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장의 말 - 흙과 돌과 숨으로 빚은 담의 미학을 생각한다
민병일 지음 / 열림원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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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장에 대한 작가의 심미안이 돋보이는 민병일의 산문집 [담장의 말]은 철학과 미술, 그리고 건축학까지 담장과 연결되어 우리가 평소 느끼지 못했던 담장의 미학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책을 읽어보면 알 수 있듯이 민병일 작가는 카메라를 들고 다니면서 다양한 형태의 담을 찍어서 [담장의 말]에 수록했고, 폐가의 담도 허투루 지나치지 않고 작가의 글에 담아 생명력을 불어넣어 주었다.
담장을 통해 4계절의 변화를 오롯이 느끼면서 작가의 통찰력을 예술과 결합시켜 표현했고, 담장 아래 핀 꽃들도 그냥 지나치지 않고 철학을 담아 글로 옮겨냈다.

빈집이 된 지 30년이 넘었다는 이 집의 뒷간 안은 완전한 식물들의 세계다. 사람이 쓰던 뒷간이건만 30년 넘게 방치된 이곳은 식물들의 완강한 저항으로 도저히 문을 열 수 없었다. 시간에 봉인된 뒷간은 식물들의 왕국이다. (와온 바다 햇빛을 수집하는 섬달천 마을 뒷간 담벼락 중 p.40에서 부분 발췌)

오래된 뒷간 담벼락을 보고 '롱샹 성당'의 담벼락과 비교해서 표현한 뒷간 담벼락 예찬이 흥미로웠던 이유는 책에 수록된 프랑스 시골의 작은 마을 롱샹 성당 담벼락의 사진과 뒷간 담벼락 사진을 보니 놀라운 싱크로율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담벼락 사진들을 감상하며 에세이를 읽다 보면 마치 내가 모르던 어느 고즈넉한 시골 마을을 방문해서 나 또한 작가와 함께 담벼락을 감상하고 있는 듯한 착각을 느끼게 해준다.
따뜻한 봄 햇살을 느끼며 창가에 앉아서 조용히 책을 읽다 보면 어느새 나도 모르게 어릴 적 시골 할머니 댁에 놀러 가서 사촌들과 시골 여기저기를 기웃거리며 마을 탐방에 나섰던 어린 시절의 나를 만날 수 있는 아련한 추억을 느끼게 해주기도 한다.
책 한 권으로 다가오는 봄을 느끼며 인문학적 교양까지 함께 쌓을 수 있는 [담벼락의 말]은 도시에서는 이제 쉽게 찾기 힘든 담벼락을 통해 어쩌면 작가는 도시인들의 잃어버린 감성과 서정성을 찾아주고 싶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의 리뷰는 서평단으로 도서를 제공받은 후 직접 읽고 작성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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