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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번째 빙하기
오기와라 히로시 지음, 양억관 옮김 / 좋은생각 / 2009년 9월
평점 :
절판
"자신의 기분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의 감정도 소중히 여겨야 해." [P.113]
오기와라 히로시님의 소설은 모두 읽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엉뚱발랄 재치넘치면서 교훈적인 마무리라 그런지 새로운 작품이 나올때마다 찾아 읽을수밖에 없는 묘한 매력이 있다는~
이 책 네 번째 빙하기는 미혼모의 아들로 태어나 주변의 따가운 시선 속에서 가슴속 깊이 속앓이를 하면서 일찌감치 어른이 되어야만했던 소년 와타루의 나는 누구인가라는 정체성을 찾는 과정이 모두 담긴 성장소설이다. 태어날때부터 아버지가 안계신 것도 아니고, 나의 얼굴이 누군가와 너무나 다른 모습을 하고 있는~ 그런 경험도 없지만 책 속 주인공 와타루의 심경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그 과정이 너무나 안타깝고 쓸쓸해서 눈물이 날 뻔 한적이 한 두 번이 아니라는 ~
사회인인 나에게 아이들의 삶은 굉장히 평화로워 보인다. 책임질 것도 없이 부모님의 사랑과 보살핌을 받으면서 무럭무럭 성장만 하면 되는 단계인 것 같아 마냥 부럽기만 하다. 그래서 힘든일이 생길때 도망치듯 그 시절로 되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곤 하는데 책 속 와타루의 삶이라면 과연 나는 그때로 다시 돌아가고싶다고 외칠수 있을까 ?
아이들의 삶은 어른들의 삶 그것과 마찬가지로 너무도 치열하다는걸 새삼 느꼈다. 온갖 음모와 사건이 상상할 수 없는 방식으로 벌어지는데 그때마다 와타루가 일어설 수 있었던 건 사랑하는 엄마, 친구 사치와 도라, 애견 쿠로, 그리고 삶에 대한 불타오르는 의지 때문이 아니었을까
어딘가에 롤 모델이 있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이야기의 진행과정이 사실적이다. 외로워도 슬퍼도 울지 않는다는 캔디처럼 너무 낙천적이라 오히려 더 이상하게 느껴지는 그런 주인공도 아니고, 과장되게 잔뜩 부풀린 듯한 희망을 얘기하지도 않지만 어설프게 비틀비틀 거릴지라도 조금씩 앞을 향해 나아가는 와타루의 모습이 따뜻하고 애잔하다. 마냥 끌어안아주고 싶은 캐릭터라는 ~
이 세상에는 너무 당연해서 못 느끼는 것도 있고 깊이 생각해보지 않아서 모르고 그냥 지나치고 마는 일들이 너무 많다. 자신의 껍데기가 맘에 들지 않는 달팽이와 소라게 같았던 두 사람이 서로에게 기적같은 존재로 변하기까지의 그 과정이 눈부신 이 책 '네 번째 빙하기'. 두 사람만의 새로운, 눈부신 세상을 만들었으면 좋겠다.
"선생님, 제가 보통이 아니라고 생각하세요?"
"잘 들어, 미나미야마. 보통 인간이란 어디에도 없는거야. 모두가 조금씩 달라.
지구를 위에서 내려다보면 너라는 존재는 몇 십 억분의 일에 지나지 않지. 나도 그래. 아주 보잘 것 없는 존재야.
세상에서 말하는 '지구보다 무거운' 존재란 것도 별 거 아냐. 그렇지만 생각해 봐.
몇 십 억분의 일이라고는 하지만, 너라는 존재는 이 세상에 하나뿐이지 않겠어?" [P.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