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원전 2000년.
이집트를 배경으로 한 소설, 마지막으로 죽음이 오다
묘소지기 승려 임호테프의 가족과 이제 막 그 가족이 된 임호테프의 어린 아내 노프레트와의 반목 속에 찾아온, 그녀의 죽음!

내 아내 - 야모스와 소벡의 어미 그리고 이피의 어미되는 두 번째 아내 - 두 사람 모두 오래 전 오시리스 곁으로 가버렸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티피, 카이트, 나는 새로운 연인, 너희들의 어머니가 될 사람을 데려왔다. 너회와 함께 살게 될 것이다. 이 사람이 나의 연인 노프레트다. 너희들도 이 사람과 좋은 사이가 되어 주길 바란다.

그는 얘기하면서 한 여인의 손을 잡아끌었다. 그녀는 그의옆에 섰다. 그녀의 머리는 뒤로 길게 늘어뜨려져 있었고, 눈은작았다. 젊고 다소 오만해 보였으나 아름다웠다.


노프레트는 조용히 서 있었다. 입술에 살짝 미소를 띠고 있
었는데, 그 미소는 애교스럽다기보다는 오히려 빈정거림에 가까웠다.

"아, 좋겠구나 —— 나이먹은 바보보다 더한 바보는 없다니까."
"어머니,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건지 전 정말 모르겠습니다."
에 사가 차분하게 대답했다.
"너는 줄곧 바보짓만 했어, 임호테프.."
임호테프의 표정이 굳어지더니 화가 난 듯 말하기 시작했다.

평상시 그는 자기의 권위에 도취하여 만족스러울 수 있었으나,
어머니 앞에서만은 항상 그의 자존심이 산산조각나고 마는 것이었다.
어머니 앞에서는 그 자신 하잘것없는 존재로 추락하기 일쑤이다. 장님과 같은 시력에도 불구하고 짓궂게 번뜩이는 그녀의눈빛은 어김없이 그를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아들의 능력에 대해서도 그녀는 결코 높이 평가하려 들지 않는다. 물론 그는 스스로에게 자신의 평가만 옳지 어머니의 의견에는 특별히 신경을 쓸 필요가 없다고 다짐하지만, 그런데도그녀의 모습은 그의 행복한 자만심을 번번히 무너뜨렸다.

임호테프는 골이 나서 왔다갔다 하며 씨근거리기 시작했다.
"제가 하고 싶은 걸 이 집안에서 못할 이유가 뭡니까? 아들며느리를 거둬 먹이는 건 바로 접니다. 그 애들이 이제껏 먹고살 수 있었던 건 제 덕분 아닙니까? 애들 역시 끊임없이 그렇게 말하고 있지 않습니까?"
"넌 너무 지나치도록 그 점을 강조하고 있다."

"나는 화내고 있는 게 아니다. 단지 흥미로워할 뿐이지. 집안에 앉아 좋은 구경거리를 즐길 수 있을 테니 말이다 그러나,
이것만은 말해 두지. 북쪽에 다시 가게 되거들랑 그 여자도 데려가야만 한다."

"못살게 굴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다. 그러나, 기억해 둬야 할것은 마른 장작에는 불을 붙이기가 쉽다는 사실이야. 전해 내려오는 말에, ‘여자가 있는 곳에 좋은 일이 없다." 라는 말이 있잖느냐."

에 사는 잠시 쉬었다가 천천히 말을 계속했다.
"노프레트는 아름답다면서? 그러나, 이런 말이 있지 - ‘남자는 여인의 미끈한 몸매에 바보가 되나, 보라, 한 순간이 지나면 빛바랜 루비와 같이 되는 것을‘...."
인용을 하면서 그녀의 목소리가 깊어졌다.

☆하찮은 일, 작은 일, 헛된 꿈 —— 마지막으로 죽음이 오지…

그 오만한 태도를 좀 고치는 게 살기 편할 거예요 — 결국 여자의 생애란 뭐죠? 집안에 처박혀 지내는 거잖아요. - 다른 여자들 사이에서 부대끼면서."
사티피의 말투에선 묘한 의미가 풍겼다. 그녀가 덧붙여 말했다.

그녀는 한두 발자국을 떼어놓다가 노프레트 곁에 멈춰 섰다.
그리고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게 모두 당신 때문이에요, 노프레트, 난 잊지 않을 거예요.
예, 결코 잊을 수 없을 거예요......"

레니센브가 나일 강가를 산책하고 있는데 사람들이 시끄럽게 수선을 떨며 선창 쪽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그녀 역시 달려가 그들과 섞였다. 배 한 척이 강변에 와 닿아있었고, 갑판 위에는 밝은 햇살을 뒤로 한 채 한 젊은 사내가서 있었다. 갑자기 그녀의 심장이 멈춘 것 같았다.

미쳐 버릴 것 같은, 환상적인 생각이 그녀의 가슴을 뛰게 했다. 그녀는 생각했다.
‘저건 케이야. 케이가 땅속에서 다시 살아온 거야."
그러나, 이내 그녀는 이처럼 신빙성 없는 생각을 한 자신을 비웃었다

지금 그녀의 눈앞에 있는 사나이는 케이와 비슷한 체형의 젊은이였기에 그녀는 환상을 본 것에 지나지않았으니까.
이 사나이는 케이보다 젊고 수수하며 우아한 자태와 미소를머금은, 곱상하게 생긴 남자였다.
그는 카메니라는 이름을 가진 서기.

지금도 그녀에겐 도망치고 싶은 마음이 있다. 그렇지만, 전처럼 집안의 성가신 문제나 짜증스러운환경에서 다른 곳으로 도피하고픈 그런 단순한 감정은 아니었다. 그것은 좀더 분명하고 불길한 것이었다.

"전에 내게 해줬던 말을 기억하시나요? 두 가지 재난 - 하나는 밖에서부터 오는 거고, 또 다른 하나는 내부에서 생기는재난이 있다고 하는 것 말이에요."
"예, 기억합니다."

"나중에 설명하시길 당신이 말한 것은 과일이나 농작물을 해치는 질병에 대한 거라고 했지만, 나는 그 이후로도 그 생각을떨쳐 버릴 수가 없었어요 ㅡㅡ 그건 사람에게 있어서도 마찬가지일 거라는 생각이에요."
호리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당신 역시 그걸 깨달았군요...…그래요. 당신 생각이 맞습니다."

☆레니세브가 대뜸 말했다.
"지금 무슨 일인가가 벌어지고 있어요. —— 저기 우리 집안에들이닥쳤어요 - 악마가 침입했지요 — 밖으로부터! 그리고,
난 재난을 가져온 그 악마가 누군지도 알아요. 바로 노프레트예요."

"우리 모두에게 이익을 가져다 주지요…죽음은 항상 이익을 가져다 줍니다.…"
노프레트는 공양물을 차려놓은 상과 사당(祠堂) 입구, 장식된 문을 둘러보며 몸을 떨었다. 그리고는 비명에 가까운 소리를 질렀다.
"난 죽음이라면 질색이에요.."

호리의 조용한 목소리가 말했다.
"그러시면 안 됩니다. 이곳 이집트에서는 죽음이란 부(富)의 주요 원천이랍니다. 당신이 걸고 있는 보석도 죽음을 통해 얻어지는 거지요, 노프레트, 죽음이 당신을 먹이고 입혀 줍니다."

☆"그 이유는 당신 역시 이집트 인이기 때문입니다. 당신이 삶을 사랑하기 때문에, 그리고 때때로 죽음의 그림자를 피부 가까이 느끼기 때문에 그런 겁니다."

"온 이집트가 죽음에 휩싸여 있습니다! 그 이유가 뭔지 당신은 아십니까? 그것은 우리가 육체의 눈은 가졌으되 마음의 눈을 갖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이 세상 밖의 삶, 죽음 저 건너의삶을 상상할 수 없기 때문이지요. 우리들은 단지 우리들이 알고 있는 연속선상에서만 볼 수 있는 거니까요. 신에 대한 참된믿음도 갖고 있지 못합니다."

레니센브는 놀라움에 찬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에게 말했다.
"어떻게 그런 얘기를 할 수 있죠, 호리? 우리에게는 많고 많은 신이 있어요. 너무 많아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지경으로요.
바로 어젯밤 서로 어느 신을 좋아하는지에 대해 얘기했잖아요.
소벡 오빠는 사크메트 신을 좋아한다고 했고, 카이트는 항상메스켄트 신에게 기도를 드린다고 했어요. 카메니는 토스 신에게 간구한다고 하더군요. 서기니까 그렇겠지요.

"온 이집트가 죽음에 휩싸여 있습니다! 그 이유가 뭔지 당신은 아십니까? 그것은 우리가 육체의 눈은 가졌으되 마음의 눈을 갖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이 세상 밖의 삶, 죽음 저 건너의삶을 상상할 수 없기 때문이지요. 우리들은 단지 우리들이 알고 있는 연속선상에서만 볼 수 있는 거니까요. 신에 대한 참된믿음도 갖고 있지 못합니다."

호리가 옛일을 더듬는 듯 이야기를 시작했다.
"우리가 어린 시절이었을 때, 소벡이 야모스에게 덤빈 적이있었답니다. 야모스가 물론 1년 손위 형이었지만, 동생인 소벡의 힘이 더 섶지요.
소벡은 돌로 형의 머리를 쳤습니다.

"나하고요? 야모스 오빠는 그 때 많이 다쳤겠네요?"
"아닙니다. 상처는 컸지만 별로 심각할 정도는 아니었지요.
그런데, 이튿날에 소벡이 호되게 앓았습니다. 식중독이었다고기억됩니다. 마님께선 소벡이 너무 흥분한 데다가 직사광선을너무 오래 쬐었기 때문이라고 말씀하시더군요. 한창 무덥던 여름이었으니까요."

레니센브는 생각에 잠기며 말했다.
"소벡 오빠는 성미가 불 같아요."
그녀는 다시 한 번 죽어 있는 뱀의 시체를 보고는 진저리를쳤다.

"나는야 멤피스로 가려네
진리의 신 프타에게 가려네
나 프타에게 말하리
오늘밤 그리운 님 보내옵소서‘
강물은 잘 익은 술프타는 강물 속의 갈대
사크메트는 연꽃에 아리트는 그 싹네
페르템은 그 꽃망
울나 프타에게 말하리
오늘밤 그리운 님 보내옵소서
아름다운 연인과 함께 
먼동이 터오고
멤피스는 아름다운 얼굴에 바쳐진
사랑의 사과 한 접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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