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수명
루하서 지음 / 델피노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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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 최강 출판사 델피노!

언제부터인가 델피노에서 출간되는 책은

무조건 읽기 시작했다.

이번에도 델피노 신작이 나왔다고 하길래

고민없이 집어들었다.

늘 신선한 소재로 나에게 즐거움을 주는 곳인데

이번에는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두근두근했다.


* 대한민국에 수명 측정의 시대가 도래했다.

당뇨 수치를 재는 방법과 비슷한 채혈과

기계마저 비슷하게 꼭 닮았다.

한 방울의 피로 내게 남은 수명을 알 수 있다.

자연재해, 사고를 제외하고 수명은 늘릴 수도 있었다.

건강한 식단, 규칙적인 운동으로 힘들게 늘려도

늘린 수명을 줄이는 건 단 며칠의 일탈에 불과하다.


* 백도훈은 아침에 수명을 재고 깜짝 놀랐다.

요 며칠 술을 연달아 마시긴 했지만

수명이 2년이나 줄어있었던 것이다.

하나밖에 없는 친구 정우가 힘든 일이 있다며

울고불고만 하지 않았어도

이렇게 수명이 줄어들 일은 없었을텐데...


* 도훈에게 전화를 건 정우는 처음으로

수명 이야기를 했다. 자신의 기대수명은

처음부터 형편없이 낮았고, 이제 몇 개월

남지 않았다는 충격적인 이야기였다.

수명은 타인에게 나눔이 가능했다.

평생에 단 한사람에게만 줄 수 있다.

공여자는 그만큼 수명이 줄어들고,

수여자는 그만큼 수명이 늘어난다.

정우는 가족이 있었기에 당연히

수명 나눔을 받을 수 있을줄 알았다.


* 하지만 정우는 가족들에게 수명을

나눔받지 못했고, 그렇게 그는 죽었다.

가족같은 친구의 죽음에 도훈은 폐인이 됐다.

그런 도훈에게 그녀가 찾아왔다.

차세희. 매정하게 도훈을 버리고 가버린 여자.

그녀는 도훈에게 정우의 부탁으로 왔다며

자신과 함께 다시 시작하자고 얘기한다.


* 그렇게 도훈은 세희와 행복하다면 행복한

시간들을 보냈다.

그 사이에 딸 은유도 태어났다.

고아였던 도훈에게 완벽한 가족의 형태가 생긴 것이다.

세희는 자신의 기대수명이 짧으니

수명을 나눠주라고 했고, 도훈은 승낙했다.

그리고 수명 나눔 수술이 끝난 후

세희는 자취를 감춰버렸다.

더 이상 도훈에게 볼일이 없는 것처럼.


* 오래 살고자 하는 욕구는 어쩌면

인간에게는 당연한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도훈을 버린 세희를 보면서,

또 은유가 아프자 세희를 찾아가고

세희와 같은 방법을 선택하는 도훈을 보면서

이들에게 양심이란 무엇일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 부모가 자식을 위해서 무엇인들 못하리오.

그 자식들에게 그들은 헌신적인 부모겠지만

그들에 의해 피해를 입은 이들에게는

악마가 따로 없겠지.

이들의 양심은 비추는 빛의 방향에 따라

색을 달리하는 크리스탈 같아 보였다.

하나뿐인 자식의 생사가 걸린 일이니

미쳐 날뛰는 것도 이해는 간다.

가슴은 이해를 하지만, 머리는 이건 아닌데... 라며

나 스스로도 양심과 이성 사이에서 싸우며 책을 읽었다.


* 책을 읽는 내내 참 씁쓸했다.

나는 내 수명을 나누어 준다면,

누구에게 나누어 줄까?

지금 당장 생각나는 것은 내 냥냥이지만.

나의 수명을 알고도 내가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 라는

근본적인 물음과 함께 폭풍처럼 휘몰아치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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