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네 기생
장혜영

우리는 기생 하면 흔히 매춘과  패륜을 떠올린다.

그러나 소설  "카이네 기생"을 읽다 보면 전통 성문화에 반하는 삶을 살았던 기생의 존재가 근대사에 미친 역할을 폄하할 일만은 아님을 알게 된다.

 기생의 존재는 성문화와 이데올로기 그리고 사회 관습은 물론, 여성의 삶의 변화에도 홀시할 수 없는 영향을 주었다.

전근대적인 여성의 활동반경은 가무와 생육 그리고 노동이었다. 여성은 단순한 노동력이었고 생육의 도구였다. 들녘에 나가 일하고 가사를 돌보고 아이를 낳아 기르는 일은 여성의 몫이었다. 
 

그러나 근대를 서막으로 화려하게 등장한(유곽은 1900년 초에 등장)기생은 물질적인 생존을 위한 소비재에 불과하던 여성의 이미지를 순식간에 미학적 등급으로 격상시킨다. 고된 노동과 가무, 생육의 압박에서 해방시켜 꽃단장에 예쁜 화장을 하므로서 여성을 아름다움의 왕위에 추대한 것이다. 남성을 유혹하기 위한 교태와 요염함은 눈부신 여성미와 섹시미를 탄생시켰다.

소설에 등장하는 평양 명기 월아의 눈부신 화용월태는 피어나는 꽃도 무색할 정도이다. 주인공 행화의 청초함과 풋풋한 미모는 죽은 언어에 숨결을 불어 넣어주고 소설에 우아함과 화려한 배경을 설치해주고 있다.

뿐만 아니라 기생의 등장은 노동과 생육의 도구에 불과하던 천박한 전통여성을 시를 짓고 노래를 부르고 가락을 연주할 줄 아는 직업예인의 탄생을 가능하게 한 자궁 역할을 놀았다. (물론 여성의 직업예인의 탄생에는 민간무속인과 현대교육을 받은 모던여성들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지만...)이는 여성의 신분을 노동력에서 예인으로 상승시킨 것이다.

소설속의 평양기생 월아와 행화는 모두 거문고와 가야금연주에 능할 뿐만 아니라 서도명창에 시서까지 잘하는 당대 여성엘리트 예인이었다.

호미를 들고 밭에서 기음만 매던 여성, 아이를 낳고 방아를 찧고 밥만 짓던 여성이 시를 짓고 가락을 울린다는 것은 여성의 지위를 미천한 존재에서 일약 지성과 교양을 겸비한 문화인으로 업그레이드 시킨 역사적 사건이기도 하다.

소설속의 월아는 어린 나이에 상경하여 "기생서재"에서 거문고와 시서, 서도창을 배운다. 행화도 월아를 스승으로 모시고 창과 기악, 시서를 사사받고 보통학교에 들어가 글공부를 한다. 

기생은 예인일 뿐만 아니라 글을 짓고 그림을 그릴 줄 아는 지식인이었으며 당대의 명인들이나 식자들과 상종하며 풍월을 주고 받는 지성인이기도 했다. 그리하여 그네들은 생육이나 집안 살림 걱정을 하는 여염집 아낙들과는 달리 사회문제와 국가와 민족의 운명에도 관심이 많았다. 적장을 부둥켜 안고 남강에 뛰어든 기생 논개가 이와 같은 추론을 잘 입증해 준다.

실제로 소설속의 주인공 행화도 독립운동가를 구해 주기 위해 일본수비대 장교를 칼로 찔러 죽인다.

이밖에도 우리는 이 소설속에서 기생과 관련된 더욱 많은 흥미진진한 정보들을 얻을 수 있지만 여기서는 섣부른 설명을 삭제하고 독자들 스스로 책을 읽고 감상하기 바란다.

 
출처: 파란 블로그 태양은 여기서 뜬다 



제목 /  카이네 기생                                                            
부제 /  구슬픈 거문고소리에 살구꽃송이가 무심히 흐드러진다
저자 /  장혜영
펴낸곳/ 어문학사
발행일/ 2010년 6월 28일
분류 /  인문-소설-한국소설 
가격 /  13,000원 
쪽수 /  356쪽 
책사양 /  신국판/무선제본/1도
ISBN /  978-89-6184-126-9  03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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