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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하는 태도 - 기억은 사라져도 기록은 남는다
이수현 지음 / 지식인하우스 / 2023년 7월
평점 :

태도를 결정하는 마음가짐
마음가짐은 태도를 결정한다. 예를 들어보자. 앞으로 건강에 신경 쓰겠다고 마음먹으면, 엘리베이터보다는 계단을 선택한다. 앞으로 경제적 자유를 이루겠다고 마음먹으면, 그동안 안 보던 경제 뉴스에 눈길이 간다. 앞으로 SNS 활동을 하겠다고 마음먹으면, 평소 같으면 힐끗 보고 지나쳤을 예쁜 구름만 봐도 사진을 찍는다.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앞으로 내 일상과 생각을 기록하겠다고 마음먹으면, 평범한 하루 속에서 의미 있는 글감을 찾으려고 애쓴다. 이전보다는 조금 더 내 삶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하면서 비로소 기록하는 태도로 유지한 채 하루를 살아간다. 이수현 작가의 에세이 『기록하는 태도』는 기록의쓸모와 기록의 결과물을 몸소 보여주는 책이다.
MZ 세대를 대표하는 젊은 작가 이수현
이수현 작가는 「2020 충북작가」에서 소설 부문으로 신인상을 수상했으며, 「2020 동양일보」에서는 수필 부문으로 신인문학상을 수상하였다. 2021년에는 언제 깨질지 모르는 위태로운 청춘들의 이야기를 담은 베스트셀러 소설 『유리 젠가』를 출간하였다. 2023년에는 이수현 작가와 함께 젊은 작가들이 모여 문예지 『문학서울 2023』을 창간하였다. 그리고 2년 만의 신작 『기록하는 태도』를 출간하였다.
세상을 바라본 기록의 흔적들
『기록하는 태도』는 글 쓰는 법을 가르치는 책이 아니다. 글쓰기로 돈 버는 법을 알려주는 책도 아니다. 글 쓰는 인생을 선택한 저자가 세상을 바라보며 써 내려간 기록의 흔적들이 담긴 책이다. 1장은 저자가 기록하는 태도로 살아온 경험을, 2장은 기록이 되는 세상의 모든 소재를, 3장은 기록의 글감이 되어준 공간을, 4장은 한 편의 기록이 된 추억을, 5장은 오늘날 저자를 만든 소중한 가족을 이야기한다.
책 읽는 아이를 키우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부모가 직접 책 읽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글을 써야 하는 당위성을 구구절절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글쓰기와 함께 사는 일상을 보여줌으로써 기록의쓸모를 저절로 느끼게 한다. 나아가 한 편의 글을 쓰기 위해 저자가 글감을 발굴하고, 글감을 가지고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을 보며, 나만의 글을 쓰기 위해 필요한 자세와 요령 등을 배울 수 있다.
필사하기 좋은 책
책을 읽다 보면 좌절감을 맛볼 때가 종종 있다. 첫 번째는 저자의 지식이 바다처럼 넓고 깊을 때다. 저자의 해박한 식견을 보고 있노라면 부럽기도 하면서 나는 저자처럼 글을 쓸 수 없을 거라는 생각에 좌절한다. 두 번째는 저자가 쓴 한 문장 한 문장이 너무나도 아름다울 때다. 남다른 단어 선택과 나열로 이루어진 문장을 읽고 있노라면 감탄스러우면서 나에게는 왜 그런 예술적 감각이 없을까라는 생각에 좌절한다.
『기록하는 태도』가 바로 두 번째에 해당한다. 확실히 저자의 첫 책이 소설이었다는 점이 큰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한다. 그의 글을 읽다 보면 에세이 느낌도 나면서 소설 느낌도 난다. 경험을 표현하는데 섬세하며, 생각을 기록하는데 솔직하다. 이수현 작가 역시 필사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기록하는 태도』 표지만큼이나 예쁘고 좋은 문장으로 이루어진 책이기에 참으로 필사하기좋은책이라고 생각한다.
추억의 책장을 넘기면
이수현 작가는 글을 쓰면서 살아있음을 느낀다고 말한다. 살아있다는 건 가슴이 뛴다는 걸 의미하고, 가슴이 뛴다는 건 내 감정이 움직였음을 뜻한다. 글쓰기 전,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내 감정을 유심히 관찰하는 일이다. 관찰한 감정을 나만의 언어로 써 내려갔을 때, 그제야 그 감정은 찬란한 추억이 된다.
에세이 『기록하는 태도』 표지에 있는 "기억은 사라져도 기록은 남는다"는 문구처럼, 순간의 감정은 곧 잊히지만 기록으로 남긴 감정은 영원히 남는다. 그 맛을 알면 평생 기록하는 인간으로 살아갈 수 있다. 나 역시 그 맛을 알기에 『기록하는 태도』를 읽고 느꼈던 감정을 이렇게 기록으로 남겼다. 글 쓰는 열정이 흐릿해지거나 식지 않도록.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