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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 배후의 여인 - 황제 뒤에서 천하를 호령한 여인들의 파란만장하고 드라마틱한 역사
장유유 지음, 허유영 옮김 / 에버리치홀딩스 / 2007년 5월
평점 :
품절
황제 여인들에 대한 이야기는 항상 악녀 이야기로 채워진다.
나라가 기울만큼 아름다운 미모를 가졌지만, 그녀들의 포악성은 소름끼칠 정도다.
뛰어난 미모를 무기로 자신의 치마폭에서 황제를 마음대로 주물렀던 그녀들..
그녀들은 왜 하나같이 악녀가 되었을까?
이 책에는 중국황제의 총애를 받았던 14명의 황후와 빈들이 등장한다. 이들 중에는 완벽했다는 평을 듣는 황후도 있지만, 대게는 그녀들의 잔인성에 초점이 맞춰져있다.
책 뒤표지에는 이 책에 대해 “왜곡된 이미지를 배제하고 균형적인 시각에서 갖가지 여인상을 오롯이 그려냈다. 그동안 미녀로만 알려졌던 여인들의 진실한 면모를 엿볼 수 있다.” 라고 쓰여있다. 글쎄, 균형적인 시각이었는지 나는 잘 모르겠다. 아무래도 잘한 것보다는 못한 것이 더 눈에 띄는 법이니, 균형적인 시각으로 썼다해도, 내 기억에는 악녀이미지만 남는게 당연한 일일 수도 있다.
중국뿐 만 아니라, 우리나라에도 악녀 이미지로 남아있는 궁궐 여인들이 많다. 그녀들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처음부터 악한 성품을 지녔던 경우는 별로 없다. 다들 궁궐에 들어와 왕의 여자가 된 후 그렇게 변해갔다.
엉뚱한 소리지만, 내가 만약 과거에 중전이었다면, 나는 투기를 심하게 해서 왕으로부터 사약을 받고 죽었을거라 생각한다. 하나도 아닌 여러 후궁을 보는 왕을 과연 마음편하게 볼 수 있을까? 또 왕의 총애를 받기 위해 용쓰는 후궁들을 자애로운 눈빛으로 대하며, 한 지아비를 섬기는 아녀자들로서 사이좋게 지낸다는게 그게 가능할까 싶지 않다.
아무리 그런 교육을 받고 살았다해도, 그 꼴을 보고 살지는 못했을 것 같다.
그러고보니, 내 미모가 뛰어나서 만약에 왕의 여자였다면 나 역시 이 책 어느 한 페이지를 장식하지 않았을까?
궁중여인들의 삶은 중국이나 우리나라나 별반 다르지 않다. 죽어야만 나올 수 있는 궁궐에서 그녀들이 바라볼 수 있는 남자는 오로지 왕 하나 뿐이었다. 왕이 아무리 후궁을 많이 들인다 하여도 그 많은 여인네를 감당할 수는 없는 법, 선택받은 몇 명의 여인들을 제외하고는 죽는 날까지 남자 손 한번 잡아보지 못하는 경우가 태반이었다.
그러다보니, 천운 같은 그 기회를 잡기 위해 여인들의 암투가 심해지는 건 당연한 일이다.
황제의 여자는 바람 앞에 등불같이 하루하루가 살얼음판이었다. 황제가 죽으면 절로 가거나, 비참한 죽음을 당하는 경우가 많으니, 왕의 아들을 낳아서 그 아들을 황제 자리에 앉히려는 그녀들의 노력은 당연한 것이다. 걔중에는 권력의 맛을 알아서 직접 정치를 한 경우도 있었다. 아무것도 몰랐던 그녀들이 정치일선에 나선 건 처음엔 자신을 지키기 위한 수단이었지만 그 후엔 권력에 맞에 취해 친자식을 직접 죽이는 잔인성을 보이기도 했다.
그녀들이 권력을 맘대로 휘두르고, 잔인함을 보이는 동안 황제들을 무엇을 했을까?
이 책에 나오는 황제들은 스스로 무덤을 판 경우가 많다. 현명한 아내를 부인으로 둔 황제는 포악한 성정이 다스려졌지만, 여자에 빠진채 국사를 팽기친 황제는 권력을 마음대로 휘두르는 여인들에게 오히려 든든한 지원군이었다. 경국지색이란 말이 있지만, 나라가 망하는줄도 모른채 여자 치마폭에서 쾌락만 일삼았던 왕들의 문제가 더 크고 중요하다고 본다.
우리에게 익숙한 양귀비를 포함해 남편의 여자를 “인간돼지”란 잔혹한 형벌로 죽인 여치, 자신의 쌍둥이 자매까지 끌어들려 왕을 홀리고 나라를 절단 낸 조비연, 추악한 외모에 잔혹함까지 완벽하게 갖춘 가남풍, 잔인하게 권력을 탐했지만, 인자하고 어진 모습으로 변한 풍태후, 황제는 물론 신하들에게까지 첩을 두지 못하게 한 독고가라, 가장 완벽한 황후라 칭송받는 장손황후, 중극 유일의 여성 황제 측전무후, 철의 여인같은 소작, 장래를 위해 가정을 버리고, 남의 배를 빌려 자식까지 보고 권력을 훔친 유아, 인자하고 후덕한 황후 마수영, 권력투쟁에서 밀려 순장 당한 아피해, 정변을 주도하고 강희재를 큰 인물로 키워낸 포목포태, 그리고 나라를 팔아먹으면서까지 자신의 안위와 사치를 일삼았던 여인 자희(서태후)등 인물 하나 하나가 다들 흥미있고 재미있었다.
전체적으로 흥미위주로 쓰여진 책이지만, 나름대로 느낀점이 많은 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