지만 연구자들의 발표를 들어보면, 마치 모든 걸 다 이루었고, 모든 게 다 되는 것처럼 말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정작 현시점에서 한계는 무엇이고,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는 무엇인지는 연구자의 발표에서 확인되는 게 아니라, 발표 후 10분 정도 있는 Q&A 시간이 드러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고 발표자가 부끄러워할 일은 아니다. 연구는 계속될 것이기 때문이다.
미래를 열 질문 10가지
『그랜드 퀘스트 2024』는 서울대학교 공학전문대학원 이정동 교수님을 주축으로 서울대학교 국가미래전략원이 진행한 포럼 이름이다.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에서는 10개의 과학기술 분야에서 앞으로 해결해야 할 도전적 질문 그랜드 퀘스트(GRAND QUESTS) 10가지를 선정하였다. 그리고 각 주제마다 다른 분야를 전공한 서울대 교수님 두 분을 모셔 토의하는 시간을 가졌다.
미래를 열 질문 10가지에 대해 교수님들도 해법을 갖고 계시지 않다. 교수님들에게 던져진 질문을 놓고, 현재 기술은 어느 수준까지 올라와 있으며, 아직 해결하지 못한 난제는 무엇이며, 이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본인을 비롯해 미래의 연구자들이 어떤 부분을 고민하고 연구해야 하는지를 이야기해 주신다. 이런 거는 안 되는지, 왜 안 되는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면서 모두가 함께 꿈꾸는 미래를 그려보는 시간의 기록이 『그랜드 퀘스트 2024』에 담겨있다.
서로 긴밀하게 융합된 과학기술
『그랜드 퀘스트 2024』에서 집중하는 과학기술 분야는 반도체, 배터리, 수소, 로봇, 인공지능, 동형암호, 항노화, 항체 신약, 양자과학이다. 이미 반도체나 배터리처럼 전 세계를 대상으로 우리 기술이 인정받고 있는 분야도 있고, 이름조차 생소하고 아직 걸음마 단계 수준인 낯선 분야도 있다.
흥미로운 부분은 특정 분야가 가진 난제만 해결된다고 해서 모든 게 끝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예를 들어 비정형화된 환경에 즉각적으로 반응하고 적응하는 로봇을 만들기 위해서는 딥러닝과 머신러닝을 위한 방대한 데이터가 필요하고, 소프트웨어 향상을 위한 고성능의 반도체가 필요하며, 로봇을 오랫동안 구동시킬 수 있는 충분한 용량의 배터리도 필요하다.
다른 분야도 크게 다르지 않다. 특히 인공지능(AI)은 거의 모든 영역에서 거론되는 핵심기술이다. 서로 다르게 느껴졌던 기술들이 얼마나 긴밀하게 융합되어 있는지를 새삼 느낄 수 있었다. 『그랜드 퀘스트 2024』에서 각계각층의 전문가들을 한자리에 모아놓은 이유도 서로 다른 관점과 지식이 통합되어 아직 상상으로만 꿈꾸는 미래에 한걸음 다가가기 위함일 것이다.
연구는 계속되어야 한다.
모든 분야에서 공통적으로 가진 고민이 있었다. 그건 바로 상용화에 대한 고민이었다. 이미 우주여행을 할 수 있는 시대를 살고 있지만, 우리 모두가 우주여행을 즐기는 건 아니다. 당연히 헤아릴 수 없는 비용도 문제지만, 혹여나 문제가 생겼을 때 발생할 리스크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힘겹게 난제를 풀었는데, 상용화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산을 넘으면 또 다른 산이 기다리고 있다. 그렇기에 연구는 계속되어야 한다. 미래의 먹거리는 과학기술의 발전에서 나오는 것인데, 이 시점에서 R&D 예산 삭감이 웬 말인가. 단기적 성과만을 놓고 평가한다면, 그 누구도 중장기적 난제에 관심 갖지 않을 것이다. 기초과학의 지속적인 투자만이 그랜드 퀘스트를 풀어낼 과학인재를 탄생시킬 것이다.
연구자들이 가장 기피해야 할 말은 "이만하면 됐어."라는 말이다. 만약 과학자들이 현실에 안주한다면, 앞으로 펼쳐질 미래를 그리는 이들은 과학자가 아니라 SF영화감독일 것이다. 그럴 수는 없지 않은가. 오늘날 사회가 가진 문제를 과학 기술로 해결하고, 선도적인 기술 개발로 국가의 경쟁력을 강화하여, 사회 발전에 이바지하는 일이 바로 연구자들의 역할이다. 『그랜드 퀘스트 2024』를 읽으며, 난제 앞에서 포기하지 않는 위대한 연구자들의 이야기를 들으니 앞으로 펼쳐질 미래가 기대되었다.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