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스톨른 차일드
키스 도나휴 지음, 공경희 옮김 / 작가정신 / 2009년 9월
평점 :
절판
어떤 시점이 되면 과거를 놓아버려야 되는 법이야. 인생이 다가오도록 마음을 여는 거지. [p.371]
같이 읽으면 좋은 책 - 뒤바뀐 딸 - 반 린 가족 지음 |김성웅 옮김
키스 도나휴의 스톨른 차일드는 '바꿔친 아이들'의 이야기로 판타지 소설이자 성장소설이다.
도심 외곽의 농장에서 태어난 헨리데이는 일곱 살이던 늦여름 어느 날 오후 집에서 빠져나와 속이 빈 밤나무에 들어가 숨다 숲에 사는 요정 '파에리'들에게 납치돼 자신의 존재를 송두리째 도둑맞게 된다. 이름과 사연과 삶을 빼앗기고 '애니데이'라 불리게 된 소년과, 그를 대신해 헨리 데이가 된 소년의 삼십 년에 걸쳐 일어난 이야기가 두 사람에 의해 한차례식 교차되며 진행되는데 그 진행방식이야 쌍둥이별이나 나는 지갑에서도 봐온거라 독특할 것 없지만 내용만큼은 어디에서도 들어볼 수 없었던 독특했던 것 같다.
파에리의 일원이 되면 주기가 돌아와서 돌아가기까지 백년을 기다려야 하는데 그때가 되어야 바꿔친 아이가 되어 인간 세상에 다시 들어갈 수 있다.
바꿔칠 아이는 신중하게 선택되고, 지루할 정도로 긴 시간을 투자해 은밀하게 진행되는데 바꿔치는걸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때그때 나이와 상황에 맞게 뼈와 피부를 늘려 적당한 크기와 모양으로 만들어 한 사람의 성장과정을 그대로 복제해야하는 고통스러운 과정이 남아있고, 평생 사람들의 의심을 사지않게 조심해야하는 불안한 날들의 연속이다.
뒤바뀐 순간 모든 기억이 사라지고 새로운 삶을 살 듯 그 사람의 인생에만 충실했다면 이야기는 달라졌겠지만 책에선 그렇지 않다.
평범한 듯 행복하게 헨리의 삶을 살아가면서도 백년전 자신을 모습을 찾으려 애쓰며 자신의 아이가 뒤바뀌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는 헨리 데이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고, 밤마다 도서관에 들어가 책을 읽고 자꾸만 희미해져 가는 것들을 잊지 않기위해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 애니 데이의 모습을 보면서 나 역시 너무나 혼란스러웠던 것 같다. 자신이 헨리 데이였다는 걸 알게 된 애니데이와 과거 자신의 이름이 구스타프였다는 것을 알게 된 헨리 데이. 그런 두사람의 조우.
읽는 내내 맘이 편치 않았던 것 같다. 나는 누구일까, 내가 누리고 있는 많은 것들이 누군가에게서 빼앗아 온 것은 아닐까 등등의 쓸데없는 생각도 많아졌고, 불행한 아이들을 볼때마다 언제 뒤바꿀까 두리번 두리번 +.+ 아이를 노리는 파에리들이 생각날 것 같고, 빨래할때마다 양말 한짝이 없어지면 파에리들이 생각날 것만 같다. 그렇게 잊혀진 듯 조용히 지내다 어느날 문득 그들의 이야기가 생각나 가슴한쪽이 찌르르 떨려올 것만 같다.
"사는 게 다 그렇지. 모든 게 떠나고 다른 게 그 자리에 들어앉아.
어떤 세계나 그곳 사람들에게 너무 집착하는 것은 현명하지 않아" [P.3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