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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 크래커스
한나 틴티 지음, 권영미 옮김 / 문학동네 / 2007년 4월
평점 :
에드거 알렌 포우의 작품을 읽고 나는 명품이란 글을 썼었다.
포우는 사람을 극한의 공포로 이끌어가는데 탁월한 재주를 가진 작가다. 그의 책을 읽는동안 난 독자가 아니라, 책 속 인물로 변해있었다. 얼마나 공포스러웠던지 손에 땀이 날 정도였다.
<애니멀 크래커스>를 읽을 때 이런 기대를 했었다.
포우의 작품을 읽었을때처럼 “대단해”란 감탄사가 너무 초라하게 느껴질만큼 감격하고 싶었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내 기대가 지나쳤나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개인적으론 조금 아쉬운 책이었지만,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동물을 모티브로 인간 내면에 감추어진 비뚤어진 욕망과 폭력성에 관한 낯설고 기묘한 이야기”라고 하니 그 주제를 잘 표현한 책이다.
몇 편의 단편작품 중 두고 두고 구토증을 유발시키는 작품이 있는데 아주 잔인한 모자의 이야기다.
<슬림의 마지막 비행>이란 제목의 이 작품은 아! 사람이 이토록 잔인할 수 있을까? 느껴질만큼 천진난만한 꼬마 아이의 잔인성은 혀를 내두를정도다. 아이는 토끼를 산채로 해부한다. 흰 거죽은 어딜가고 빨간 살덩이가 폴짝폴짝 뛰어다는던 그 장면은 생각할수록 끔찍하다. 한쪽 다리까지 절단 된 토끼.. 그 토끼를 아무 감정없이 구멍난 양말을 꼬매듯 꼬매는 엄마.. 이 책에서 내가 뽑은 가장 잔인하고 생각하면 할수록 사람이란게 저럴 수 있을까 소름끼치는 작품이었다. 비위가 약해서 그런지 몰라도 그 장면이 떠오를때마다 속이 메스껍다.
이 책에는 어디에도 정상적인 사람이 없다.
정상적인 사람이 이상하게 느껴질만큼 다들 미친 사람들만 가득하다. 말그대로 비정상적인 사람들의 비정상적인 이야기 뿐이다. 기교하다기보단 비정상적인 이야기가 더 맞다.
태생부터가 불행한 사람들, 폭력에 물든 가정.. 등장인물들 모두가 육체적, 정신적인 문제를 안고 있는 사람들이다.
그래서인지 어린아이부터 어른들까지 그들이 하는 행동 하나 하나 경악스러운 것들 뿐이다. 상처받은 사람들의 억눌린 감정들이 폭발하기 시작한 것이다.
아무 감정없이, 담담하게 행해지는 그들의 잔혹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