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밀리 漢字
서덕주.지신호 지음 / 사피엔스21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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묶어서 암기하는 한자공부법

하나의 한자는 소리부분과 부수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기존의 학자 학습서의 경우 무조건 부수를 중심으로만 한자를 묶어서 책을 구성했기에 다수의 한자를 외우는 것도 힘들었고 설사 외웠다고 해도 그 기억이 오래가지 않았다. <패밀리 한자>는 바로 이 점을 보완하고 개선한 책이다. 부수는 한자를 이루는 아주 중요한 부분임에 분명하다. 하지만 하나의 한자를 명확히 알고 또 오래 기억하기 위해서는 부수와 함께 음(소리)이 비슷한 한자끼리 모아서 정리해야 훨씬 더 효율적으로 학습할 수 있다.

<패밀리 한자>는 부수로 시작한다. 내가 공부했던 다른 한자 학습서인 <한자 암기 박사>의 경우 부수를 따로 떼어내어 설명하는 부분이 없다. 이 책은 쉽고 활용도가 높은 한자들부터 등장시키며 바로 한자를 암기하도록 다그친다. 물론 이 책 역시 비슷한 한자를 모아놓아 공부하기 쉽도록 하고는 있지만 어떤 체계나 주제에 따라 정리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 효과가 크지 못하다. 반면에 <패밀리 한자>는 앞부분에서 부수에 대한 충분한 설명을 한 뒤 비슷하게 발음되는 한자를 추려 정리하였다.

같은 음의 한자들을 모아놓으니 자연스럽게 저마다 한자의 뜻 부분이 어떤 것인지 알게 되었고, 그 한자의 형성 원리에 대해서도 이해할 수 있었다. 음 요소를 공유하는 한자들을 한데 모았기에 설사 모르는 한자가 나와도 대충 그 음이 무엇인지 추측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음 요소를 공유하면서도 여러 음으로 발음되는 한자들의 경우는 머리를 한층 복잡하게 만들었다. 가령 여러 음으로 발음되더라도 그 음이 비슷하다면 문제가 그나마 나은 편이지만 전혀 다른 소리가 되면 참 곤혹스러웠다.

음이 여러 개로 파생되는 경우가 흔해 학습에 어려움을 느꼈지만 그래도 이런 식의 공부가 더 편하고 효율적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지금 어려움을 겪는 건 아마도 이 방법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자도 하나의 언어고, 언어공부는 그야말로 반복의 연속에 의해 완성되는 것이기에 책 한 권의 완독으로 뭔가를 얻는 다는 건 무리일 것이다. 게다가 한자공부를 한 지가 정말 오래된 나에게 이번의 독서는 뭔가를 얻은 것보다는 다시 공부를 시작했다는 사실에 더 큰 의미가 있었다.

모처럼 시작했던 한자 공부였건만 머리에 남은 건 그렇게 많지 않은 것 같다. 집중해서 외우는 것보다는 책장을 술렁술렁 넘기며 이해에만 치중했기 때문일 것이다.(나름 노트도 만들었건만 외운 게 별로 없다니 약간 한심스럽다.) 그리고 한 가지 <패밀리 한자>에 아쉬운 점이 있다면 한자의 획순서가 없다는 점이다. 한자를 바르게 쓸 줄 안다면 그 한자를 더 빨리 익힐 수 있다는 게 내 생각이다. 그러니 한자를 바르게 쓰기 위한 획 순서의 표기는 꼭 필요한 거라고 생각한다. 부디  이 부분이 반영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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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 쉽게 읽는 지식총서 1
니콜레 랑어 지음, 윤진희 옮김 / 혜원출판사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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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읽었던 심리학 서적들은 거의 다가 ’테마형 심리학책’으로 일종의 심리학에 관한 응용서나 실전도서에 가까운 책이었다. 이런 책들을 주로 찾게 된 이유는 아마도 편의성과 대중성 때문일 것이다.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나는 심리학이라는 학문에 대해 이론적 지식이 많이 부족한 상태임에 분명하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책들은 어렵지 않게 심리학이라는 학문을 접할 수 있게 해줘서 즐겨 읽게 되었던 것 같다. 심리학은 대학교 교양 수업으로 두 번 수강했던 적이 있어 대강의 이론은 알고 있지만 명확히 체계가 잡힌 건 아니었다. 그래서 이번에 읽은 <쉽게 읽는 지식총서 - 심리학>으로 심리학의 역사와 분파 그리고 효용에 대해 이해하면서 심리학에 관해 나름의 체계를 잡고 정리해 보는 시간이 되었다.

책은 심리학의 역사로 시작한다. 심리학은 사상, 즉 철학의 한 분야로 속해 있다가 점차 그 중요성과 필요성이 증대되어 하나의 학문으로 독립하게 된다. 그렇다 해도 그 뿌리는 역시 인간의 사상과 철학에 있다고 보아야할 것이다. 하나의 학문으로 자리 잡은 심리학은 변화를 거듭한다. 인간의 심리에 관한 다양한 이론들이 융성하고 또 다양한 심리학 실험들이 행해진다. 이 와중에 심리학은 성격 심리학, 사회 심리학, 병리 심리학, 직장 심리학, 사회 심리학 등 셀 수 없이 많은 분파를 형성하며 세분화되고 전문화된다. 인간의 심리를 여러 상황 속에서 파악하려는 시도와 사람들의 생활 곳곳에 심리학을 적용하려는 노력이 만든 성과라고 할 수 있겠다.

한편 심리학의 도입과 적용에 관한 내용은 이 책의 3장 ’심리학적 방법과 개입’에서 더 자세히 소개되어 있다. 인간의 무의식에 바탕을 둔 채 치료하는 모든 과정을 일컫는 말인 ’심층심리학’은 프로이트라는 익숙한 인물 때문인지 유독 눈에 띄었고, 다양한 방어 메커니즘을 보면서 내가 사용하는 방어기제는 없는지 생각하게 되었다. 또한 꿈속에 나타난 특정한 대상이 상징하는 바를 보면서 최근에 꾸었던 꿈을 떠올려보기도 했다. 뒷부분에 가서는 리히터의 심리분석적 가족치료와 게슈탈트 요법에 관한 내용이 인상적이었다. 의식, 무의식적으로 수없이 영향을 주고받는 가족 모두가 치료의 범주에 속한다는 리히터의 이론모델과 성장, 자아실현 그리고 자기 자신에 대한 전적인 책임에 목표를 두고 있는 게슈탈트 요법은 좀 더 구체적으로 공부하고픈 욕구를 느꼈다.

<쉽게 읽는 지식총서 - 심리학>을 읽는 일은 사실 쉽지 않았다. 심리학의 역사와 종류를 적은 분량으로 압축하다보니 설명과 해석이 필요한 몇몇 부분은 그냥 삼키고 넘길 수밖에 없었고, 글의 연결성이 부족해 읽는 흐름이 끊어지기 일쑤였다. 하지만 반대로 심리학의 계보와 쓰임을 파악하는 데는 아주 편리했다. 분야별 심리학의 내용을 명료하게 정의하고 있고, 쉽게 설명해 놓아 이해하기가 편했고, 뒷부분의 심리치료에 관한 내용 역시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이 책의 장점은 심리학에 관한 더 큰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는 것이다. 쉽고 간편하게 표현된 지식의 속살을 더 자세히 알고 싶은 욕망을 갖게 하는 것이다. 나 역시 심리학에 관련된 테마도서가 아닌 이론서를 읽고 싶은 마음에 벌써 책을 골라두었다. 참으로 오랜만에 공부하는 느낌을 갖게 한 이 책, 작지만 강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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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의 심리학
마이클 맥컬러프 지음, 김정희 옮김 / 살림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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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 이그노센스를 꿈꾸며

 인류의 역사 속에서 복수는 부당한 대우를 위로받고, 자신이 받은 고통을 돌려주며 더 나아가 잠재적인 위험을 없애기 위해서 곧잘 이용되었다. 이른바 '받은 데로 돌려주는 식'인 이 복수는 일단 하기로 마음을 먹으면 사람을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맹목적이고 파괴적으로 만든다. 그래서 복수를 행하는 당사자는 자신의 모든 인지활동을 멈춘 채 복수에 전념하게 되고, 오로지 복수를 성취하기 위해 집중한다. 복수로 인해 초래될 일이나 자신이 지금 벌이는 일의 위험에 대해서는 까맣게 잊어버린 채로 말이다. 또한 복수는 또 다른 복수를 낳는 다는 점에서 문제가 크다. 피해자 혹은 그 측근이 다시 가해자가 되는 이 비극적인 운명의 고리는 복수로 인한 죄는 물을지언정 복수, 그 자체는 인간적인 발로 때문이라는 통념이 불러온 것이다. 보통의 사람들은 자신의 부모를 죽인 자에게 복수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한다. 내 형제자매를 해한 자를 찾아가 그에 상응하는 보복을 해주는 것도 역시 마찬가지다. 이렇게 복수심은 누구나 자신의 마음 한 편에 두고 있는 보편적인 심성이고, 복수할 상황에 처하면 종종 발현되었다.

하지만 복수심을 자극받는 상황에 처했을 때 모든 사람이 복수를 행하는 것은 아니다. 이들은 복수가 아닌 용서라는 선택지를 택한다. 이것은 단순히 성직자와 같은 종교계에 있는 사람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그렇다고 모든 종교인이 복수를 하지 않는 건 아니다) 우리 주변에는 놀라울 정도로 용서하는 마음이 가득한 사람들이 존재한다. 이 책 <복수의 심리학>에도 소개되어 있지만 그들은 심지어 자신의 형제자매를 죽음으로 몬 사람들까지도 용서했다. 게다가 더욱 놀라운 것은 그 가해자들이 그들의 죄로 고통 받지는 않을까 진심으로 염려하고 걱정한다는 것이다. 이 '용서의 천사'들은 복수로 인해 또 다시 상처받는 누군가가 생기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들에겐 죽은 형제자매도 그 형제자매를 죽음으로 몬 사람도 모두 피해자일 뿐이다. 그리고 모두가 피해자인 상황에서 복수는 더 이상 존재할 수 없는 것이다.

복수하는 자와 용서하는 자, 이 두 부류의 인간은 우리 사회에 혼재해 있다. 둘 중 어떤 인간형을 추구해야 한다고 묻는 다면 답은 빤할 것이다. 하지만 용서하는 사람이 되는 길은 말처럼 쉽지 않다. <복수의 심리학>에서는 생물학적, 역사적 그리고 종교적인 접근에 의해 그 이유가 상세히 설명돼 있다. 나와 친한 사람을 우선시 하는 사람들의 보편적인 성향, 용서로 인해 감수해야 할 것들, 복수의 편의성 등등 현실에는 용서를 방해하는 많은 장애물이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용서의 길로 가야하는 이유는 인간의 역사가 갈등과 반목보다는 협력과 공조를 통해 발전했기 때문이다. 복수는 분명 더 큰 갈등을 야기하는 일이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미국과 이라크의 문제는 복수가 얼마나 큰 소모전인가 하는 점을 여실히 일깨워준다. 반면에 대공황 시기나 책에 나오는 것처럼 미국의 독립전쟁 시기에 벌였던 이해와 합력은 그 당사자들에게 막대한 이득을 가져다주었다. 복수하는 자들이 많은 사회보다 용서하는 자들이 많은 사회가 더 풍요로워지는 건 확실하다. 복수의 끝은 모두 잃는 것이지만 용서의 끝은 모두 얻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부터라도 용서를 실천해야 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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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리더 - 책 읽어주는 남자
베른하르트 슐링크 지음, 김재혁 옮김 / 이레 / 2004년 11월
절판


나는 부인(否認)이 배반의 보이지 않는 한 변형임을 알고 있었다. 외부에서 보면 부인을 하는 건지, 비밀을 지키고 있는 건지, 심사숙고하는 건지, 난처함과 불쾌함을 피하려는 건지 구별할 수가 없다. 그러나 자신의 의중을 드러내지 않는 본인은 잘 알고 있다. 그리고 부인은 배반의 다른 몇 가지 떠들썩한 유형들과 마찬가지로 인간관계의 토대를 앗아가버린다.-82쪽

"넌 말하고 싶지 않은 거니, 아니면 말하고는 싶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르는 거니?"-84쪽

매주 똑같은 산책로를 맴돌면서 한나에 대한 생각을 하다 보면 생각 하나가 따로 떨어져나가 제 나름대로의 길을 쫓다가는 결국 제 나름대로의 결론을 이끌어내곤 했다.-14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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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관의 피 - 상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11
사사키 조 지음, 김선영 옮김 / 비채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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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대에 걸쳐 파헤쳤던 사건, 그리고 진실

사사키 조의 <경관의 피>는 일대 안조 세이지, 이대 안조 다미야 그리고 삼대 안조 가즈야에 이르기까지 삼대가 경관의 길을 걸으면서 접해야 했던 숱한 사건들과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그리고 소설에는 종전 후 거의 한 세기에 달하는 장대한 세월 속에서 정치, 역사적으로 변모하는 일본의 모습과 그 변화의 중심에서 사회적 안전망 구축에 힘쓰는 경관들의 고된 삶이 잘 녹아있다.

일거리를 찾다가 우연히 경관의 길에 접어든 안조 세이지는 무던하고 평범한 남자였다. 경관은 고정적인 수입과 안정적인 삶을 위해 그가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길이었다. 그는 경관으로서의 의무와 소임을 다하면서 명예와 실적을 쌓아갔고, 마침내 자신이 그토록 원하던 주재소 경관이 되었다. 민원업무가 핵심이던 주재소자리였지만 그는 한 살인사건에 관심을 보이고, 그 사건을 조사하던 중 뜻밖의 사고를 당한다.

아버지의 뒤를 이어 경관이 된 안조 다미야. 그는 우수한 재원이었고 그래서 능력을 인정받아 특수임무를 부여받는다. 하지만 고된 임무의 끝에 그는 극히 불온한 정신 상태를 보이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미야는 자신을 추슬러 모범적인 경관의 모습을 갖추어나간다. 그리고 결국 아버지와 같은 주재소 자리에 이르고, 그 역시 아버지가 엮인 그 사건을 파헤치다 다소 엉뚱한 사건에 휘말려 변을 당한다.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뒤를 이어 경관이 된 가즈야는 아버지인 다미야와 비슷하게 특수임무를 부여받으며 경관의 삶을 시작한다. 하지만 역시 특수한 일은 특수한 고통을 안겨줄 뿐이고,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어려운 상황 속에서 경관직을 수행하게 된다. 시간이 흘러 가즈야도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근무한 지역에서 근무하게 되고,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풀지 못한 그 사건에 대해서도 듣게 된다. 과연 가즈야는 사건의 진실을 밝혀 두 분의 한을 풀어드릴 수 있을까?

<경관의 피>는 상당히 긴 호흡으로 경관의 삶을 그리고 있다. 그렇게 삼대에 걸쳐 그려진 경관의 모습은 그 시대상을 반영하는 거울이 되기도 한다. 전후 치안문제가 극심했던 시기에 경관이 된 안조 세이지에겐 질서와 치안유지가 주된 임무였고, 다미야의 경우는 좌익세력에 대한 감시와 보고가 핵심이었다. 그리고 가즈야의 경우는 다양한 범죄조직의 소탕과 비리에 연루된 경찰들의 적발이 그것이었다. 이렇게 시대와 함께 달라지는 경관의 임무는 소설에 무게 있는 현실성을 부여하고 극의 재미를 더하는 요소가 된다.

그리고 이 소설의 핵심적인 내용이자 삼대에 걸쳐 매달려야 했던 그 사건의 전모는 마침내 가즈야 대에서 베일을 벗게 된다. 전혀 극적이지 않고 차분하게 밝혀지는 그 이야기에서 결국 흉포한 범죄행위는 상실된 인간성, 으스러진 자아로 인해 생겨나며 이는 사람이 전혀 이성적일 수없는 그 모든 환경에서 발생가능하다는 사실을 느끼게 되었다. 삼대에 걸쳐 추적한 사건, 그것은 범인의 단죄여부나 선대에 대한 명예회복과는 별도로 피폐한 영혼으로 범행을 일삼았던 부적격한 한 인간에 대한 고발이자 그러한 인간을 나은 사회에 대한 고발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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