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게임
마빈 클로스 외 지음, 박영록 옮김 / 생각의나무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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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해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는 아프리카 최초로 월드컵이 열린다. 둥근공 하나에 전세계 인구가 웃고 운다는 사실이 신기할 따름이지만, 사람들을 하나로 똘똘 뭉치게 만드는 힘! 이게 바로 축구가 가진 가장 큰 힘이자, 매력이 아닐까 생각한다. 남아공은 불과 얼마전까지만해도 인종차별이 극심한 나라였다. 인구 대다수를 차지하는 흑인들은 철저하게 백인들에 의해서 착취당하고 불평등한 대접을 받으며 살아왔다. 인종차별 정책이 극에 달했을때는 소수의 백인이 흑인 전체를 완전히 없애버리는게 아닐까 싶을만큼 많은 사람들이 죽임을 당했고, 정책의 종식을 위해 투쟁했던 수많은 흑인들과 유색인종들이 정치범이란 죄명으로 악명높은 로벤섬에 수감되었다. 이번에 열리는 월드컵이 누구보다 뜻깊을 사람들은 바로 당시 로벤섬에 갇혔던 그들일 것이다. 지옥과도 같은 수감생활, 끝이 보이지 않는 수감기간동안 그들이 자신들의 신념을 잃지 않고 건강한 정신으로 형기를 마칠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축구가 있었기 때문이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게임>은 당시 로벤섬 수용소에서 있었던 축구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세계에서 악명높기로 유명한 수용소 중 하나인 로벤섬은 탈출이 거의 불가능한 곳에 위치해있었다. 이곳에는 일반범들도 있었지만, 대다수가 정치범이었다. 그들은 죽지않을만큼의 음식을 먹으며 채석장에서 중노동에 시달렸다. 수시로 벌어지는 교도관들의 무자비한 폭력에 하루하루가 지옥과도 같은 나날이었다. 죄수들에겐 심신을 위로할만한 어떤 오락도 허용되지 않았다. 교도관들의 눈을 피해 할 수 있는 놀이를 찾던 그들은 옷을 둘둘말아하는 미니축구를 찾아냈다. 교도관이 나타나면 얼른 풀어헤쳐 전혀 발각될 염려가 없는 운동.. 축구는 그렇게 그들의 삶 속에 들어왔다.

 

남아공의 인종차별정책은 전세계로부터 심한 반발을 불러왔다. 특히 국제적인 체육행사에서 백인들로만 구성된 이 나라 선수들은 참가가 불허되는 경우가 자주 발생했다. 또 경제파트너로서 투자국들의 시선도 곱지 못했다. 국제사회로 부터 점점 고립되어가던 남아공 정부는 마지못해 국제적십자사에 로벤섬 방문을 허용한다. 좋은 옷과 음식등으로 꾸며놓았지만 남아공의 잔인한 인종탄압은 숨길 수가 없었다. 인권이란게 존재하지 않던 로벤섬 사람들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그들의 권리를 요구했다. 그 결과 주말 하루 30분동안 밖에서 축구를 할 수 있는 권리를 얻어내는데 성공했다. 몇년에 걸쳐 공들인 일이 드디어 실현된 것이다. 그들의 축구는 주먹구구식의 동네축구가 아니라, 피파규정에 맞춰서 이뤄줬다. 마카나축구협회를 만들고, 리그를 구성했으며 정기전을 치뤘다. 건의사항이 있을때는 제대로 된 형식을 갖춰 서한을 협회에 보냈다. 무자비한 폭력앞에 나약해지고 굴복하고 싶은 순간에 그들은 축구로 자신감을 찾고 자존감을 세웠으며 고단한 역경의 시간을 오히려 새로운 도약의 기회로 삼았다.

 

실제로 이 시기에 유명했던 로벤섬 축구선수들은 현재 남아공 정부의 중요 요직을 맡으며 이번 남아공 월드컵을 유치하는데 큰 공헌을 하기도 했다. 최장기 복역수로 있던 만델라 대통령은 독방에 갇혀 실제 경기에 참여할 수는 없었지만 열렬한 지지자 였다. 그는 남아공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 되었고, 마카나협회 소속 레인저스FC주장 제이컵 주마는 현 남아공 12대 대통령이 되었으며, 최고의 미드필더였던 토쿄 섹스웰레는 현 남아공 국토부 장관 겸 남아공 월드컵 조직위원, 마카나축구협회 초대회장을 맡았던 딕강 모세네케는 현 남아공 헌법재판소 부소장이다. 현명한 심판관으로 유명했던 마커스 솔로몬은 현 국제 아동자원센터 센터장을 맡고 있으며 마카나 축구협회가 생기는데 가장 큰 공헌을 한 세딕 아이잭스는 현 남아공 국제의료정보학협회 부회장을 맡고 있다.

 

형기를 마치고 고향으로 돌아가는 순간을 오히려 슬퍼했던 사람들.. 로벤섬에서의 축구는 그들의 삶 속에서 결코 지울 수 없는 가장 아름답고 행복했던 시간으로 기억되고 있었다. 정신적으로 피폐하지 않고 이렇게 남아공 사회의 든든한 버팀목으로 바로 성장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 그건 바로 축구를 통해 얻은 정정당당한 스포츠맨 쉽과 자존감이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서는 로벤섬의 축구가 그랬듯이 정치이념도 피부색도 뛰어넘어 둥근 공 앞에 정직한 땀과 진정한 스포츠맨 쉽이 살아있는 역대 월드컵 중 가장 즐겁고 행복한 월드컵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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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중원 박서양
이윤우 지음 / 가람기획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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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권으로 끝내기 참 아쉬운 책이다. 2, 3권까지 나왔다면 좋지않았을까? 궁금한 이야기도 많고 풀어낼 이야기도 더 있는듯 한데, 서둘러 결말을 지은듯해서 조금 아쉬움이 남는 책이다.

 

백정은 사람과 똑같은 외모를 지닌 의사소통이 통하는 짐승에 불과했다. 백정은 똑같은 천민계급사회에서도 가장 최하층에 속했으며 아무리 어린 꼬마에게도 고개를 바로 들고 쳐다볼 수 없었고, 일반사람들과 섞여살 수 없는 사람들이었다. 백정이 아무리 뛰어난 머리와 재능을 타고 났다고해도 그는 아버지의 직업을 따라 짐승을 잡는 일을 할 뿐 관직을 꿈꾸거나 학문에 대한 욕심을 낼 수 없었다. 자신의 신분을 뼈져리게 느끼며, 절망가운데 망가지기 딱좋은 것이 바로 이런 백정이다. 넘어설 수 없는 신분의 한계과 현실의 벽을 넘어 우리나라 최초의 양의사가 된 백정의 아들 박서양이란 사람이 있다. 

 

100여년전 백정이라 손가락질받던 박서양은 갑오개혁으로 신분제가 폐지되기까지 10여년 세월동안 백정으로 살다가 신분제 폐지 후 제중원의학교에 입학하여 8년여의 공부를 마치고 조선에서 의사생활을 하며 교편을 잡고 후학을 양성했다. 그는  안락한 삶을 뒤로 한채 36살이란 나이에  만주에 가서 병원을 열고 환자치료를 하면서 조국독립을 위해 살다 1936년 귀국 4년 후 56세의 나이라로 사망한다.  <제중원 박서양>은 바로 이 사람 박서양을 모델로 쓴 소설이다.

 

외할버지는 이름없는 의원이었다. 자식들에게 가난만 물려주고 가버린 외할아버지.. 동생들과 먹고 살기 힘들었던 어머니는 백정에게 시집을 가게 되고,  박서양은 그들의 첫째 아들로 태어났다. 그의 박씨 성은 외할버지의 성을 물려받은것이다. 어머니는 백정의 신분을 인정하지 않았다. 그래서 아들역시 백정으로 살게하지 않기 위해 한문으로 백정과 어울리지 않는 이름을 지어줬다. 박서양 역시 다른 백정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맞서다 심한 구타를 당하곤했다. 그러던 어느날 심한 구타로 인해 사경을 헤메던 그를 아버지는 들쳐없고 제중원으로 향한다. 그리고 아이를 그 곳에 버리다시피하고 돌아선다. 세월이 흘러도 백정과 섞여살 수 없을 것 같은 아들.. 백정이란 직업때문에 아내도 잃고, 작은아들까지 잃은 그는 큰아들만큼은 살리고 싶어서 제중원에 맡긴것이다. 그 곳에서 외국인 의사 알렌과 조선의 역관출신 범석을 만난 박서양은 서양의술을 배우게 된다. 어깨넘어로 배우는 영어실력까지 탁월해서 그는 알렌에게 대단한 신임을 얻게된다.

하지만, 그는 백정일뿐이었다. 아무도 그를 사람으로 대우하지 않았고, 백정이 글을 읽고 사람들을 치료한다는 사실자체에 분노하는 사람까지 생기기 시작했다.

 

부족한 서양의을 더 많이배출하기 위해 알렌은 고종의 허락을 맡아 제중원 의학당를 설립한다. 풍양조씨 가문의 조연학과 몰락한 양반가문의 이강헌, 출세욕과 범석에 대한 열등감만 가득한 조준구.. 평생 그의 인생에 없어서는 안될 인물들을 바로 이 곳에서 만나게 된다. 남들에게 밝힐 수 없는 비밀을 가지고 있던 조연학.. 그는 평양조씨 가문의 자손이 맞으면서도 아니다. 그는 풍양조씨 가문의 조유가 유배지에서 만나 잠깐동안 정을 통한 여자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다. 둘 다 가정이 있던 두사람의 사랑은 진실한 사랑이었다. 유배가 끝나고 다시 한양으로 돌아갈때 자신을 데려가달라던 여인의 청을 거절한 조유는 다음날 그녀의 자살을 목격하게 된다. 어미의 죽음도 모르고 울어대던 아이가 바로 조연학이다. 봇짐장수 남편은 조연학이 자신의 아인줄 알았다. 오랫동안 얻지못한 자식이라 끔찍했던 그에게 조유는 모든 사실을 얘기한다. 알면서도 자신의 아이처럼 잘키웠던 그는 연학이 10살정도 된 시점에 조유에게 연학을 맡기고 사라진다.

 

자세한 내용까지는 몰라도 봇짐장수 아비를 기억하는 박서양을 연학은 엄청난 구타를 동원해서 괴롭힌다. 하지만, 똑같이 아비에게 버려졌다는 이유만으로 공감대가 이뤄졌던 그들은 이후 둘도없는 친한 친구가된다. 입학생 총 16명 중 학교를 졸업한 사람은 박서양뿐이다. 학교 졸업 후 에도 그의 대접은 달라지지 않았다. 그의 출신을 아는 환자들은 죽으면 죽었지 절대로 백정에게 진료를 받을 수 없다 거부했고, 그는 신분적 한계에 부딪히는 순간이 많을때마다 좌절하게 되고, 오기로 똘똘뭉치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날 알렌이 고종의 명을 받고 미국으로 떠나게 된다. 알렌이 사라지면 다시는 공부할 수 있는 기회가 사라지게 되는 박서양은 알렌에게 사정하여 미국으로 함께 떠날 수 있게 된다. 미국으로 가기전 들른 홍콩등 타국에서 그는 신분적 차별이 없는 꿈같은 경험을 하고 그 경험은 그에게 엄청난 충격과 환희로 다가왔다.

모든 일이 불안할 정도로 잘 풀렸다. 그리고 결국탈이 났다. 미국과 조선이 가까워지길 싫어했던 청국은 알렌일행의 뒤를 쫓고 있었다. 그 일행은 용케도 알렌일행을 발견했고, 붙잡고자했던 박정양이 없자 조선인을 함부로 외국에 데려가는것을 고종이 허락했느냐고 협박하며 박서양을 붙잡아갔다. 초죽음이 되어 돌아온 조선.. 박서양은 일본인 아베세이지 의사와 혜민서에서 의사습독관으로 있었다는 강의원에 의해서 살아난다. 강의원에게 참 의원의 길을 배우고 진정한 의원이 되기 위해 필요한 덕목등을 배운 박서양은 자존감을 만들기 위해 새로운 세상에 뛰어들라는 강의원에 권유로 일본으로 유학하게 된다. 그리고 뛰어난 실력으로 돌아온 그에게 세상사람들의 시선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예전 제중원에서 심부름을 하며 짝사랑했던 태린 아씨와 만나 그녀의 어려움을 해결해주고 결혼을 해서 한가정의 가장이 되었고, 의원생활을 하면서 풍족하지 않지만 근근히 생활을 이어가던 그에게 학생들을 가르쳐달라는 제의가 들어온다. 큰 꿈을 품고 들어선 학교.. 그의 과거를 알게 된 학생들은 백정에게 수업을 들을 수 없다며 수업시간에 들어오지 않았다. 큰 충격을 받았지만, 이미 익숙해진 일.. 그는 뒤로 물러서지 않고 현실에 당당히 맞셨고, 그의 뛰어난 실력과 인품은 등돌렸던 학생들을 다시 돌아오게 만들었고, 그를 존경하게 만들었다. 학생들의 성화를 뿌리치고 학교를 나온 그는 만주로 향한다.

 

아무도 몰랐을것이다. 일본인의 도움으로 일본최고의 의학교 들어가 최고 실력으로 돌아온 그를 사람들은 친일파로 생각했다. 평생 그의 뒤를 쫓으며 그를 감시했던 준구역시 그랬고, 그의 절친한 친구 조연학 역시 그를 친일파에 가깝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는 고종의 사람이었다. 그가 가진 의술을 통해서 일본의 정보를 빼내서 조국의 독립을 위해 사용했었다. 이완용이 그리고 준구가 그걸 눈치챘을때 그는 이미 만주로 떠난 상태였다. 또 그와 같이 고종의 사람으로 제국익문사로 활동했던 범석 역시 자취를 감춘 후였다.

 

사람들은 짐승을 잡던 백정이 사람을 잡는 백정이 된 것일 뿐 달라진건 없다고했다. 주제파악하지 못하고 글을 읽고 유학을 다녀왔다고 욕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백정은 백정일 뿐 사람이 될 수 없다고도 했다. 수없이 절망했고 수없이 좌절했다. 목숨을 잃을뻔하게 맞은적도 많았고, 억울한 누명을 쓴 순간도 많았다. 하지만 박서양은 현실에 안주하지 않았다. 학문을 익히고 현실의 벽을 뛰어넘기 위해 처절하게 몸무림치며 달려왔다. 암울했던 구한말.. 외줄타기같던 박서양의 인생과 외세앞에 풍전등화같았던 조선의 모습은 너무 닮아있었다.

그리고 끈질기게 자신의 꿈과 미래를 놓지 않고 붙잡았던 박서양은 마침내 새로운 인생을 거머쥐게 되었다. 감탄사가 절로 나는 이야기였다. 시대를 앞서간다는 것, 그리고 시대와 싸운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겪어보진 않았지만 익히 아는 일이라 그의 고생이 얼마나 심했을지 알고도 남는다. 세상의 시선과 사람들의 멸시를 이겨낸 박서양의 일대기는 감동을 넘어 위대하기까지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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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들어진 조선의 영웅들 - 시대를 풍미한 도적인가, 세상을 뒤흔든 영웅인가
이희근 지음 / 평사리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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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으로 큰파장을 일으켰던 인물이나 사건들은 먼 훗날 역사의 평가를 받게 되는 경우가 많다. 당시에 어떤식으로 평가를 받았는가보다 더 무섭고 두려운 평가가 바로 역사의 평가가 아닐까한다. 역사의 평가는 극단적으로 엇갈리는 경우가 많다. 호의적인 평가를 받았지만, 이후에 혹독한 비판에 직면하는 경우도 있고, 당시에는 엄청난 비난과 반발을 불러일으켰지만, 시대는 그 모든 일들을 새로운 세상을 열고자 했던 혁명가 내지는 한시대를 앞선 행동이라 추켜세워주기도 한다. 역사적 평가에 대해 이것이 잘됐다 잘못됐다 정확한 판결을 내릴 수는 없다. 그 평가를 내리는 후세도 그들이 사는 시대에 맞게 또 시대를 바라보는 사람들에 따라 다른평가를 내리기에 시대가 바뀌면 또 새로운 종류에 평가가 내려질 뿐이다.
 

<만들어진 조선의 영웅들>은 우리가 알고 있던 인물들을 새롭게 평가한 책이다. 그동안 언론이나 교과서에서 배웠던 내용들과 다른 평가를 내리고 있어서 조금은 혼란스러운 부분도 있었지만, 앞에서도 말했듯이 역사의 평가는 어느 한쪽으로만 치우치지 않기에 보는 사람의 관점에 따라 이렇게도 달라질 수 있구나 생각하고 읽으니 의외로 재미있었다.

 

<홍길동, 임꺽정, 장길산>을 모르는 사람들은 없을 것이다. 이 세 사람에게 우린 의적이란 단어를 붙여서 부른다. 탐관오리들을 혼내주고 부정하게 재산을 모은 사람들의 재물을 빼앗아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눠주는 의적.. 그럼 세 사람은 과연 의적이었을까? 책에서는 그들이 의적으로 바뀌된 된 사연을 소설때문이라고 한다. 허균의 홍길동전, 홍명희의 "임꺽정", 황석영의 "장길산"은 도적 홍길동, 임꺽정, 장길산을 한순간에 의적으로 바꾸는데 큰 기여를 했다고 적고 있다. 실록을 보면 이들은 일반 도적과 다를바 없는 잔혹한 면을 지니 법죄자였을뿐이다. 다만 그들을 따라 함께 도적질을 했던 무리가 많았던 이유는 탐관오리가 많았고 과도하게 매겨지는 세금으로 인해 열심히 일해도 가난에서 벗어날 수 없었던 박탈감이 큰 이유였다. 또 신분제 문제도 한 몫을 했다고 한다. 만약 지도층들이 서민의 고통에 좀 더 귀기울였다면 이들은 의적이란 이름을 달지 못했을 것이다.

 

<홍경래의 난> 역시 지역적인 차별로 인해 일어난 일로 알고 있었는데, 이 책에서는 지역적 차별로 인해 중앙무대에 진출할 수 없었다는 이유는 말이 되지 않는다고 나온다. 서북지방이 따로 차별받은것이 아니라 당시에는 서울 경기도 외 지역의 양반들은 모두 고위관직에서 소외됐다는 자료를 제시하고있다. 오히려 서북지방은 위쪽 지방중에서는 가장 많이 중앙무대에 진출한것으로 나타났다. 정감록 속에 등장하는 새로운 세상, 새왕조에 대한 꿈을 홍경래 역시 꾸었다는 것이다. 그는 서북차별에 대한 반발로 일어선것이 아니며 그를 따랐던 사람들 역시 스스로 일어선 것이 아니라, 가난한 거지와 광산의 광부들등에게 돈을 주고 고용한 용병에 불과했다고 한다. 결국 의욕없는 병사들을 데리고 무모한 도전을 한 셈인것이다.

 

<녹두장군 전봉준>역시 근왕주의자 였다는 내용은 조금 충격이었다. 전봉준에 대한 평가 역시 그는 민중들의 삶을 대변코자 일어난 것이 아니오. 국왕을 위해서 일어났을 뿐이란다. 외세가 물러나고, 임금에게 위협이 없어진다면 다시 고향으로 돌아가 농사를 짓겠다는 그의 말은 혼란스럽기까지 했다. 전봉준의 대한 평가는 기존에 알고 있던 내용과 많이 다르다보니, 조금은 어색하고 잘 받아들여지지 않기도 했다.

 

<양반전의 박지원>은 양반의 특권 체제를 옹호한 인물이라 평가한다.  일찍 부모를 여의고 할아버지 손에서 컸던 박지원은 양반사회를 꼬집기는 했지만, 양반사회가 해체되는 것을 원치않았다고 한다. 오히려 양반을 하늘에서 준 작위라고 말할만큼 선민의식이 강한 인물이었다고 한다. 양반전 역시 양반사회의 타파가 아니라 기존 신분질서를 옹호하는 내용이라고 한다. 실학자들의 평가 역시 그동안 알고 있던 내용과 상당한 차이가 있다. 박지원과 같은 실학사상가들 역시 양반을 귀족이라 층하며 예우해야 하며, 양반의 특권보호를 위해 더 많은 노비를 양산해야한다고 말한 정약용처럼 양반의 특권을 중하게 생각했다고 한다. 대표적인 보수인물인 송시열보다 더 보수적인 인물들이 실학자들이었다는 글을 읽으니 당시의 민초들의 삶이 얼만 고됐을까 안타가운 생각이 든다.

 

<대원군의 개혁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흥선대원군은 극적인 인생을 살다간 인물이다. 안동 김씨 세력이 판치던 시절 시정잡배보다 못한 행동을 하고 미치광이 흉내까지 냈던 이하응, 그는 꿈이 큰 인물이었다. 당시 대원군은 왕위에 오를 수 있는 얼마 남지 않은 왕족 중 한 사람이었다고 한다. 안동김씨의 세도정치가 하도 심해 왕족들이 기를 펴지 못하고 있을때 궁중 최고 어른이었던 신정왕후 조씨와 대원군은 안동세력 김씨를 무너뜨리자는데 뜻을 모았다. 그리고 대원군의 둘째 아들 명복을 임금으로 세운다. 대원군은 정치를 하자마자 사원부터 철폐시킨다. 이 조치는 백성을 위한 조치였다고 한다. 하지만 이 후 벌인 일들은 백성을 위하는 일보다 왕실의 권위를 위한 일이었다고 한다. 경복궁을 짓는데 들어간 천문학적인 액수의 돈들을 마련코자 벌인 일들은 말이 많았다고 한다. 환곡문제도 실패하고 오직 왕실의 권위만 내세우다보니 백성을 위한 정치는 사라지고 왕족의 배만 불러주는 꼴이 된것이다.

 

역사적 기록을 가지고 얘기한 내용이란 반대의견을 내기가 어렵다. 아는게 많다면 어떤 말이라도 했을텐데.. 반론할만한 지식이 없다는게 아쉽다. 모든 평가가 그렇듯 한가지 평가만 내릴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다수의 생각이 있으면 소수의 생각이 있기 마련...

오히려 모두가 한가지 평가만 내리고 또 그것을 다 따르기보다는 이렇게 다른 평가를 내리는것이 다양한 측면에서 역사를 바라볼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는 것 같다. 또 그러면서 알지 못했던 새로운 이야기를 듣게 되니 그것이 큰 수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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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의 돈 관리 - 돈 걱정 없이 살고 싶은 당신을 위한
고득성 지음 / 국일증권경제연구소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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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에 돈을 맡기면 마법처럼 몇십배의 돈으로 순식간에 늘어나고 뽑아써도 뽑아써도 줄지않는 통장잔고와 아무리 긁어도 납부금이 날아오지 않는 카드가 있다면.. 말만하면 으리으리하게 좋은 집과, 좋은 차, 멋진 옷들을 만들어주는 램프의 요정 지니가 있다면 ... 생각만으로도 기분이 너무 좋다.
 

집을 산다는게 그리 어려운줄 몰랐고, 1억이란 돈의 가치가 그처럼 멀게 느껴지지 않았는데, 막상 팔걷어 부치고 집을 알아보는 과정에서 돈때문에 애초의 목표와 다른 선택을 하게 되니 기분이 좀 착찹하기도 하고 그래도 어째든 부채없이 이사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이냐고 스스로 위로하기도 했다.  며칠째 똑같은 통장들을 몇번씩이나 계산기로 두드리면서 반복되는 합산액을 보기도 하고, 이렇게 두드리다보면 몇백만원이 더 늘어나지 않을까 하는 말도 안되는 상상을 하기도 했다.

돈에 구애받는 일이 생기다보니 자연스럽게 돈의 관련된 책이 눈에 보였다. 현상황을 간단하게 그리고 속시원하게 진단내려주고 방향을 일러주는 쪽집게 선생님이 필요했다고 보는게 정확할듯 싶다.

 

<마법의 돈관리>를 읽을때 나도 모르게 집포트폴리오가 나오는 101페이지부터 읽게 되었다. 막연하게 생각했던 집구입을 진짜 하겠다고 마음먹고 부동산을 돌아다니고, 아파트들을 구경다니다 보니 정말 마음에 드는 아파트들은 어느정도의 부채를 안고 가야했다. 우리가계수준에서 과연 어느정도가 알맞은 부채인지, 과연 지방에 아파트를 구입하는데 부채를 안고 집을 사는게 맞는지 고민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이 페이지를 먼저보게되었다.

 

월소득액이 200만원인 경우에 적절한 주택구입비용은 139,580,772이고 이 주택을 사기 위해서 대출이자율 6%,원리금 20년납 균등분활 상환조건대출이라는 가정하에서 주택가격대비 대출액비율(LTV)는 40%수준인 55,832,309이며, 자기 자본은 83,748,463이라고 한다. 그리고 300만원인 경우에는 주택구입비가 209,371,158이 정적하다고 한다. 이때도 자기자본은 125,622,695가 있어야 한다. 대출을 받아서 아파트를 산경우에 몇년사이 빠르게는 몇달사이에 몇천만원(내가 사는 지역을 기준)정도 뛰는 경우가 있다. 이런점때문에 무리하게라도 대출을 받아 집을 사는것 같다. 그런데 문제는 대출의 정도이다. 이 책에서도 대출을 받아서 집을 샀을때 아파트값이 올랐다고 좋아할것이 아니라, 다달이 낸 대출금이자와 원금을 똑같은 기간에 적금으로 환산했을때의 이율을 따져야하고 거기에 물가상승률까지 포함시킨 다음에야 아파트로 돈을 벌었는지 아닌지가 나온다고 한다. 그런식으로 따지면 실제아파트로 돈을 번 경우는 강남쪽 아파트밖에 없다고 한다. 물론 장기간 살것이 아니고, 가격이 올랐을때 팔아버리는 경우도 있는데, 솔직히 서울 경기도면 모를까 지방에서 많은 대출금을 안고 산다는게 과연 현명한 일인가를 생각할때는 아니다라는 결론만 나온다. 이런저런 시행착오가 생기고 집한채에 올인하다 다른 준비를 소홀이 할 수 있는 우를 범하지 않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할까?

 

수입이 생기면 수입자동배분시스템에 따른 목적별로 관리해서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럼 수입자동배분스스템이란 뭘까? 우선 월급을 타면 예비자산, 보장자산, 은퇴자산, 집자산, 투자자산에 나눠서 관리하는 것이다. 예비자산은 5개월분 정도 (자영업자의 경우), 고정적으로 월급을 받는 사람은 3개월분 정도를 준비해두고, 집자산은 20%, 보장자산은 5~8%, 은퇴자산은 15%, 투자자산은 10%로 나눠서 예금, 적금, 펀드와 주식등에 투자하는 것을 말한다. 단기, 중기, 장기에 따라 세부적으로 돈관리를 하는것이다. 여기서 고민은 바로 보험이다. 이 책을 근거로 봤을때 우리집은 보험이 10%를 넘어선다. 어느 재테크 서적을 읽어도 보험을 줄이고, 최소한으로 준비하라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막상 주위에서 어려운 일을 당했을때를 보면 보험을 그렇게 넣어도 될까 하는 의심이 든다. 월급의 반이상을 보험에 넣는 경우가 있다고 하니 이것또한 생각해볼 문제이다.

 

책에서 가장 강조된 부분은 역시 은퇴자산이다. 집사고 자녀교육비, 생활비 등등 사용하고 남는경우에나 생각하게 되는 은퇴자산.. 하지만, 은퇴자산은 선택사항이 아닌 필수사항이므로 이 부분은 정말 장기적인 안목으로 준비해야한다. 은퇴이후에 생활은 은퇴이전보다 70%정도의 소득만 있으면 살 수 있다고 한다. 현실적으로 은퇴자산으로 국민연금 하나만 가지고 계신분도있고, 연금저축이나 펀드에 가입하신 분들도 있다. 그리고 은퇴시 회사에서 받게 되는 퇴직연금이 있다. 여기에 또하나 자신이 살고 있는 집또한 은퇴자산에 속한다. 단 이 집은 앞에서도 말했듯이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 사는게 아니라는 점을 말해둔다. 해마다 퇴직금을 정산에서 연초에 미리 받는 경우가 있다. 중산정산된 퇴직금은 상황에 따라 이러저리 유용되기 쉽상이다. 이 책에서는 중산정산된 퇴직금을 절대 사용하지 말고 퇴직금용으로 따로 정해서 투자를 하던, 예금을 들던해서 미래를 대비하라고 한다.

 

자녀교육비와 주택구입비에 지나치게 많은 비용을 투자하거나, 지금 이 순간 인생을 즐기는데, 많은 돈을 사용하다보면 먼미래 소득이 줄었을때 어려움에 처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는 사실을 생각하고, 목적별로 금액을 나눠서 관리하므로 행복한 노후를 준비하길 바란다. 아 참.. 나도 이런글을 읽으면 뭐가 있어야나누고 말고 하지..란 생각을 했었는데, 없을수록 목적별관리를 제대로 해야한다. 큰틀의 그림을 그리고 세세한 부분의 계획을 세우다보니 그래도 많이 성장했다.

 

마법의 돈관리.. 우선 매일 쓰는 가계부를 다시 한번 꼼꼼이 체크해보며 세는 돈을 찾아봐야겠다.

남들의 시선과, 시류에 따라 대책없이 살기보다, 정확한 목적과 기준을 정하여서 열심히 노력하고 그 덕에 더이상 돈때문에 주저하고 고민하는 없게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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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꾸는 비즈니스 - 지속가능 경영을 꿈꾸는 초일류 기업들의 사회공헌 전략
마크 베니오프.칼리 애들러 지음, 김광수 옮김 / 해냄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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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우리에겐 성공한 기업은 많아도 존경받는 기업은 드물다. 우리나라는 반기업정서가 강해서 기업하기 힘들다는 하소연이 많다. 기업의 첫번째는 최대한의 이윤을 창출하는게 목적인데, 기업하기 힘들다는 말이 많다는건 뭔가 문제가 있다는 이야기다.

우린 왜 반기업정서가 팽배할까? 반기업정서가 팽배한데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기업들 자체가 반기업정서를 만든데 큰 역활을 했다는 사실을 잊으면 안된다.

 

글로벌시대 초인류 국가 초인류 기업으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이젠 단순히 기업의 이윤추구만을 위해서 노력하는데서 벗어나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도 동참해야 한다. 기업의 사회공헌 노력은 선택인 아닌 필수사항이 된 것이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사회적 책임에 동참하는 기업이 많아진게 사실이다.그런데 우리 기업들의 사회적 책임은 단순한 일회성으로 그치거나, 대외홍보용 광고로 사용되거나, 또는 기업총수들의 문제를 덮기 위한 무마용 사회기부를 하는게 문제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기업과 총수들의 사회공헌에 대한 신념은 확고하다. 사회공헌이란게 말처럼 쉬운일은 아니다. 회사가 어려움에 처했을때 기부를 그만둬야하는가를 고민했다는 CEO에 모습에서 보듯이 이윤추구가 첫번째인 기업가로서 또 주주들에게 보다 많은 이윤을 남겨줘야하는 사람으로서의 갈등이 만만치 않음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그들의 끊임없는 노력과 실천이 가져다 준 결과는 실로 엄청났다. 지금 당장 눈앞에 큰 결실이 보이지 않지만, 이 책에 등장하는 기업들은 오랜세월 경영진이 바뀌어도 사회공헌노력은 게을리 하지 않았다. 더 많은 지역, 더 다양한 방법을 통해서 지역사회, 소외된 계층과 함께 하면서 그들은 그들에게 삶의 희망을 주었고, 기업은 변화된 기업 이미지를 통해서 한층 더 성장하는 계기가 된다.

 

우리 기업문화가 이젠 변화했으면 좋겠다. 우리나라 일등기업이 부끄러운 일등기업이 아니길.. 이제는 단순히 돈을 많이 버는 기업에서 벗어나 깨끗한 이미지, 이웃과 함께 하는 진정 존경받는 기업의 이미지로 거듭났으면 좋겠다. 우리 기업문화가 변화되면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팽배해 있는 반기업정서도 사라지리라 믿는다.

이 책에 유일하게 아시아 국가로 일본의 NEC기업이 들어가 있다. 언제가는 사회공헌도와 기업이윤이 함께 성장한 나라에 우리 기업의 이름도 오르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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