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장에 대한 작가의 심미안이 돋보이는 민병일의 산문집 [담장의 말]은 철학과 미술, 그리고 건축학까지 담장과 연결되어 우리가 평소 느끼지 못했던 담장의 미학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책을 읽어보면 알 수 있듯이 민병일 작가는 카메라를 들고 다니면서 다양한 형태의 담을 찍어서 [담장의 말]에 수록했고, 폐가의 담도 허투루 지나치지 않고 작가의 글에 담아 생명력을 불어넣어 주었다.담장을 통해 4계절의 변화를 오롯이 느끼면서 작가의 통찰력을 예술과 결합시켜 표현했고, 담장 아래 핀 꽃들도 그냥 지나치지 않고 철학을 담아 글로 옮겨냈다. 빈집이 된 지 30년이 넘었다는 이 집의 뒷간 안은 완전한 식물들의 세계다. 사람이 쓰던 뒷간이건만 30년 넘게 방치된 이곳은 식물들의 완강한 저항으로 도저히 문을 열 수 없었다. 시간에 봉인된 뒷간은 식물들의 왕국이다. (와온 바다 햇빛을 수집하는 섬달천 마을 뒷간 담벼락 중 p.40에서 부분 발췌)오래된 뒷간 담벼락을 보고 '롱샹 성당'의 담벼락과 비교해서 표현한 뒷간 담벼락 예찬이 흥미로웠던 이유는 책에 수록된 프랑스 시골의 작은 마을 롱샹 성당 담벼락의 사진과 뒷간 담벼락 사진을 보니 놀라운 싱크로율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담벼락 사진들을 감상하며 에세이를 읽다 보면 마치 내가 모르던 어느 고즈넉한 시골 마을을 방문해서 나 또한 작가와 함께 담벼락을 감상하고 있는 듯한 착각을 느끼게 해준다. 따뜻한 봄 햇살을 느끼며 창가에 앉아서 조용히 책을 읽다 보면 어느새 나도 모르게 어릴 적 시골 할머니 댁에 놀러 가서 사촌들과 시골 여기저기를 기웃거리며 마을 탐방에 나섰던 어린 시절의 나를 만날 수 있는 아련한 추억을 느끼게 해주기도 한다.책 한 권으로 다가오는 봄을 느끼며 인문학적 교양까지 함께 쌓을 수 있는 [담벼락의 말]은 도시에서는 이제 쉽게 찾기 힘든 담벼락을 통해 어쩌면 작가는 도시인들의 잃어버린 감성과 서정성을 찾아주고 싶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의 리뷰는 서평단으로 도서를 제공받은 후 직접 읽고 작성했음을 밝힙니다.
이 작품에는 미국의 흔한 인종차별 문제로 인해 청소년들이 학교에서 겪는 문제와 함께 세대 간의 소통이 한국전쟁이라는 역사 인식을 통해 어떻게 녹아들어 가는지 잘 표현해 낸 작품이다.주니의 이야기는 주로 학교에서 청소년들이 겪는 친구 사이의 갈등과 인종차별 문제로 내용을 이끌어 가고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대화에서는 조부모가 어린 시절 겪었던 한국전쟁의 참상에 대해 주니에게 이야기로 전달해 주는 방식이다. 한국 사람이라면 한국전쟁의 참상을 누구나 알고 있지만, 이민 3세인 주니에게는 조부모로부터 전해 듣는 이야기가 충격으로 다가온다.전쟁통에 누구에게나 있었을 법한 이야기, 그리고 전쟁이 끝난 후에는 같은 민족끼리 벌이는 이념전쟁에 대한 아픈 한국 역사를 이민 3세가 학교 역사 프로젝트를 통해 간접경험하게 되는 과정을 굉장히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주니의 시선에서 전개되는 또 다른 이야기인 인종차별 문제는 흔히 한국인들에게 불문율처럼 여겨지는 참고 버티는 과정이 사춘기 여자아이를 통해 그려지는데 결국 이 문제로 주니는 우울증이 와서 치료까지 받게 된다. 현실적으로 요즘 이민 3세면 마냥 참고 있지만은 않을 텐데 한국인들이 가지고 있는 특성을 주니라는 캐릭터를 통해 표현해 낸 것 같다. 미국의 심각한 사회갈등을 야기하는 인종차별 문제를 학교에서 어떻게 대처해나가는지 잘 드러나있고, 같은 학교의 다른 유색인종 아이들이 적극적으로 문제를 해결해 나가려고 하는 반면 이 책에 등장하는 한국계 이민 3세인 주니와 에스더는 방관하거나 아니면 침묵을 하는 캐릭터로 묘사되는데 전형적인 한국인들의 특성을 이 두 캐릭터에 투영시킨 듯하다. 소설은 어린이와 청소년을 대상으로 출간되었지만 어른이 읽어도 굉장히 흡입력 있는 내용이라서 이 책을 어린이를 위한 책이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을 것 같다. 내용면에서는 이해하기 어렵지 않지만 400페이지가 넘는 분량에 그림이 전혀 없기 때문에 책 읽기 싫어하는 아이들에게는 약간 부담스러울 것 같기는 하다. (책 좋아하는 우리 집 6학년 아들은 하루 만에 다 읽기는 했다)이 책의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은 후 작성되었음을 밝힙니다.
이 책에서는 청소년기의 자아 찾기를 주제로 7가지의 흥미로운 이야기가 펼쳐진다. <리플리>형의 아이디를 도용해 인터넷에서 형인 척한 것을 들킨 후 병원에서 리플리 증후군 판정을 받은 포타는 가족의 치료 권유를 무시한 채 가족에게 복수를 하겠다는 일념으로 버려진 실험실에서 자신을 대신할 수 있는 휴먼 안드로이드 리플리를 만드는 데 성공한다. 리플리를 성공적으로 집으로 들이기 위해서 포타는 실험실에서 리플리와 자신과의 완벽한 동화를 위해 차근차근 계획을 밟아가는데...한참 예민한 나이의 포타가 평판 좋은 형이 부럽기도 했을 테고 형에 대한 질투심도 있었을 것 같다. 잘난 형제가 있는 아이들 누구나 사춘기 시절 한 번쯤 경험할 수 있을법한 감정을 휴먼 안드로이드라는 기발한 소개를 이용해 탄생시킨 흥미진진한 이야기이다.<베프를 만드는 씨앗>'1년 동안 다른 별에서 살기 프로젝트에' 참여한 외계인'나'는 지구의 한 중학교에 배정되면서 예지와 친구가 되고 싶은 마음에 '베프 씨앗'을 사용한 후 예지와 더욱 가까워지게 되는데...청소년 또래집단에서 친구가 얼마나 중요한 의미로 다가오는지, 그리고 친구와 더욱 친밀해지고 가까워지고 싶어 하는 아이들의 심리상태를 외계인 '나'에 비유해서 도대체 왜 지구인들이 친구에 그렇게 열을 올리는지 경험한다는 이야기로 흥미롭게 풀어나간 에피소드이다.<모던 서동요:슈크림 볼 소녀는 없다>예술고 무용과에 재학 중인 선화는 어릴 적 아빠 회사의 광고 모델인 슈크림 볼 소녀로 유명세를 겪은 적이 있는 학생이다. 그런데 어느 날 같은 학교의 조서동이라는 남학생이 학생 래퍼 경연 대회에서 슈크림 볼 소녀를 대상으로 쓴 랩 가사로 인해 선화가 조서동의 여자친구라는 소문이 방송계와 학교에 퍼지게 되면서 그 소문으로 인해 선화는 매우 고통받게 되는데...청소년의 이성 교제와 연예계 데뷔라는 소재로 전개되는 단편. 언제부터인지 아이들의 이성 교제 연령이 점점 낮아지면서 요즘에는 초등학생들도 연애를 하고 있는 시대가 되었다. 아이들의 최대 관심사이자 장래희망이 유튜버, 연예인이 되어버린 세상에서 모던 서동요는 실제로 일어날 수 있는 일이어서 더욱 재미있게 읽었던 이야기이다.<시간 여행자의 방문>사고를 당한 이해준이 여자친구 지아가 전학 온 시점으로 시간 이동을 해서 절대로 내년 1월 8일에 방파제에 가지 말라고 경고해 주는데...유체 이탈을 통한 시간 여행이 가능할는지 아직은 모르겠지만(개인적으로는 아무리 과학이 발전해도 실현 가능성 없는 이론이라고 생각한다) 시간 여행이라는 남녀노소 모두의 관심을 끌고 있는 소재를 이용한 에피소드이다.<반딧불이>다니던 학교에서 학교폭력을 일으키고 서울에서 멀리 떨어진 시골의 한 기숙학교로 전학 간 반디가 대안학교에서 경험하는 기이하고 무서운 일에 대한 이야기이다.학교폭력의 가해자 입장에서 바라본 전개로 구성되는 단편. 원래도 심각한 사회문제로 항상 이슈가 되는 소재인데 최근에는 넷플릭스의 더 글로리로 인해 더욱 이슈가 되고 있는 것 같다.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는 강사이자 나 또한 학부모이기에 학교폭력 문제는 남의 일이 아니기에 항상 관심 가지고 신경 쓰고 있는 분야인데 반딧불이에서 등장하는 반딧불과 달팽이의 관계를 생각해 보면 가해자와 피해자가 오버랩되어서 섬뜩한 느낌을 받았던 이야기이다.<두근두근, 터닝 포인트>나를 드러내기를 꺼리는 사진부 소년 '나'는 같은 사진부의 오혜민과 사진부 숙제를 하기 위해 헤이리에 같이 갔다가 오혜민으로 부터 고백을 받게 되는데...'나'는 감추고 있던 비밀 때문에 이방인 취급받는 걸 피하기 위해 일부러 조용하게 지낼 사진부에 가입했던 것이었는데 의도치 않게 오혜민 덕분에 갈대밭의 트라우마를 극복하기 시작하면서 이방인이 아닌 사회의 일원으로서 당당하게 나아갈 터닝 포인트를 완성하게 된다. 짧지만 많은 의미를 담고 있는 에피소드이다. 이방인으로 살아가는 아이들이 겪는 혼란스러움을 십 대의 연애라는 소재를 사용해 자연스럽게 풀어가는데 실제로 겪은 트라우마는 쉽게 없어지지 않고 대한민국 사회에서 이방인이 적응해 나가는 게 쉽지 않다는 걸 알기에 더욱 관심이 가는 주제이기도 했다.<세이렌이 울리는 밤>남자친구 빈이가 바다에서 실종된 이후로 해인이는 빈 이가 왜 자발적으로 바다로 뛰어들었는지 혼란스럽기만 하다. 빈이와 다녔던 추억의 장소들을 방문해 보면서 미스터리한 빈이와 빈이 엄마의 사고에 대한 진실이 용바위에 갔던 날 밤 빈이 아빠를 만나게 되면서 서서히 밝혀지기 시작하는데...누구에게나 사랑하는 주변 사람을 잃는 상실감은 아주 크게 다가온다. 세이렌이 울리는 밤은 십대에 겪은 죽음이라는 상실을 통해 남자친구를 잃은 소녀 해인이의 관점으로 바라보는 죽음을 판타지적인 요소를 더해서 슬프고 아름답게 그려내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일곱 가지 이야기 중에서 가장 마음에 와닿았던 에피소드였다.서로 다른 환경과 사건에서 찾아가는 자아를 십대 청소년을 통해 그려나가는 최상아 작가의 단편 소설집 자아 찾기ing청소년 소설이지만 어른도 청소년 시절의 감성을 느껴가며 읽을 수 있는 소설집이다.이 책의 리뷰는 출판사 서포터즈로서 도서를 제공받은 후 작성되었습니다.
팩트로 깨부수는 가짜 과학 88가지 이야기가 실린 책 그래서 과학이 필요한 거죠.프랑스 최고의 인기 과학 채널 큐리오의 과학 팩트체크에 대한 이야기.우리가 잘못 알고 있는, 혹은 가짜 지식에 의해 오랜 시간 세뇌당해 당연한 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는 88가지 과학지식을 날카로운 통찰과 사실에 기반하여 파헤쳐 나가는 책이다.건강, 기후변화&환경, 수학&물리학, 음식, 뇌과학, 생물 다양성, 우주 총 7가지 분야에 걸쳐 정확한 사실을 알려주고 있다. 당근을 먹어도 시력 유지나 회복에 아무 상관이 없다는 사실이 매우 충격적이었던 이유는 어릴 때부터 엄마가 시력이 안 좋은 나에게 당근을 엄청 먹였고(그나마 다행인 건 나는 당근을 좋아한다), 나 또한 아이에게 당근 먹어야 눈 건강에 좋다고 싫다는 아이에게 당근을 억지로 먹이고 있는 중이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눈이 안 좋으신 친정아버지를 위해서 여전히 당근을 열심히 아버지에게 해드리고 있는데 이 모든 게 다 소용없는 일이었다니 대체 당근에게 삼대째 얼마나 속고 있었다는 것인가!이 밖에도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며 알고 있던 지식들의 민낯이 파헤쳐지면서 잘못 알고 있던 과학적 지식을 이 책 덕분에 바로잡을 수 있었던 점이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다.덧붙여 개인적으로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가장 추천해 주고 싶은 과학 책인 이유는 어릴 때 하루라도 빨리 잘못 알고 있는 것들을 바로잡아 줄 수 있는 책이기 때문이다. 청소년 도서이기는 하지만 어른들도 읽어보길 적극 추천하는 책이다.
쾌걸 공주 엘리자베트 시리즈 중 2번째 이야기 나의 길을 달릴래!<책 소개>공주답지 않은 공주 엘리자베트, 나다움을 찾아 달려 나가다!갑자기 들려온 엘리자베트의 결혼 소식.충격에 휩싸인 공주는 원하지 않는 결혼을 막으려 깊은 밤, 위험천만한 계획을 세우는데...외국에서 온 소년과 바람처럼 날쌘 말은 엘리자베트를 어떤 모험의 길로 안내할까?쾌걸 공주 엘리자베트는 실존 인물을 바탕으로 하여 재구성한 이야기이다. 천방지축에 말괄량이인 엘리자베트지만 주변 사람들을 생각하는 따듯한 마음을 가지고 있고, 자신의 미래를 주변 사람들의 결정에 맡기지 않고 스스로 개척해 나가고자 하는 의지가 강한 인물로 소설에서 그려지고 있다. 이번 시리즈에서는 특히 프랑스와 리비아의 평화 협정에 대한 역사적 사실을 배경으로 해서 외국에서 온 사절단에 있던 소년 사미르와 우정을 쌓는 모습이 그려지고, 엘리자베트가 위험에 처했을 때 사미르가 적극적으로 그녀를 도와주게 된다.책 뒷부분에는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세계사적인 지식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첨부되어 있어서 어려운 세계사를 소설을 읽으면서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역사를 어려워하거나 싫어하는 아이들도 부담 없이 읽으면서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이다.'나다움' 이란 무엇인지 깊게 생각해 볼 수 있는 질문들이 첨부되어 있으므로 책을 읽은 후 아이와 함께 독후 연계 활동으로 활용하면 더욱 좋을 것 같다.엄마도 재미있게 읽었던 엘리자베트 공주의 모험 이야기, 초등학생 자녀에게 추천합니다.이 책의 리뷰는 서평단으로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은 후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