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 e - 시즌 5 가슴으로 읽는 우리 시대의 智識 지식e 5
EBS 지식채널ⓔ 지음 / 북하우스 / 2009년 11월
절판


"새로운 세상에서는 지식과 과학, 예술의 산물이 개인의 부를 위해서가 아니라 인류의 복지와 윤택한 삶을 위해 쓰일 것입니다." - 니콜라 테슬라-227쪽

뻔하거나 편한 것이 아니라 펀fun한 것이어야 한다!-236쪽

"불행은 종종 사소한 것을 무시하는 데서 생겨난다. 행복은 종종 사소한 일에 관심을 기울일 때 생겨난다." - 빌헤름 부쉬-3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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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신
마르크 함싱크 지음, 이수영 옮김 / 문이당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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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사도세자의 비극, 그 전말을 파헤치다

모두가 아는 것처럼 사도세자는 아버지 영조의 명으로 뒤주에 갇혀 8일 만에 목숨을 잃고 만다. 갖은 만행을 일삼았던 세자의 일탈을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던 아버지 영조는 결국 존속살인이라는 특단의 조치를 취해 아들의 허물에 대한 죄값을 치른다. 예와 효를 중시하던 조선에서 아비가 자식을, 그것도 눈앞에서 죽이는 일이 가능했다는 사실도 놀랍지만 왕명을 그대로 수용한, 신하된 자들의 직무유기에 가까운 수수방관 역시도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아닐 수 없다. 전해지는 역사를 보면 거의 유일하게 채제공만이 이 비극을 막고자 노력했고, 대다수 신료들은 무언의 동조를 통해 미치광이 세자가 죽어가는 것을 지켜만 봤다고 한다. 과연 궐 안에는 세자의 죽음을 바랐던 이들로 가득했던 것일까? 세자를 진심으로 걱정하고, 그가 앓고 있던 병에 대해 고민했던 충신은 정녕 없었던 것일까? 소설 <충신>은 이 물음에 관련해서 사도세자의 죽음에 얽힌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준다.

노론의 영수들인 이천보, 이후, 민백상은 어느 야심한 밤 최근 들어 이상증세를 보이고 있는 세자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비할 바 없이 총명하던 세자가 무슨 이유에서인지 나쁜 행동을 거듭하고 있으니 이천보를 비롯한 신하들은 깊은 근심에 잠길 수밖에 없었다. 세자의 병을 치유코자 영조의 노여움을 감수하면서까지 온양으로 피접을 갔었지만 이 역시도 근본적인 대책은 아닌 듯했다. 이천보는 좀 더 자세한 세자의 증세에 대해서 알아보려 했지만 가까이서 세자를 치료했다던 장의삼이라는 자가 갑자기 모습을 감췄다. 그는 종래의 치료법을 대신할만한 새로운 시술로 세자를 치료하길 원했다고 하는데 이천보의 눈에는 아무래도 뭔가 찜찜한 구석이 있었다. 날이 밝은 뒤 결국 그는 아들 이문원을 시켜 행방을 감춘 장의삼이라는 의원에 대해 알아오라고 지시한다.

이문원은 아버지의 명을 따라 의원을 찾아 나선다. 여기에는 친한 벗 서영우와 조일천이 동행했다. 아버지 이천보가 말하던 그 의원은 쉽게 찾을 수 있었다. 그렇지만 그는 싸늘한 주검이 되어 굳게 입을 다물고 있었다. 장의삼의 죽음이 단순한 객사가 아닌 의도적인 살인에 의한 것이라는 서영우의 추측이 나오자 그 연유에 대해서 열띤 토론이 이어졌다. 세자를 가장 가까이서 치료하던 의원이 죽음을 당했다. 누가, 어떤 목적으로 이런 일을 벌였단 말인가. 자칫 미궁 속으로 빠질 것 같았던 사건은 장의삼의 아내가 받은 어음과 사건 현장에서 중요한 단서를 잡은 서영우의 활약에 힘입어 점차 핵심에 접근해 간다. 이문원과 그의 벗들은 죽기 전 장의삼의 행보에 대해 추적하기 시작하고, 그가 최근에 구매했던 약제품 내역을 살피던 중 놀라운 사실 한 가지를 발견해 낸다. 닿을 듯 말 듯 했던 사건의 옷자락이 약재상의 한마디에 단번에 와락 하고 손에 잡혔던 것이다.

세자가 얽혀 있는 이 사건은 치밀했으며 또한 추잡했다. 사건의 중심에는 법도를 무시한 간악한 무리가 있었고, 감히 새로운 세상을 탐했던 역적의 수괴가 있었다. 이문원 무리가 사건의 본질에 닿자 마침내 그들의 움직임을 주시하던 그 세력도 저항하기 시작했다. 주모자와 그를 위시한 사악한 무리가 파악됐으니 이제 꼬리를 잡고 죄를 무를 일만 남은 셈이었지만 그 일은 결코 수월하지 않았다. 다른 한편으론 이 일과 복잡하게 얽혀 있는 세자의 안위를 생각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결국 일이 터지고 만다. 망측한 행동으로 환락에 탐닉하던 세자의 일탈 현장을 세자의 어머니인 영빈이 목격하게 된 것이다. 이제 사건은 파국으로 치닫는다. 영빈마저 아들을 버릴 선택을 하기로 마음먹는다. 이제 궁 안에 세자 편은 단 한 사람도 없다. 이미 관계가 소원한 아버지 영조, 자기를 믿지 못하는 아내와 장인. 세자는 심신이 피폐할 대로 피폐해 진 채 자신에게 다가오는 불운과 맞서야 했다.

세자의 안위를 걱정하던 삼정승과 이문원 무리는 가까스로 세자를 궁지에서 탈출시킨다. 그리고 세자를 치료할 방책도 마련해 두었다. 과연 그들은 사면초과의 위기에 빠진 세자를 구해낼 수 있을까? 역사를 통해 이미 그 답을 알고 있지만 하릴없이 이 질문을 던져본다. <충신>은 ’사도세자의 비극’은 이미 악화일로를 걷고 있던 영조와 세자의 관계에서부터가 그 시작이라 말한다. 정파 싸움에서 빚어진 신하들의 농간으로 아버지와 아들은 냉랭한 사이가 되었으며 더욱이 아들인 세자가 기행을 일삼자 아버지 영조는 그 내막을 알려고도 하지 않은 채 세자를 박대한다. 또한 무수리가 낳은 아이라는 것과 경종독살설에 몸살을 앓았던 영조는 좀처럼 여론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는데 이는 그의 인내심을 바닥냈고, 결국 세자의 문제도 조바심을 내며 내내 못마땅하게 여겼다. 도움 받을 곳 없는 상황에서 세자의 병은 깊어갔고, 여동생은 얕은 술수까지 더해져 세자는 이미 산송장이나 다름없었다. 세자가 뒤주에서 8일이나 버틴 건 질긴 생명이라기 보단 억울함과 비통함에 눈 감을 수 없었던 한 영혼의 마지막 몸무림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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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명화 속 현대 미술 읽기
존 톰슨 지음, 박누리 옮김 / 마로니에북스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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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세계 명화 속 현대 미술 읽기>는 구스타브 쿠르베의 1855년 작 [화가의 스튜디오]에서 앤디 워홀의 1986년 작 [위장 자화상]에 이르기까지 순수하게 하나의 작품이 탄생한 순서대로 현대 미술을 정리한 책이다. 한 세기가 조금 넘는 시간이 한 권의 책에 집약된 만큼 많은 화가들의 다양한 작품들이 담겨 있으며 더불어 주요 작품의 이해를 돕기 위한 타 화가의 보조 작품까지도 꼼꼼하게 곁들여져 있다.

테오도르 루소의 [한낮의 다프레몽 골짜기]라는 작품을 예로 들면, 화가의 넓은 시야를 보여주는 이 목가적인 풍경화를 설명하기 위해 이 책의 저자는 또 다른 화가 존 컨스터블이나 샤를-프랑수아 도비니의 풍경화를 보조 작품으로 사용하고 있다. 그리고 이들 작품 간의 비교를 통해 [한낮의 다프레몽 골짜기]가 갖는 특별함을 찾아내고, 작가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바가 무엇이었는지에 관해서도 유추해낸다.

순전히 작품이 세상에 나온 순서대로 책을 구성하다보니 한 화가의 서로 다른 그림이 띄엄띄엄 소개되는 경우가 다반사다. 클로드 모네의 경우는 [인상, 일출]이라는 작품으로 34p에 나왔다가 46p와 72p에, 그리고 [지베르니의 수련 연못]이란 그림으로 154p에 다시 등장한다! 이렇게 똑같은 화가가 들쑥날쑥 하는 건 작품 간의 시간차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모네의 처음과 나중 그림의 경우는 무려 43년의 시간차가 있다.

시간에 따른 작품 구성에 익숙해지면 대충 이 시대에 어떤 류의 작품들이 등장했었구나 하는 걸 느끼게 된다. 특정한 화풍을 일구었던 작가들의 작품을 연속해서 만나게 되니 자연스럽게 그 시대의 미술사적인 상황에 대해서 인식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일련의 그림들을 통해 인상파 화가들이 성한 시기나 아르누보 계열 혹은 초현실주의 화풍이 일었던 시대가 얼핏 머릿속에 그려지기도 한다.

책 속에는 명화를 이해하기 위한 ’그림 이야기’만 있는 것은 아니다. 생각지도 못한 화가의 전력이나 미처 알지 못했던 미술사에 관한 사실도 심심치 않게 나온다. 야수파의 거장 마티스는 법무원 출신이고, ’사과’로 유명한 세잔은 은행원 출신 그리고 앙리 루소는 세관원이었다는 사실은 명화를 남긴 위대한 화가들 모두가 어릴 때부터 자신의 능력을 꽃피웠던 건 아니라는 걸 방증해준다.

한편 마네에 관한 저자의 짧은 설명은 나를 무척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인상파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일원으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 마네는 단 한번도 이론적인 단계에서부터 완전한 인상파였던 적은 없었다. (중략) 제대로 미술교육을 받은 살롱 화가였던 마네는 프랑스 미술의 위대한 전통을 존중했으며, 여기에 새로운 무언가를 더하면서 계속 그 연장선상에 머무르고 싶어 했다. 마네가 한 번도 인상파와 함께 전시회를 연 적이 없다는 것은 매우 중대한 사실이다."

인상주의를 대표하는 화가로 알고 있던 마네가 ’인상파이기를 주저했다는’ 사실은 실로 놀라운 이야기였다. 마네가 단순히 인상파 화가들에게 영감을 주는 역할에만 그쳤는지 혹은 그들과 자신의 경계를 분명히 하면서 의도적인 거리두기를 했는지 여부가 무척이나 궁금했다. 대부분 인상주의 화가들로 이루어진 바티뇰파를 이끌었던 마네가 정작 인상주의와 무관할 수 있다는 사실은 정말 인정하기 힘든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세계 명화 속 현대 미술 읽기>에 나오는 작품들이 20세기 초중반의 것들로 채워지자 아주 낯선 그림들과 처음 보는 작가들이 참 많았다. 그중에서도 [마법의 섬]을 그린 알베르토 사비니오, [굴뚝이 있는 도시 풍경]의 마리오 시로니, [메트로폴리스]의 게오르게 그로스 등이 낯설지만 눈에 띄는 작품들을 보여줬다. 19세기 중반에서 20세기 중반의 약 한 세기 정도 되는 시간을 미술 작품으로 장식한 이 책은 현대 미술을 수놓은 명작들과 위대한 화가들의 진면목을 확인할 수 있는 멋진 미술 안내서였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을 통해서 미술을 보는 눈이 조금은 트인 것 같다고 해도 그리 지나치진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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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만화책 - 캐릭터로 읽는 20세기 한국만화사, 한국만화 100년 특별기획
황민호 지음 / 가람기획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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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이 문구점에 깔리는 매월 홀수 주의 월요일을 손꼽아 기다리던 때가 있었다. 이 바로 전에 샀던 호는 벌써 다 읽었고, 계중에는 이미 두세 번 씩 읽은 만화도 있었다. 오랜 기다림 끝에 1500원을 주고 만화책을 얻는 순간은 마치 세상을 얻은 듯한 기쁨에 빠져있었던 것 같다. 책의 앞부분에 있던 인기 스타의 컬러 브로마이드와 드래곤볼과 같은 별책부록 그리고 장난감 비슷한 조악한 선물도 당시에는 큰 행운처럼 느껴졌었다. 격주로 나오는 만화를 사서 보기 전에는 알음알음으로 <보물섬>과 같은 책을 빌려봤었다. 지금도 기억하는 '펭킹 라이킹'은 당시의 내가 정말 좋아했던 만화였다.

<내 인생의 만화책>은 내가 주로 만화에 탐닉하던 90년대 그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우리나라 만화사에 길이 남을 추억의 만화들을 소개한다. 첫 장에는 우리만화에 있어서는 거의 고전이라 불릴 법한 [코주부], [고바우], [주먹대장] 등이 간략하게 소개되어 있다. 40~50년대에 탄생한 이들 만화는 서민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는 따뜻하면서도 의협심이 강한 캐릭터가 돋보이는 작품이었다. 특히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된 산호의 [라이파이]란 만화는 우리나라에도 이런 만화가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들 만큼 파격적이고 신선한 소재의 공상과학 만화였다. 두건을 한 라이파이는 [드래곤볼]에서 손오반이 분한 그레이트 사이어맨의 모델 격이 되는 캐릭터가 아닌가 하는 뒤늦은 의구심이 들기도 했다.

2장은 만화 스타의 춘추전국 시대가 열린 60~70년대 만화를 다뤘다. 만화 [일지매]는 좀 낯설었지만 [꺼벙이] 같은 경우는 비교적 친숙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박수동 화백의 [고인돌]은 비록 내가 이 시대의 만화를 즐길 세대는 아니었지만 어떤 루트를 통해서인지 재밌게 봤던 기억이 있는 만화였다. 당시에 [고인돌]을 참 성의 없게 그린 만화라 욕하면서도 한편으로 그 재미에 빠져 계속해서 읽었던 추억이 생각난다. 만화 캐릭터 중에서 CF에 진출한 몇 안 되는 케이스이기도 한 [고인돌]은 어쨌든 나에게도 추억이 있는 만화였다.

둘리와 오혜성, 구영탄 등이 탄생한 80년대 만화는 70년대 만화보다는 그래도 익숙한 만화가 많이 보인다. 특히 둘리와 오혜성, 구영탄과 같은 캐릭터는 이름만 들어도 그 모습이 그려질 정도다. 한편 내 세대가 즐겼던 90년대 만화는 오히려 낯선 만화가 많아 좀 놀라웠다. [어쩐지..저녁]의 경우는 빤한 청춘 멜로물이라는 생각에서 당시에 거의 읽지 않았던 것 같고, 90년대 만화를 대표해서 등장하는 다른 만화들 또한 잘 읽었던 것 같지 않다 오히려 이런 게 있었나 싶을 정도다. 어쩌서 좀 더 친숙한 만화들이 선정되지 못했는지 궁금하지만 저자 나름의 판단과 기준이 있었을 거라고 지레 짐작하고 말았다.

2000년대 만화를 보지 못해 아쉽긴 하지만 그래도 <내 인생의 만화책>은 우리나라 만화사에 한 획을 그은 괜찮은 작품 설명집이라고 할 수 있다. 현대에는 이제 종이 만화를 넘어 웹툰 시대가 도래 했지만 그래도 종이 만화의 추억은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이 책을 보면서 느꼈던 추억이 참으로 즐거웠고, 더욱 오래 기억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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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란 무엇인가
레너드 코페트 지음, 이종남 옮김 / 민음인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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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 보는 야구의 진수

지난 달 24일 한국 시리즈 7차전의 주인공이 타이거즈가 되면서 2009년 한국 프로야구는 대망의 막을 내렸다. 그리고 뒤를 이어 양키즈와 자이언츠가 각각 우승을 거머쥐면서 미국과 일본의 프로야구도 시즌을 끝냈다. 신기한 건 우리나라와 미국, 일본 모두 역대 최다 우승팀이 올해의 챔피언에 올랐다는 사실! 모두가 짜기라도 한 것처럼 말이다. 타이거즈의 우승으로 우리나라에서도 이제 두 자릿수 우승 횟수(10회)를 가진 팀이 생겼다. 짧은 야구 역사로 볼 때 아주 놀라운 성과라 할 수 있다. 또한 이번 우승은 7차전까지 가는 엄청난 혈투 속에서 얻어낸 것이라 더욱 값져 보인다. 정규 마지막 타석에서야 비로소 승리팀, 아울러 우승팀이 가려졌던 2009 한국 시리즈는 사람들에게 잊지 못할 강한 인상을 남겼다.

이토록 사람들을 강하게 매료시키는 야구. 과연 야구의 무엇이 사람들을 열광시키는 것일까? 아마도 홈런의 짜릿함, 피 말리는 승부, 극적인 경기가 그 답이 될 수 있을 것이다. 3점차 이내의 점수라면 언제든 홈런 '한방'에 의해 뒤집을 수 있다는 사실은 야구의 큰 장점이 아닐 수 없다. 또한 홈 팀의 경우 9회 이후의 마지막 공격에서 '끝내기 타구'를 날릴 수 있다는 점도 야구를 흥미진진하게 만드는 요소가 될 수 있다. (알다시피 끝내기 타구의 주인공은 그날의 영웅이 된다) 이런 기막힌 장면이 아니더라도 묘기에 가까운 수비라든지 빼어난 투구를 보여주는 피칭, 주어진 작전과 완벽한 수행에 따른 정교함 등도 야구장으로 자구만 사람들을 오게 만드는 야구만의 독특한 매력이다.

레너드 코페트의 <야구란 무엇인가>는 수많은 사람들을 그토록 열광하게 만드는 야구에 대해 다양한 주제를 정해 놓고 구체적으로 파고든 책이다. 오랫동안 야구계에 몸담았던 그가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고스란히 옮겨놓은 이 책은 야구의 모든 것을 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훌륭한 성과물이다. 매일같이 쏟아져 나오는 엄청난 기록물과 기록에는 남길 수조차 없는 숱한 인상적인 장면을 모두 섭렵한 그가 남긴 이 책은 야구의 성스러운 고전이라 불러도 좋을 정도다. 원제목을 살펴보니 가이드라는 단어가 보인다. 생각건대 적어도 야구팬이라면 '이 정도는 알아야 할 거야'하고 조언하는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즉, 그는 모르고 봐도 재밌지만 알고 보면 더 재밌을 야구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다!

책은 총 3부로 나뉘어 있다. 1부는 야구와 직접적으로 관계된 사항들을 담았고, 2부는 야구를 둘러싼 부차적인 일들을 담았다. 그리고 마지막 3부는 야구에 관한 상식과 야구라는 스포츠의 비전을 담았다. 1부에 등장하는 내용은 타격, 피칭, 수비, 베이스런닝, 감독, 사인, 벤치, 지명타자, 심판원, 구장 등이다. 타격, 피칭, 수비는 야구의 기본 중에서도 기본이라 할 수 있는 요소다. 특히 타격에서는 홈런과 같은 장타를 생산해낼 수 있는 능력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연봉 서열로 볼 때 항상 상위에 있는 타자들은 대부분 장타자들이라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해준다. 물론 미국의 데릭 지터와 같은 다방면에서 뛰어난 교타자도 좋은 대우를 받고 있긴 하지만 한방의 '결정력'이 있는 대형 타자들이 더 좋은 대우를 받는 게 엄연한 현실이다.

흥미롭게 봤던 주제는 바로 '지명타자'였다. 우리나라는 전적으로, 미국과 일본에서는 절반이 이 제도를 따르고 있다. 저자는 이 제도가 야구에 새로움을 주기 위해 도입된 것일 뿐 이 제도의 사용 유무에 따른 야구 판도의 커다란 변화는 없었다고 단언한다. 그러면서 구체적인 자료를 통해 이를 입증해 보인다. 내가 유독 이 부분을 집중해서 읽은 이유는 아직까지 미국에서 '지명타자' 출신으로 명예의 전당에 입성한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이 제도의 안착이 그리 오래전 일이 아니어서 일수도 있고, 전문적인 지명타자로 활약한 사람이 적어서 일수도 있지만 몇몇 기사를 통해 수비에 가담하지 않는 지명타자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이 많다는 걸 알게 되었다. 솔직히 저자의 글에서도 그런 게 좀 느껴졌다. 현재 명예의 전당 입성을 노리고 있는 역대 최고의 지명타자 에드거 마르티네즈의 거취가 어떻게 결정될지 이 때문에 더욱 궁금해진다.

2부와 3부는 야구 바깥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담겨 있다. 시즌 중에 틈틈이 발생하는 트레이드나 4월부터 10월(요즘은 11월까지)까지의 대장정을 치르고 나서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스토브 리그(스카우트) 그리고 새 구장 건설, 구단의 존폐, 중계권료, 야구의 기록과 통계, 야구의 주변인 등의 이야기가 흥미롭게 펼쳐진다. 야구는 기록의 스포츠이기도 하다. 한 시즌동안 100경기 이상을 소화하면서 그야말로 엄청난 기록들을 쏟아낸다. 기록은 팀과 선수의 운명을 좌우하므로 절대 간과할 수 없는 요소다. 보통 좋은 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선수들이 많은 팀이 강하고 또 성적도 좋은 편이다. 올해 우승한 기아의 경우 홈런왕과 타점왕을 기록한 선수가 있었고, 투수도 10승 이상에 방어율도 준수한 선수들이 여럿 포진해 있었다.

<야구란 무엇인가>는 알면 알수록 더 깊은 매력에 빠지게 되는 야구의 모든 것을 보여줬다. 야구가 던지고 때려서 점수를 올린다음 승패를 결정하는 단순한 스포츠가 아니라 경기장 안에서 벌어질 수 있는 수많은 상황들 - 투수와 타자간의 눈에 보이지 않는 신경전이나 타자에 따라 수비를 달리하는 시프트, 그날의 베팅오더, 견제와 빈볼, 벤치 클리어링 등등 - 속에서 치열하게 공방전을 펼치는 흥미 넘치는 스포츠라는 걸 완벽하게 묘사해냈다. 이 책을 읽지 않아도 얼마든지 야구를 즐길 수 있지만 만약에 읽는 다면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야구가 재밌어질 것이다. 더 좋은 구장에서 멋진 선수들이 펼치는 야구도 물론 재밌겠지만 야구에 관한 상식 몇 가지를 알고 보는 경기 또한 그 못지않게 재밌을 거라는 사실을 이 책이 말해 주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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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0-02-19 1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프로야구 개막 카운트다운에 해가 뜨고 지는 2월입니다!
야구 관련 도서를 즐겨 읽으시는 분들을 찾아다니다 들어왔습니다.:)
찌질하고 부조리한 삶은 이제 모두 삼진 아웃! 국내최초의 문인야구단 구인회에서 우익수로 뛰고 있는 박상 작가가 야구장편소설 <말이 되냐>로 야구무한애정선언을 시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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