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게임
마빈 클로스 외 지음, 박영록 옮김 / 생각의나무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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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해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는 아프리카 최초로 월드컵이 열린다. 둥근공 하나에 전세계 인구가 웃고 운다는 사실이 신기할 따름이지만, 사람들을 하나로 똘똘 뭉치게 만드는 힘! 이게 바로 축구가 가진 가장 큰 힘이자, 매력이 아닐까 생각한다. 남아공은 불과 얼마전까지만해도 인종차별이 극심한 나라였다. 인구 대다수를 차지하는 흑인들은 철저하게 백인들에 의해서 착취당하고 불평등한 대접을 받으며 살아왔다. 인종차별 정책이 극에 달했을때는 소수의 백인이 흑인 전체를 완전히 없애버리는게 아닐까 싶을만큼 많은 사람들이 죽임을 당했고, 정책의 종식을 위해 투쟁했던 수많은 흑인들과 유색인종들이 정치범이란 죄명으로 악명높은 로벤섬에 수감되었다. 이번에 열리는 월드컵이 누구보다 뜻깊을 사람들은 바로 당시 로벤섬에 갇혔던 그들일 것이다. 지옥과도 같은 수감생활, 끝이 보이지 않는 수감기간동안 그들이 자신들의 신념을 잃지 않고 건강한 정신으로 형기를 마칠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축구가 있었기 때문이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게임>은 당시 로벤섬 수용소에서 있었던 축구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세계에서 악명높기로 유명한 수용소 중 하나인 로벤섬은 탈출이 거의 불가능한 곳에 위치해있었다. 이곳에는 일반범들도 있었지만, 대다수가 정치범이었다. 그들은 죽지않을만큼의 음식을 먹으며 채석장에서 중노동에 시달렸다. 수시로 벌어지는 교도관들의 무자비한 폭력에 하루하루가 지옥과도 같은 나날이었다. 죄수들에겐 심신을 위로할만한 어떤 오락도 허용되지 않았다. 교도관들의 눈을 피해 할 수 있는 놀이를 찾던 그들은 옷을 둘둘말아하는 미니축구를 찾아냈다. 교도관이 나타나면 얼른 풀어헤쳐 전혀 발각될 염려가 없는 운동.. 축구는 그렇게 그들의 삶 속에 들어왔다.

 

남아공의 인종차별정책은 전세계로부터 심한 반발을 불러왔다. 특히 국제적인 체육행사에서 백인들로만 구성된 이 나라 선수들은 참가가 불허되는 경우가 자주 발생했다. 또 경제파트너로서 투자국들의 시선도 곱지 못했다. 국제사회로 부터 점점 고립되어가던 남아공 정부는 마지못해 국제적십자사에 로벤섬 방문을 허용한다. 좋은 옷과 음식등으로 꾸며놓았지만 남아공의 잔인한 인종탄압은 숨길 수가 없었다. 인권이란게 존재하지 않던 로벤섬 사람들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그들의 권리를 요구했다. 그 결과 주말 하루 30분동안 밖에서 축구를 할 수 있는 권리를 얻어내는데 성공했다. 몇년에 걸쳐 공들인 일이 드디어 실현된 것이다. 그들의 축구는 주먹구구식의 동네축구가 아니라, 피파규정에 맞춰서 이뤄줬다. 마카나축구협회를 만들고, 리그를 구성했으며 정기전을 치뤘다. 건의사항이 있을때는 제대로 된 형식을 갖춰 서한을 협회에 보냈다. 무자비한 폭력앞에 나약해지고 굴복하고 싶은 순간에 그들은 축구로 자신감을 찾고 자존감을 세웠으며 고단한 역경의 시간을 오히려 새로운 도약의 기회로 삼았다.

 

실제로 이 시기에 유명했던 로벤섬 축구선수들은 현재 남아공 정부의 중요 요직을 맡으며 이번 남아공 월드컵을 유치하는데 큰 공헌을 하기도 했다. 최장기 복역수로 있던 만델라 대통령은 독방에 갇혀 실제 경기에 참여할 수는 없었지만 열렬한 지지자 였다. 그는 남아공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 되었고, 마카나협회 소속 레인저스FC주장 제이컵 주마는 현 남아공 12대 대통령이 되었으며, 최고의 미드필더였던 토쿄 섹스웰레는 현 남아공 국토부 장관 겸 남아공 월드컵 조직위원, 마카나축구협회 초대회장을 맡았던 딕강 모세네케는 현 남아공 헌법재판소 부소장이다. 현명한 심판관으로 유명했던 마커스 솔로몬은 현 국제 아동자원센터 센터장을 맡고 있으며 마카나 축구협회가 생기는데 가장 큰 공헌을 한 세딕 아이잭스는 현 남아공 국제의료정보학협회 부회장을 맡고 있다.

 

형기를 마치고 고향으로 돌아가는 순간을 오히려 슬퍼했던 사람들.. 로벤섬에서의 축구는 그들의 삶 속에서 결코 지울 수 없는 가장 아름답고 행복했던 시간으로 기억되고 있었다. 정신적으로 피폐하지 않고 이렇게 남아공 사회의 든든한 버팀목으로 바로 성장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 그건 바로 축구를 통해 얻은 정정당당한 스포츠맨 쉽과 자존감이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서는 로벤섬의 축구가 그랬듯이 정치이념도 피부색도 뛰어넘어 둥근 공 앞에 정직한 땀과 진정한 스포츠맨 쉽이 살아있는 역대 월드컵 중 가장 즐겁고 행복한 월드컵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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