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들은 이렇게 단호히 말하리라. "내 머리에서 짜냈소." 하고, 물론 그것은 아무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만일 질문자들의태도가 그래도 좀 괜찮아 보인다면, 작가는 마음을 누그러뜨리고조금 더 자세히 말해 줄 것이다.
☆"만일 어떤 아이디어가 정말로 괜찮아 보이고, 그것을 가지고서어떻게 좀 이용해 볼 수 있겠다고 느꼈다면, 그것을 여기저기 던져보고, 재주도 부려 보고, 연구도 해 보고, 누그러뜨려도 보고, 그러면서 점차적으로 그것을 구체화시켜 보십시오. 물론 그것을 가지고글을 써야겠지요. 그것은 재미있는 일만은 아닙니다. 사실은 꽤나힘든 작업이지요. 그렇지 않다면 그러한 아이디어를 잘 보관해 두어야 합니다. 혹시 1~2년 안에 다시 이용하게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죠."
☆그 다음 두 번째 질문 질문이라기보다는 진술에 가깝겠지만, 아마 이럴 것이다. "내 생각에 당신은 등장 인물들의 대부분을 실제 생활에서 얻어낼 거라 여겨지는데요?" 하지만, 그런 아인실색할 질문에는 분개하여 부정한다.
☆"아뇨, 그렇지 않아요. 나는 그들을 창조해 내요. 그들은 내 것이에요. 그들은 나의 주인공 - 그들로 하여금 내가 원하는 것을 하게만들고, 내가 원하는 것이 되게 하는 거죠. 그들은 나를 위해 존재해요. 때로는 그들 자신의 생각도 갖게 되지만, 그건 단지 내가 그들을 실재하는 인물로 만들었기 때문에 그런 거죠." 그러므로, 작가는 아이디어와 주인공들을 모두 창조해 내는 것이다.
☆이제 세 번째로 필수적인 요소인 배경도 만들어 내야한다. 처음의 두 가지 요소는 내부 원천에서 나오지만 세 번째 것은 외부, 즉 이미 현존하는 것으로 반드시 실재하는 대상이어야 한다. 즉, 작품의 배경만은 창조하지 말아야 하는 것이다.
아마도 여러분들이 나일 강을 유람해 본 적이 있다면, 여러분은그 모든 것을 기억할 수 있으리라. 그것이 바로 여러분이 원하는소재의 배경이 될 수 있다. 여러분은 런던 첼시의 한 카페에서 식사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곳에서 싸움이 일어났다. 한 처녀가다른 처녀의 머리채를 움켜쥐고 끌어당겼다. 멋진 소설이 나오려면, 여러분은 그 즉시 글로 옮겨야 한다.
오리엔트 특급열차로 여행해 보라. 여러분이 고심하고 있는 작품의 구성에 꽤나 재미있는 장면을 제공해 줄 것이다. 친구 집에 차를 마시러 간다. 그 집에 도착하자마자 그녀의 오빠가 책을 덮어 옆으로 던지고는, "나쁘지는 않군 그래. 그런데, 도대체 왜 그들은 에반스를 부르지 않았을까?" 하고 말한다.
☆그리하여 여러분은 머지않아 쓰게 될 책의 제목을 왜 그들은에반스를 부르지 않았을까?」(「부머랭 살인사건」의 원제)로 붙이기로 마음먹게 될 것이다. 그러나, 여러분은 누가 에반스가 될지는 모론다. 하지만, 걱정할 문제는 아니다. 에반스는 적당한 순서에 의해등장할 테니까 말이다. 이제 제목은 확정되었다.
하지만, 여러분은 배경을 창조해서는 안 된다. 배경은 여러분의외부에, 여러분 주위에 산재해 있다. 여러분은 단지 손을 뻗어붙잡아서 선택하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철로를 달리는 기차, 병원, 런던의 호텔, 카리브 해의 해변, 시골 마을, 칵테일 파티, 여학교 등
그러나 한 가지 그 배경은 틀림없이 존재해야 한다. 실재를적용해야 하는 것이다. 실재의 인물들과, 실재의 장소들 - 곧 시간과 공간에 있어서 명확한 무대를 이용해야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그 풍부한 정보를 얻을 것인가? 만일 지금 당장 여러분이 직접 보고 들을 수 없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대답은 아주 간단하다. 그것은 신문이 매일 여러분에게 가져다준다. 즉, 뉴스의 제목 아래에 나열되어 있는 것이다. 제1면에서부터 훑어 보라.
공포란 앞으로 일어날지도 모를 두려움에 대한 인식이다. 실제로일어난 일 때문만이 아니라, 사건 뒤에 숨어 있는 원인들 때문에도두려워하는 것이다.
서기 1970년의 한 사건을 이야기로 쓰려면, 지금 여러분이 처한배경과 타협해야 한다. 만일 그 배경이 기상천외한 것이라면 그 이야기는 그러한 환경을 받아들여야 한다. 또한, 그것은 기발하고 별나게 환상적이어야한다. 그 배경은 일상생활의 이상야릇한 사건들을 포함해야만 한다.
사람들이 이상야릇한 현상들의 원인을 올바로 파악할 수 있을까? 권력에 대한 비밀조직 활동을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파괴에대한 광적인 욕망이 새로운 세계를 창조할 수 있을까? 한 발자국더 나아가서, 터무니없고 믿기 어려운 방법에 의한 구원을 상상할수 있을까?
불가능한 것은 아무 것도 없다. 과학이 우리에게 그것을 가르쳐주었다. 이제부터 전개될 이야기는 단지 공상적인 이야기에 지나지 않는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책 속에서 일어나는 일들의 대부분은 사실 실제로도 일어나고있으며, 또는 오늘의 세계에서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그것은 불가능한 이야기가 아니라, 단지 공상적인 이야기에 불과한 것이다.
스태퍼드 나이 경은 외교계에 실망을 안겨다 준 사람이었다. 조기 젊은 시절에는 자신의 재능으로 큰 일을 해봐야겠다고 마음먹었지만, 그것은 결국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그의 독특하고 사악한유머 감각은 가장 심각해야 할 순간에 일을 망쳐 놓곤 했다. 중요한 요점에 이르렀을 때 그는 언제나 자신의 민감한 사악함이 싫증날 때까지 탐닉하는 것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것이었다.
그는 높은 지위를 얻지는 못했지만 잘 알려진 인물이었다. 스태퍼드 나니 경은 아주 명석한 사람이었지만, 동시에 위험한 인물이었다. 하지만, 어떤 일을 끝까지 은근과 끈기로 해결해 내는 믿음직한사람은 결코 아니었다. 혼란한 정치와 복잡한 외교 관계의 현실에서 대사직(人使職)을 얻으려고 한다면, 사실 신뢰감을 얻는 것이 명석함을 인정받는 것보다 중요한 일이다. 그런데도 스태퍼드 나이경은 애석하게도 신뢰감을 얻지 못했다.
비록 그가 이따금 명석한두뇌와 재치를 필요로 하는 업무를 맡았었지만, 사실 그 업무들은크게 중요하거나 공개적인 성질의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때때로언론인들은 그를 외교 관계의 숨은 인재로 인정해 주곤 했다.
나는 인간을 사랑하고 싶다. 그 바보스런 얼굴을 사랑하고 싶다.
체스터튼(1874~1936, 영국의 추리작가)의 말이었던가? 하여튼 그건의심할 여지없는 사실일 것이다.
"안전이라고!" 그는 약간 미소를 머금고 말했다. "그 안전이란,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듯 그런 것이 아니고, 비록 단순히 두 개의 음절이 결합된 말이긴 하지만 많은 의미를 지니고 있어요." 그리고 그녀는 계속해서 말을 해 나갔다.
모르겠네요. 하지만, 당신은 거절하지 않을 거예요. 왜냐하면, 당신은 위험을 각오할 준비가 되어 있는 분이라고 생각되니까요. 바로제가 위험을 당할 준비가 된 것처럼 말이에요." "당신의 계획을 듣고 싶소." 그는 살짝 미소를 띠고 말했다.
"당신은 스파이가 아니란 말이오?" "그렇게 말할 수도 있을 것 같군요. 사실은 어떤 정보를 가지고있거든요. 저는 그 정보가 새어나가지 않게 하려는 거예요. 당신은틀림없이 당신 나라에 가치가 있을 그 정보를 받아들이려 할 거예요
"당신이 좀 터무니없는 사람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소?" "아뇨, 그렇지 않아요. 만일 이러한 것들이 글로 쓰여진다면 엉터리 같아 보일지도 모르겠어요. 그러나, 엉터리 같은 일들이 실제로일어나고 있어요. 그렇지 않은가요?" 그는 다시 한 번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패밀라와 매우 비슷했다.
그로서는 매우 위험한 일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그제안은 그를 사로잡고 말았다. 그에게 그런 일을 제안한 그녀의 용기가 더욱 그를 사로잡았다. 이 일이 어떤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인가? 그 진상이 밝혀지면 꽤 재미있을 것이다. "내가 그 일에서 무엇을 얻게 되는 거요?" 그가 말했다. "바로 그점을 알고 싶소." 그녀는 그를 조심스럽게 쳐다보았다. "기분전환이죠." 그녀가 말했다. "일상적인 일에서부터 탈피한다. 고나 할까요. 시간이 없어요. 모든 건 당신에게 달려 있어요."
☆"당신이 이겼소." 그가 말했다. "사람들은 자기들에게 색다른 것이 제공되었을 때 거절해서는 안 돼요."
"나는 늘 행방불명된 승객에 대해 의아하게 생각해 왔단다. 비행기로 어디를 가든, 거의 매번 그런 행방불명자를 찾는 방송을 들을게다. 어느 한 사람만은 꼭 나타나지 않는 거야. 자기를 찾는 방송을 듣지 못하거나, 아예 비행기를 타려 하지 않거나, 아무튼 그런일이 일어난단다. 나는 그런 사람들은 도대체 어떤 사람들일까, 어디서 무엇을 하는 걸까, 그리고 왜 나타나지 않는 걸까 등등 의문이 생긴단다. 이름이 뭐더라! 아무튼 그 여자는 자기 비행기를 놓쳐버린 거야. 놓친 다음에 가서야 그녀에게 뭘 해줄 수 있겠니?"
☆아무도 그 질문에 대답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어느 누구도 본질적인 것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그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것은 신문기자들이 온갖 정력을 다 쏟아서 사건을 실제보다 더 과장시키려 하는 것에 지나지 않았다.
한 처녀가 공원에서 목 졸려 죽었다고 한다. 처녀들은 언제나 목 졸려 죽는 존재인 모양이다. ☆ 어느 날부턴가 그는 무감각하게 그렇게 생각하게 되었다.
오늘 아침에는 삶이란 그런 대로 괜찮은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체트윈드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다. 체트윈드는 이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을 바보 같은 사람이다. 그러면서도 훌륭한 외모를 갖고 있고 주요 인물처럼 보였다. 모든일에 철저하게 의심을 하는 사람이었다. 그는 체트윈드와 이야기하는 게 그런 대로 재미있었다.
"사람들은 언제나 이런 일 배후에는 무엇인가가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한다오." 체트윈드가 말했다.
"당신 생각은 어떻소?" ☆"저는 아직 뭐라 말하고 싶지 않습니다. 좀 생각할 여유가 필요. 합니다. 시간이 좀먹는 것은 아니니까요." 호샴이 말했다.
"왜냐하면스태퍼드는 골똘히 생각하고는 중얼거렸다. "누군가가 그 옷이 필요했기 때문일 거야, 도대체 누굴까?? 왜, 무엇 때문에?" 그와 같은 의혹은 계속해서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것이 당연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