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18
미나토 가나에 지음, 김선영 옮김 / 비채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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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미나토 가나에의 고백은 한 살인사건을 둘러싼 관계자들의 독백으로 진행되는데 총 6장으로 성직자, 순교자, 자애자, 구도자, 신봉자, 전도자등 도통 이해못할 목차로 구성되어 있다. 무슨 목차가 이럴까 의아할지도 모르겠지만 책을 다 읽은 지금, 이 목차만큼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것도 없는 것 같아서 책을 읽기전에 한번쯤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을 것 같으니 살펴보라 말하고 싶다. 
제1장 성직자((聖職者)종교적 직분을 맡은 교역자. 신부, 목사, 선교사, 승려 따위이다)
제2장 순교자(순교(殉敎)는 어느 종교에서 자신이 믿는 신앙을 지키기 위해서 죽음을 선택하는 것을 말하며, 순교한 사람을 순교자(殉敎者)라 한다)
제3장 자애자(자애(慈愛)[명사]아랫사람에게 베푸는 도타운 사랑. ≒인은(仁恩)
제4장 구도자((求道者)진리나 종교적인 깨달음의 경지를 구하는 사람)
제5장 신봉자((信奉者)사상이나 학설, 교리 따위를 신봉하는 사람)
제6장은 전도자((前導者)종교에서, 믿지 아니하는 사람에게 신앙을 갖도록 권유하는 사람)
 
성직자에서는 중학교 교사가 된 지 꼬박 8년. 아이들 이름을 막 부르지 않고 최대한 같은 시선에 서서 정중한 말씨로 이야기하기로 스스로에게 규칙을 정했을 정도로 성실한 교사가 이번 달을 마지막으로 퇴직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조곤조곤 풀어놓는다. 그녀의 이야기를 조용히 따라가다보면 그녀가 교사직을 그만두게 된 어떤 사건을 이야기 하는데 그때엔 나도 모르게 헉~ 하고 숨을 멈추게 되더라.
자신의 사랑하는 딸 '마나미'가 사고로 죽은 게 아니라 자신의 반 학생에게 살해당했기 때문이라는 얘기를 하면서 그녀 나름대로 복수를 이야기 한다.
화를 내는 것도 아니고, 따지는 것도 아닌 조근조곤 이야기하는 식의 말투가 이렇게 무섭고 충격적이게 다가올 줄이야. 그 어떤 공포소설을 읽을때마다 소름이 쫙~ 
이 '성직자' 부분이 훗날 이 책 '고백'의 모티브가 되는데 이 내용으로 제29회 '소설 추리' 신인상을 수상하며 작가로 정식 데뷔했다고 하니 그 완성도는 말 할 것도 없다 !!! 이 책 '고백'도 히가시노 게이고의 방황하는 칼날, 야쿠마루 가쿠의 천사의 나이프에서도 다루었듯 청소년 범죄와 이에 적용되는 법의 가벼움 등을 이야기 하지만 각 장마다 화자가 바뀌면서 철저히 자신의 입장에서만 세상을 바라보는 등장인물들의 고백에 경악을 금치 못하게 되는데 놀라면 놀랄수록 그만큼 책의 완성도는 높아진 것 같아 아이러니하다.
피해자의 입장에서는 찢어죽여도 시원찮을 상황인데 가해자가 미성년자일 경우 범죄를 저질러도 갱생시켜야 한다는 이유로 처벌을 받지 않고, 혹은 처벌받더라도 가벼워 질 수 밖에 없어 갱생의 의지가 없는 아이들도 용서해야하는지등에 대해 문제가 많은데 이 책에서 포인트가 온전히 그 부분에 맞혀지는게 아니라 가족과 친구등 여러 사람의 모습을 통해 이 사건을 정확히 짚어볼 수 있어 더 좋았다고나 할까.
사람을 변화시키는 '악의'는 유전적인 요인이 클까, 성장환경이나 교육환경이 클까 ? 무엇을 어떻게 해야하는 걸까 . .
 
5~600페이지의 두께를 자랑하는 책들에 비하면 꽤나 얇은 편에 속하는 이 책 미나토 가나에의 고백은 출간되자마자 베스트셀러가 된 화제의 책이다.
데뷔작이지만 그 어느 유명작가 못지 않은 글솜씨와 심리묘사로 끝까지 책을 잡게 만드는 묘한 매력이 있는데 책을 읽어 내려가는 속도감도 만만치 않거니와 극 중 캐릭터가 모두 확실하게 살아있어서 책을 다 읽고 난 후의 후유증도 만만치않다. 사실 이 책의 유명세(?)는 작년 12월초 정도에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어느 출판사에서 언제 번역되어 나오느냐가 초미의 관심이 될 정도였었는데 그 책을 이렇게 마주한 지금, 무슨 말을 어떻게 풀어놔야할지 모르겠다. 읽어 내려갈 때부터 책장을 덮을때까지 맘 한구석에 무거운 돌덩이가 들어있는 듯 묵직함에 숨쉬기 힘든 감정을 느낀게 한 두번이 아닌데 나만 이런 기분을 느낀건 아닐거라 생각한다.
띠지의 글귀처럼 이 책을 읽는 순간,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견딜수가 없다. 정말 꼭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모든 기억을 지워주는 복수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p.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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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톨른 차일드
키스 도나휴 지음, 공경희 옮김 / 작가정신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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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어떤 시점이 되면 과거를 놓아버려야 되는 법이야. 인생이 다가오도록 마음을 여는 거지. [p.371]

같이 읽으면 좋은 책 - 뒤바뀐 딸 - 반 린 가족 지음 |김성웅 옮김


 

 

키스 도나휴의 스톨른 차일드는 '바꿔친 아이들'의 이야기로 판타지 소설이자 성장소설이다.

도심 외곽의 농장에서 태어난 헨리데이는 일곱 살이던 늦여름 어느 날 오후 집에서 빠져나와 속이 빈 밤나무에 들어가 숨다 숲에 사는 요정 '파에리'들에게 납치돼 자신의 존재를 송두리째 도둑맞게 된다. 이름과 사연과 삶을 빼앗기고 '애니데이'라 불리게 된 소년과, 그를 대신해 헨리 데이가 된 소년의 삼십 년에 걸쳐 일어난 이야기가 두 사람에 의해 한차례식 교차되며 진행되는데 그 진행방식이야 쌍둥이별이나 나는 지갑에서도 봐온거라 독특할 것 없지만 내용만큼은 어디에서도 들어볼 수 없었던 독특했던 것 같다.

 

파에리의 일원이 되면 주기가 돌아와서 돌아가기까지 백년을 기다려야 하는데 그때가 되어야 바꿔친 아이가 되어 인간 세상에 다시 들어갈 수 있다.

바꿔칠 아이는 신중하게 선택되고, 지루할 정도로 긴 시간을 투자해 은밀하게 진행되는데 바꿔치는걸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때그때 나이와 상황에 맞게 뼈와 피부를 늘려 적당한 크기와 모양으로 만들어 한 사람의 성장과정을 그대로 복제해야하는 고통스러운 과정이 남아있고, 평생 사람들의 의심을 사지않게 조심해야하는 불안한 날들의 연속이다.

 

뒤바뀐 순간 모든 기억이 사라지고 새로운 삶을 살 듯 그 사람의 인생에만 충실했다면 이야기는 달라졌겠지만 책에선 그렇지 않다.

평범한 듯 행복하게 헨리의 삶을 살아가면서도 백년전 자신을 모습을 찾으려 애쓰며 자신의 아이가 뒤바뀌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는 헨리 데이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고, 밤마다 도서관에 들어가 책을 읽고 자꾸만 희미해져 가는 것들을 잊지 않기위해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 애니 데이의 모습을 보면서 나 역시 너무나 혼란스러웠던 것 같다. 자신이 헨리 데이였다는 걸 알게 된 애니데이와 과거 자신의 이름이 구스타프였다는 것을 알게 된 헨리 데이. 그런 두사람의 조우.

 

읽는 내내 맘이 편치 않았던 것 같다. 나는 누구일까, 내가 누리고 있는 많은 것들이 누군가에게서 빼앗아 온 것은 아닐까 등등의 쓸데없는 생각도 많아졌고, 불행한 아이들을 볼때마다 언제 뒤바꿀까 두리번 두리번 +.+ 아이를 노리는 파에리들이 생각날 것 같고, 빨래할때마다 양말 한짝이 없어지면 파에리들이 생각날 것만 같다. 그렇게 잊혀진 듯 조용히 지내다 어느날 문득 그들의 이야기가 생각나 가슴한쪽이 찌르르 떨려올 것만 같다.

 

"사는 게 다 그렇지. 모든 게 떠나고 다른 게 그 자리에 들어앉아.

어떤 세계나 그곳 사람들에게 너무 집착하는 것은 현명하지 않아" [P.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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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파는 빈티지샵
이사벨 울프 지음, 서현정 옮김 / 노블마인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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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벨 울프의 꿈을 파는 빈티지샵은 제목 그대로 빈티지 샵 '빌리지 빈티지'에서 일어나는 빈티지패션과 함께 사랑과 우정에 대한 화해와 관계 개선, 상처치유에 대한 감동 소설이다.

추운 겨울에 따끈한 호빵 대신 이 책 한권이면 마음이 금방 따뜻해질 듯 !!

이 옷을 입었던 여자는 어떤 사람일까, 이 옷을 살 때 몇 살이었을까, 일하는 여성이었을까, 결혼했을까, 행복했을까 등등 빈티지를 사랑하는 가장 큰 이유는 그 안에 누군가의 인생이 숨겨져 있기 때문이라는 그녀 피비. 그런 그녀가 12년동안 근무했던 소더비 경매회사를 그만두고 블랙히스가 내다보이는 전망 좋은 곳에 빈티지 샵을 오픈하면서 운명적인 이야기가 시작된다. 

신생 신문 <블랙&그린>의 빌리지 빈티지에 대한 소개와 함께 5%할인 기사를 실어준 센스쟁이 댄, 라임그린 컵케이크 드레스가 탐나지만 검정 드레스를 사주는 센스없는 남자, 배우를 꿈꾸지만 게속되는 낙방에 피비와 함께 일하게 된 애니, 경매장에서 이브닝 드레스를 두고 경쟁하면서 알게 된 근사한 남자 마일스, 추억이 깃든 옷을 팔려고 연락한 벨부인, 아이를 갖으려고 매번 노력했지만 끝내 실패하면서 우울할때마다 꺼내서 입고 기운내기 위해 캔디 핑크 컵드레스를 구입하는 사람 등 빈티지 의류가 좋아 그녀의 가게를 찾는 사연 가득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한가득이다. 특히 65년동안 간직할 수 밖에 없었던 코트에 대한 사연을 하나하나 풀어놓는 벨 부인의 이야기는 이 책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데 소더비 경매회사를 그만두기 바로 직전에 의류와 직물 부서 팀장으로 승진했지만 그만둘 수 밖에 없었던, 완벽남 가이와 약혼을 하고 결혼을 코앞에 둔 시점에서 헤어질 수 밖에 없었던 친구 에마의 죽음에 관한 사연을 쏟아내는 피비의 사연과 함께 그녀의 사랑이야기가 함께 어우러져 큰 감동을 전해주었지 않았나싶다.

세상에 상처없는 사람이 어딨겠냐만 책 속 주인공들의 사연은 조금은 더 안타깝고 특별하게 다가온다. 내 잘못으로 인해 운명이 달라진 소중한 사람들에 대한 죄책감, 반성,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 대한 안타까움과 함께 다시 돌아올 수 없는 세상과 바꿔도 될 만큼 소중한 사람에 대한 그리움까지 한데 어우러져 말로 표현 못 할 정도!!

고고학자인 아버지의 바람, 딸인 피비와 비슷한 나이대의 아가씨와 아이를 키우면서 새로운 삶을 살아가는 아버지, 그 충격으로 매번 젊어지려 갖가지 방법을 알아보고 시도하려 애쓰는 엄마의 주름탈출기는 우스우면서도 그 마음이 백번 이해가 가 씁쓸하기도 했다. 그런 그들의 변화가 너무나 사랑스럽고 힘이 나 나까지 너무나 행복했던 것 같다. 올 가을 최고의 소설이라는 ~
진지하게 읽어 나가다 영매 매기의 도움으로 친구 에마와 얘기를 나누려고 시도하는 장면에서 포복절도하기도 했다는 !!

피비가 소개해주는 다양한 빈티지 의상에 대한 지식이 풍부했다면 더더더 재미나게 읽을 수 있었을 것 같은데 그동안 관심을 갖지 않았던 것이 살짝 후회가 된다. 책 중간중간 그런 드레스에 대한 일러스트 살짝 보이기도 하는데 더 풍부했으면 좋았을 것 같다는 작은 희망도 ~

이 책을 읽는 내내 나에게도 잊혀지지 않은 사연을 갖은 옷 한벌쯤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겨울옷을 정리하면서 가슴뭉클하고 따뜻한, 버리지 못하고 계속 간직하고 있는 추억의 옷은 없는지 한번 살펴봐야 할 것 같다는 ~
그 옷과 함께 잊혀진 추억이 되살아나지 않을까 ~ 하는 막연한 기대감과  함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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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로 읽는 일본문화
박성태 외 지음 / 어문학사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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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소설이나 드라마, 영화를 볼때마다 접하게 되는 독특한 문화들에 매료된다. 그런것들이 하나 둘 쌓여 나만의 일본 이미지를 만들어 가는데 이 책이 도움이 될까해서 보게 됐는데 생각외로 딱딱해서 읽는게 쉽지는 않았다. 교과서나 백과사전을 읽는 기분이었다고나 할까~

흔히들 가깝고도 먼 나라라고 표현하는 일본. 동쪽에 위치한 섬나라로 홋카이도, 혼슈, 시코쿠, 규슈의 4개 섬을 중심으로 주변에 산재한 작은 섬으로 구성되어 있고, 전세계 8분의 1에 해당하는 100여개의 화산이 있는데 이 가운데 83개가 활화산, 관동대지진, 한신대지진 외에도 매번 자잘한 지진의 위험이 가득한 일본

1장부터 13장까지의 이야기 속에는 일본의 전통문화, 예술, 여가생활, 종교와 교육, 한류를 통해서 본 일본문화등 모든것이 담겨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일본에 대해 포괄적으로 자세히 알게 되서 좋긴 한데 그래도 뭔가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드는 건 이 책을 받기전 내가 기대한 것들과 살짝 다른 내용 때문이기도 한 것 같다. 내가 기대한 것은 (예를 들어) 비가 오지 않기를 빌며 처마끝에 매다는 인형 '테류테루보즈'를 왜 달게 됐는지~ 등의 조금은 일상적인 것들의 자세한 설명을 기대한 것은 사실이다. 영화 지금,만나러 갑니다에서 꼬마 아이가 일부러 거꾸로 다는 장면이 있었는데 굉장히 인상깊었다는 !!

 

내가 생각하는 일본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은 애니메이션이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하울의 움직이는 성, 이웃집 토토로, 바람 계곡의 나우시카, 원령공주 등 남녀노소를 떠나 모두가 좋아할 만한 작품활동으로 유명한데 따뜻하면서도 감동적이고 교훈 가득한 애니메이션. 시간이 지난 후에 봐도 오래되거나 유치한 느낌이 없어 넘 좋더라. 일본여행을 하게 된다면 지브리 미술관도 꼭 가보고 싶은데 우리나라에서도 이런류의 애니메이션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특별한 날 입는 와후쿠에 속하는 기모노와 하카마와 유카타(기모노와 유카타는 많이 들었는데 하카마는 첨 들었다. 기모노는 (미혼여성) 후리소데 - 성인식, 결혼식때, (기혼여성) 토메소대 - 주로 결혼식 때 많이 입고 하카마는 여성은 3월 졸업식때, 남성은 성인식때 입는다고 ~ 유카타는 축제때 많이 입는 옷 ^^

맛있는 음식으로도 유명한 일본. 우동과 라면, 세계인이 좋아하는 스시 외에도 낫토, 미소시루, 오코노미야키, 메실장아찌등등 요즘 홍대엔 쉽게 접할 수 있는 일본 도시락 '벤또'를 주제로 운영하는 식당도 생기고, 겼는데 한번 가봐야겠다.

일본인이 즐겨 마시는 술은 맥주로 아사히, 삿포로, 기린 맥주가 있고 소주는 미즈와리라고 해서 물과 얼음을 타서 마시고, 한국인의 마른안주와 비슷한 콩을 껍질째 삶은 에다마메가 있고, 술을 마실때는 첨잔(술이 들어 있는 잔에 술을 더 따르는 것)을 하고, 한 손으로 따르며, 잔을 돌려마시지 않고, 손윗사람과 마셔도 고개를 돌리지 않는다고 한다. 잔이 비었는데도 첨잔을 하지 않으면 술자리를 끝내자는 의사표현이라고 한다~ ㅎ

스모, 오타쿠와 고타쓰, 심도깊은 다도 문화등등 알면 알수록 재밌는 것들이 넘 많은 것 같다. 일일이 열거하기가 힘들정도~

벚꽃피는 봄이 되면 일본에 가고싶다는 욕망에 일상생활이 힘들 정도인데 내년엔 꼭 꿈을 이룰 수 있었으면 좋겠다. 계절, 축제별 다양한 모습의 일본을 만날 날을 기대해보면서 이만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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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번째 빙하기
오기와라 히로시 지음, 양억관 옮김 / 좋은생각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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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기분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의 감정도 소중히 여겨야 해." [P.113]

 

오기와라 히로시님의 소설은 모두 읽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엉뚱발랄 재치넘치면서 교훈적인 마무리라 그런지 새로운 작품이 나올때마다 찾아 읽을수밖에 없는 묘한 매력이 있다는~

이 책 네 번째 빙하기는 미혼모의 아들로 태어나 주변의 따가운 시선 속에서 가슴속 깊이 속앓이를 하면서 일찌감치 어른이 되어야만했던 소년 와타루의 나는 누구인가라는 정체성을 찾는 과정이 모두 담긴 성장소설이다. 태어날때부터 아버지가 안계신 것도 아니고, 나의 얼굴이 누군가와 너무나 다른 모습을 하고 있는~ 그런 경험도 없지만 책 속 주인공 와타루의 심경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그 과정이 너무나 안타깝고 쓸쓸해서 눈물이 날 뻔 한적이 한 두 번이 아니라는 ~

사회인인 나에게 아이들의 삶은 굉장히 평화로워 보인다. 책임질 것도 없이 부모님의 사랑과 보살핌을 받으면서 무럭무럭 성장만 하면 되는 단계인 것 같아 마냥 부럽기만 하다. 그래서 힘든일이 생길때 도망치듯 그 시절로 되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곤 하는데 책 속 와타루의 삶이라면 과연 나는 그때로 다시 돌아가고싶다고 외칠수 있을까 ?

아이들의 삶은 어른들의 삶 그것과 마찬가지로 너무도 치열하다는걸 새삼 느꼈다. 온갖 음모와 사건이 상상할 수 없는 방식으로 벌어지는데 그때마다 와타루가 일어설 수 있었던 건 사랑하는 엄마, 친구 사치와 도라, 애견 쿠로, 그리고 삶에 대한 불타오르는 의지 때문이 아니었을까

어딘가에 롤 모델이 있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이야기의 진행과정이 사실적이다. 외로워도 슬퍼도 울지 않는다는 캔디처럼 너무 낙천적이라 오히려 더 이상하게 느껴지는 그런 주인공도 아니고, 과장되게 잔뜩 부풀린 듯한 희망을 얘기하지도 않지만 어설프게 비틀비틀 거릴지라도 조금씩 앞을 향해 나아가는 와타루의 모습이 따뜻하고 애잔하다. 마냥 끌어안아주고 싶은 캐릭터라는 ~

이 세상에는 너무 당연해서 못 느끼는 것도 있고 깊이 생각해보지 않아서 모르고 그냥 지나치고 마는 일들이 너무 많다. 자신의 껍데기가 맘에 들지 않는 달팽이와 소라게 같았던 두 사람이 서로에게 기적같은 존재로 변하기까지의 그 과정이 눈부신 이 책 '네 번째 빙하기'. 두 사람만의 새로운, 눈부신 세상을 만들었으면 좋겠다.

 

"선생님, 제가 보통이 아니라고 생각하세요?"

 
"잘 들어, 미나미야마. 보통 인간이란 어디에도 없는거야. 모두가 조금씩 달라.
지구를 위에서 내려다보면 너라는 존재는 몇 십 억분의 일에 지나지 않지. 나도 그래. 아주 보잘 것 없는 존재야.
세상에서 말하는 '지구보다 무거운' 존재란 것도 별 거 아냐. 그렇지만 생각해 봐.
 몇 십 억분의 일이라고는 하지만, 너라는 존재는 이 세상에 하나뿐이지 않겠어?" [P.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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