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겨진 뼈, 드러난 뼈 - 뼈의 5억 년 역사에서 최첨단 뼈 수술까지 아름답고 효율적이며 무한한 뼈 이야기
로이 밀스 지음, 양병찬 옮김 / 해나무 / 2023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저자 로이 밀스는 현재 UCLA 정형외과 임상교수로 재직 중이며, 생화학, 해부학, 생리학, 고고학, 고생물학, 예술, 역사, 문화 등 뼈에 관한 모든 것을 담은 책을 썼습니다.

책은 가장 크게 1부와 2부로 나누어져 있고, 1부 숨겨진 뼈에서는 뼈의 조성과 다양한 구조부터 시작해 뼈 수술의 역사, 몸속의 뼈를 보는 엑스레이의 발명까지 정형외과의 전반적인 역사와 함께 일반인이 읽어도 어렵거나 부담스럽지 않은 설명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일반인들이 뼈에 문제가 생기면 정형외과 의사가 수술하는 것을 당연히 여기게 된 시점이 1920년 이후이며, 20세기 초만 해도 정형외과 의사들은 모두 남자였다고 하는데 이유는 단단한 뼈를 망치질, 톱질, 송곳질하는 것이 육체적으로 굉장히 힘든 일이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생각해 보면 과거에는 굉장히 엽기적이라고 여길 만한 수술 방법도 존재했고, 특히 골절을 치료하는데 동원된 수많은 수술 방식에 대한 부분들을 읽어보면 여자 의사가 하기에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고된 작업이었을 거라 사료되기도 합니다.
물론 현대에는 여선생님들도 있지만 책에 수록된 사진들을 보면 옛날에는 여자가 할 일이라고 아무도 생각을 못 했을 것 같기는 합니다.

2부 드러난 뼈에서는 고생물학자나 인류학자들이 발굴해 낸 뼈에 대한 이야기부터 문화, 예술 분야에서 뼈가 어떤 방식으로 널리 사용되기 시작하는지, 일상생활에 뼈가 어떻게 사용되기 시작했으며, 미국의 철도 사업 과정에서 어떻게 뼈가 이용되었는지, 파리의 카타콤 이야기까지 각종 분야에서 뼈에 얽힌 이야기들이 전개됩니다.
뼈로 사치품을 만든다는 게 조금 낯설기는 하지만 저는 2부에서 가장 재미있던 부분을 하나 꼽자면 피렌체의 진취적인 상인이자 외교관인 엠브리아키는 마케팅 기회를 잡아 뼛조각으로 장식된 육각형과 직사각형의 상자를 만들어, 유럽 왕족과 귀족의 럭셔리한 취향을 만족시키기 시작했다는 대목이었습니다.

그 시절 상류층이라면 누구나 상아로 만들어진 사치품을 원했지만 그것을 장만할 재력이 없는 사람들은 상아로 만들어진 제품 대신 뼈로 만든 보관함을 만들어 팔았는데 모든 것이 수작업으로 이루어졌음에도 솜씨가 세부 사항과 규모 면에서 경이로웠다고 합니다. 그 시절에도 뭔가 사업에 밝은 사람은 상아 대신 뼈를 이용해 장식품을 만들 생각을 했다니 참 여러 가지로 놀랍네요.
뼈를 이용한 다양한 물건 중 음악과 관련 있는 악기, 그리고 일상생활에서 초기에는 뼈로 바늘을 만들어 사용하기도 했고, 안토니오 가우디는 뼈의 매끄러운 윤곽을 자신의 기발한 건축물인 카사바트요의 외장에 광범위하게 도입하기도 했으며, 이 집은 바르셀로나 사람들에게 '뼈의 집'이라는 별명으로 불리고 있다고 합니다.

정말 다양한 분야에서 뼈가 사용되었다는 놀라운 사실에 다시 한번 감탄하며, 뼈에 대한 흥미로운 역사와 사실들을 <숨겨진 뼈, 드러난 뼈> 한 권으로 모두 알 수 있기에 서론에서도 이미 언급했다시피 뼈에 대한 백과사전이라고 불릴만한 책이었습니다.
자연과학 분야는 항상 관심은 많은데 어떤 책은 너무 어려워서 책을 읽어도 이해가 잘 안돼서 읽으면서도 난감할 때가 종종 있는데 이 책은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는 책이기도 하고, 다양한 분야에 걸쳐 뼈의 전반적인 역사도 알 수 있고 여러분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이 리뷰는 출판사로 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마이그레이션 - 북극제비갈매기의 마지막 여정을 따라서
샬롯 맥커너히 지음, 윤도일 옮김 / 잔(도서출판) / 2023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책의 배경이 가까운 미래인데 기후 변화로 대부분의 동물이 멸종한 세상이 현재의 지구 상황과 비슷해서 더욱 슬프게 느껴지더군요. 얼마 전에 완독한 현대지성의 '100가지 동물로 읽는 세계사'라는 책에서 인간의 무지함과 서식지의 파괴로 인해 멸종된 동물들에 대한 이야기를 읽어서 그런지 <마이그레이션>의 배경이 그리 멀게만 느껴지지는 않았습니다.
소설 속에서 남극으로 향하는 과정에서 묘사되는 바다의 풍경과 자연의 묘사가 너무 생생해서 자연의 아름다움이 글로 고스란히 느껴지는 아름다운 작품이었습니다.

이 리뷰는 서평단으로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은 후 작성되었습니다.

'사가니'호를 타고 떠나는 여정에서 때로는 거칠고 때로는 아름다운 바다가 마치 눈앞에 생생하게 펼쳐지는 것 같은 문장 구성으로 인해 소설의 자연환경이 더욱 위대하고 웅장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남편 나일로 부터 까마귀 멸종 소식이 공표됐다는 소식을 들었던 날 프래니는 어린 시절 자신을 친구처럼 따르던 12마리의 까마귀들을 생각하며 엄청난 슬픔이 몰려옵니다.

우리 동네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새들이 멸종된다고 생각하면 저 역시 굉장히 슬플 것 같습니다. 저에게는 까마귀와 특별한 추억은 없지만 요즘 같은 계절에는 아침에 일어나서 듣는 새소리와 오전에 청소하면서 듣는 특이한 울음소리의 멧비둘기 소리를 즐기는데 이런 새들이 멸종되고 차 소리만 들린다면 너무 삭막할 것 같아요.
요즘 기상 이변 때문에 기후 환경 기사나 책에 관심이 많은 편인데 전문가들의 공통 의견이 인간에게만 힘든 것이 아니라 아무 대책 없이 고스란히 자연재해에 노출되는 동식물도 큰 피해를 입게 될 것이라고 말합니다. 특히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끼쳐서 동식물들의 생태계가 어떤 방식으로 교란될지 예측이 안되기 때문에 결국 인간에게 고스란히 돌아오게 되면서 큰 혼란이 야기된다고 하는데 걱정을 안 할 수가 없습니다.
특히 여름이 점점 견디기 힘들어져서 해마다 여름 나기가 너무 괴로운데 일찍 찾아오는 더위가 반갑지만은 않네요.

<마이그레이션>은 바로 이런 점을 우리 독자에게 책을 통해 경고해 주고 있습니다. 소설 속에서는 만선이 언제였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할 정도로 물고기도 거의 씨가 마른 상황에서 물고기를 먹이로 삼는 새들의 멸종마저 점점 현실화 되어가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환경단체들은 어선을 반대하는 집회를 지속하고 있고, 어업 종사자들은 환경단체로부터 항상 표적이 되고 있습니다.
<마이그레이션>은 자연의 생생한 묘사가 일품이기도 하지만 가까운 미래에 동물이 멸종할 수 있는 세상은 현실이 될 수도 있는 내용이기에 더욱 독자에게 경종을 울리는 소설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잔잔하게 그러나 단단하게
정영욱 지음 / 부크럼 / 2023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람과의 관계에서 받은 상처, 혹은 사랑의 상실감으로 힘들어하는 사람들에게 정영욱 작가는 담백한 문장들로 담담하게 '공감'과 '위로'의 말들을 에세이에 담았습니다.
읽어야 할 글의 분량이 많은 책은 아니기에 읽는 시간 자체는 오래 걸리지 않을 책이지만, 문장과 단어 하나하나마다 주는 울림과 마치 시를 읽는 것과 같은 문장들을 천천히 즐기면서 읽어보신다면 작가가 독자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의미에 충분히 공감하면서 읽을 수 있는 에세이입니다.

감정을 다스리는 건 사실 쉬운 일은 아닙니다.
더군다나 어른이 되면, 왠지 모르게 힘들어도 견뎌야 할 것 같고, 슬프고 힘들어도 참고 인내해야 한다고 배워 온 우리들에게는 사실 주변에 누군가 힘든 사람이 있어도 위로에 서투르기도 하고 나 자신의 힘든 상처를 보듬는 방법도 잘 몰르는 상태로 방황하기도 합니다.
생각해 보면 대부분의 한국 사람들은 어릴 때부터 슬프거나 힘든 일이 있어도 참거나 자신의 감정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도록 포장하는 일이 옳은 것 처럼 교육받으며 성장했기에 어른이 되어도 여전히 내면의 상처를 관리하는 일에 서툰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공감'을 이끌어내는 에세이가 유독 독자들로 부터 사랑을 받고 있나 봅니다.
저 또한 이 시대를 살아가는 어른으로서, 엄마로서, 그리고 선생님으로서 힘들거나 상처받는 일이 생겨도 겉으로 잘 드러내지 않고 살고 있기에 책을 통해 위로받고 글을 쓰면서 마음을 정리하며 하루하루 그렇게 견디고 있습니다.
여러분도 최근에 상처받은 일이 있거나, 아니면 예전에 받은 상처가 아직 아물지 않은 채로 힘겨워 하고 계신다면 <잔잔하게 그러나 단단하게>를 통해 위로를 받아보셔도 좋을 것 같아서 감성 에세이 한권 추천합니다.

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작성되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여기는 Q대학교 입학처입니다 - 제2회 넥서스 경장편 작가상 우수상 수상작 넥서스 경장편 작가상
권제훈 지음 / &(앤드) / 2022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제2회 넥서스 경장편 작가상 우수상 수상작인 소설로 대학 입시 고민 상담소인 '입학처' 직원들의 사계절을 담은 일상 이야기 소설입니다.
작가님이 실제로 한 대학의 입학 사정관으로 일한 경험을 밑천으로 이 소설을 집필했습니다.

소설을 읽어보시면 눈치채겠지만 입학처의 생생함이 고스란히 담겨있고, 실제로 근무하지 않았으면 상상력 만으로 쓸 수 있는 소설이 아니라는 걸 문장에서 느낄 수 있습니다.

반드시 의대를 보내야 하는 학부모의 스토킹 같은 연락에 진이 빠지는 홍지원, 12년 특례 전형으로 대학 보내고 싶은데 경제력이 안되는 김지민, 강남으로 이사 왔지만 딸의 내신등급이 4등급이라 절망하는 장대현 등 소설에는 입학 사정관으로 일하고 있기에 현재 대한민국의 입시제도가 상위권 대학에 편승하기 얼마나 힘들고 고된 과정인지 더욱 잘 알고 있는 입학처 사람들의 평범한 학부모로서의 고민도 같이 표현되어 있어서 더욱 현실감이 느껴집니다.
소설이지만 저에게는 에세이로 느껴지는 이유는 아마도 제 직업과도 무관하지 않고, 저 역시 학부모이기도 하기에 더욱 현실감 있게 다가오는 내용의 소설이었습니다.
입시가 툭하면 바뀌어서 학부모와 학생들에게 혼란스러운 마음을 안겨주기는 하지만 학교 다니면서 내신 대비하고 수능이나 수시 대비해야 하는 기본 본질은 변하지 않습니다.

학부모에게는 입시의 매운맛을 전해주고, 아직 학부모가 아닌 분들에게는 입학처 직장인들의 고군분투를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여기는 Q대학교 입학처입니다>를 시간 여유 있으실 때 읽어보시길 추천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립고 그립고 그립다
조병준 지음 / 프리즘(스노우폭스북스) / 2023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책을 받기 전부터 짐작은 했지만, 초반부터 제 눈물샘을 건드린 책입니다. 자식 키우는 부모라면 작가님의 심정을 충분히 공감할 수 있고, 더군다나 사고로 잃게 된다면 제정신으로 살 수 없을 것 같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아이들이 있기에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슬픔과 그리움을 받아들이는 과정을 담은 치유 에세이입니다.

2015년 7월 초등학교 캠프에서 학교 직원 차량에 치여 어린 나이에 세상을 떠난 병설유치원생의 실제 사망사건으로 사건이 발생한지 8년의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도 법적 다툼 중에 있는 한 아버지의 아들을 향한 절절함을 담아낸 책입니다.

총 3부로 구성되어 있는 이 책의 1부<보리, 오다>는 아이의 탄생 과정과 어린이집 생활 중 선생님과 아빠가 주고받은 원아 수첩의 기록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2부 <보리, 보내다>는 보리를 잃은 상실감과 지키지 못한 죄책감, 보리가 떠난 후에 아버지로서 겪은 일과 감정을 시와 글로 담아냈습니다.
아버지뿐만 아니라 남은 가족 역시 아이를 떠나보내는 각자의 슬픔이 함께 담겨 있습니다.
'이사를 하지 않았다면 다니던 어린이집을 옮기지 않았다면 아이가 살아있지 않을까'라고 후회하는 부분이 너무 가슴 아팠는데, 이런 불의의 사고가 나에게 일어나리라고 어느 부모가 예상을 할 수 있을까요?
크면서 아이가 아프기만 해도 부모는 차라리 내가 아팠으면 싶은데 그 상실감은 감히 상상이 안되는 부분이기에 2부가 더욱 가슴 아프게 다가왔습니다.
3부 <다만, 그러하다>는 이별을 받아들이는 과정과 잘 보내주는 법, 슬픔을 치유해가는 모습을 그려냈습니다.

보통 부모들은 힘들거나 지칠 때는 가족과 자식 생각하면서 버텨냅니다. 저에게도 아이는 인생의 기쁨이자 큰 버팀목이 되는데 소중한 보물 같은 아이를 잃은 상실감은 그 무엇으로도 치유가 되지는 못할 겁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은 가족이 있기에 또 하루를 살아가야 하지요. 다른 아이들에게도 보호막이 되어주어야 할 아빠이니까요.

<그립고 그립고 그립다>는 아버지가 슬픔을 받아들이고 잃은 아들을 위한 글과 함께 책을 통한 치유와 자기성찰의 과정을 그대로 담아낸 작품입니다.

이 책의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책을 지원받은 후 작성되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