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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베르의 조각들 - 소설보다 먼저 만나는 작가
Reference by B 편집부 엮음 / REFERENCE BY B / 2023년 6월
평점 :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조각들 베스트셀러 개미 작가 인터뷰 및 그의 모든 것
그 사람이 궁금하다
나만 그런가? 내가 좋아하는 작가가 신간을 내면, 그 책을 읽기 이전에 작가의 인터뷰나 강연을 먼저 찾아보는 편이다. 어떤 이들은 오로지 작품에만 집중하기 위해 책 소개도 안 보고 리뷰도 안 본다고 그러던데, 난 아니다. 작품 속 상황은 어떤 모습인지, 작가는 무엇을 고민했는지, 어떤 마음가짐으로 썼는지 등. 책에 관한 배경지식을 알면 훗날 책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난 항상 작품 이전에 그 사람이 더 궁금했다. 신해철 음악을 사랑하면서도 신해철의 진짜 이야기가 담긴 라디오를 그에 못지않게 열심히 들었다. 배우들이 연기한 드라마나 영화를 보는 것보다 배우들의 진짜 모습이 담긴 「텐트 밖은 유럽」, 「바퀴 달린 집」, 「삼시세끼」와 같은 예능을 더 좋아한다. 그리고 여기 그의 머릿속이 너무나도 궁금한 한 사람이 있다.
한국인이 사랑하는 작가 베르베르
『베르베르의 조각들 : 소설보다 먼저 만나는 작가』는 올해로 한국 데뷔 30주년을 맞은 프랑스 천재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Bernard Werber)를 집중 조명한 책이다. 1993년 베스트셀러 『개미』를 출간한 이래 『타나토노트』, 『상대적이고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 『여행의 책』, 『아버지들의 아버지』, 『천사들의 제국』, 『쥐의 똥구멍을 꿰맨 여공』, 『뇌』, 『나무』, 『인간』, 『파피용』, 『신』, 『파라다이스』, 『카산드라의 거울』, 『웃음』,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상상력 사전』, 『제3인류』, 『잠』, 『고양이』, 『죽음』, 『기억』, 『심판』, 『문명』, 『행성』, 『상대적이고 절대적인 고양이 백과사전』, 『베르베르 씨, 오늘은 뭘 쓰세요?』 그리고 최근에 출간한 『꿀벌의 예언』까지. 무려 27개의 작품을 썼다. 만약 책 권수로 따진다면 말도 안 되게 어마어마한 양이다.
『베르베르의 조각들』에 따르면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책이 전 세계로 총 3,000만 부가 팔렸다고 한다. 그런데 그중 절반 수준인 1,300만 부가 바로 우리나라에서 팔린 책이라고 한다. 그 중 베스트셀러 『개미』, 『뇌』, 『나무』, 『신』은 100만 부 이상 팔렸다고 한다. 책 판매량만 봐도 우리나라 사람들이 얼마나 베르나르 베르베르 작가와 그의 작품을 사랑하는지 알 수 있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팬들이라면 그의 진짜 모습을 볼 수 있는 『베르베르의 조각들』과 같은 책을 오래도록 기다렸을 것이다.
베르베르는 언제 글을 쓸까?
과연 그의 하루는 어떤 모습일까? 『베르베르의 조각들』은 그의 일상을 시작부터 함께 했다. 그의 하루는 무척 빨랐다. 그는 아침 8시 30분부터 카페에서 글을 썼다. 사람이 붐비는 시간을 피해 오직 자신에게 집중하기 위해서다. 12시 30분까지 글을 쓰고, 점심을 먹고 오후 1시 30분부터 오전에 쓴 글을 검토하는 시간을 갖는다. 3시부터 5시까지는 자료 조사 및 기타 프로젝트를 하고, 그 외 시간에는 개인시간이나 가족과 시간을 가졌다.
마치 직장인처럼 그의 하루가 루틴으로 고정된 기분이었다. 매일 일정한 시간에 같은 장소에서 글을 쓰는 그의 생활방식이야말로 이토록 꾸준히 다작할 수 있는 비결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의 인터뷰 중에서도 본인의 글 쓰는 습관이 지루하거나 바꾸고 싶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으며, 이런 습관이 없었다면 지금처럼 긴 세월 동안 작품활동을 하지 못 했을 거라고 말한다.
5가지로 분류되는 베르베르의 작품 세계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매번 발표하는 작품마다 워낙 다양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터라 그의 무한한 상상력에 감탄을 금할 수 없다. 『베르베르의 조각들』은 그의 작품세계를 5가지로 분류했다. 『개미』, 『고양이』로 대표되는 <타종과의 대화>, 『아버지들의 아버지』, 『웃음』으로 대표되는 <인간탐구>, 『파피용』, 『제3인류』로 대표되는 <우주>, 『타나토노트』, 『신』으로 대표되는 <내면과의 대화·초자연적 존재 탐구>, 『잠』, 『죽음』으로 대표되는 <정신의 가능성>, 『나무』,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으로 대표되는 <상상력의 산물>까지. 작품마다 간략한 소개가 있으니, 아직 그의 작품을 경험해보지 못한 이들에게는 좋은 가이드가 될 것 같다.
오늘날 그를 있게 한 3인 인터뷰
『베르베르의 조각들』에는 오늘날 베르베르를 있게 한 주요한 3인 인터뷰가 실려있다. 첫 번째는 당연히 작가 인터뷰다. 인터뷰를 통해 어디서 어떻게 영감을 얻는지, 상상력을 단련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는지, 자신만의 개작하는 방법은 무엇인지, 작가로서 궁극적인 목표는 무엇인지, 선배 작가로 보는 후배 작가이자 아들인 조나탕 베르베르는 어떤 작가인지 등. 우리가 그동안 알고 싶던 그의 모든 것이 담겨있다.
두 번째로 1986년도에 출판사 <열린책들>을 설립하고, 『개미』 작품을 시작으로 꾸준히 베르베르의 작품을 국내에 알리고 있는 홍지웅 열린책들 대표의 인터뷰가 진행된다. 세 번째는 2007년도에 발표된 『파피용』부터 오늘날까지 번역을 맡고 있는 전미연 번역가의 인터뷰가 진행된다. 두 분의 인터뷰를 보며 베르베르 작품에 대한 애정과 정성이 남다르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베르베르에게 영향받은 사람들
이 외에도 『베르베르의 조각들』에는 정말 다양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베르베르가 정의한 단어의 뜻을 퀴즈 형태로 풀어볼 수 있고, 『SF와 함께라면』과 『우리는 SF를 좋아해』로 이름을 알린 심완선 SF 평론가가 쓴 베르베르의 작품 비평도 읽을 수 있고, 작가에게 영향을 받은 각계각층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고, 베르베르의 작품을 처음 접한 젋은 세대끼리 나눈 대담도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작가에 대한 사소한 TMI 역시 놓쳐서는 안 될 재미 포인트다.
1994년 11월 11일, 뉴욕 한 경매장에서 마이크로소프트 빌 게이츠 회장은 72쪽짜리 레오나르도 다빈치 노트를 3,080만 달러 우리나라 돈으로 약 340억 원에 구매하였다. 무려 30년 전에 벌어진 일이라고 생각했을 때, 정말 어마어마한 거액이 아닐 수 없으며 오늘날까지 가장 비싸게 팔린 고서로 기록되어 있다. 다빈치 작업노트를 소장함으로써 그의 상상력과 창조력을 내 것으로 만들려는 의미였다고 생각한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책도 레오나르도 다빈치 노트와 유사하다. 책장에 꽂혀있는 것만으로, 나아가 그의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무한한 상상의 나래가 펼쳐진다. 심지어 그가 우리에게 던져놓은 생각의 보따리를 파헤쳐보면, 내 생각을 담은 나만의 이야기를 풀어내고 싶다는 욕구가 생긴다. 내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작품을 사랑하는 이유다.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