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등뼈가 마지막에 남는다
샤센도 유키 지음, 김은모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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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소설 #책의등뼈가마지막에남는다 #샤센도유키 #김은모 #블루홀6 #협찬도서

* 올해 처음으로 받은 서평책은 블루홀6의
『책의 등뼈가 마지막에 남는다』였다.
애정하는 작가 샤센도 유키의 신간이기도 했고,
무엇보다 표지가 말 그대로 미친 퀄리티였다.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여성의 몸,
‘포로가 될 테니 읽지 않는 게 낫다’는
노골적인 경고가 적힌 띠지까지.
총 7편의 이야기로 구성된 이 책은
제목처럼 책등이 뼈처럼 드러난 형상을 하고 있었다.
샤센도 유키가 이번에는 어떤 이계를 보여줄까.
펼치기도 전부터 이미 함정에 빠진 기분이었다.

* 책을 펼치자마자 나는 샤센도 유키가 만들어 놓은
이계로 빨려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한 여행자가 만나게 된 한 권의 책.
그런데 그 책은 맹인이었다.
양쪽 눈은 달군 쇠막대로 지져 뭉개졌고,
참혹한 화상 흉터 위에는 반짝이 가루가 덧칠되어
마치 얼굴을 가로지르는 강처럼 보였다.
이 장면 하나만으로도
‘아, 이 작가는 역시다’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 상복처럼 새까만 드레스에는
색색의 끈들이 달려 있었는데,
모두 수작업으로 만들어지며 ‘가름끈’이라 불렸다.
그렇다. 이곳은 폐가 있는 책이 존재하는 나라였다.
이 나라에서는 원칙적으로
한 권의 책이 담을 수 있는 이야기는 하나뿐이지만,
여행자가 만난 그 책은
무려 열 가지 이야기를 품고 있었고
사람들은 편의상 그것을 ‘열’이라 불렀다.

* 이 작은 나라에서는 종이책이 금지되어 있었지만
이야기만큼은 포기하지 않았다.
종이 대신 선택된 것은 인간이었다.
인간은 이야기를 기억하고,
요청이 있을 때 그것을 들려주는 존재가 된다.
그리고 극히 드물게 ‘오식’이 발견될 때,
즉 책들이 전하는 이야기 사이에
차이가 생기면 ‘중판’이 진행된다.

* 새장 안에 갇힌 두 권의 책이
뜨거운 불길 속에서
누구의 이야기가 옳은지를 두고 논쟁을 벌인다.
옳다고 인정된 쪽은 살아남고,
틀렸다고 지목된 쪽은 파본 처리된다.
이 장면을 지켜보는 순간,
독자는 왜 ‘책의 등뼈’가 마지막에
남는지 몸으로 이해하게 된다.

* 종이책이 금지된 나라에서
종이 대신 인간이 선택되었다는 설정도 충격이었지만,
책이 ‘책’으로서 지니는
긍지와 자존심은 그 이상으로 인상 깊었다.
그 안에서 ‘열’은
아무도 가지지 않은 열 가지 이야기를 품은 존재였고,
이번에는 ‘백행 공주’,
우리가 알고 있는 백설 공주 이야기로
중판에 들어가게 된다.

* 중판의 과정을 지켜보는 동안
그 불길의 열기가
내게까지 전해지는 듯했다.
도대체 몇 번이나 감탄했고,
몇 번이나 숨을 삼켰을까.
첫 이야기가 끝나자마자
나는 거의 환호에 가까운 감탄을 터뜨렸다.
독특한 세계관과 추리소설 같은 논리로
상대를 압도하는 전개는
정말 ‘자발적 포로’가 되기에 충분했다.
저 여기 있어요!!!!
잡아가세요!!! 정말로요!!!!!!!!!!

* 이외에도
「죽어도 주검을 찾아 줄 이 없노라」,
「도펠예거」,
「통비 혼인담」,
「금붕어 공주 이야기」,
「데우스 엑스 테라피」까지.
총 다섯 편의 이야기는
각각 다른 얼굴을 하고 있으면서도
분명히 샤센도 유키만의 세계관을 공유하고 있다.
인간의 가장 밑바닥에 도사린 잔혹함,
이중성과 이기심으로 뭉친 다수가
소수를 희생시키는 구조,
그리고 작가 특유의 SF적 상상력까지.
몇 번을 다시 읽어도
빠져들 수밖에 없는 이야기들이었다.

* 첫 이야기와 마지막 이야기가
‘열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에서
어쩌면 가운데 놓인 다섯 편의 이야기는
열이 품고 있던 또 다른 열 가지 이야기의 일부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분명한 건,
내용을 그대로 상상하면 꽤나 잔혹하고
그로테스크한데도
묘하게 아름다워서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든다는 사실이다.

* 포로라 불러도 좋고, 노예라 불러도 좋다.
뭐가 됐든 나는 이미 완전히 홀려버렸으니까.
살면서 나보다 어린 여자에게
이렇게까지 홀려본 건 처음이다.
유키 동생,
언니는 앞으로도 기꺼이 네 포로가 될게♥

* 출판사 도장깨기 64/94

@blueholesix
#잘읽었습니다

#등뼈 #중판 #파본 #새장 #세계관 #최강
#비블리오 #마니아 #그로테스크 #최고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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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가 스토리콜렉터 79
미쓰다 신조 지음, 현정수 옮김 / 북로드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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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일본소설 #마가 #미쓰다신조 #현정수 #북로드

* 미쓰다 신조의 집 시리즈
세 번째 이야기이다.
첫 번째 책에서 뱀신과 빙의를 소재로 한 흉가,
두 번째 책에서 기시감과 살인사건을 다룬 화가에 이어,
이번에는 삼촌과 함께 별장에서 지내게 된
초등학교 6학년 유마가 중심 인물로 등장한다.

* 유마는 순수문학 작가였던 아버지를 일찍 여의고,
어머니의 재혼을 받아들이게 된다.
어머니가 선택한 상대는 세토 도모히데라는
고지식하고 엄격한 인물이었다.
그에게는 삼십 대 후반의 동생,
세토 도모노리가 있었다.
유마는 냉정한 새아빠보다 따뜻하고
다정한 삼촌에게 더 큰 호감을 느꼈다.

* 하지만 어머니가 재혼 후
곧 임신을 하면서 상황은 급변한다.
새아빠가 해외 발령을 받게 되자, 그는
아내와 뱃속의 아이만 데리고 떠나고 싶어 했다.
결국 유마는 일본에 홀로 남겨질 위기에 처하게 된다.

* 유마를 맡길 곳이 필요해지자 삼촌이 나섰다.
여름방학 첫 날, 삼촌은 아침 일찍
유마를 데리러 왔다.
형이 해외에서 유마에게 맞는 학교를 찾는 동안
유마를 대신 돌봐 달라는 부탁을 받은 것이다.

* 그렇게 유마는 삼촌이 소유한 고무로 저택으로 향했다.
저택에는 삼촌의 여자친구인 사토미 씨도 함께 머물고 있었다.
하지만 삼촌은 사업상 도쿄로 오가야 했기에
유마와 사토미가 단둘이 지내는 날이 점점 늘어났다.
이 기묘한 동거의 첫날 밤부터 저택 안을
배회하는 정체 모를 형체가
유마의 눈에 띄기 시작한다.

* 삼촌의 말에 따르면, 저택 뒤편의 숲은
사사 숲이라 불리며 옛날부터 가미카쿠시
(아이들이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기현상을
요괴나 귀신의 짓으로 여기는 전설)가
끊이지 않았던 곳이라고 한다.
사실 삼촌이 고무로 저택을 소유하게 된 이유도
이 숲과 관련된 사건 때문이었다.

* 유마는 말하지 않았지만,
그 또한 두 번이나 이세계로 넘어가는 듯한
체험을 한 적이 있었다.
그래서 숲과 형체에 대한 두려움은 점점 커져만 갔다.
그러던 중 저택의 형체에 이끌린 유마는
사사 숲 깊숙이 있는 나무굴에 발을 들이게 된다.
그곳에서 유마는 현실과 비현실이 맞닿는,
믿기 힘든 광경을 목격하게 된다.

* 이야기의 막바지로 갈수록
진짜 공포는 요괴나 이세계가 아닌
인간 그 자체임이 드러난다.
특히 마지막 문장은 예상하고 있었음에도
실제로 확인하는 순간 등골이 서늘해지고
소름이 돋을 만큼 강렬했다.
'역시, 유독 똑똑하더라니'라는 깨달음이
잔혹한 미소와 함께 남았다.

* 이번 작품은 전작들보다 집 그 자체보다는
집 주변의 숲과 전설에 더 집중한다.
집 안에서도 괴이한 일이 벌어지지만,
이야기의 핵심을 결국 숲이었다.
그 숲 속에서 유마가 왜 발을 들였는지,
그리고 그 선택이 어떤 비극을 불러왔는지는
작품 후반부에 충격적으로 드러난다.
특히 세이의 이야기는 그저 슬프다는 말로만은
설명할 수 없는 깊은 여운을 남긴다.

* 사사 숲과 가미카쿠시, 이세계와 나무굴,
그리고 가족이라는 이름 아래 감춰진 악의와 살의.
여기에 미스터리와 약간의 추리가 더해져
이야기는 더욱 풍성하고 흥미롭게 완성된다.
이 모든 장치들은 결국 인간의 본질을
드러내기 위한 무대였다.

* 미쓰다 신조는 이번 작품을 통해
'가족'이라는 가장 가까운 관계가 때로는
요괴보다 무섭고, 이세계보다도 이해할 수 없는
존재임을 보여준다.
마지막 책장을 덮는 순간,
집 시리즈가 그동안 말하고자 했던
진짜 공포가 무엇이었는지 깨달을 수 있었다.

#집시리즈 #재혼가정 #삼촌 #기묘한 #동거

#저택 #금단 #소설책추천 #소설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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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브레스트 형사 해리 홀레 시리즈 3
요 네스뵈 지음, 노진선 옮김 / 비채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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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브레스트 #요네스뵈 #비채

* 드디어 읽은 해리 홀레 시리즈
세 번째 이야기, 『레드브레스트』.
688페이지라는, 들고 읽기에도
만만치 않은 두께지만 붉은 표지와
다시 만나게 된 해리는 그 자체로 설렘이었다.
우리 해리는 이번에는 또 어떤 개고생을 하게 될까.

* 1999년, 미국 대통령의 방문으로
파트너 엘렌과 함께 경호 임무를 맡았던
해리는 불미스럽지만 ‘영웅이 되어야 했던’ 사건 이후,
윗선의 뜻에 따라 경위로 승진한다.
승진과 동시에 소속은 경찰청에서
국가정보원으로 옮겨지고, 엘렌과도 헤어지게 된다.

* 만들어진 영웅이었기에, 그들이 말하는
‘비밀 작전’은 그저 눈속임처럼 보였다.
독립기념일을 한참 앞둔 시점,
해리가 신나치주의자들과 독립기념일 계획에
대해 상사와 이야기를 나누고,
매르클린 라이플의 탄약 이야기가 나오기 전까지는 말이다.

* 매르클린 라이플은 독일에서 생산된
반자동 사냥용 총으로, 최강의 살인 무기로도
이용될 수 있는 암살 무기다.
총기 등록부에도 기록되지 않은 채,
수입업자도 없이 밀반입된 총.
대체 누가, 왜, 하필 독립기념일을 한참 앞둔
이 시점에 이 총을 오슬로로 들여온 것일까.

* 한편 현재의 해리 이야기와 더불어,
소설은 1940년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특히 레닌그라드(현재의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전쟁 상황을 보여준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서사는 단순한 장치가 아니라, 이 작품의 핵심이다.

* 1940년대 레닌그라드의 전쟁은 끝났지만,
그곳에서 태어난 증오와 신념은 결코 사라지지 않았다.
나치주의는 패배했으나,
사상은 살아남아 형태만 바꾼 채 현재로 흘러들어온다.
‘레드브레스트’는 바로 그 지점을 집요하게 파고든다.
총알 하나에 담긴 것은 단순한 살의가 아니라,
시간이 지나도 부패하지 않은 증오였다.

* ‘레드브레스트’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사건의 스케일보다, 그 사건을 통과하며
무너져 가는 해리 홀레의 상태다.
늘 외로운 인물이었지만,
이번 작품에서는 그 고독이 유난히 선명하다.
엘렌과의 이별, 만들어진 영웅이라는 허울,
그리고 국가정보원이라는 낯선 조직 속에서
해리는 점점 더 고립된다.
영웅이 되었지만 아무것도 얻지 못한 채,
그는 여전히 진실 앞에 혼자 서 있다.

* 해리는 과거를 외면하지 못하는 사람이다.
개인의 상처든, 국가가 숨기고 싶어 하는 역사든
그는 끝까지 파고든다. 그 집요함은 정의감이라기보다,
스스로를 놓아주지 못하는 자기 처벌에 가깝다.
그래서 그의 수사는 언제나 고통스럽고,
그만큼 날것의 진실에 닿아 있다.
해리는 진실을 밝히는 대가로 늘 관계를 잃고,
신뢰를 잃고, 자신을 조금씩 소모한다.

* 이 과정에서 드러나는 나치주의와 신나치주의는
단순한 악의 상징이 아니다.
패배한 사상은 사라지지 않고,
피해의식과 분노를 먹고 자라 현재로 되살아난다.
총알 하나에 담긴 것은 개인의 살의가 아니라,
직면하지 않은 역사와 왜곡된 기억이 축적된 증오다.
‘레드브레스트’는 과거의 전쟁이 끝났다는
선언이 얼마나 허약한 것인지 냉정하게 보여준다.

* 더욱 불편한 점은, 국가 역시 이 사상과
완전히 무관하지 않다는 사실이다.
상부가 원하는 것은 진실이 아니라 체면이고,
정의가 아니라 안정이다.
불편한 과거는 덮이고,
위험한 현재는 관리된다.
필요하다면 영웅은 만들어지고,
책임은 개인에게 전가된다.
해리는 그 구조 속에서 가장 불편한 존재다.
그는 총의 출처를, 사상의 뿌리를,
그리고 과거로부터 이어진 악의 연결고리를 끝까지 놓지 않는다.

* 그래서 해리의 고독은 개인적인 비극을 넘어선다.
그는 과거를 외면하지 않으려는 대가로
현재에서 고립되고, 모두가 침묵으로
합의한 영역을 혼자서 파헤친다.
멈추지 않는 이유는 정의감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멈추는 순간, 자신 역시 그 침묵의 일부가 되어버릴 것을 알기 때문이다.

* ‘레드브레스트’는 연쇄살인의 쾌감보다
훨씬 무거운 질문을 남긴다.
인간은 과거의 죄를 어디까지 짊어져야 하는가.
나치주의는 정말로 패배했는가,
아니면 침묵 속에서 진화했는가.
그리고 우리는 여전히 같은 증오를,
같은 방식으로 계승하고 있는 건 아닐까.

* 페이지 수만큼이나 묵직한 이 작품은
해리 홀레 시리즈를 단숨에 다음 단계로 끌어올린다.
단순한 범죄소설을 넘어, 역사와 사상,
그리고 그 속에서 상처 입는 개인을 동시에 응시하는 작품이다.

이 책이 불편한 이유는 분명하다. 나치주의는 과거의 문제가 아니며, 침묵은 결코 중립이 아니기 때문이다. 『레드브레스트』는 묻는다. 우리는 정말 이 전쟁이 끝났다고 말할 수 있는가.

#해리홀레 #영웅 #나치 #2차세계대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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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과 아내
K.L. 슬레이터 지음, 박지선 옮김 / 반타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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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소설 #남편과아내 #KL슬레이터 #박지선 #반타 #협찬도서

* 반타에서 또 어마무시한 책을 들고 왔다.
『남편과 아내』.
사랑으로 맺어지고 법이라는 제도에 묶여
일평생을 함께하기로 한 관계, 반려(伴侶).
그러나 ‘님’이라는 글자에 점 하나만 찍어도
남이 되어버리는 것처럼,
언제든 배반으로 돌아설 수 있는 반려(叛戾).
이 책 속의 남편과 아내에게는 과연 무슨 일이 벌어질까.

* 니콜라는 오늘 아들의 가족을 기다리고 있다.
아들 파커, 며느리 루나, 그리고 손자 바니.
파커는 회사 행사로 1박 2일 자리를
비우게 되어 바니를 맡기기로 했고,
노부부에게는 손자를 만날 수 있는 더없이 반가운 기회였다.
하지만 루나는 차에서 내리지도 않았고,
파커는 바니와 짐만 내려준 채 서둘러 떠나려 한다.
그러면서도 니콜라에게는
“내일 꼭, 아버지와 아내 몰래 할 말이 있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긴다.

* 즐거운 하루가 지나고 다음 날 새벽,
노부부에게 불행이 닥친다.
갑작스럽게 들이닥친 경찰은 파커 부부가
교통사고로 중상을 입었다는 소식을 전한다.
연락도 없이 귀가하던 중 사고를 당했다는
말에 니콜라는 급히 병원으로 향하고,
생사를 오가는 아들과 상대적으로
덜 다친 며느리 루나를 마주한다.

* 손자 바니를 위해 아들의 집에 들른
니콜라는 또 한 번의 충격을 받는다.
집은 매물로 나와 있었고,
부부는 각방을 쓰고 있었다.
아들이 자신에게 비밀을 만들고 있었다는
사실에 마음이 무너진다.
그러다 충동적으로 가져온 쓰레기봉투 속에서,
몇 주 전 살해된 세라 그레이슨 사건의
핵심 증거물인 스카프를 발견하게 된다.

* 파커는 스카프를 무조건 버리라고만 말하고,
루나는 이야기를 듣자마자 경찰에 신고해버린다.
그렇게 파커는 생사를 오가는 와중에 용의자가 되고,
니콜라는 모든 것이 자신의 잘못인 것만 같은 죄책감에 휩싸인다.
통제하려 드는 루나의 엄마 마리, 뭔가를 숨기고 있는 듯한 루나.
이야기는 점점 ‘가족’이라는 이름 아래 숨겨진 균열을 드러낸다.

* 너무 생각 없이 움직이는 니콜라의 모습에
조금 짜증이 나기도 했다.
“아니, 아줌마 쫌!!!!!
제발 생각 좀 하고 움직여요…”
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였다.
마리는 한 마디 한 마디가 어쩜 그렇게도
꼴보기가 싫어서, 옆에 있다면 한 대 때려주고 싶었다.

* 이 책에는 세 쌍의 부부가 등장한다.
특이해 보이지만, 동시에 지극히 현실적인 관계들이다.
책을 덮고 무심코 남편을 쳐다봤더니
“이상한 책 읽고 눈 좀 그렇게 뜨지 마”라는 반응이 돌아왔다.
문득, 여자는 직접 말하지 않으면 빈칸을 스스로 채워서
열 배는 더 안 좋은 상상을 한다는 말이 떠올라 웃음이 나왔다.

* 초반부터 범인이 드러나기까지의
전개는 매우 탄탄하고 흡인력이 있다.
다만 결말부에서는 몇몇 인물의
감정과 선택이 충분히 설득되기보다는
조금 급하게 정리된 인상을 남긴다.
특히 섀넌 오루크의 억울함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점은 아쉬웠고,
마리가 보이는 마지막 태도 역시 선뜻 이해되지는 않았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야기를
끝까지 끌고 가는 힘과 진범을
드러내는 방식만큼은 신선했다.
부부, 부모와 자식, 그리고 가족이라는
가장 가까운 관계 속에 얼마나 많은 비밀과
오해가 쌓일 수 있는지를 조용히
들여다보게 만드는 작품이었다.
작가의 감사의 말에서 애정하는 작가
앤절라 마슨스의 이름을 발견한 것도 반가웠다.
천재 옆에 천재라니,
이 조합은 반칙 아닌가 싶다.

@ofanhouse.official
#잘읽었습니다
#부부 #자식 #가족 #교통사고
#스카프 #비밀 #폭로 #심리 #서스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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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노래를 불러라 2
오승호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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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소설 #우리의노래를불러라 #오승호 #이연승 #블루홀6 #출판사 #도장깨기

*2026년의 첫날.
이어서 읽은 승호 오빠의 『우리의 노래를 불러라』 2권.
사토시라는 옛 친구의 죽음에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젊은 건달 사토시와 숨겨진 금괴의 행방을 쫓으며,
전직 형사 가와베는 과거의 기억을 하나씩 꺼내 든다.

* 그는 잠시 현재에 머물렀다가,
다시 1990년대로 돌아간다.
형사로서 가장 힘들었던 시절,
그리고 ‘영광의 5인조’가 다시 모였던 그때로.
윗선에서 덮으려 했던 사건을 형사의
양심으로 끝까지 파헤친 대가로,
가와베는 수사 일선에서 배제되고
노골적인 괴롭힘까지 감내해야 했다.

* 그 무렵, 영광의 5인조 중 한 명인
고쇼에게서 연락이 온다.
오랜만의 연락이었지만 내용은 반갑지 않았다.
과거 그들이 흩어지게 된 사건을
빌미로 협박을 받고 있으며,
협박범은 인당 200만 엔, 총 1천만 엔을 한 달 안에
준비하라고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 고쇼의 말을 전부 믿을 수는 없었지만,
그가 내민 증거를 외면하기도 어려웠다.
가와베는 그의 부탁을 받아, 은행에 취직했다는
또 다른 친구 긴타를 찾아 나선다.
긴타는 먼저 연락을 해오지만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전화로만 이야기한다.
그리고 가와베에게, 영광의 5인조에서
유일한 여성이었던 후카와 그들에게
우상과도 같았던 세이 씨를 찾아오라고 말한다.

* 한편 가와베는 사토시, 고쇼와 함께
노래방에서 조촐한 동창회를 연다.
협박범에 의해 억지로 다시 모인 친구들.
흘러간 시간만큼이나 그들은 모든 것을 털어놓지 않는다.
그리고 술잔을 던지는 고쇼를 보며 가와베는 직감한다.
이제는 끝이다. 우리는 끝난 것이다.

* 긴타의 말처럼, 과거는 아무 의미도 없는 것일까.
그날 이후 그들은 어떤 연락도, 어떤 만남도 갖지 않는다.
그러나 사토시의 죽음 이후, 마치 운명처럼
‘영광의 5인조’라는 이름이 다시 떠오른다.
시게타와 함께 사토시가 남긴 금괴의 수수께끼를 풀수록,
가와베는 자신들보다 한 발 앞서 있는 누군가의 존재를 느낀다.
그리고 그 인물이 긴타임을 확신하게 된다.

* 조사를 거듭하고 과거를 곱씹을수록,
가와베는 자신이 쌓아온 세계관이 흔들리는 것을 느낀다.
얼마나 편협한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있었는지,
오랜 친구의 배신과 우상의 실체를 마주하며 큰 충격에 휩싸인다.
그리고 마침내 드러나는 사토시의 수수께끼가 가진 진짜 의미.
그 의미를 가와베와 함께 깨닫는 순간,
나는 코끝이 찡해지는 감각을 느꼈다.

* 새해라며 안부를 묻는 친구들이 떠올라, 괜히 더 서러워졌다.
사토시는 이 수수께끼를 남길 때 어떤 기분이었을까.
행복했을까, 과거가 그리워 서러웠을까.
그 시절이 너무 눈부셔서, 차마 똑바로 바라보지 못했을까.
온갖 감정이 한꺼번에 밀려오는 순간이었다.
새해 첫 책으로 이 작품을 고른 나 자신에게
괜히 한 번 더 셀프 칭찬을 하게 됐다.

* 일본 문학 속 수수께끼라 그 의미를
온전히 이해할 수 있을지 걱정했지만,
그 마음만큼은 정확히 전해졌다.
그들이 누구였는지, 그 노래가 어떤 노래였는지.
떠나버린 시게타와 키리이가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지 궁금해지지만,
승호 오빠는 그 이후를 독자의 상상에 맡기는 듯하다.
적어도 가와베가 그들에게 남긴 기억은
앞으로 살아갈 인생에 좋은 스승이 되어줄 것 같다.
하…… 새해부터 또 반했다, 이 오빠♥

* 출판사 도장깨기 63/94

#금괴 #친구 #동창회 #우정 #노래
#과거 #현재 #협박 #거인 #황금
#2026 #독서 #첫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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