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여주는 연애 상담소
김호애 지음 / 토닥스토리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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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소설 #죽여주는연애상담소 #김호애 #토닥스토리


*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요즘

추리소설보다는 조금 가벼운 장르의

책을 연달아 읽고 있다.

예를 들자면 무당이나 귀신, 요괴 같은.

평소에도 워낙 좋아하는 장르지만

요즘은 특히나 더 손이 많이 간다.

특히 한국 소설이라면 더욱더.


* 그런 와중에 우연히 눈에 띈 책이다.

처음에는 그저 그런 로맨스 이야기인 줄 알았다.

하지만 책 소개를 보니 눈에 띄는 한 줄이 있었다.

'귀신들의 못다 한 사랑 이야기를 담은 오컬트 로맨스.'

로맨스에 오컬트가 버무려졌다?

그렇다면 무조건이지!!!


* 결혼정보회사 매듭의 에이스 커플매니저 보영.

그녀는 사람들의 인연을 알아보는

특이한 능력이 있었다.

흔히 이야기하는 새끼손가락의 붉은 실처럼

눈에 보이는 것이 아니라, 주위를 에워싸는

공기의 농도를 통해 저절로 느껴지는 것이었다.

이런 능력을 십분 발휘하며

회사에 몸담은 지 10년.


* 그런데 어느 날, 말도 안 되는 스캔들로 인해

사직서를 냈다.

나였다면 엄청 억울했을 것 같은데

보영은 생각보다 담담했다.

그녀는 보일러가 고장 난 월세방을 벗어나

오랜 친구이자 만신인 외할머니의 제자인

지혜의 신당으로 들어갔다.


* 지혜는 선녀님을 모시는 무당이었다.

무슨 일인지 선녀님이 화가 나셔서

지혜는 선녀님을 달래러 발리로 떠난 참이었다.

지혜를 대신해 정화수를 뜨고,

신당을 보살피며 지내는 보영.

만신인 외할머니 순정보살님이 아신다면

경을 칠 일이지만 얼어 죽을 수는 없으니까.


* 그렇게 지혜의 신당에서 지내게 된 보영은

지혜를 대신해 동지 치성을 드리게 되었다.

정성스레 상을 차리고, 평소 선녀님이 좋아하시는

마카롱도 깔별로 맞춰서 올렸다.

간단한 의례였을지라도 마치고 나니 기운이 쭉 빠졌다.

제상에서 내린 팥죽으로 끼니를 때우고

벌렁 드러누운 보영은 그대로 잠이 들었다.


* 잠깐 쉰다는 것이 너무 오래 잔 모양이었다.

밤 11시, 마당 쪽에서 발을 끌며

걷는 소리가 들려와 순식간에 잠이 달아난

보영은 환한 달빛 아래 한 여자를 보았다.

지혜를 대신해 이야기라도 들어주려고

여자를 신당으로 들인 보영은

곧 거울에 비치지 않는 그녀를 보고 혼절하고 말았다.


* 그렇다.

한밤중에 찾아온 그녀는 귀신이었다.

그런데 들고 온 이야기는 더 가관이었다.

결혼 후 암으로 죽은 여자는 남편을 떠나지 못해

그 주변을 맴돌았다.

시간이 흐르고 남편에게 새로운 여자가 생기자

그녀는 참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찾아왔다.

오늘 새로운 여자에게 프러포즈를 하려는

남편을 막아달라고.


* 그렇게 한 번 찾아온 귀신은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았다.

죽어서도 연애가 하고 싶다며 연애운을

보러 온 젊은 청년이 있는가 하면,

사랑하는 사람과 영혼 결혼식을 하고 싶으니

그 사람을 죽여달라고 찾아온 영혼도 있었다.

어떻게든 귀신들을 피하려고 했지만

이내 운명을 피할 수 없다는 걸 깨달은 보영은

귀신들의 부탁을 빙자한 협박을 들어주게 된다.


* 죽어서도 사랑을 놓지 못하는 귀신들.

그들을 보면 못다 이룬 사랑이 안타까웠다.

얼마나 한이 됐으면 보영에게까지 찾아왔을까.

하지만 마냥 슬프기보다는 은근한 코미디가 더해져

재미있는 장면들을 많이 만들어냈다.

마지막에는 살짝의 감동도 있었다.


* 목차를 절기로 나타낸 것도 매우 좋았다.

밤이 가장 길다는 동지에서 시작해

봄이 온다는 입춘에서 끝을 맺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이 끝이 매우 아쉬웠다.

이번에는 보영이 귀신들의 초짜 커플매니저였으니

귀신들 사이에서도 소문난 에이스 커플매니저가

되는 모습까지 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불어 보영의 러브 스토리도!


* 연애를 하고 결혼한 지도 몇 년이 지났지만

그래도 사랑은 늘 어렵다.

그건 모든 걸 다 알 것만 같은 귀신들에게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책이었다.

읽는 내내 괜히 웃음이 나고 마음이

술렁술렁하는 책이었다.


#매듭 #결혼정보회사 #커플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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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드보일드 세븐
백지구 지음 / 아작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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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소설 #하드보일드세븐 #백지구 #아작


* 붉은색 표지에 멱살이 잡혀 있는 남자.

그리고 '하드보일드 세븐'이라는 제목에서

나는 한 치의 의심도 없이

영미소설일 거라고 생각했다.

장르는 첩보물 정도?

그런데 막상 받은 책에서 작가님 이름을 보니,

이거 한국소설이네?

그런데 또 책을 열어보니까

배경이 일본이네..........?


* 히키코모리 같은 생활을 하고 있지만,

아카미 아키라는 부자인 최면술사다.

상대방과 눈을 마주치면 최면을 걸 수 있고,

기간은 사흘이 최대다.

최면을 통해 명령을 내린 아카미는

부자들의 정보를 팔아 그들보다

더 큰 부자가 되었다.

그리고 방금, 아키라의 손에서

카페라떼 잔이 떨어져 화가 났다.


* 닛코 마사요시는 남들보다 월등한

비주얼의 소유자다.

잘생긴 외모에 뛰어난 운동 실력으로

업계에서 알아주는 킬러이다.

외모든 실력이든 그를 앞지를 사람은 없다.

그리고 방금, 무심히 지나갔을 뿐인데

자신의 앞을 막은 남자에게 마음을 바쳤다.


* 시부야의 한 거리.

횡단보도를 건너던 중 부딪힌 사람이

사과하지 않고 지나가자 화가 난 아카미는

그대로 그의 앞을 막아섰다.

그리고 자신의 장기인 최면술을 걸었다.

아카미 자신에 대한 무한한 존경심을 심고,

그를 선배라고 부르라고 했다.

조금 놀려줄 생각이었지만

그가 킬러라는 얘기를 듣고 명령을 내렸다.

"여기서 나가면 '아카미 선배'라는 사람에

대한 것은 전부 잊고 최면이 풀린다."


* 그렇게 끝난 줄 알았지만 이거 웬걸.

눈을 뜬 아카미는 닛코의 작업장에 있었다.

어째서인지 닛코는 최면이 풀려도

그에게 있었던 모든 일을 기억했다.

이번에는 닛코가 화가 났고,

아카미를 잡아다 죽이기로 작정한 것이다.


* 이렇게 죽을 수 없었던 아카미는

어쩔 수 없이 닛코에게 다시 최면을 걸었다.

최면 상태인 닛코는 셰퍼드가

골드 리트리버라도 된 것 마냥

붕붕대는 꼬리가 눈에 보이는 듯했다.

하지만 최면이 풀리게 되면 그는

어김없이 아카미를 죽이고자 달려들었다.

그렇게 아카미는 살기 위해 닛코를 받아들이고

그와 함께 기묘한 동거를 시작한다.


* 닛코와 함께하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소중한 사람이 없었던 아카미는

점점 더 그가 자신의 마음을 차지하는 것을 느꼈다.

닛코 역시 최면 상태에서는 아카미에 대한

소유욕으로 미칠 지경이었으며,

그를 위해 목숨도 내버릴 각오를 한다.

물론, 최면에서 풀리면 또 아카미를

죽이려고 하겠지만.


* 살면서 접점이라고는 단 하나도 없는

두 사람의 과거는 기묘하게 닮아있었다.

그들의 동행이 계속될수록 독자는

그 과거에 대해 하나둘씩 알아간다.

그리고 티키타카 끝내주는 브로맨스에

살며시 눈웃음이 지어지기도 한다.

아카미의 성별이 여자였다면

이거 딱 로맨틱 코미디였을 텐데!


* 정보상과 킬러의 직업 때문인지

납치와 감금이 난무한다.

오랜만에 보는 액션들이라 매우 즐거웠다.

이게 실제로 눈앞에서 그려진다면

이런 모습이지 않을까,

상상하며 읽는 재미가 있었다.


* 마무리가 조금 급한 감이 없잖아 있었다.

내심 이 결말이 어떻게 끝날지,

이왕이면 이렇게 평생 둘이서 사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싶은 마음이었는데

조금 허탈한 감도 있었다.

닛코의 등에 그려진 나비 두 마리의 의미와

아카미가 그토록 원했던 타인의 온기,

그리고 닛코가 찾아준 아카미의 가족이

모두 허공으로 날아가버린 것만 같다.


* 첫 장면을 봤을 때부터 드라마로

만들어지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나는 닛코 역에는 신승호 배우,

아카미 역에는 박지훈 배우를 생각했다.

아니면 덱스와 임시완도 좋을 듯!

타인의 온기를 그리워하고,

자신이 그것을 그리워한다는

자각조차 없었던 두 남자의 브로맨스.

역시 결말은 마음에 들지 않지만

두 사람이 서로에게 보여준 온기는

오래도록 남을 것 같다.


#최면술사 #킬러 #브로맨스 #정보상

#동행 #동거 #선배님 #마음

#액션 #첩보물 #로맨스 #B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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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 거래 연구소
도선우 지음 / 라곰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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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소설 #운명거래연구소 #도선우 #라곰출판사


* 운명이란 무엇일까.

사전적 의미로는 '인간을 포함한

모든 것을 지배하는 초인간적인 힘'

이라고 되어 있다.

그렇다면 이런 운명이 나도 모르는 사이에

거래가 된다면 어떨까.

나는 좋은 거래를 하는 쪽일까,

나쁜 거래를 하는 쪽일까.


* 밥 먹는 것보다 야근을 더 많이 하고,

지친 몸으로 들어간 집에서는 누수가 발생해

밤새도록 물을 퍼내는 생활을 하는 고달.

세상이 억까를 해도 이렇게 깔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그의 하루하루는 고단했다.


* 오늘도 할 일은 태산이건만 회사에서는

이상한 강연을 하나 잡았다.

인생과 행복에 대한 이야기였으나

이런 것들과 거리가 먼 고달은 졸았다.

그리고 멍한 정신에 저도 모르게 외쳤다.

"강사님은 뭐가 그렇게 행복하신가요?"

아차 싶었으나 때는 늦었다.

그렇게 가시방석 같은 강연이 끝난 후,

강사는 고달에게 명함을 하나 건넸다.

꼭 오늘 들러 보라고. 고달에게 큰 도움이 될 거라고.


* 고달은 무시했다.

아니, 명함을 생각할 시간조차 없었다.

그러나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한 번도

보지 못했던 건물이 떡하니 앉아 있었다.

'운명 거래 연구소.'

그렇게 홀리듯 들어간 연구소에서

그는 믿지 못할 경험을 하게 된다.


*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연구소의

정회원이 되어 있단다.

부모님의 성품과 굳은 신념과 선한 영향력이

고달을 그렇게 만들었다고.

연구소에서는 일련의 평가를 거치고

그렇게 정회원이 된다면 인생이 바뀐단다.

지금껏 살아오면서 보상받지 못한

선의를 공정하게 평가받고,

심사를 거쳐 운과 재능을 재분배받는다고.


* 얼핏 들으면 사이비 종교 같다.

장기가 털릴까, 아니면 많은 금액을 요구할까

전전긍긍하는 고달의 앞에,

소장은 그가 몰랐던 과거의 진실을 틀어준다.

말 그대로 영화처럼 상영해 준다.

그 속에서 고달은 자신이 몰랐던

과거의 단편들을 다시 보게 되고,

3대에 걸쳐 지독하게 이어진 악연의

끝을 볼 기회를 얻게 된다.


* 책을 읽으면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선의와 선행의 구분이었다.

눈에 보이는 선행보다는 마음의 선의를

우선시하는 연구소에서는

고달의 인생만 바뀌는 것이 아니라

그와 얽힌 주변의 인생까지도 모두 바뀐다.

그 평가의 대상이 되는 것이 선의였고,

이것은 고달 혼자만이 아니라 지금은 없는

고달의 엄마, 아빠, 형과 누나가 함께

쌓아 올린 포인트 같은 개념이었다.


* 운과 재능의 재분배라는 말도 처음에는

잘 이해되지 않았는데, 읽다 보니

이것보다 더 통쾌한 방법은 없으리라 생각했다.

악의 근원임에도 불구하고 잘 먹고 잘사는

인간들에게 바닥을 길 기회를 준달까.


* 우리는 늘 얘기한다.

착하게 살면 복을 받게 된다고.

하지만 살다 보면 운이 좋거나,

복 받는 날보다 그렇지 않은 날이

더 많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적당히 세상과

타협하고 살게 된다.

그 부조리 속에서 이 책은 하나의 등불이었다.

나조차도 믿을 수 없는 나의 신념에

튼튼한 기둥 하나를 더 세워준 기분이다.


* 굳이 너의 신념과 의지를 꺾지 않아도

세상 어딘가에서는 너를 알아주는 이가 있다.

이것은 곧 너에게 또 다른 보상으로 다가올 것이다.

누군가가 마음속에 깊이 새겨 주는 듯했다.

그래서 오늘 하루 힘들어도 다시

내일의 희망을 가질 수 있다는 마음.

이 굳건한 믿음이 좋았다.

그래서 오늘 조금 힘들었어도

내일은 또 즐겁게 살 수 있을 것 같다.


* 인생의 길잡이가 되는 문장들이

너무 많았던 책이다.

두고두고 곱씹으며 마음 깊이 새기고

지금까지 버텨온 자에게 희망과

따뜻한 위로가 될 만한 책이었다.

성인뿐만 아니라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도

보여주면 굉장히 좋을 책이었다.


#잘읽었습니다

#초대 #운명 #재능 #선의 #선행

#과거 #진실 #악연 #등가교환 #재분배

#한국문학 #한국소설추천 #신념 #독서기록

#북스타그램 #책스타그램 #소설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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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를 나눈 사이
방지언.방유정 지음 / 선비와맑음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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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소설 #피를나눈사이 #방지언 #방유정 #선비와맑음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며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 언니의 동생


* 선비와 맑음 출판사에서 이 책을

처음 봤을 때, 가장 눈에 띄었던 단어는

'부역자'였다.

부역자는 보수 없이 의무적으로 지워진

일을 하는 사람을 뜻하기도 하지만

한자를 조금만 다르게 하면

반역에 가담하거나 편드는 사람을 뜻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이 책 속에서 부역자는,

어떤 뜻으로 쓰이고 있는 걸까.


* 사랑 없이 서로의 이해관계가 맞아

부부가 된 남녀 사이에는 딸 둘이 있다.

부부의 큰딸 영진은 돌 무렵에

소아 백혈병을 진단받았다.

그리고 이런 영진을 살리기 위해

조혈모세포 기증자로서 동생

화진이 태어났다.


* 존재부터 누군가의 필요에 의해

태어난 화진의 인생은 평생 동안

언니의 부품 한 조각으로 살아갔다.

화진이 누군가에게 애정을 느꼈다면,

그건 누군가가 화진을 필요로 했다는 것이었다.

자신의 존재를 '필요'로 확인받는 아이.

그게 바로 이화진이었다.


* 언니 영진에게 화진은 꼭 필요한 존재였다.

자신의 세포를 나눠주고, 영진의 생명 연장에

일조했으며 지금은 언니가 죽인 남자를

삽으로 판 땅에 묻고 있었다.

영진은 누가 봐도 혼을 쏙 뺏길만큼

아름다운 외모였고, 그 아름다움 속에

숨겨진 추악한 본모습은 화진만 알고 있었다.


* 여섯 번째였다.

지금 땅에 묻고 있는 사람은 화진이 남몰래

눈길을 주며 지켜보던 사람이었다.

자신은 한 번도 가져보지 못한 걸

아무렇지 않게 망가뜨리고 숨통을 끊는

영진에게 진절머리가 났다.

그 예쁜 입술로 다음을 기약하는 영진을 보며

화진은 결심하게 되었다.

'다음'이 없으려면 언니도 없어야 한다고.


* 화진의 결심은 흔들리지 않는 듯 보였다.

하지만 조력자를 얻어 계획이 구체적으로

그려질수록 화진은 깨닫는 것이 있었다.

언니 영진을 죽이는 것은

자신을 구원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도 같이 사라지는 것임을.


* 책을 읽으면서 나는 어쩔 수 없이

내 남동생을 생각하게 되었다.

네 살 터울로 같은 뱃속에서 나왔다고

생각할 수 없을 만큼 1부터 10까지

나와 전혀 다른 아이.

나는 미숙아, 남동생은 우량아로

태어날 때부터 모든 것이 달랐다.


* 동생은 툭하면 아픈 누나 때문에 부모님의

손길을 상대적으로 덜 받았다.

생일도 내가 딱 이틀 빨라서 늘 애매하게

지나가곤 했던 동생의 생일도 떠올랐다.

그래서 그런지 나는 화진에게서

내 동생의 모습을 찾고 있었다.

그만큼 영진에게서는 내 모습을 찾고 있었다.

책 속에서 영진은 화진에게 말한다.

자신은 언니니까 모든 걸 다 알고 있다고.


* 나는 이 말이 많은 뜻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나 역시 그랬으니까.

알면서도 내가 힘드니까 외면하는 순간들이 있었다.

또 '우리' 엄마, '우리' 아빠 사이에서

'내' 동생의 포지션을 맡고 있는 네가

어쩔 껀데? 라는 생각도 있었다.

그래도 '내' 동생은 나만 건드릴 수 있었다.

나는 욕하고 화내고 때릴지언정,

남이 또 얘한테 그러면 그렇게 싫더라고.


* 그렇게 평생을 친해질 수 없었던 우리도

요즘은 꽤 가깝게 지낸다.

결혼하기 2주 전까지 남동생을 데리고 살았다.

입히고, 먹이면서도 쟤는 평생 내가 이해못할

종족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동생이 결혼하고 조카가 태어났다.

동생과 꼭 닮은 얼굴에서 가끔 내 얼굴도 보이는

고녀석이 얼마나 예쁜지.

책을 덮고 생각해보니, 그땐 나도 어려서

해주지 못했던 것들을 조카에게

다 퍼붓고 있는건 아닌가 싶다.


* 현재의 나는 한때 부역자를 거느렸던 사람이다.

동생은 이 자리를 아주 공손하고 미안한 모습으로

내 남편에게 물려주었다.

그리고 지금은 내가 동생의 부역자로 살고있다.

'누나, 와서 애기 좀 봐줘.' 라고 하면

양손 무겁게 챙겨들고 바로 달려간다.

익숙하지 않은 육아에 힘들고 짜증나더라도

고맙다는 말 한마디에, 조카의 웃음 하나에

또 사르르 풀어지고 만다.


* 마지막 에필로그에서는 펑펑 울면서 봤다.

나는 내심 영진과 화진도 예전과 달라진

우리 남매처럼 되길 바랐는지도 모른다.

화진과 영진 모두 안쓰러웠다.

그래서 오랜만에 눈물, 콧물 흘리면서

펑펑 울어댔다.

그리고 왜인지 딱 그만큼 속이 시원했다.


* 화진이 뿜어내는 애증 속에서,

영진이 숨겨놓은 마음 속에서

'가족이니까' 하는 것들이 있었다.

그것들이 문장으로 눈에 보였을 때,

나는 생각했다.

그래도 어쩌겠어. 내가 누나인데.

그래도 역시, 없는 것보다야 있는 게 낫지.


#신간도서 #협찬도서 #잘읽었습니다

#언니 #동생 #부역자 #사이코패스 #살인마

#결심 #조력자 #애증 #가족 #독서기록

#한국문학 #한국소설추천 #스릴러 #가족스릴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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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너머 반짝이는 일곱 개의 별
가노 도모코 지음, 구수영 옮김 / 내친구의서재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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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소설 #하늘너머반짝이는일곱개의별 #가노도모코 #내친구의서재 #협찬도서


* 나는 평소에도 하늘을 꽤 좋아하는 편이다.

맑은 날 몽글하게 피어 있는 구름도,

수줍게 얼굴을 붉게 물들이는 노을도 좋아한다.

그래도 그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것을 꼽으라면

단연코 별이 쏟아지는 밤하늘이다.

어렸을 적, 꽤 공기가 맑은 시골에서 살았던

나는 사촌오빠가 손으로 더듬어 가며

알려준 별자리들을 아직도 기억 속에 간직하고 있다.


* 여동생이라고는 평생에 걸쳐

나 하나밖에 없는 오빠들은 여기저기

데리고 다니며 참 많은 것을 가르쳐 주었다.

나이 차이도 많이 나서 오빠보다는 삼촌에 가깝지만.

그때 오빠가 알려준 별자리 중에서

내가 가장 좋아했던 것은 북극성이었다.

북극성에 얽힌 신화도 재미있었고,

계절에 상관없이 늘 볼 수 있는 데다

모양도 특이해 찾기도 쉬웠다.

그래서 밤하늘을 올려다보면 늘 북극성부터

찾는 내게 별빛 미스터리를 담고 있는 책이 찾아왔다.


* 『하늘 너머 반짝이는 일곱 개의 별』이라는

제목을 가진 이 책에는

총 일곱 개의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각자의 사연은 또 얼마나 기구한지,

모두 어린 나이에 상실을 경험한다.

누구는 사고로 꿈을 잃어버렸고,

어떤 이는 가족을 잃었다.

사랑하는 사람의 꿈을 위해

자신의 마음을 포기하기도 하고,

말 한마디로 친구를 잃기도 했다.


* 그렇게 상실을 경험한 이들은 방황했다.

갈피를 잡지 못하는 마음은 때때로

날카로운 칼날 같은 말을 내뱉기도 했고,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은 순간도 있었다.

그런 이들을 곁에서 도운 것은

역시나 사람이었다.

우주의 기운이 모두 모여 이들을 돕기로

작정한 것처럼, 각자의 상황에 꼭 필요한 사람이

그들 앞에 나타났다.


* 우주에서 보자면 티끌보다도 작은 존재.

그러나 반대로 생각하면 이런 존재들이 모여

사회를 만들고, 나라를 만들고, 지구를 만들고,

더 나아가 우주를 바라보는 것이었다.

상실을 경험한 이들은 마치 우주의 도움을 받은 듯

그 아픔을 극복하고 한층 단단하게 성장해 간다.

그렇게 성장한 이들이 다시 누군가의

우주가 되기도 했다.


* 전혀 연관이 없어 보이는 각각의 이야기가

어느 순간 하나로 이어지면서

멋진 별자리를 만들어 냈다.

밝게 빛나는 북극성을 중심으로

꼭 들어맞게 이어진 별자리처럼.

그리고 그 모습이 무척 따뜻하게 느껴졌다.


* 나 역시 살면서 수많은 상실을 경험했다.

미친 애처럼 넋을 놓고 살았던 시간도 있었고,

도움의 손길을 썩은 동아줄처럼 여기기도 했다.

몇 번의 실패를 거쳐 발사된 로켓은

많은 것을 덜어 내고 우주로 향한다.

그리고 그 안에서 유영한다.

지금의 나는 우주에 안착한 로켓과도 같은 상태이다.

고요하고 평화로우며, 가끔 지구를 돌아보기도 하지만

이제는 눈앞의 다른 행성들을 탐구하는 것처럼.


* 이런 안착의 형태는 상실의 시간과

그것을 견디는 시간이 없었다면

결코 얻지 못했을 단단함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지금은 힘들고 어려운 일이 있을 때마다

이렇게 생각한다.

이걸 이겨 내면 나는 또 얼마나 단단해질까?


* 모든 것을 잃어버렸다고 생각하는 이들,

사람 냄새가 그리운 이들,

단단함이 필요한 모든 이들에게

청춘과 미스터리, 별빛이 가득한

이야기 속으로 초대장을 보낸다.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모두가 둘러앉아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듯 읽기 좋은 책이었다.


@mytomo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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