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고개들어 레니센브를 보고는 싱긋 웃었다.
"내 노래가 마음에 듭니까, 레니센브?"
"무슨 노래예요?"
"멤피스의 사랑의 노래입니다."
그는 레니센브를 바라보며 부드럽게 노래했다.

" 그녀의 두 팔은페르세어 가지를 담뿍 안고그녀의 머릿결은 향수에 젖어땅과 하늘에 계시는 주(主)의공주와도 같아라."

노프레트의 조롱하는 웃음소리가 들려 왔다.
그러나, 그 웃음소리는 사라지고 그녀의 머릿속에 생생히 떠오르는 소리가 있었다. 그녀의 얼굴에 시선을 못박고 노래부르던 카메니의 목소리와 그 노랫말이 메아리쳐 오는 것이었다......

먼동이 틀 무렵 케이는 고개를 돌려 레니센브를 바라보았다.
그런데, 그는 케이가 아닌 카메니였다. 바로 그 때에 뱃머리에조각된 뱀의 머리가 꿈틀거리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그건 살아있는 뱀, 코브라였다.
레니센브는 생각했다.
‘저것은 무덤에서 죽은 사람의 영혼을 갉아먹던 뱀이다.

그녀는 공포에 떨고 있었다. 그리고, 그 때 뱀의 얼굴과 노프레트의 얼굴이 겹쳐지는 것을 목격했다.
"노프레트 - 음 노프레트......."
그녀는 비명을 지르면서 깨어났다.

그때 그녀의 눈에 테베 쪽으로 가고 있는 배를 바라보며 서있는 한 사람의 모습이 들어왔다 - 그 모습엔 스산한 기운이감돌고 있었다 - 미동도 없이 꼿꼿하게 선 모습에서 풍겨지는고독의 냄새에 레니센브는 깊은 감동을 받았다. 뒤늦게 그 사람이 노프레트임을 안 뒤에도 그 인상은 바뀌지 않았다.

노프레트는 나일 강을 바라보고 있었다. 노프레트가 — 홀로,
노프레트가 생각에 잠겨 있다니 - 무슨 생각에 골똘해 있을까레니센브는 사실상 노프레트에 대해 아는 것이 얼마나 보잘것없는 것인지를 깨닫고는 조금 충격을 받았다. 집안 사람들은노프레트의 자라온 과거 환경이나 생활에 대해 흥미나 호기심을 갖기도 전에 그녀를 다만 하나의 적으로, 침입자로 여기고만 있었던 것이다.

레니센브는 문득 생각해 보았다. 낯선 고장에 와서 친구도없이 혼자서 자기를 미워하는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는 노프레트는 굉장한 슬픔에 잠겨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레니센브는 까닭 없이 그녀와 친해지고 싶은 충동에 이끌려말을 계속했다.
"당신의 고향도 역시 이런 모습이었나요?"
노프레트는 짧게 웃었다. 차라리 고통스럽다는 듯한 웃음을.

뿌리고, 추수하고, 가축을 기르고, 농작물에 대해서나 이러쿵저
"당신에겐 이곳이 좀 무료하게 느껴지겠네요 ?"
노프레트가 쓴웃음을 지었다.
"여기는 죽어 있어요 ㅡ 죽어 있다고요 — 밭을 갈고, 씨를러쿵하고."

레니센브노프레트의 옆모습을 보면서 그녀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생각해 보았다.
그러자, 불현듯 분노와 한탄, 절망의 커다란 파도가 노프레트에게로부터 자신에게로 썰물처럼 밀려오는 것을 생생히 느낄수 있었다.

레니센브는 생각했다.
‘이 여자는 나처럼 젊어 ㅡ 아니, 더 어릴지도 모르지. 그런데,
저 늙은이, 섬세하고 친절하긴 하지만, 그보다는 어리석기 그지없는 저 늙은 우리 아버지의 첩이니………."

그녀는 노프레트에 대해 무엇을 아는가? 전혀 아무것도 모른다. 그녀가 어제 호리 앞에서 ‘노프레트는 예쁘고 야비한 악녀‘라고 말했을 때 호리는 뭐라고 했던가?

"레니센브, 당신은 어린애 같군요."
어제 그녀가 한 말은 아무 의미도 가질 수 없는 것이었다. 한인간을 그렇게 속단할 수 없는 거니까! 어떤 비애와 괴로움,
어떤 절망이 그녀의 차가운 미소 뒤에 감춰져 있는 걸까? 레니센브 자신은 —— 아니, 집안 사람 모두가 노프레트에게 적의를갖고 있지 않았던가!

몇 분 동안 그녀의 얼굴엔 아무 표정도 떠오르지 않아 —— 레니센브의 생각에, 잠시 동안 그녀의 눈에 부드러움이 어리는걸 본 것 같았다. 이른 아침의 고요, 새삼스런 투명함과 평화로운 정경 속에서 노프레트는 주저하고 있었다 ㅡ 어쩌면 레니센브의 말이 그녀의 내부 한 귀퉁이에 남아 있던 부드러운 속마음을 건드렸는지도 모른다.

묘한 순간이었다. 레니센브가 두고두고 잊지 못할 순간이었다.
그 때 차츰 노프레트의 표정이 달라졌다. 얼굴에는 악의가 가득차더니 눈동자가 이글거렸다.

그녀의 눈이 증오와 적의로타오르는 것을 보고 레니센브는 자기도 모르게 한 발자국 물러섰다.
노프레트는 목소리를 깔고 쏘아붙이는 것이었다.
"저리 가요! 당신들에게선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아요. 멍청한 바보들, 당신들 모두 바보라고요......."

레니센브천천히 그녀를 따라갔다. 정말 이상스럽게도 노프레트의 말이 그녀를 화나게 하지는 않았다. 노프레트가 한말들은 그녀의 증오와 회한의 그늘진 심연을 열어 보인 것에지나지 않았으므로 - 이제껏 그녀가 경험해 보지 못한 것이었다. 레니센브는 노프레트가 느끼고 있음직한 감정들이 얼마나고통스러울까 하는 생각을 하다가 머리가 혼란스러워지는 것을 느꼈다.

"당신 말대로 하겠소, 노프레트. 하지만 ㅡ 그래요, 언젠가는- 당신은 후회하고 말 거요."
"카메니, 당신이 나를 위협하는 건가요?"
"당신에게 경고하고 있을 뿐……"

그러나, 실제로 그녀의 환경은 보다 더 악화되어 있었다. 임호테프가 떠난 뒤, 노프레트는 집안 사람들을 분열시키고 이간질하는 것을 자기 계획대로 이루었다 - 최소한 레니센브가 보기에는 그랬다.
하지만, 지금은 온 식구들이 뭉쳐서 이 침입자에 맞서고 있었다.

사티피와 카이트 사이의 마찰도 없어지고, 사티피가 남편을 못살게 구는 일도 자취를 감췄다. 소벡도 예전처럼 건들거리지 않고 신중해졌다. 막내 이피도 형들에게 더 이상 불손한태도를 보이거나 막말을 하지 않았다. 다시 말해, 가족들간에새로운 협동의 모습이 생겨난 것이다 그렇다고 이런 조화로운 모습이 레니센브를 안정시켜 주지는 못했다 - 이런 협동의모습 저변에는 노프레트의 그 집요하고 악착 같은 음모가 도사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조용하고 야비하며 치사한 박해였다. 드러나는 것도없고 종잡을 수도 없는 - 본질상 여자가 꾸민 듯한 말없는 시위였다.

에사는 항상 그렇듯이 야릇한 표정을 지으며 그들을 살펴보는 건 노프레트지 너희들이 아냐. 너희들은 노프레트가 쳐놓은덫에 걸려든 거야. 오히려 노프레트를 즐겁게 해주는 결과를초래하고 있단 말이다!"

에사가 으스스한 분위기로 말했다.
"늙은 남자와 결혼한 젊고 아름다운 여자의 힘이란다. 그게무시하지 못할 힘이란 것을 나는 알지."

헤네트가 주방으로 가자 에사가 말했다.
"뭔가 불길한 예감이 들어 ㅡ 나는 그 냄새를 맡을 수 있지.
사티피, 네가 이번 일을 지휘하고 있는 모양이다만, 자기 꾀에자기가 넘어가는 일이 없도록 해라. 네가 머리를 굴리고 있는동안 노프레트의 함정에 빠지지 않도록 조심하는 게 좋을 게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기원전 2000년.
이집트를 배경으로 한 소설, 마지막으로 죽음이 오다
묘소지기 승려 임호테프의 가족과 이제 막 그 가족이 된 임호테프의 어린 아내 노프레트와의 반목 속에 찾아온, 그녀의 죽음!

내 아내 - 야모스와 소벡의 어미 그리고 이피의 어미되는 두 번째 아내 - 두 사람 모두 오래 전 오시리스 곁으로 가버렸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티피, 카이트, 나는 새로운 연인, 너희들의 어머니가 될 사람을 데려왔다. 너회와 함께 살게 될 것이다. 이 사람이 나의 연인 노프레트다. 너희들도 이 사람과 좋은 사이가 되어 주길 바란다.

그는 얘기하면서 한 여인의 손을 잡아끌었다. 그녀는 그의옆에 섰다. 그녀의 머리는 뒤로 길게 늘어뜨려져 있었고, 눈은작았다. 젊고 다소 오만해 보였으나 아름다웠다.


노프레트는 조용히 서 있었다. 입술에 살짝 미소를 띠고 있
었는데, 그 미소는 애교스럽다기보다는 오히려 빈정거림에 가까웠다.

"아, 좋겠구나 —— 나이먹은 바보보다 더한 바보는 없다니까."
"어머니,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건지 전 정말 모르겠습니다."
에 사가 차분하게 대답했다.
"너는 줄곧 바보짓만 했어, 임호테프.."
임호테프의 표정이 굳어지더니 화가 난 듯 말하기 시작했다.

평상시 그는 자기의 권위에 도취하여 만족스러울 수 있었으나,
어머니 앞에서만은 항상 그의 자존심이 산산조각나고 마는 것이었다.
어머니 앞에서는 그 자신 하잘것없는 존재로 추락하기 일쑤이다. 장님과 같은 시력에도 불구하고 짓궂게 번뜩이는 그녀의눈빛은 어김없이 그를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아들의 능력에 대해서도 그녀는 결코 높이 평가하려 들지 않는다. 물론 그는 스스로에게 자신의 평가만 옳지 어머니의 의견에는 특별히 신경을 쓸 필요가 없다고 다짐하지만, 그런데도그녀의 모습은 그의 행복한 자만심을 번번히 무너뜨렸다.

임호테프는 골이 나서 왔다갔다 하며 씨근거리기 시작했다.
"제가 하고 싶은 걸 이 집안에서 못할 이유가 뭡니까? 아들며느리를 거둬 먹이는 건 바로 접니다. 그 애들이 이제껏 먹고살 수 있었던 건 제 덕분 아닙니까? 애들 역시 끊임없이 그렇게 말하고 있지 않습니까?"
"넌 너무 지나치도록 그 점을 강조하고 있다."

"나는 화내고 있는 게 아니다. 단지 흥미로워할 뿐이지. 집안에 앉아 좋은 구경거리를 즐길 수 있을 테니 말이다 그러나,
이것만은 말해 두지. 북쪽에 다시 가게 되거들랑 그 여자도 데려가야만 한다."

"못살게 굴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다. 그러나, 기억해 둬야 할것은 마른 장작에는 불을 붙이기가 쉽다는 사실이야. 전해 내려오는 말에, ‘여자가 있는 곳에 좋은 일이 없다." 라는 말이 있잖느냐."

에 사는 잠시 쉬었다가 천천히 말을 계속했다.
"노프레트는 아름답다면서? 그러나, 이런 말이 있지 - ‘남자는 여인의 미끈한 몸매에 바보가 되나, 보라, 한 순간이 지나면 빛바랜 루비와 같이 되는 것을‘...."
인용을 하면서 그녀의 목소리가 깊어졌다.

☆하찮은 일, 작은 일, 헛된 꿈 —— 마지막으로 죽음이 오지…

그 오만한 태도를 좀 고치는 게 살기 편할 거예요 — 결국 여자의 생애란 뭐죠? 집안에 처박혀 지내는 거잖아요. - 다른 여자들 사이에서 부대끼면서."
사티피의 말투에선 묘한 의미가 풍겼다. 그녀가 덧붙여 말했다.

그녀는 한두 발자국을 떼어놓다가 노프레트 곁에 멈춰 섰다.
그리고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게 모두 당신 때문이에요, 노프레트, 난 잊지 않을 거예요.
예, 결코 잊을 수 없을 거예요......"

레니센브가 나일 강가를 산책하고 있는데 사람들이 시끄럽게 수선을 떨며 선창 쪽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그녀 역시 달려가 그들과 섞였다. 배 한 척이 강변에 와 닿아있었고, 갑판 위에는 밝은 햇살을 뒤로 한 채 한 젊은 사내가서 있었다. 갑자기 그녀의 심장이 멈춘 것 같았다.

미쳐 버릴 것 같은, 환상적인 생각이 그녀의 가슴을 뛰게 했다. 그녀는 생각했다.
‘저건 케이야. 케이가 땅속에서 다시 살아온 거야."
그러나, 이내 그녀는 이처럼 신빙성 없는 생각을 한 자신을 비웃었다

지금 그녀의 눈앞에 있는 사나이는 케이와 비슷한 체형의 젊은이였기에 그녀는 환상을 본 것에 지나지않았으니까.
이 사나이는 케이보다 젊고 수수하며 우아한 자태와 미소를머금은, 곱상하게 생긴 남자였다.
그는 카메니라는 이름을 가진 서기.

지금도 그녀에겐 도망치고 싶은 마음이 있다. 그렇지만, 전처럼 집안의 성가신 문제나 짜증스러운환경에서 다른 곳으로 도피하고픈 그런 단순한 감정은 아니었다. 그것은 좀더 분명하고 불길한 것이었다.

"전에 내게 해줬던 말을 기억하시나요? 두 가지 재난 - 하나는 밖에서부터 오는 거고, 또 다른 하나는 내부에서 생기는재난이 있다고 하는 것 말이에요."
"예, 기억합니다."

"나중에 설명하시길 당신이 말한 것은 과일이나 농작물을 해치는 질병에 대한 거라고 했지만, 나는 그 이후로도 그 생각을떨쳐 버릴 수가 없었어요 ㅡㅡ 그건 사람에게 있어서도 마찬가지일 거라는 생각이에요."
호리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당신 역시 그걸 깨달았군요...…그래요. 당신 생각이 맞습니다."

☆레니세브가 대뜸 말했다.
"지금 무슨 일인가가 벌어지고 있어요. —— 저기 우리 집안에들이닥쳤어요 - 악마가 침입했지요 — 밖으로부터! 그리고,
난 재난을 가져온 그 악마가 누군지도 알아요. 바로 노프레트예요."

"우리 모두에게 이익을 가져다 주지요…죽음은 항상 이익을 가져다 줍니다.…"
노프레트는 공양물을 차려놓은 상과 사당(祠堂) 입구, 장식된 문을 둘러보며 몸을 떨었다. 그리고는 비명에 가까운 소리를 질렀다.
"난 죽음이라면 질색이에요.."

호리의 조용한 목소리가 말했다.
"그러시면 안 됩니다. 이곳 이집트에서는 죽음이란 부(富)의 주요 원천이랍니다. 당신이 걸고 있는 보석도 죽음을 통해 얻어지는 거지요, 노프레트, 죽음이 당신을 먹이고 입혀 줍니다."

☆"그 이유는 당신 역시 이집트 인이기 때문입니다. 당신이 삶을 사랑하기 때문에, 그리고 때때로 죽음의 그림자를 피부 가까이 느끼기 때문에 그런 겁니다."

"온 이집트가 죽음에 휩싸여 있습니다! 그 이유가 뭔지 당신은 아십니까? 그것은 우리가 육체의 눈은 가졌으되 마음의 눈을 갖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이 세상 밖의 삶, 죽음 저 건너의삶을 상상할 수 없기 때문이지요. 우리들은 단지 우리들이 알고 있는 연속선상에서만 볼 수 있는 거니까요. 신에 대한 참된믿음도 갖고 있지 못합니다."

레니센브는 놀라움에 찬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에게 말했다.
"어떻게 그런 얘기를 할 수 있죠, 호리? 우리에게는 많고 많은 신이 있어요. 너무 많아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지경으로요.
바로 어젯밤 서로 어느 신을 좋아하는지에 대해 얘기했잖아요.
소벡 오빠는 사크메트 신을 좋아한다고 했고, 카이트는 항상메스켄트 신에게 기도를 드린다고 했어요. 카메니는 토스 신에게 간구한다고 하더군요. 서기니까 그렇겠지요.

"온 이집트가 죽음에 휩싸여 있습니다! 그 이유가 뭔지 당신은 아십니까? 그것은 우리가 육체의 눈은 가졌으되 마음의 눈을 갖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이 세상 밖의 삶, 죽음 저 건너의삶을 상상할 수 없기 때문이지요. 우리들은 단지 우리들이 알고 있는 연속선상에서만 볼 수 있는 거니까요. 신에 대한 참된믿음도 갖고 있지 못합니다."

호리가 옛일을 더듬는 듯 이야기를 시작했다.
"우리가 어린 시절이었을 때, 소벡이 야모스에게 덤빈 적이있었답니다. 야모스가 물론 1년 손위 형이었지만, 동생인 소벡의 힘이 더 섶지요.
소벡은 돌로 형의 머리를 쳤습니다.

"나하고요? 야모스 오빠는 그 때 많이 다쳤겠네요?"
"아닙니다. 상처는 컸지만 별로 심각할 정도는 아니었지요.
그런데, 이튿날에 소벡이 호되게 앓았습니다. 식중독이었다고기억됩니다. 마님께선 소벡이 너무 흥분한 데다가 직사광선을너무 오래 쬐었기 때문이라고 말씀하시더군요. 한창 무덥던 여름이었으니까요."

레니센브는 생각에 잠기며 말했다.
"소벡 오빠는 성미가 불 같아요."
그녀는 다시 한 번 죽어 있는 뱀의 시체를 보고는 진저리를쳤다.

"나는야 멤피스로 가려네
진리의 신 프타에게 가려네
나 프타에게 말하리
오늘밤 그리운 님 보내옵소서‘
강물은 잘 익은 술프타는 강물 속의 갈대
사크메트는 연꽃에 아리트는 그 싹네
페르템은 그 꽃망
울나 프타에게 말하리
오늘밤 그리운 님 보내옵소서
아름다운 연인과 함께 
먼동이 터오고
멤피스는 아름다운 얼굴에 바쳐진
사랑의 사과 한 접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레니센브 - 오랫동안 미망인으로 있기엔 너무나 젊고 사랑스러운 여인. 그녀는 정열과 사랑 사이에서 늘 방황한다.
야모스 - 잔소리 많은 아내 사티피와 위압적인 아버지 임호테프 사이에서 맏아들로서의 권리를 지켜 나가려 고뇌하는 인물.
소벡 잘생기고 허풍이 심한 임호테프의 둘째 아들. 아버지의재산에 의지하며 살 수밖에 없는 자신의 상황을 몹시 원망한다.

임호테프 – 권력과 재산을 지닌 묘소지기 승려이면서 큰 집안의 주인인 자신의 위치를 지나치게 과시한다. 그가 나이 어린첩을 집에 데리고 오면서부터 집안에 어두운 그림자가 생기기시작한다.
사티피 - 키가 크고 혈기가 많으며 목소리가 큰 여자로, 남편을마구 몰아세우며 다른 사람들에게도 난폭하게 군다.
카이트 - 일상생활에서 오직 한 가지 관심밖에는 가지고 있지않다. 즉, 자기 자식들에 대한 사랑.

헤네트 — 자기 연민이 강하며, 울음섞인 목소리로 가족들 간의싸움을 부채질하고서 즐거워하는 심술궂은 하녀.
에사 ㅡ 자기 아들 임호테프를 늘 바보라고 나무라며 죽음을 비웃는 노부인. 그녀는 살인자를 알면서도 무모한 시험을 해본다.
호리 - 임호테프의 서기이자 사업 관리인. 레니센브의 안전에대해서 지극한 정성을 쏟는다. 그러나 그것이 사랑인 줄은 나중에 가서야 깨닫게 된다.

이피 아버지인 임호테프의 사랑을 한몸에 받고 있는 막내. 하지만 지나치게 오만하여 늘 말썽의 씨를 안고 있다.
노프레트 나이 든 임호테프의 아름답고 나이 어린 첩. 묘소지기 승려 집안 가족들 간에 쌓여 있었던 질투심에 불을 붙인다.
카메니 - 임호테프의 먼 친척이면서 그의 사업을 도와 주는 서기, 잘생긴 용모에다 넓은 어깨를 가지고 있다. 그가 사랑의노래를 부르자 레니센브의 마음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이 책의 배경이 되는 곳은 이집트 테베 지방의 나일 강 서안(西岸)이고, 때는 기원 전 2000년경이다. 이런 시간과 공간의설정은 아주 우연스레 옛이야기에 힌트를 얻어 만들어졌다. 물론 다른 때, 다른 장소에서도 이 책의 주인공과 같은 사람을 찾아볼 수 있겠지만, 나는 1920년부터 1921년에 걸쳐 뉴욕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의 이집트 탐험대가 룩소르 왕릉 건너편에 있는 돌무덤에서 발견한 제11왕조 시대의 편지 두세 통에 의거해이 책을 쓰게 되었다. 

이 책을 읽는 독자들로 하여금 6개월이라는 시간의 차이를의식치 않게 하기 위해 이 책의 각 장(章) 머리에 등장하는 날짜는 실제 농사철의 날짜를 사용했다. 따라서, 홍수기는 7월말부터 11월말까지, 겨울은 11월말에서 3월말까지, 여름은 3월말부터 7월 말까지라고 생각하면 틀림이 없다.

소벡의 목소리는 높고 확실했다. 그는 자기 생각이라면 모두 옳다고 아주 간단히 믿어 버린다. 반면에, 야모스의 말투는 낮게 깔리는목소리에 웅얼거리기까지 해서 의심이 많고 자신 없어 하는 그의 성격을 나타내고 있다. 야모스는 매사에 회의적이었다.

그는 한 집안의 맏아들로서 아버지가 북쪽에 있는 땅을 둘러보러 집을 비우고 있는 동안 농장 관리를 책임지고 있었다. 행동이 느리고 조심성 많은 그는 필요 이상으로 걱정을 만들어낸다. 체격이 단단하나 동작이 느린 그에게서는 소벡의 쾌활함이나 자신감이라곤 찾아볼 수 없었다.

그러나 창백하게 반짝이는 나일 강물 위로 시선을 옮기자,
그녀는 다시 가슴이 답답하고 아파 오는 것을 느꼈다. 그녀의젊은 남편 케이가 죽었다……케이의 미소를 머금은 얼굴, 그리고 딱 벌어진 어깨. 그는 명부의 세계에서 죽음의 신 오시리스와 함께 있다 – 그리고, 그의 사랑스러운 아내 레니센브는 외톨이가 되었다. 

이 순간 그녀는 자기가 8년 동안 집을 떠나 있었다는 사실이실감나지 않았다....
그녀는 이런 생각들을 기쁜 마음으로 받아들였다.
지난 8년을 잊고 싶었다 - 행복으로 충만했던 8년, 그런만큼 사별(死別)의 고통으로 가슴 찢어졌던 8년.

‘그래, 잊어버리자, 다시 옛날의 나 자신으로 돌아가는 거야.
묘소지기 승려 임호테프의 귀여운 딸, 그저 명랑하고 천진스런모습으로 돌아가는 거야!
남편의 사랑 - 지금 이 고통 속에서 떠오르는 그이의 사랑은 얼마나 잔인하기까지 한 것인가! 지금도 그의 단단한 다갈색 어깨와 입가에 흐르던 미소가 눈앞에 어른거린다 - 케이는향유를 바른 몸에 수의를 걸치고 저 머나먼 황천길로 떠나갔다.

나일 강의 조각배에 몸을 싣고 낚시를 했던 케이, 햇빛 속에서 밝게 웃는 그에게 그녀는 테티를 안은 채 활짝 웃어 보였었다. 이제 다시는 그런 모습을 볼 수 없다니!"
레니센브는 생각했다.
‘잊어버려. 이미 끝난 일이야. 나는 내 집으로 돌아온 거야.
여기는 모든 게 옛날 그대로야. 

고집센 목소리, 그녀는 야모스의 아내다. 키가 훤칠하고 정열적이며 말이 많은 여인. 얼굴은 딱딱하고 엄해 보이기도 하지만,
잘생긴 편이다. 그녀는 매사를 자기 독단으로 처리하고, 하인들에게 곧잘 화를 내며, 사사건건 실수를 찾아내어 독설과 고집으로 상대방을 꺾어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이다.

사티피의 카랑카랑한 목소리 사이사이에 카이트의 조용하고고집스런 목소리도 섞여 나왔다. 카이트는 부잣집 맏며느리감처럼 수수한 인상을 주는 여자인데, 작은 오빠 소벡의 아내다.
자식만을 바라보며 사는 여자들처럼 그녀는 자식들 이외의 일은 생각한 적도 말한 적도 없었다. 

레니센브는 자리를 떴다. 헤네트에 대한 묵은 감정이 느글거리는 것을 느끼면서, 이상하도록 모두들 얼마나 헤네트를 싫어했던가. 그 여자의 울음섞인 목소리, 끊일 줄 모르고 계속되는자기 연민, 싸움을 붙여 놓고 그걸 즐기는 심통는 그 여자는그랬다.

그녀는 그런 것이 오히려 헤네트가 자신의 삶을 즐기는 유일한 방법일 거라는 생각을 했다. 헤네트의 생활은 사실 권태롭고 따분한 일의 연속이 아닐 수 없으니까, 그럴 수도 있는 게아닌가.

그녀 말마따나 노예처럼 일했다는 말도 거짓은 아니다. 아무도 그녀에게 고마와하지 않은 것도 틀린 말은 아니다. 헤네트에겐 도대체 감사하고픈 마음이 생기지도 않으니까. 자기가 한일을 저렇게 생색을 내니 가끔 고맙다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다가도 싹 달아나는 것이다.

헤네트, 그녀가 아무리 남좋은 일을 한다 해도, 그녀를 위해힘써 줄 사람은 없다. 얼굴은 못생긴 데다가 멍청해 보이기까지 하는 여자였으니.
그녀는 이 집안 속사정에 훤했다. 발소리도 안 나게 가만가만 걷는 걸음, 밝은 귀, 잽싸고 날카로운 눈 그녀에게 비밀이란 없었다. 어미 새가 알을 품듯, 남의 비밀을 몰래 자기 속에 품어서는 한 사람 한 사람에게 그 비밀을 말해 주고서 그들의 갖가지 반응을 엿보며 좋아한다.

레니센브는 실눈을 뜬 채 꼼짝 않고 서 있었다. 거기서는 그주위에서 나는 모든 소리를 한꺼번에 들을 수 있었다. 주방에서 들리는 온갖 소리들, 에사 할머니의 카랑카랑한 목소리. 온통 뒤섞인 그 여자들의 목소리는 쉴새없이 조잘거리고, 웃고,투덜거리고, 나무라고, 깜짝깜짝 놀라고.....

레니센브는 막힘 없이 계속되는 이 수다스런 여자들의 목소리에 가슴이 답답해짐을 느꼈다. 여자들 – 시끄럽고 덜렁거리는 여자들! 집안을 꽉 채운 여자들! 조용히 정숙하게 있을 줄도 모르는 여자들! 언제나 소리만 지를 줄 알지 무엇 하나 제대로 할 줄 모르는 지긋지긋한 여자들!

"파피루스에 글을 쓸 수 있다면 재미있을 거예요. 어째서 사람들은 글을 배우려고 들지 않는 걸까요?"
"절실하게 느껴지지 않으니까요."
"그래요. 별로 필요없을지도 몰라요. 그래도 분명 재미있긴할 거예요."

밭이나 보리, 소는 ‘실제로 존재하는 것이지 종이에 잉크로 쓴 ‘표시‘는 아니지요. 기록이며 편지가 불에 타고 서기들이 다 제 갈 길로 흩어져 버린다 해도 씨뿌리고 추수하는사람은 그대로 있고, 그들로 인해 이집트는 여전히 살아갈 수있는 것이랍니다."

레니센브는 그를 유심히 바라보다가 문득 말을 걸었다.
"예, 당신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알겠어요. 실제로 보고만지고 먹는 것은 진실이며, ‘내 창고에는 240부셀의 보리가 쌓여 있다.‘라고 써놓는다 쳐도 실제로 갖고 있지 않는 한 아무소용도 없다는 뜻이겠죠? 쓰려고만 한다면 거짓말도 쓸 수 있으니까요."

"레니센브, 당신은 모르고 있는 겁니다. 재앙은 밖에서 기습해 올 적도 있지만 - 그건 누구나 볼 수 있는 것이지요 —— 내부에서부터 차츰차츰 괴어 썩어가는 수도 있답니다. 매일 조금씩 벌레먹기 시작한 과일이 나중엔 온통 썩어 문드러져서 떨어지게 됩니다 —— 병에 시달리다가 그렇게 되는 거지요."

"그 얘기는 잊어버리세요. 나는 농작물을 망쳐 버리곤하는 병충해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을 뿐입니다."
레니센브는 마음이 놓인다는 듯 한숨을 쉬었다.
"그래요? 다행이군요. 난 또 뭔가 불길.… 아니에요. 됐어요.
내가 뭘 생각하고 있었는지 스스로도 모르겠어요."

"나는 진정으로 아버지를 존경하오.."
"그래요. 아버님께서도 그걸 아시니까 그렇게 이용하시는 거예요! 당신은 자신이 지지 않아도 될 십자가를 메고 있는 거라고요. 소벡 서방님처럼 당신도 해야 할 말은 아버님께 분명하게 말씀드려, 다시는 당신을 우습게 보지 않도록 만드셔야 돼요. 소벡 서방님은 누구에게도 거침이 없잖아요."

그러나, 당신 제 말 잘 들어요. 당신은 너무 나약하고 물렁물렁해요. 당신네 집안은 핏줄에 붉은 피가 아니라 우유가 흐르고 있나 봐요. 당신은 아내나 자식들 걱정은 눈곱만큼도 없어요. 아버님이 세상을 떠나시기 전에는 적당한 위치에 서지도못할 위인이라고요."
야모스가 무거운 표정으로 말했다.

"결코 그렇게 하실 분이 아니세요. 우리가 아버님 소유의 양식을 먹고, 그 분 한 사람에게 매달려 있으며, 자신이 없으면우리 모두 길거리에 나앉게 된다는 생각에 만족해 하고 계시는분이세요."
소벡은 이상하다는 듯이 그녀를 보았다.
"당신, 이제 보니 아버님을 좋아하지 않는 모양인데."

그러나 이보다 좀더 나은 격언이 있다는 걸 아느냐? ‘아내가주인이 되는 것을 삼가라.‘ 라는 것이지. 내가 너라면 이 격언을명심하겠다......"
야모스는 할머니를 쳐다보다가 몹시 얼굴을 붉히며 그 자리를 물러났다.

"어머, 아버지는 참 작으시구나. 난 좀더 크신 줄 알고 있었는데."
실망 같은 것이 한 줄기 그녀의 몸속을 지나갔다.

아버지는 실제로 작아진 것일까? 아니면, 기억이 잘못된 것일까? 그녀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아버지는 좀더 위엄 있는모습이었다. 독재자처럼 군림하고, 누구에게든 닥치는 대로 설교하고, 이따금 그녀가 속으로 웃을 수밖에 없는 말을 하는, 특별한 개성을 지닌 걸출한 인물이었다.
그런데, 그녀 눈앞에 나타난 모습은 그저 작은 키에 알맞게살이 붙은 — 스스로는 상당한 인물처럼 행세 하고 있어도 남의눈에는 별 볼일 없는 한 노인에 불과했다. 아니면, 내 눈이 어떻게 되기라도 했단 말인가? 이런 방정맞은 생각을 하다니, 이게 웬일이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작가들은 이렇게 단호히 말하리라. "내 머리에서 짜냈소." 하고,
물론 그것은 아무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만일 질문자들의태도가 그래도 좀 괜찮아 보인다면, 작가는 마음을 누그러뜨리고조금 더 자세히 말해 줄 것이다.

☆"만일 어떤 아이디어가 정말로 괜찮아 보이고, 그것을 가지고서어떻게 좀 이용해 볼 수 있겠다고 느꼈다면, 그것을 여기저기 던져보고, 재주도 부려 보고, 연구도 해 보고, 누그러뜨려도 보고, 그러면서 점차적으로 그것을 구체화시켜 보십시오. 물론 그것을 가지고글을 써야겠지요. 그것은 재미있는 일만은 아닙니다. 사실은 꽤나힘든 작업이지요. 그렇지 않다면 그러한 아이디어를 잘 보관해 두어야 합니다. 혹시 1~2년 안에 다시 이용하게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죠."

☆그 다음 두 번째 질문 질문이라기보다는 진술에 가깝겠지만,
아마 이럴 것이다.
"내 생각에 당신은 등장 인물들의 대부분을 실제 생활에서 얻어낼 거라 여겨지는데요?"
하지만, 그런 아인실색할 질문에는 분개하여 부정한다.

☆"아뇨, 그렇지 않아요. 나는 그들을 창조해 내요. 그들은 내 것이에요. 그들은 나의 주인공 - 그들로 하여금 내가 원하는 것을 하게만들고, 내가 원하는 것이 되게 하는 거죠. 그들은 나를 위해 존재해요. 때로는 그들 자신의 생각도 갖게 되지만, 그건 단지 내가 그들을 실재하는 인물로 만들었기 때문에 그런 거죠."
그러므로, 작가는 아이디어와 주인공들을 모두 창조해 내는 것이다.

☆이제 세 번째로 필수적인 요소인 배경도 만들어 내야한다.
처음의 두 가지 요소는 내부 원천에서 나오지만 세 번째 것은 외부, 즉 이미 현존하는 것으로 반드시 실재하는 대상이어야 한다.
즉, 작품의 배경만은 창조하지 말아야 하는 것이다.

아마도 여러분들이 나일 강을 유람해 본 적이 있다면, 여러분은그 모든 것을 기억할 수 있으리라. 그것이 바로 여러분이 원하는소재의 배경이 될 수 있다. 여러분은 런던 첼시의 한 카페에서 식사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곳에서 싸움이 일어났다. 한 처녀가다른 처녀의 머리채를 움켜쥐고 끌어당겼다. 멋진 소설이 나오려면, 여러분은 그 즉시 글로 옮겨야 한다. 

오리엔트 특급열차로 여행해 보라. 여러분이 고심하고 있는 작품의 구성에 꽤나 재미있는 장면을 제공해 줄 것이다. 친구 집에 차를 마시러 간다. 그 집에 도착하자마자 그녀의 오빠가 책을 덮어 옆으로 던지고는, "나쁘지는 않군 그래. 그런데, 도대체 왜 그들은 에반스를 부르지 않았을까?" 하고 말한다.

☆그리하여 여러분은 머지않아 쓰게 될 책의 제목을 왜 그들은에반스를 부르지 않았을까?」(「부머랭 살인사건」의 원제)로 붙이기로 마음먹게 될 것이다. 그러나, 여러분은 누가 에반스가 될지는 모론다. 하지만, 걱정할 문제는 아니다. 에반스는 적당한 순서에 의해등장할 테니까 말이다. 이제 제목은 확정되었다.

하지만, 여러분은 배경을 창조해서는 안 된다. 배경은 여러분의외부에, 여러분 주위에 산재해 있다. 여러분은 단지 손을 뻗어붙잡아서 선택하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철로를 달리는 기차, 병원,
런던의 호텔, 카리브 해의 해변, 시골 마을, 칵테일 파티, 여학교 등

그러나 한 가지 그 배경은 틀림없이 존재해야 한다. 실재를적용해야 하는 것이다. 실재의 인물들과, 실재의 장소들 - 곧 시간과 공간에 있어서 명확한 무대를 이용해야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그 풍부한 정보를 얻을 것인가? 만일 지금 당장 여러분이 직접 보고 들을 수 없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대답은 아주 간단하다.
그것은 신문이 매일 여러분에게 가져다준다. 즉, 뉴스의 제목 아래에 나열되어 있는 것이다. 제1면에서부터 훑어 보라. 

공포란 앞으로 일어날지도 모를 두려움에 대한 인식이다. 실제로일어난 일 때문만이 아니라, 사건 뒤에 숨어 있는 원인들 때문에도두려워하는 것이다. 

서기 1970년의 한 사건을 이야기로 쓰려면, 지금 여러분이 처한배경과 타협해야 한다.
만일 그 배경이 기상천외한 것이라면 그 이야기는 그러한 환경을 받아들여야 한다. 또한, 그것은 기발하고 별나게 환상적이어야한다. 그 배경은 일상생활의 이상야릇한 사건들을 포함해야만 한다.

사람들이 이상야릇한 현상들의 원인을 올바로 파악할 수 있을까? 권력에 대한 비밀조직 활동을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파괴에대한 광적인 욕망이 새로운 세계를 창조할 수 있을까? 한 발자국더 나아가서, 터무니없고 믿기 어려운 방법에 의한 구원을 상상할수 있을까?

불가능한 것은 아무 것도 없다. 과학이 우리에게 그것을 가르쳐주었다.
이제부터 전개될 이야기는 단지 공상적인 이야기에 지나지 않는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책 속에서 일어나는 일들의 대부분은 사실 실제로도 일어나고있으며, 또는 오늘의 세계에서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그것은 불가능한 이야기가 아니라, 단지 공상적인 이야기에 불과한 것이다.

스태퍼드 나이 경은 외교계에 실망을 안겨다 준 사람이었다. 조기 젊은 시절에는 자신의 재능으로 큰 일을 해봐야겠다고 마음먹었지만, 그것은 결국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그의 독특하고 사악한유머 감각은 가장 심각해야 할 순간에 일을 망쳐 놓곤 했다. 중요한 요점에 이르렀을 때 그는 언제나 자신의 민감한 사악함이 싫증날 때까지 탐닉하는 것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것이었다.

그는 높은 지위를 얻지는 못했지만 잘 알려진 인물이었다. 스태퍼드 나니 경은 아주 명석한 사람이었지만, 동시에 위험한 인물이었다. 하지만, 어떤 일을 끝까지 은근과 끈기로 해결해 내는 믿음직한사람은 결코 아니었다. 혼란한 정치와 복잡한 외교 관계의 현실에서 대사직(人使職)을 얻으려고 한다면, 사실 신뢰감을 얻는 것이 명석함을 인정받는 것보다 중요한 일이다. 그런데도 스태퍼드 나이경은 애석하게도 신뢰감을 얻지 못했다. 

비록 그가 이따금 명석한두뇌와 재치를 필요로 하는 업무를 맡았었지만, 사실 그 업무들은크게 중요하거나 공개적인 성질의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때때로언론인들은 그를 외교 관계의 숨은 인재로 인정해 주곤 했다.

나는 인간을 사랑하고 싶다.
그 바보스런 얼굴을 사랑하고 싶다.

체스터튼(1874~1936, 영국의 추리작가)의 말이었던가? 하여튼 그건의심할 여지없는 사실일 것이다.

"안전이라고!" 그는 약간 미소를 머금고 말했다.
"그 안전이란,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듯 그런 것이 아니고,
비록 단순히 두 개의 음절이 결합된 말이긴 하지만 많은 의미를 지니고 있어요." 그리고 그녀는 계속해서 말을 해 나갔다. 

모르겠네요. 하지만, 당신은 거절하지 않을 거예요. 왜냐하면, 당신은 위험을 각오할 준비가 되어 있는 분이라고 생각되니까요. 바로제가 위험을 당할 준비가 된 것처럼 말이에요."
"당신의 계획을 듣고 싶소." 
그는 살짝 미소를 띠고 말했다.

"당신은 스파이가 아니란 말이오?"
"그렇게 말할 수도 있을 것 같군요. 사실은 어떤 정보를 가지고있거든요. 저는 그 정보가 새어나가지 않게 하려는 거예요. 당신은틀림없이 당신 나라에 가치가 있을 그 정보를 받아들이려 할 거예요

"당신이 좀 터무니없는 사람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소?"
"아뇨, 그렇지 않아요. 만일 이러한 것들이 글로 쓰여진다면 엉터리 같아 보일지도 모르겠어요. 그러나, 엉터리 같은 일들이 실제로일어나고 있어요. 그렇지 않은가요?"
그는 다시 한 번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패밀라와 매우 비슷했다.

그로서는 매우 위험한 일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그제안은 그를 사로잡고 말았다. 그에게 그런 일을 제안한 그녀의 용기가 더욱 그를 사로잡았다. 이 일이 어떤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인가? 그 진상이 밝혀지면 꽤 재미있을 것이다.
"내가 그 일에서 무엇을 얻게 되는 거요?" 그가 말했다. "바로 그점을 알고 싶소."
그녀는 그를 조심스럽게 쳐다보았다.
"기분전환이죠." 그녀가 말했다. "일상적인 일에서부터 탈피한다.
고나 할까요. 시간이 없어요. 모든 건 당신에게 달려 있어요."

☆"당신이 이겼소." 그가 말했다. "사람들은 자기들에게 색다른 것이 제공되었을 때 거절해서는 안 돼요."

"나는 늘 행방불명된 승객에 대해 의아하게 생각해 왔단다. 비행기로 어디를 가든, 거의 매번 그런 행방불명자를 찾는 방송을 들을게다. 어느 한 사람만은 꼭 나타나지 않는 거야. 자기를 찾는 방송을 듣지 못하거나, 아예 비행기를 타려 하지 않거나, 아무튼 그런일이 일어난단다. 나는 그런 사람들은 도대체 어떤 사람들일까, 어디서 무엇을 하는 걸까, 그리고 왜 나타나지 않는 걸까 등등 의문이 생긴단다. 이름이 뭐더라! 아무튼 그 여자는 자기 비행기를 놓쳐버린 거야. 놓친 다음에 가서야 그녀에게 뭘 해줄 수 있겠니?"

☆아무도 그 질문에 대답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어느 누구도 본질적인 것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그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것은 신문기자들이 온갖 정력을 다 쏟아서 사건을 실제보다 더 과장시키려 하는 것에 지나지 않았다. 

한 처녀가 공원에서 목 졸려 죽었다고 한다. 처녀들은 언제나 목 졸려 죽는 존재인 모양이다.
☆ 어느 날부턴가 그는 무감각하게 그렇게 생각하게 되었다. 

오늘 아침에는 삶이란 그런 대로 괜찮은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체트윈드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다. 체트윈드는 이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을 바보 같은 사람이다.
그러면서도 훌륭한 외모를 갖고 있고 주요 인물처럼 보였다. 모든일에 철저하게 의심을 하는 사람이었다. 그는 체트윈드와 이야기하는 게 그런 대로 재미있었다.

"사람들은 언제나 이런 일 배후에는 무엇인가가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한다오." 체트윈드가 말했다.

"당신 생각은 어떻소?"
☆"저는 아직 뭐라 말하고 싶지 않습니다. 좀 생각할 여유가 필요.
합니다. 시간이 좀먹는 것은 아니니까요." 호샴이 말했다.

"왜냐하면스태퍼드는 골똘히 생각하고는 중얼거렸다. "누군가가 그 옷이 필요했기 때문일 거야, 도대체 누굴까?? 왜, 무엇 때문에?" 그와 같은 의혹은 계속해서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것이 당연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스탠퍼드 나이 경.
공항에서 만난 누이와 똑닮은 여성의, 신분을 빌리자는 이상한 제안을 받는다.

개인적으로, 또는 우편을 통해 작가가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은,
"당신은 어디에서 작품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습니까?" 하는 것이다.

작가들은 질문해 오는 사람들을 엘리자베스 시대의 셰익스피어작품으로 돌려보낼 수는 없는 노릇이다.

말해 다오, 공상이 어디서 나는지.
가슴에서, 혹은 머리에서어떻게 생겨나서 어떻게 길렀는가?
대답하라, 대답하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