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파괴의 역사 - 과학자의 시선으로 본
김병민 지음 / 포르체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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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IP 지구 환경도서 과학자의 시선으로 본 지구 파괴의 역사 청소년과학도서

 

RIP(Rest in peace) 지구(地球)

 

일본 도쿄전력에서 후쿠시마 오염수를 방류하던 날, 자우림의 김윤아는 개인 SNS 계정에 "RIP(Rest in peace) 지구(地球)"라는 문구가 새겨진 이미지를 올렸다. 그러자 국민의힘 김기현 당대표, 국민의힘 장예찬 청년최고위원, 전여옥 전 의원이 맹비난을 하였다. 김기현 당대표는 '개념 없는 개념 연예인'이라고 발언하였고, 장예찬 청년최고위원은 '연예인이 무슨 벼슬'이라며 공적인 발언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고, 전여옥 전 의원은 김윤아가 일본 음식을 먹는 방송을 올리며, '2의 청산규리가 롤모델'이냐며 그를 조롱하고 비난했다. 최근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도 장관 후보자 시절, 인사청문회 자리에서 김윤아의 발언을 놓고 '사회적 영향력이 있는 경우 공개적 표현에는 신중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지구에 살고 있는 한 명의 인간으로서 지구를 걱정하고, 굳이 비난하자면 오염수를 방류하겠다고 결정한 일본 정부를 비난하는 것인데, 그들은 도대체 왜 그토록 화가 났을까. 과연 그들이 생각하는 공인은 무엇이며, 그들이 바라보는 연예인은 어떤 모습일까. 과연 그들이 외치는 자유란 과연 무엇인가. 자기와 다른 생각은 말살시키려는 태도를 보며, 그들이 진정 국민을 대변하는 이들인가라는 의문이 든다. 어쩌면 그들 덕분에 2007년 성시경의 발언이 다시 재조명 받고 있다.

 

세금을 내보니까 별로 잘하는 것 같지 않으면 화가 많이 나죠. 제가 제일 큰 불만은 정치인이 공인이거든요. 정치인이 제가 생각할 때는 연예인은 공인이 아니잖아요. 연예인은 광대지. 저희는 저희 감성대로 막 슬프다고 곡을 쓰면 사랑 안 해주면 끝이고, 사랑해 주면 좋고. 그런 사람들인데 연예인한테 가장 공인의 잣대를 들이대고, 정치인은 너무 연예인 같은 게 우리나라 같애요. 저는. 정치인은 막 번복 하잖아요. 이 말도 해보고, 사람들은 또 까먹고 용서해 주고 또 뽑고. 연예인들은 말 똑바로 하고 뭐 그래야 되고 뭐 너무 많이 미워하는 거 같은 거 있잖아요. 되려 이 미워할 힘은 사실은 거짓말을 하는 정치인들 공인들에게 써도 아깝지 않을 미움인데. 쫘악 이제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얘기를 들었을 때, 연예인들만 미움을 받을까? 혹시 그게 조종 당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연예인들이 미움을 받게. 이런 고민을 한다는 거죠.

지금도 화제가 되는 성시경 레전드 발언중에서

 

 

과학은 믿는 게 아니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관해 정치인들이 하는 말을 듣고 있으면 정말 재밌다. 과학을 전공하지 않은 문과 출신들이 "어떻게 과학을 믿지 않느냐!"라며 열을 올린다. 이과 출신인 내가 듣기에는 굉장히 이상한 말이다. 과학은 절대적인 진리의 학문이 아니다. 과학은 관찰과 탐구의 학문이다. 그래서 계속 잘못된 오류를 바로잡고, 새로운 이론이 나오고, 진보된 기술을 계발한다. 끊임없이 의심하고, 고민하고, 연구하는 학문이지 "내가 한 연구가 진리야! 내 말을 믿어!" 이렇게 말하는 학문이 아니란 말이다. (그렇게 과학을 좋아하면서 R&D 예산을 줄이는 거 보면, 참으로 이해가 안 간다.)

 

늘 과학적인 관점에서 오염수 방출을 논의하려 든다. 하지만 과학적이란 말은 논점을 흐리게 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 과학적이란 의미는 객관적 데이터에 근거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 객관적 데이터는 없다. 이론과 예측, 그리고 일본 정부의 주장만 있을 뿐이다. 따라서 문제는 과학적이냐 아니냐가 아니고, 일본 정부를 신뢰할 수 있는지를 질문하는 것이 먼저다. 그 배경에 과학적 증거가 필요할 뿐이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왜 생명이 살고 있는 곳에, 그리고 전 지구가 연결된 바다에 방사성 오염수를 왜 버려야 하는가다.

김병민의 과학자의 시선으로 본 지구 파괴의 역사- 83

 

 

과학자의 시선으로 본 지구 파괴의 역사

 

생각해 보면 후쿠시마 원전 그 자체도 과학이고, 후쿠시마 원전 폭발의 원인이 된 지진과 해일도 과학이고, 오염수에서 나오는 방사성이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는 것도 과학이다. 인간이 필요해서 원전을 만들고, 그 원전 사고로 인해 인간이 피해를 입었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지구 입장에서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원전뿐만 아니라 인간이 만든 모든 구조물과 물건들, 그로 인해 배출되는 쓰레기들이 지구에게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김병민 교수님이 쓴 과학자의 시선으로 본 지구 파괴의 역사는 인류가 오직 발전과 성장에만 집중한 나머지 끝없이 지구를 파괴해온 끔찍하고 부끄러운 역사를 이야기한 책이다. 인류 발전과 성장에 가장 큰 기여를 한 과학자가 쓴 책이기에 그 의미가 남다르다. 저자는 자연이 그저 정복의 대상이 되었고, 그에 도전하는 것이 인류의 목적이 되었다는 사실에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지구가 파괴되든 말든

 

201761, 당시 미국 대통령이었던 도널드 드럼프는 파리기후변화협정에서 탈퇴하였다. 파리기후변화협정은 온실가스 배출을 줄여 지구 온난화를 방지하기 위한 전 지구적 합의안이었다. 지구 평균기온의 상승을 2이하로 억제하자는 게 목표였는데, 도널드 드럼프는 기후 변화가 좌파들이 지어낸 사기극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America First"라며 미국 우선주의를 외쳤던 그에게 미국은 그저 국가가 아닌 기업이고, 통치자가 아닌 기업가의 오너였다고 과학자의 시선으로 본 지구 파괴의 역사는 말한다. 그러니 오직 이익을 위해서라면 지구가 파괴되든 말든, 계속 뿌연 연기를 뿜으며 공장을 돌리고, 자연을 파괴해가면서 물건을 생산해 내야 한다는 욕심에서 나온 어리석은 결정이다.

 

경제학에서 일반적으로 말하는 가정이 있다. 사람들은 아직 출현하지 않은 미래 세대나 아주 멀리 있는 사람들을 위해서는 자발적으로 희생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인류는 이미 자본과 경제 논리 위에 놓인 영악한 자신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당장 닥치는 위험이 없다면, 이미 그 거대한 구조 속에 속해 있으면서 아직 움직이지 않는 자신을 안전하다고 느끼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김병민의 과학자의 시선으로 본 지구 파괴의 역사- 36

 

 

세상의 끝

 

짬뽕 한 그릇의 국물을 깨끗한 물로 정화하기 위해서는 욕조 4개 분량의 물이 필요하고, 우유를 정화시키기 위해서는 욕조 20개 분량의 물이 필요하다고 한다. 그만큼 오염되고, 파손되고, 사라진 것들을 되돌리기 위해서는 어마어마한 시간과 돈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걸 의미한다. 인류가 오직 발전을 위해 파괴한 지구는 지금 당장의 수익으로 돌아올지는 몰라도, 먼 미래의 우리 후손들에게는 엄청난 빚을 떠넘기는 셈이다.

 

올해 단풍은 조금 늦어질 전망이란다. 최저기온이 5도 이하로 떨어져야 단풍이 시작되는데, 기후변화로 인해 기온이 떨어지는 시기가 늦어졌기 때문이다. 이렇게 기후변화는 엄연히 진행 중이고, 우리 삶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지구 파괴의 역사 중심에 바로 우리 인간이 있다. 정말 "RIP 지구"가 되기 전에 지구 파괴의 중심에 있는 아니 지구를 파괴하는 유일한 종족인 우리 인류가 더 늦기 전에 바로잡아야 한다.

 

어떻게든 잘 될거라고 믿지만, 이건 낙관으로 포장된 소망일 뿐이다. 이렇게 되면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지를 생각하지 않게 된다. 지금 존재하는 모든 것들이 거꾸로 뒤집힐지도 모르는데도 말이다.

김병민의 과학자의 시선으로 본 지구 파괴의 역사-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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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론 머스크
월터 아이작슨 지음, 안진환 옮김 / 21세기북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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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지니어 눈으로 본 요즘읽을만한책 일론 머스크 전기 책리뷰 종합베스트셀러

 

아이언맨과 일론 머스크

 

일론 머스크(Elon Musk)를 이야기할 때, 아이언맨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테슬라(Tesla)2003년도에 설립되었다. 당시 테슬라 CEO는 일론 머스크가 아니라 엔지니어이자 기업가인 마틴 에버하드(Martin Eberhard)였다. 일론 머스크는 테슬라 이사회 멤버이자 투자자였다. 그러나 일론 머스크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본인이 테슬라의 주요 창업자라고 생각했고, 실제로 테슬라 전기차 로드스터(Roadster)를 제작하는 데 깊게 관여하였다.

 

그로부터 3년 뒤인 2006년에 로드스터 시제품을 공개하는 행사가 있었다. 행사를 마치고 난 뒤, 문제가 하나 발생했다. 혁신적인 전기차 로드스터에 관한 모든 공이 테슬라 CEO 마틴 에버하드에게 집중되었다. 일론 머스크는 그 부분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여기까지 이야기만 들으면 그럴 수 있겠다 싶지만, 과연 이 사건이 아이언맨과 무슨 연관이 있을까?

 

그 시기에 일론 머스크는 영화 아이언맨을 찍고 있는 배우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Robert Downey Jr.)와 감독 존 패브로(Jon Favreau)를 자신이 CEO로 있는 스페이스 X(Space Exploration Technologies Corp.) 공장에 초대하였다. 그 과정에서 억만장자이자 천재 공학자인 토니 스타크(Tony StarK)의 현실판이 일론 머스크 본인이 되도록 유도하였다. 훗날 2008년도에 개봉한 아이언맨영화가 속칭 대박이 났다. 심지어 그때의 인연으로 일론 머스크은 아이언맨2에 직접 등장했다. (10초 정도)

 

 

토니 스타크 : 로켓 엔진이 끝내주더군요.

일론 머스크 : 전기 제트기를 구상하고 있소.

토니 스타크 : 그래요? 그럼 같이 만들죠.

 

 

28살에 백만장자가 된 일론 머스크

 

당시 일론 머스크의 모습을 생각해 보면, 199524살이라는 나이에 인터넷 기반 지역 정보제공 서비스 집투(Zip2)를 설립하여 28살에 백만장자가 되었으며, 1999년도에 페이팔(PayPal)의 전신인 원스톱 온라인 은행 엑스닷컴(X.com)을 설립하였고, 화성에 무인 탐사를 보내겠다는 원대한 목표를 가지고 2002년도에 스페이스 X를 설립한 상태였다. 그 뒤에 만들어진 것이 바로 테슬라다.

 

아이언맨2에서 토니 스타크와 일론 머스크가 나누는 대화를 살펴보면, 토니 스타크가 말하는 로켓 엔진은 스페이스 X와 연관 있고, 일론 머스크가 말하는 전기 제트기는 테슬라와 연관 있다. 일론 머스크의 말에서 테슬라는 자기 회사이며, 전기차에서 만족하지 않고 그 이상을 해내겠다는 의지와 자부심이 느껴진다.

 

아이언맨2출연 이후, 일론 머스크의 인지도는 쭉쭉 올라갔다. 그 덕분에 오늘날 우리나라 서학개미가 가장 많이 보유한 주식은 압도적으로 테슬라가 되었다. 28살에 백만장자가 되고, 아이언맨 현실판이라 불리며, 인류를 화성을 보내기 위해 자기 돈으로 로켓을 만들고, 트위터에서 온갖 별별 소리를 쏟아내는 일론 머스크란 사람은 과연 누구인가?

 

 

그는 열정을 키워 자신의 괴팍함을 은폐했지만, 괴팍함 또한 발달시키는 바람에 열정이 가려지기도 했다.

월터 아이작슨의 일론 머스크- 13

 

 

일론 머스크가 인정한 유일한 공식 전기

 

스티브 잡스, 레오나르도 다빈치라는 책으로 이름을 알린 세계적인 전기 전문 작가 월터 아이작슨(Walter Isaacson)의 신간 일론 머스크가 출간되었다. 작가는 스티브 잡스 이후 세상을 바꾸는 시대의 혁신가로 일론 머스크를 꼽았다. 작가는 2년 넘게 일론 머스크 곁에서 그의 이야기를 기록하고, 130여 명과의 인터뷰를 통해 일론 머스크를 종합적으로 분석하였다.

 

대중들은 과연 일론 머스크를 어떻게 읽었을까? 테슬라 주식을 보유한 이들은 일론 머스크가 세운 목표를 통해 투자 인사이트를 얻고자 읽었을 것이고, 일론 머스크라는 인물에 집중한 이들은 그가 겪은 좌절과 극복 스토리에 집중하며 읽었을 것이다. 참고로 나는 일론 머스크처럼 공학도이자 엔지니어라서 그런지 그가 일하는 업무 스타일에 더욱더 관심이 가고 집중되었다.

 

 

"사람들은 기술이 자동적으로 발전한다고 생각하지만, 그것은 착각입니다. 기술은 많은 사람들이 그것을 개선하기 위해 아주 열심히 노력하는 경우에만 발전할 수 있습니다."

월터 아이작슨의 일론 머스크- 117

 

 

돈만 믿고 까부는 줄 알았는데

 

아이언맨을 보면 토니 스타크가 직접 아이언맨을 만들고, 아이언맨2에서는 직접 작업실을 개조하여 신물질을 개발하는 장면이 나온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최고 존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처럼 개발과 제작은 아랫사람들이 다 하고 시찰만 하는 사람이 아니다. 일론 머스크도 마찬가지다. 나는 일론 머스크가 특별한 능력도 없으면서 자기가 가진 돈만 믿고 자기 하고 싶은 대로 다 하는 사람인 줄 알았다.

 

일론 머스크는 사업가 이전에 엔지니어였다. 스스로 프로그래밍을 하며, 설계·제작 단계에서 재질 선정이나 사소한 부품 디자인에도 깊숙이 관여했다. 일론 머스크는 공장을 구상할 때, 디자인팀과 설계팀과 제조팀이 모여있어야 한다는 철학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책상에 앉아 결과만을 기다리는 경영자가 아니라 직접 현장을 뛰어다니며 함께 부딪히고 고민하고 해결하는 경영자였다.

 

일론 머스크는 비용 절감에도 열을 올렸다. 그는 국방규격표준이나 군과 NASA에서 요구하는 사항들이 가격절감의 방해요인이라 생각했고, 원가가산 방식을 인정하지 않았다. 우주선 제작 비용절감을 위해 화장실 칸막이에 사용되는 걸쇠를 개조하고, 상업용 에어컨 펌프를 개조하였다. 터무니없는 가격이라면 자체 제작한다는 경영철학을 바탕으로 하여, 2020년에 민간기업이 우주선을 발사해 우주비행사를 우주정거장으로 보내는 놀라운 성과를 이루어내었다.

 

 

"머스크로 하여금 장대한 위업에 도전하게 만드는 핵심적인 것은 무엇인가? 그의 대담성과 자만심이다. 그렇다면 그런 대담성과 자만심은 그의 나쁜 행동방식과 냉담함, 무모함에 대한 변명이 될 수 있을까? 그리고 개자식처럼 구는 경우에 대한 변명까지 될 수 있을까? 물론 대답은 '아니오'이다. 누구든 사람의 좋은 특성은 존경하고 나쁜 특성은 매도할 수 있다. 하지만 그 가닥들이 어떻게 함께 엮여 있는지, 그리고 때로는 얼마나 단단히 엮어 있는지 이해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 천 전체의 실을 풀지 않고는 어두운 부분을 제거하는 것은 어려울 수 있다. 셰익스피어가 말했듯이, 모든 영웅은 결점을 가지고 있다. 어떤 결점은 비극을 낳고 어떤 결점은 극복된다. 우리가 악당으로 보는 인물도 복잡할 수 있다. 셰익스피어는 가장 훌륭한 사람조차도 "결점으로 주조된다"라고 썼다.

월터 아이작슨의 일론 머스크- 733

 

 

워라밸을 경멸하는 까다로운 경영자

 

일론 머스크는 자신이 자폐 스펙트럼 장애 중 하나인 아스퍼거증후군을 앓고 있다고 밝혔다. 월터 아이작슨은 '그에게는 일상적인 친절이나 따뜻함, 사랑받고 싶은 욕구를 만들어내는 감정 수용기가 없었다. 그는 공감 능력을 타고나지 못했다. 덜 전문적인 용어로 표현하자면, 그는 개자식처럼 굴 수도 있었다.'라고 일론 머스크를 평가했다.

 

실제로 그랬다. 그는 직원이 안락과 여가를 우선시한다면 회사를 떠나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는 모든 직원이 지칠 줄 모르는 강렬함으로 일하기 원했고, 사무실에 일하는 직원들이 보이지 않으면 강하게 질책했다. 회의 때 "방법이 없어요.", "그건 불가능해요."처럼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는 직원이 있으면, 심하게 격노하면서 다음 회의 때 해당 직원이 참석하지 못하도록 하였다.

 

일론 머스크는 비현실적인 마감기한을 정해놓고 일을 시켰다. 팰컨 1호의 세 번째 발사 실패 후, 6주 안에 새로운 로켓을 만들어 네 번째 발사를 진행시켜야 한다고 지시했다. 충격적인 데드라인을 정해 놓으니 직원들에게 워라밸이란 존재하지 않았다. 당연히 일론 머스크도 그렇게 일했다. 그의 업무 스타일은 현신적인 기업을 만들어냈지만, 그만큼 그를 증오하는 적군을 너무나도 많이 만들었다. 그러나 공감능력이 떨어졌던 일론 머스크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

 

 

"낙관론, 비관론, 다 집어치우라고 하쇼. 우리는 해낼 거요. 염병할 신께 맹세컨대, 나는 무슨 일이 있어도 그것을 성공시킬 작정이오."

월터 아이작슨의 일론 머스크- 216

 

 

우주로 가자

 

일론 머스크는 일론 머스크가 태어나기 전, 모험을 즐겼던 외할아버지와 공학을 전공한 아버지 이야기로부터 시작하여 2023430, 스페이스 X의 초대형 우주선 '스타십(Starship)'이 발사 후 폭발하는 상황까지를 다루고 있다. 1971년생이 겪은 이야기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로 놀랍고 방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으며, 나아가 앞으로 과연 어떤 일이 펼쳐질지 몹시나 궁금해지는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일론 머스크에서 자주 나오는 이야기 중 하나는 "리스크를 감수하다"라는 말이다. 일론 머스크 역시 "나를 키운 것은 역경"이라고 말할 정도였다. 그는 문제를 피하지 말고, 빨리 문제를 파악해서 해결하려고 애썼다. 불가능할 것 같은 목표와 마감기한을 정해놓고 미친 듯 앞만 보며 달려가는 그를 보며, 진정 미친 사람만이 세상을 바꾸는 것인가라는 생각이 들면서 같은 엔지니어로서 존경심이 든다. 다만, 상사로 모시면 좀 많이 많이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ㅠㅠ)

 

 

"때로는 위대한 혁신가들은 배변 훈련을 거부하고 리스크를 자청하는 어른아이일 수 있다. 무모하고, 사람을 당황하게 만들고, 때로는 해를 끼칠 수도 있다. 그리고 미치광이일 수도 있다. 자신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을 만큼 미친 사람 말이다."

월터 아이작슨의 일론 머스크- 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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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비 섬 제주 유산 - 아는 만큼 보이는 제주의 역사·문화·자연 이야기
고진숙 지음 / 블랙피쉬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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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비 섬 제주 유산 제주여행 여름휴가책 역사책추천

 

 

제주의 역사·문화·자연 이야기

 

신비 섬 제주 유산의 구성은 조금 특이하다. 흔히 제주도를 이야기할 때, 자연은 자연대로, 역사는 역사대로, 문화는 문화대로 묶어서 설명하는 게 일반적이다. 그런데 이 책은 1월부터 12월까지 월 단위로 구분해놓았다. 그리고 각 월마다 자연과 역사와 문화 이야기를 모두 담았다. 특정 달에 가장 멋지고 아름다운 자연, 특정 달에 기억해야 하는 제주의 역사, 특정 달에 벌어지는 제주도 특유의 문화를 다룬다.

 

독특한 책 구성 덕분에 신비 섬 제주 유산을 가지고 8월에 제주여행을 떠난다면, 설문대할망이 한라산을 만드는 과정에서 한라산 윗부분을 뽑아 던져 만들었다는 전설을 가진 산방산 여행을 즐길 수 있고, 7~8월에 딴 풋감으로 염색하여 만든 제주 갈옷의 매력에 빠질 수 있고, 제주도에 많고 많은 말에 관한 역사를 배울 수 있고, 음력 714일에 제주 연인들과 함께 백중 물맞이로 더위를 날릴 수 있다.

 

 

제주의 이토록 위대한 자연

 

신비 섬 제주 유산<자연>에서는 유네스코 3관왕에 빛나는 한라산을 시작으로 생태계 보호를 위한 람사르 협약을 맺은 습지들, 화산섬이 가진 다양한 특징을 볼 수 있는 수월봉, 바위 위에 숲이라 불리는 신비한 숲 곶자왈, 땅에서 솟구치는 물이 1,023개소나 있다는 용천수, 용눈이오름과 지미봉과 성산일출봉 등 여러 일출 명소 등을 소개한다. 이 모든 걸 보기에는 34일 정도의 짧은 일정으로는 어림도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새로운 모습으로 우리를 반기는 제주를 떠올리니, 지금 당장이라도 떠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제주의 이토록 뿌리 깊은 역사

 

신비 섬 제주 유산<역사>에서는 육지사람들에게 버려진 섬으로 인식되던 역사, 신라인들이 두려워했던 탐라국 역사 등이 있지만, 무엇보다 1978년 소설 순이 삼촌을 통해 세상에 널리 알려진 제주 4·3 이야기가 가장 중요한 영역을 차지하고 있다. 이승만 정부 시절, 군과 경찰과 서북청년단이 저지른 무차별한 학살로 인해 30만 제주인구 중 3만 명이 사망하고, 10만 명의 이재민을 낳은 부끄럽고 가슴 아픈 역사다.

 

20031031, 노무현 대통령은 제주 4·3이 정부로부터 자행된 국가폭력임을 인정하고, 공식적으로 사과하였다. 그리고 2006년에 대한민국 대통령 처음으로 제주 4·3 위령제에 참석하여, 4·3 영령들을 추모하면서 억울하게 고통 받은 이들의 상처를 치유하고 명예 회복을 위해 국가가 힘쓰겠다고 약속했다. 반면, 2023년 제주 4·3 위령제 때 윤석열 대통령 대신 한덕수 총리가 참석하였고, 한 총리가 대독한 추도사에서는 뜬금없이 반도체와 콘텐츠 이야기가 나왔다. 이번 정권의 수준이 딱 이 정도다.

 

 

제주의 이토록 독특한 문화

 

신비 섬 제주 유산<문화>에서는 신이 자리를 비우는 신구간인 125일에서 21일에 가는 이사, 제주 여인의 고단한 삶이 반영되어 시어머니의 부엌과 며느리의 부엌이 분리되어 있는 부엌 구조, 냉국에 된장을 넣고, 국에 갈치를 넣는 제주 특유의 향토음식, 단순 직업이 아니라 경제의 주체이자 자립의 상징인 해녀 그리고 제주민들도 의아해한다는 돌하르방의 인기 등을 다룬다. 남한 면적의 1.83% 정도 해당하는 제주에 이토록 다채로운 문화가 만들어지고 오늘날까지 유지해오고 있다는 점이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신비 섬 제주 유산 제주여행 여름휴가책 역사책추천

 

이제는 제주도에 관광을 목적으로 떠나는 이는 많이 줄어들었다. 거리를 두고 그저 구경하는 수준의 관광을 넘어, 직접 즐기고 만끽하는 여행을 위한 공간이 되었다. 심지어 요즘은 한 달이든 1년이든 직접 제주와 하나가 되어 보는 제주살이도 큰 인기다. 신비 섬 제주 유산에 소개하는 무수한 제주 유산을 내 눈으로 직접 목격하고, 숨어있는 제주의 가치를 발견하기 위해서는 제주살이가 저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기회가 된다면 제주의 사계절을 느끼면서 신비 섬 제주 유산과 함께 52주간의 제주살이와 제주여행을 떠나보는 건 어떨까.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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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하는 태도 - 기억은 사라져도 기록은 남는다
이수현 지음 / 지식인하우스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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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도를 결정하는 마음가짐

마음가짐은 태도를 결정한다. 예를 들어보자. 앞으로 건강에 신경 쓰겠다고 마음먹으면, 엘리베이터보다는 계단을 선택한다. 앞으로 경제적 자유를 이루겠다고 마음먹으면, 그동안 안 보던 경제 뉴스에 눈길이 간다. 앞으로 SNS 활동을 하겠다고 마음먹으면, 평소 같으면 힐끗 보고 지나쳤을 예쁜 구름만 봐도 사진을 찍는다.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앞으로 내 일상과 생각을 기록하겠다고 마음먹으면, 평범한 하루 속에서 의미 있는 글감을 찾으려고 애쓴다. 이전보다는 조금 더 내 삶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하면서 비로소 기록하는 태도로 유지한 채 하루를 살아간다. 이수현 작가의 에세이 기록하는 태도는 기록의쓸모와 기록의 결과물을 몸소 보여주는 책이다.

 

MZ 세대를 대표하는 젊은 작가 이수현

이수현 작가는 2020 충북작가에서 소설 부문으로 신인상을 수상했으며, 2020 동양일보에서는 수필 부문으로 신인문학상을 수상하였다. 2021년에는 언제 깨질지 모르는 위태로운 청춘들의 이야기를 담은 베스트셀러 소설 유리 젠가를 출간하였다. 2023년에는 이수현 작가와 함께 젊은 작가들이 모여 문예지 문학서울 2023을 창간하였다. 그리고 2년 만의 신작 기록하는 태도를 출간하였다.

 

세상을 바라본 기록의 흔적들

기록하는 태도는 글 쓰는 법을 가르치는 책이 아니다. 글쓰기로 돈 버는 법을 알려주는 책도 아니다. 글 쓰는 인생을 선택한 저자가 세상을 바라보며 써 내려간 기록의 흔적들이 담긴 책이다. 1장은 저자가 기록하는 태도로 살아온 경험을, 2장은 기록이 되는 세상의 모든 소재를, 3장은 기록의 글감이 되어준 공간을, 4장은 한 편의 기록이 된 추억을, 5장은 오늘날 저자를 만든 소중한 가족을 이야기한다.

책 읽는 아이를 키우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부모가 직접 책 읽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글을 써야 하는 당위성을 구구절절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글쓰기와 함께 사는 일상을 보여줌으로써 기록의쓸모를 저절로 느끼게 한다. 나아가 한 편의 글을 쓰기 위해 저자가 글감을 발굴하고, 글감을 가지고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을 보며, 나만의 글을 쓰기 위해 필요한 자세와 요령 등을 배울 수 있다.

 

필사하기 좋은 책

책을 읽다 보면 좌절감을 맛볼 때가 종종 있다. 첫 번째는 저자의 지식이 바다처럼 넓고 깊을 때다. 저자의 해박한 식견을 보고 있노라면 부럽기도 하면서 나는 저자처럼 글을 쓸 수 없을 거라는 생각에 좌절한다. 두 번째는 저자가 쓴 한 문장 한 문장이 너무나도 아름다울 때다. 남다른 단어 선택과 나열로 이루어진 문장을 읽고 있노라면 감탄스러우면서 나에게는 왜 그런 예술적 감각이 없을까라는 생각에 좌절한다.

기록하는 태도가 바로 두 번째에 해당한다. 확실히 저자의 첫 책이 소설이었다는 점이 큰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한다. 그의 글을 읽다 보면 에세이 느낌도 나면서 소설 느낌도 난다. 경험을 표현하는데 섬세하며, 생각을 기록하는데 솔직하다. 이수현 작가 역시 필사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기록하는 태도표지만큼이나 예쁘고 좋은 문장으로 이루어진 책이기에 참으로 필사하기좋은책이라고 생각한다.

 

추억의 책장을 넘기면

이수현 작가는 글을 쓰면서 살아있음을 느낀다고 말한다. 살아있다는 건 가슴이 뛴다는 걸 의미하고, 가슴이 뛴다는 건 내 감정이 움직였음을 뜻한다. 글쓰기 전,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내 감정을 유심히 관찰하는 일이다. 관찰한 감정을 나만의 언어로 써 내려갔을 때, 그제야 그 감정은 찬란한 추억이 된다.

에세이 기록하는 태도표지에 있는 "기억은 사라져도 기록은 남는다"는 문구처럼, 순간의 감정은 곧 잊히지만 기록으로 남긴 감정은 영원히 남는다. 그 맛을 알면 평생 기록하는 인간으로 살아갈 수 있다. 나 역시 그 맛을 알기에 기록하는 태도를 읽고 느꼈던 감정을 이렇게 기록으로 남겼다. 글 쓰는 열정이 흐릿해지거나 식지 않도록.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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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혁신 - 혁신을 원한다면 반역자가 되라
이주희 지음 / EBS BOOKS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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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약혁명과 혁신의 법칙 역사책추천 EBS 다큐프라임 강제혁신 서평

 

87년생이 말하는 라떼 이야기

 

초등학교에 입학하던 날, 엄마는 내게 두꺼운 국어사전과 영어사전을 사주셨다. 앞으로 우리말과 영어를 공부하면서 모르는 단어가 나올 때마다 정확한 뜻을 찾아보라는 의미로 준비한 선물이었다. 사전 보는 법을 배운 나는 틈틈이 국어사전과 영어사전을 넘겨보곤 했다. 그건 나뿐만 아니라 다른 아이들도 마찬가지였다.

 

정확한 시기는 기억나지 않지만, 언제부터인가 친구들 책상 위에 요상하게 생긴 전자기기가 올려져 있었다. 애들한테 물어보니 전자사전이라는 것이었다. 계산기 두드리듯 자판을 누르면 내가 원하는 단어를 한 번에 찾아주는 기기였다. 내가 갖진 저 두꺼운 국어사전과 영어사전이 수첩만 한 기기에 다 들어가 있다니. 너무나도 신기했다. 저것만 있으면 공부를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엄마는 전자사전을 사주지 않으셨다. 이미 사전이 있는데 전자사전이 왜 필요하며, 종이로 된 사전을 넘겨보며 단어를 찾아보는 습관을 지녀야 하고, 전자사전을 계속 보면 눈도 나빠질 수 있고, 때가 되면 건전지도 갈아 껴야 하니 얼마나 불편하냐는 것이었다. 어쩔 수 없이 불편함을 감수하며 단어를 찾다가 언제부터 사전과 점점 거리가 멀어지고 말았다.

 

오늘날 우리의 모습은 어떠한가? 모두가 휴대폰을 들고 다니며, 간단한 검색으로 모르는 단어를 찾아본다. 인류의 삶을 바꿔놓을 무언가가 만들어져도 이를 받아들이는 사람이 있고, 옛것을 고수하려는 사람도 있다. 태도의 미묘한 차이가 미래를 바꾼다. 엄마가 전자사전을 사주지 않은 결과, 내 영어 실력은 형편없다. (뿌잉 ㅠㅠ)

 

화약혁명에서 찾은 혁신의 법칙

 

EBS 다큐프라임 <한양의 뒷골목>, <킹메이커>, <강대국의 비밀> 등을 만들고, 역사분야 스테디셀러 강자의 조건생존의 조건등을 쓴 EBS 역사 전문 PD인 이주희 PD 겸 작가의 신간 역사책 강제혁신은 권력과 혁신의 관계를 분석하고, 혁신은 어떤 과정을 거쳐 탄생하게 되는지를 이야기한 책이다. EBS 다큐프라임 화제의 인기 방영작인 <강제혁신>이 책으로 탄생하였다.

 

저자는 혁신의 비밀을 전쟁터에서 찾는다. 전쟁터야말로 빠른 변화의 과정 속에서 승패가 분명하며, 그로 인한 결과와 교훈도 명확하기 때문이다. 강제혁신은 승자와 패자가 나뉜 결정적인 요소는 무엇이며, 어쩌다가 그런 결과를 낳았는지에 집중한다. 결과부터 이야기하자면 화약혁명을 받아들인 자가 전쟁터에서 살아남는다. 그렇다면 패자는 왜 화약혁명을 받아들이지 않았을까?

 

화약혁명을 거부한 기득권

 

대포와 화승총 등으로 화약혁명을 받아들인 오스만 제국과는 달리, 맘루크 술탄국은 화력부대 없이 기병뿐이었다. 맘루크 술탄국은 화력무기을 불완전한 기술로 받아들였다. 초기 화력무기는 일단 크고 무거우며, 한 발을 쏘기 위해 42단계의 구분동작이 필요했고, 시간도 2분 이상 걸렸다. 또한, 총이란 비겁한 자들의 무기며, 총을 쏘는 것 자체가 품위가 떨어진다고 생각했다.

 

일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16세기까지만 해도 군소 군주들 간의 생존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사무라이로 대표되는 칼을 내려놓고 조총을 선택했다. 하지만 1615년 오사카 여름 전투로 100년이 넘는 전란에 종지부를 찍은 뒤로는 더 이상 화약무기가 필요 없어졌다. 그러자 기득권을 가진 막부들로 인해 화약무기 사용을 금지하고, 다시 사무라이 정신을 계승하기 시작했다. 이는 동아시아의 몰락으로 이어진다.

 

권력을 쥐고 있는 기득권은 자신의 영역을 지키려고 한다. 그러다 보면 신기술을 도입하지 못하는 보수적인 태도를 보이게 된다. 전통적인 방식을 고수한 결과, 화약혁명에 적응하지 못하고 쓰디쓴 패배를 맛보게 된다. 강제혁신저자는 혁신을 이루기 위해서는 과거의 정체성에서 벗어나고, 생존경쟁에 대한 위기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경쟁을 통해 이룬 화약혁명

 

반면 유럽은 다른 지역과는 달리 화약혁명을 받아들였다. 그러던 와중 1618년 로마 황제를 선출하는 과정에서 빚어진 신교와 구교의 마찰로 인해 30년 전쟁이 시작되면서 화약무기를 급속도로 발전했다. 스페인은 느린 장전 속도를 보완하기 위하여 '테르시오'라는 군사 편제를 만들었고, 스웨덴은 무거운 화승총을 가볍게 개량하여 총병으로만 구성된 연대를 만들었다.

 

일본에서도 이와 유사한 움직임이 일어났다. 권력을 장악하려는 막부와 유신파 사이의 경쟁이 바로 그것이다. 결과적으로 권력을 잡은 반역자인 유신파로 인해 신분제는 폐지되고, 사무라이는 몰락하였으며, 그 결과 빠른 근대화를 이루어낼 수 있었다. 권력을 차지하려는 경쟁이 곧 화약혁명의 원동력이 된 셈이다.

 

혁신은 '묵은 풍속, 관습, 조직, 방법 따위를 완전히 바꾸어서 새롭게 함'이라는 뜻이다. 무언가를 새로 하기 이전에는 기존 것을 없애는 것부터 혁신은 시작된다. 강제혁신저자는 혁신을 위해서는 끊임없는 경쟁을 통해 진화해야 하며, 기존 기득권으로부터 반기를 드는 반역자가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 『강제혁신에 바치는 음악 선물 | 빅뱅 - 뱅뱅뱅(BANG BANG BANG)

 

수많은 기업이 혁신을 외치고, 혁신 제품을 출시할 때마다 혁신이란 마치 체계적인 계획 구상을 통해 탄생한 우수하고 고급스러운 기술이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강제혁신에서는 혁신의 역사는 우연과 좌충우돌의 역사이며, 혁신의 과정 자체는 잔인하고 폭력적이라 말한다. 한마디로 총성이 오고 가는 전쟁터라는 소리다.

 

전쟁에서는 이긴 자만이 살아남는다. "Winner takes it all"이라는 말처럼 승자가 모든 것을 차지하며, 역사는 승자로 인해 쓰이기 때문이다. 승자가 되기 위해서는 적군을 쳐부수기 이전에 아군 내에 있는 기득권부터 이겨내야 한다는 걸 강제혁신을 통해 알 수 있었다. 강제혁신에서는 마지막으로 말한다. "혁신을 이루고 싶다면 천재가 아닌 전사가 되어라."

 

 

참고 : 만약 당신이 스타크래프트 게임 유저라면 강제혁신을 굉장히 재밌게 읽을 수 있다. 무수한 저글링 부대를 막기 위해 마린 부대를 어떻게 배치하고 컨트롤해야 하며, 유닛의 사정거리와 공격력 업그레이드 여부에 따라 승패가 어떻게 좌지우지되는지를 분석하는 느낌이다. 전쟁사나 무기의 역사에 관심이 많은 이라면 적극 추천하고픈 책이다.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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