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린과 함께 서쪽으로
린다 러틀리지 지음, 김마림 옮김 / 열린책들 / 2024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채성모의 손에 잡히는 독서',
'채손독'을 통해서 받아본 책이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라는 것이
가장 큰 흥미를 끌었다.
한 소년과 두 마리의 기린은
어떤 연유로 서쪽으로 향할 수 밖에 없었을까?

* 모래 폭풍과 가난으로 여동생과
부모님을 모두 잃은 우드로 윌슨 니켈.
보통 우디라고 불린다.
우디는 가족을 잃고 먼 친적을 찾아
고향을 버리고 떠났다.
하지만 여기서도 허리케인을 만나
하나 밖에 없는 피붙이 마저 잃어야 했다.

* 집도, 가족도, 친구도 없는 우디의 눈 앞에
기적의 기린들이 나타났다.
바다에서 만난 허리케인을 뚫고
무사히 육지에 상륙한 두 마리의 기린
걸과 보이였다.
다리를 다쳐서 누워 있는 걸의 눈동자를
들여다 본 순간, 우디는 자신의 갈색
암말의 눈동자를 떠올렸다.

* 그리고 곧 그는 기린을 실은 트럭이
가난한 사람들의 꿈과 희망인
캘리포니아로 향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우디는 무작정 그 트럭을 따라가기로 한다.
길에서 훔친 오토바이를 타고서.

* 하지만 단 1센트도 없는 우디는
오토바이 기름도 살 수 없었다.
이대로 포기해야 되나 싶은 찰나,
트럭 운전수가 내빼는 것을 보게 된다.
오른손이 불편한 라일리 존스씨는
운전을 할 수 없어 보였다.
걸의 다리는 한시라도 빨리 치료를 해야 했다.
그래서 우디는 아주 작은 거짓말을 보태서
자신이 운전을 하고 캘리포니아까지
갈 수 있다고 라일리 존스씨를 설득한다.

* 라일리 존스에게 세상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기린들의 안전한 이송이었다.
기린들이 다치지 않고, 빠르게 캘리포니아까지
갈 수 있다면 그는 사람도, 아니 심지어
자기 자신도 죽였으리라.
그런 그가 우디의 제안을 승낙한 순간,
기린 두 마리와 소년, 그리고 영감의
동행이 시작되었다.

* 걸과 보이, 영감과의 동행은 생각처럼
그리 순탄하지 않았다.
때는 1938년이었고,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것이
더 많은 소년에게는 하루하루가 아니,
1분 1초가 고난과 역경이었다.
잠이 들면 몰려오는 악몽과 싸워야 했다.
기린들이 뒤에서 중심을 잘 잡을 수 있도록
신경 써서 운전을 해야 했으며,
자신을 궁금해 하는 영감에게 과거를
털어놔야 하는지 아닌지도 고민해야 했다.

* 불타는 듯한 빨간 머리와
여자임에도 바지를 입고 카메라를 들고 있는,
녹새 패커드로 기린 트럭을 쫓아오는
여자도 매우 신경이 쓰였다.
이 와중에 산 길에서의 교통사고,
기린을 원하는 강도, 홍수 같은 자연재해도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 인생을 살아가다 보면 당시에는 잘 모르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유독 선명하게 자리 잡은
기억들이 있다.
나는 이것들을 '추억'이라고 부른다.
지나온 시간 속에서 휘발되고,
기억에서 삭제되고 남은 그것.

* 그러나 때로는 이것 하나가지고
평생을 살아갈 수도 있다.
우디에게는 이들과 함께한 시간이 그랬다.
100년이 넘는 시간을 살면서도
마치 어제 일처럼 우디의 마음 속에서,
머리 속에서 살아있는 그들의 이야기는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이야기였다.

* 다친 기린과 손이 불편한 영감,
떠돌이 고아인 소년이 만들어낸
이야기의 마지막 장면은
코 끝이 찡해지게 만들기도 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부끄럽게도
기린도 멸종 위기 동물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보통 멸종 위기 동물이라고 하면
북극곰이나, 코끼리 등만 떠올렸었는데
기린도 개체 수가 줄어들고 있다니.....
조금 더 멸종 위기 동물에게 관심을
기울여야 겠다는 다짐이 생겼다.

* 책으로 읽어도 좋지만
영화로 나와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소년의 인생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기린과 영감, 빨간 머리의 여자와
소년에서 청년으로 변해가는 그의 성장,
기린과 함께 하는 그들의 우정이
눈물나게 찬란한 책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전자책] 피의 유산 킴 스톤 시리즈 5
앤절라 마슨즈 / 품스토리 / 2024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누군가가 나에게 가장 사랑하는
소설 캐릭터가 누구냐고 묻는다면,
나는 주저 없이 "킴 스톤." 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처음 이 언니를 만났을 때 느꼈던
그 짜릿한 전율, 흥분감이
아직도 기억에 선명하게 박혀있다.
세상에, 이렇게 멋있는 언니가 있었다니.

* 오랜 기다림 끝에 드디어 킴언니가
5권 '피의 유산'으로 돌아왔다.
내심 종이책이 곧 나오겠거니 하고
기다리고 있었는데 더 이상 기다릴 수 없어서
전자책으로 먼저 읽어봤다.
이 언니, 이번에는 얼마나 멋질런지~

* 전에 킴 스톤에게 완패를 당했던
소시오패스 정신과 의사 알렉스.
그녀는 그 패배로 인해 감옥에 갇히게 되었다.
하지만 그녀는 갇혀서도 킴 스톤에 대한
집착을 멈출 수가 없었다.
킴의 정신세계를 무너트리기 위한 준비를 했다.
이제, 실행만 남았을 뿐.
그래서 알렉스는 킴에게 편지를 보냈다.
'사랑하는 키미에게'로 시작되는 그 편지를.

* 한편 킴 스톤은 여전히 거리의 나쁜 놈들을
치우기 위해 고군분투 하고 있었다.
킴 스스로 미끼가 되어 거리의 쓰레기를 치우자마자
다른 사건이 그녀를 찾아왔다.
단 한 번의 자상으로 사람의 목숨을 앗아갔다.
킴이 가본 범죄 현장에는 범인의 모습만
인형뽑기 하듯 쏙 빼간 듯 했다.
범인에 관한 것은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았다.
강도로 위장하지도 않았고, 그저 피해자의
목숨만 노린 범죄였다.
하지만 살인사건 현장에 늘 있을 법한 그것이 없었다.
분노. 범죄 현장은 분노조차 없는
고요하고 쓸쓸한 현장이 되었다.

* 피해자의 주변을 샅샅이 뒤지던 중,
두 번째 피해자가 발생했다.
첫 번째 피해자와 성별만 같았을 뿐
나이, 환경 등 모든 것에서 공통점이 없었다.
이대로라면 연쇄살인사건으로 번질 수 있다.
킴은 그녀의 동료들과 함께 어떻게든
이 흔적없는 살인자를 잡아야만 한다.
하지만 때때로 현장에서도 킴을 뒤흔드는 것이 있었다.
알렉스의 편지, 그리고 어머니의 가석방이었다.

* 어머니의 가석방을 막으면서
알렉스도 상대해야 했고, 살인사건
범인도 잡아야 하는 킴.
물론 이번에도 그녀가 잘 해결할 수 있을 거라고
믿으면서 책을 읽었지만, 킴을 잘 아는 독자로서
내심 불안하기는 마찬가지였다.
킴을 노리는 집 밖의 시선과 감옥 안에서도
킴을 노리는 알렉스의 집착은
지켜보는 나도 불안하게 만들었다.

* 점점 도를 넘어가는 알렉스의 만행을 보면서
'쟤는 더 쳐맞았어야 했는데'라는 아쉬움이 들었다.
그때, 그 사건에서 뒤지게 쳐 맞았으면
이렇게 킴과 2차전을 하고싶은 생각도 없었을텐데.

* 오랜만에 만난 키츠 영감과 브라이언트도 매우 반가웠다.
키츠 영감은 아직도 굳건히 킴의 심기를 건들이며
현장에서 범인을 잡으려 하고 있었다.
브라이언트와 킴의 케미는 말할 것도 없고.
의외였다면, 우디 경감이 생각했던 것보다
괜찮은 상사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나 할까?
킴이 자신의 팀과 키츠 영감을 제외하고도
그녀를 믿어주는, 그녀가 믿을 수 있는
사람이 더 생긴 것 같아 매우 흐뭇했다.

* 전자책으로 읽다보니 종이책이 더 간절해졌다.
@poomstory_kim
품스토리....... 종이책 내주세요ㅜㅜㅜㅜ
6권도 주세요ㅜ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우연은 비켜 가지 않는다
줄리언 반스 지음, 정영목 옮김 / 다산책방 / 2024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채성모의 손에 잡히는 독서',
'채손독'에서 받아본 책이다.
맨부커상 수상작가인 줄리언 반스
40년 문학의 결정판이라는 띠지에
이 책이 너무 궁금해졌다.
처음부터 어려울 거라는 예상은
어느 정도 했었는데, 이 정도일 줄이야....
오랜만에 이것저것 찾아보면서
낑낑대며 읽은 책이었다.

* 화자인 닐은 자신이 나이 먹고 들어간
학교에서 교수이자 멘토였던
엘리자베스 핀치와의 첫 만남을 서술했다.
메모도, 책도, 초조함도 없이
그들 앞에 서 있던 여자.
'문화와 문명'을 가르칠 예정이었던
그 여자는 닐의 평생에 이번 한 번만큼은
제대로 찾아왔다는 예감이 들게 했다.

* 총 3장으로 나누어진 책에서
1장은 엘리자베스 핀치와 닐,
그의 주변 상황에 대한 일들을 서술했다.
어떻게 엘리자베스 핀치를 만났고,
그는 그때 어떤 감정을 느꼈으며,
그녀의 수업에만 있었던 그 모든 것들.
그 수업을 받으면서 그가 엘리자베스 핀치에게
받은 영향과 그의 삶의 변화가 나타났다.

* 수업이 마무리가 된 뒤에도 그들의
만남은 계속 되었다.
닐은 엘리자베스 핀치에게 가끔 만나서
식사를 할 수 있느냐고 물었고,
그녀는 그것을 허락했다.
그렇게 오랜 세월이 흐른 뒤,
닐은 그때는 몰랐지만 당시에 엘리자베스 핀치가
죽어가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녀는 사망하면서 자신이 가졌던
메모와 노트, 책 등을 모두 닐에게 남겼다.

* 닐은 그녀의 유품을 받아들고서 당황했다.
하지만 곧 그는 그가 할 수 있는 일을 찾기로 했다.
그녀의 수업과 그녀가 남긴 자료를 바탕으로
배교자 율리아누스에 대한 에세이를 쓴 것이다.
이때문에 나는 잘 알지도 못하는 기독교의 역사와
이교도 황제 율리아누스에 대해 파고 들어야만 했지만.

* 마지막 3장은 엘리자베스 핀치의 오빠를 통해
자신이 알지 못하던 그녀의 어린 시절과
그와 만나지 않았던 시간에 대한 정보를 얻는다.
자신의 동창이자 전 연인이었던 안나와
다시 만나 그녀의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
엘리자베스 핀치에게 적대적이었던 동창 제프를 통해
그녀에 대한 그의 생각을 듣기도 한다.
그러면서 그는 점점 자신이 몰랐었던,
혹은 자신이 겪은 엘리자베스 핀치와
역사속 인물인 율리아누스에 대한 생각에 이르게 된다.

* 결론적으로는 처음부터 끝까지
나에게는 매우 힘든 책이었다.
처음에는 사춘기 소년도 아닌 남성이 선생에게
이렇게까지 반할 수 있을까? 하는 배덕감이 심했다.
심지어 그는 결혼도 했었고 자녀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뒤로 가면 갈수록 대체 이 화자는 나에게
무엇을 이야기 하고 싶은걸까? 하는 혼란이 있었다.

* 엘리자베스 핀치가 얼마나 매력적이고
단아한 여성이었는지를 알려주고자 함이었나 싶었지만
툭툭 튀어나오는 기독교 이야기에
책을 놓고 싶었던 적도 있었다.
하지만 그럴때 마다 순간 머리를 팅!
울리게 하는 문장들 때문에 그럴 수도 없었다.

* 술술 읽히는 페이지 터너도 아니고
책을 이해하기 위해 강제 역사 공부도 해야만 했다.
하지만 한 사람을 두고 느끼는 감정과 엇갈린 기억을 통해
내가 상대방에게 느낀 그 모든 것이
그 사람의 전부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악인도 누군가에게는 천사가 될 수 있듯이,
천사도 누군가에게는 악인이 될 수도 있겠지.
어렵다고 느껴질 수 있겠지만 막상 책을 덮고 보니
심도 있는 철학과 지적 충만을 경험할

좋은 계기가 되어준 책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타인의 수명
루하서 지음 / 델피노 / 2024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소설 최강 출판사 델피노!

언제부터인가 델피노에서 출간되는 책은

무조건 읽기 시작했다.

이번에도 델피노 신작이 나왔다고 하길래

고민없이 집어들었다.

늘 신선한 소재로 나에게 즐거움을 주는 곳인데

이번에는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두근두근했다.


* 대한민국에 수명 측정의 시대가 도래했다.

당뇨 수치를 재는 방법과 비슷한 채혈과

기계마저 비슷하게 꼭 닮았다.

한 방울의 피로 내게 남은 수명을 알 수 있다.

자연재해, 사고를 제외하고 수명은 늘릴 수도 있었다.

건강한 식단, 규칙적인 운동으로 힘들게 늘려도

늘린 수명을 줄이는 건 단 며칠의 일탈에 불과하다.


* 백도훈은 아침에 수명을 재고 깜짝 놀랐다.

요 며칠 술을 연달아 마시긴 했지만

수명이 2년이나 줄어있었던 것이다.

하나밖에 없는 친구 정우가 힘든 일이 있다며

울고불고만 하지 않았어도

이렇게 수명이 줄어들 일은 없었을텐데...


* 도훈에게 전화를 건 정우는 처음으로

수명 이야기를 했다. 자신의 기대수명은

처음부터 형편없이 낮았고, 이제 몇 개월

남지 않았다는 충격적인 이야기였다.

수명은 타인에게 나눔이 가능했다.

평생에 단 한사람에게만 줄 수 있다.

공여자는 그만큼 수명이 줄어들고,

수여자는 그만큼 수명이 늘어난다.

정우는 가족이 있었기에 당연히

수명 나눔을 받을 수 있을줄 알았다.


* 하지만 정우는 가족들에게 수명을

나눔받지 못했고, 그렇게 그는 죽었다.

가족같은 친구의 죽음에 도훈은 폐인이 됐다.

그런 도훈에게 그녀가 찾아왔다.

차세희. 매정하게 도훈을 버리고 가버린 여자.

그녀는 도훈에게 정우의 부탁으로 왔다며

자신과 함께 다시 시작하자고 얘기한다.


* 그렇게 도훈은 세희와 행복하다면 행복한

시간들을 보냈다.

그 사이에 딸 은유도 태어났다.

고아였던 도훈에게 완벽한 가족의 형태가 생긴 것이다.

세희는 자신의 기대수명이 짧으니

수명을 나눠주라고 했고, 도훈은 승낙했다.

그리고 수명 나눔 수술이 끝난 후

세희는 자취를 감춰버렸다.

더 이상 도훈에게 볼일이 없는 것처럼.


* 오래 살고자 하는 욕구는 어쩌면

인간에게는 당연한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도훈을 버린 세희를 보면서,

또 은유가 아프자 세희를 찾아가고

세희와 같은 방법을 선택하는 도훈을 보면서

이들에게 양심이란 무엇일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 부모가 자식을 위해서 무엇인들 못하리오.

그 자식들에게 그들은 헌신적인 부모겠지만

그들에 의해 피해를 입은 이들에게는

악마가 따로 없겠지.

이들의 양심은 비추는 빛의 방향에 따라

색을 달리하는 크리스탈 같아 보였다.

하나뿐인 자식의 생사가 걸린 일이니

미쳐 날뛰는 것도 이해는 간다.

가슴은 이해를 하지만, 머리는 이건 아닌데... 라며

나 스스로도 양심과 이성 사이에서 싸우며 책을 읽었다.


* 책을 읽는 내내 참 씁쓸했다.

나는 내 수명을 나누어 준다면,

누구에게 나누어 줄까?

지금 당장 생각나는 것은 내 냥냥이지만.

나의 수명을 알고도 내가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 라는

근본적인 물음과 함께 폭풍처럼 휘몰아치는 책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전자책] 아가멤논 가문의 저주 대가 고전·인문 시리즈 (LINN 인문고전 시리즈) 15
루키우스 안나이우스 세네카.아이스퀼로스 지음, 김성진 편역 / 도서출판 린 / 2024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채성모의 손에 잡히는 독서',
'채손독'을 통해서 받아본 책이다.
그리스 로마신화는 어렸을 적부터 만화책으로,
애니메이션으로 많이 봐서 꽤 익숙한 편이다.
나이를 먹어갈수록 애니보다는 영화와 책으로
그들을 만나 봤었다.

*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그 많고 많은 신과
인간의 가문 중에서 가장 최고의 비극으로 꼽히는
탄탈로스 가문.
그 탄탈로스 가문의 저주와 복수를
잘 정리한 책이 있다고 해서 냉큼 받아봤다.

* 트로이 전쟁의 영웅 아가멤논은
전쟁에서 이긴 후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살해당한다.
그것도 자신의 아내에게.
아가멤논과 아내 크리타임네스트라 사이에서 난
아들 오레스테스는 아버지의 복수를 위해
자신을 낳아준 어머니를 살해하게 된다.
아내가 남편을 죽이고, 아들이 어머니를 죽인
가장 그리스 최고의 비극적인 사건이었다.

* 이들이 어째서 이런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는지
따지자면 그들의 선조 탄탈로스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인간임에도 불구하고 올림포스 궁전에서 열리는
신들의 만찬에 초대해 신들이 먹는 음식과 술을 먹는
기회를 가진 사람.
그는 인간이라면 누구도 누릴 수 없는 호사의 특권을 지녔으나
곧 딴마음을 품고 만찬에서 나오는 넥타르와
암브로시아를 훔쳐서 인간 친구들에게 나눠주는가 하면,
신들의 비밀을 떠벌리고 다니기도 했다.

* 까마귀가 백로와 논다고 해서 백로가 되는 것은 아닌데,
그는 자신이 신들과 함께 하기에 자신이 신이라고 생각했나 보다.
그렇게 제우스를 비롯한 여러 신들의 화를 돋군 탄탈로스는
신을 시험하고 능멸한 대가로 큰 벌을 받는다.
맛있는 사과나무가 눈 앞에 있어도 먹을 수 없고
아무리 갈증이 나도 마실 수 없는,
영원한 배고픔과 갈증 속에 갇힌 것이다.

* 이러한 신들의 저주는 탄탈로스에게만 내려지지 않고
대대손손 그의 가문을 피의 가문으로 만들었다.
큰아버지가 조카를 죽이고, 그 피와 살로 음식을 만들어
동생에게 먹이는 일도 있었다.
딸과의 근친상간으로 낳은 아이를 복수의 도구로 쓰기도 하며
동생에게 복수를 종용하는 일도 있었다.

* 인간은 신을 섬기며 신에게 기대어 신탁을 받는다.
그들은 신의 말을 듣고 일을 행했다고 믿어지지만
가장 근본적인 밑바닥에 깔린 것은 인간 스스로가 가지는
권력욕과 복수의 감정이었다. 일말의 죄책감도 없는.
신들은 기본적으로 인간들을 보살피고
잘 살 수 있도록 돕지만, 그들의 심기를 조금이라도 거스르면
화를 입거나 제물을 바치도록 했다.
설령 그 제물이 그들의 딸이라도 말이다.
전지전능하신 신과 한낱 미물의 인간은 다르면서도 꼭 닮은듯 했다.

* 연극 대본의 형식으로 만들어진 이 책은
연극을 좋아하는 내가 상상을 하며 읽기에 너무 좋았다.
나름대로 무대장치를 상상하고, 조명의 고도를 따라
긴장감을 높이고 낮추며 읽었더니 지루할 틈이 없었다.
한국에 이같은 연극이 있다면 꼭 보고싶을 정도였다.
고대 그리스에서 행해지는 재판의 과정도 흥미로웠다.
현재의 재판과 크게 다를 바가 없어 보였다.
오랜만에 읽는 인문학 책이 제대로 취향저격이라
너무 즐거운 시간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