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고개들어 레니센브를 보고는 싱긋 웃었다. "내 노래가 마음에 듭니까, 레니센브?" "무슨 노래예요?" "멤피스의 사랑의 노래입니다." 그는 레니센브를 바라보며 부드럽게 노래했다.
" 그녀의 두 팔은페르세어 가지를 담뿍 안고그녀의 머릿결은 향수에 젖어땅과 하늘에 계시는 주(主)의공주와도 같아라."
노프레트의 조롱하는 웃음소리가 들려 왔다. 그러나, 그 웃음소리는 사라지고 그녀의 머릿속에 생생히 떠오르는 소리가 있었다. 그녀의 얼굴에 시선을 못박고 노래부르던 카메니의 목소리와 그 노랫말이 메아리쳐 오는 것이었다......
먼동이 틀 무렵 케이는 고개를 돌려 레니센브를 바라보았다. 그런데, 그는 케이가 아닌 카메니였다. 바로 그 때에 뱃머리에조각된 뱀의 머리가 꿈틀거리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그건 살아있는 뱀, 코브라였다. 레니센브는 생각했다. ‘저것은 무덤에서 죽은 사람의 영혼을 갉아먹던 뱀이다.
그녀는 공포에 떨고 있었다. 그리고, 그 때 뱀의 얼굴과 노프레트의 얼굴이 겹쳐지는 것을 목격했다. "노프레트 - 음 노프레트......." 그녀는 비명을 지르면서 깨어났다.
그때 그녀의 눈에 테베 쪽으로 가고 있는 배를 바라보며 서있는 한 사람의 모습이 들어왔다 - 그 모습엔 스산한 기운이감돌고 있었다 - 미동도 없이 꼿꼿하게 선 모습에서 풍겨지는고독의 냄새에 레니센브는 깊은 감동을 받았다. 뒤늦게 그 사람이 노프레트임을 안 뒤에도 그 인상은 바뀌지 않았다.
노프레트는 나일 강을 바라보고 있었다. 노프레트가 — 홀로, 노프레트가 생각에 잠겨 있다니 - 무슨 생각에 골똘해 있을까레니센브는 사실상 노프레트에 대해 아는 것이 얼마나 보잘것없는 것인지를 깨닫고는 조금 충격을 받았다. 집안 사람들은노프레트의 자라온 과거 환경이나 생활에 대해 흥미나 호기심을 갖기도 전에 그녀를 다만 하나의 적으로, 침입자로 여기고만 있었던 것이다.
레니센브는 문득 생각해 보았다. 낯선 고장에 와서 친구도없이 혼자서 자기를 미워하는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는 노프레트는 굉장한 슬픔에 잠겨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레니센브는 까닭 없이 그녀와 친해지고 싶은 충동에 이끌려말을 계속했다. "당신의 고향도 역시 이런 모습이었나요?" 노프레트는 짧게 웃었다. 차라리 고통스럽다는 듯한 웃음을.
뿌리고, 추수하고, 가축을 기르고, 농작물에 대해서나 이러쿵저 "당신에겐 이곳이 좀 무료하게 느껴지겠네요 ?" 노프레트가 쓴웃음을 지었다. "여기는 죽어 있어요 ㅡ 죽어 있다고요 — 밭을 갈고, 씨를러쿵하고."
레니센브노프레트의 옆모습을 보면서 그녀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생각해 보았다. 그러자, 불현듯 분노와 한탄, 절망의 커다란 파도가 노프레트에게로부터 자신에게로 썰물처럼 밀려오는 것을 생생히 느낄수 있었다.
레니센브는 생각했다. ‘이 여자는 나처럼 젊어 ㅡ 아니, 더 어릴지도 모르지. 그런데, 저 늙은이, 섬세하고 친절하긴 하지만, 그보다는 어리석기 그지없는 저 늙은 우리 아버지의 첩이니………."
그녀는 노프레트에 대해 무엇을 아는가? 전혀 아무것도 모른다. 그녀가 어제 호리 앞에서 ‘노프레트는 예쁘고 야비한 악녀‘라고 말했을 때 호리는 뭐라고 했던가?
"레니센브, 당신은 어린애 같군요." 어제 그녀가 한 말은 아무 의미도 가질 수 없는 것이었다. 한인간을 그렇게 속단할 수 없는 거니까! 어떤 비애와 괴로움, 어떤 절망이 그녀의 차가운 미소 뒤에 감춰져 있는 걸까? 레니센브 자신은 —— 아니, 집안 사람 모두가 노프레트에게 적의를갖고 있지 않았던가!
몇 분 동안 그녀의 얼굴엔 아무 표정도 떠오르지 않아 —— 레니센브의 생각에, 잠시 동안 그녀의 눈에 부드러움이 어리는걸 본 것 같았다. 이른 아침의 고요, 새삼스런 투명함과 평화로운 정경 속에서 노프레트는 주저하고 있었다 ㅡ 어쩌면 레니센브의 말이 그녀의 내부 한 귀퉁이에 남아 있던 부드러운 속마음을 건드렸는지도 모른다.
묘한 순간이었다. 레니센브가 두고두고 잊지 못할 순간이었다. 그 때 차츰 노프레트의 표정이 달라졌다. 얼굴에는 악의가 가득차더니 눈동자가 이글거렸다.
그녀의 눈이 증오와 적의로타오르는 것을 보고 레니센브는 자기도 모르게 한 발자국 물러섰다. 노프레트는 목소리를 깔고 쏘아붙이는 것이었다. "저리 가요! 당신들에게선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아요. 멍청한 바보들, 당신들 모두 바보라고요......."
레니센브천천히 그녀를 따라갔다. 정말 이상스럽게도 노프레트의 말이 그녀를 화나게 하지는 않았다. 노프레트가 한말들은 그녀의 증오와 회한의 그늘진 심연을 열어 보인 것에지나지 않았으므로 - 이제껏 그녀가 경험해 보지 못한 것이었다. 레니센브는 노프레트가 느끼고 있음직한 감정들이 얼마나고통스러울까 하는 생각을 하다가 머리가 혼란스러워지는 것을 느꼈다.
"당신 말대로 하겠소, 노프레트. 하지만 ㅡ 그래요, 언젠가는- 당신은 후회하고 말 거요." "카메니, 당신이 나를 위협하는 건가요?" "당신에게 경고하고 있을 뿐……"
그러나, 실제로 그녀의 환경은 보다 더 악화되어 있었다. 임호테프가 떠난 뒤, 노프레트는 집안 사람들을 분열시키고 이간질하는 것을 자기 계획대로 이루었다 - 최소한 레니센브가 보기에는 그랬다. 하지만, 지금은 온 식구들이 뭉쳐서 이 침입자에 맞서고 있었다.
사티피와 카이트 사이의 마찰도 없어지고, 사티피가 남편을 못살게 구는 일도 자취를 감췄다. 소벡도 예전처럼 건들거리지 않고 신중해졌다. 막내 이피도 형들에게 더 이상 불손한태도를 보이거나 막말을 하지 않았다. 다시 말해, 가족들간에새로운 협동의 모습이 생겨난 것이다 그렇다고 이런 조화로운 모습이 레니센브를 안정시켜 주지는 못했다 - 이런 협동의모습 저변에는 노프레트의 그 집요하고 악착 같은 음모가 도사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조용하고 야비하며 치사한 박해였다. 드러나는 것도없고 종잡을 수도 없는 - 본질상 여자가 꾸민 듯한 말없는 시위였다.
에사는 항상 그렇듯이 야릇한 표정을 지으며 그들을 살펴보는 건 노프레트지 너희들이 아냐. 너희들은 노프레트가 쳐놓은덫에 걸려든 거야. 오히려 노프레트를 즐겁게 해주는 결과를초래하고 있단 말이다!"
에사가 으스스한 분위기로 말했다. "늙은 남자와 결혼한 젊고 아름다운 여자의 힘이란다. 그게무시하지 못할 힘이란 것을 나는 알지."
헤네트가 주방으로 가자 에사가 말했다. "뭔가 불길한 예감이 들어 ㅡ 나는 그 냄새를 맡을 수 있지. 사티피, 네가 이번 일을 지휘하고 있는 모양이다만, 자기 꾀에자기가 넘어가는 일이 없도록 해라. 네가 머리를 굴리고 있는동안 노프레트의 함정에 빠지지 않도록 조심하는 게 좋을 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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