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부름센터 시작합니다
쇼도 가오루 지음, 박재현 옮김, 야마다 우타코 그림 / 가치창조 / 2010년 4월
평점 :
절판


쇼도 가오루의 심부름센터 시작합니다

 

책 소개글을 읽고서 간만에 맘에 드는 일본소설을 발견했다면서 좋아했더랬다.

만일 어딘가에서 우리를 만나면 말을 걸어 주세요. 우리는 '무엇이든 도와드리는 심부름센터'이니까요.

언제 어디서든 최선을 다해 도와드릴게요. 라는 멘트가 미우라 시온의 마호로역 다다 심부름집 같은 책을 상상하게 만들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받아보니 굉장히 얇고 큰 ~ 사이즈의 어린이 동화책이 아닌가 !!! 으하핫 ~ 이런일은 첨이라 신기하더라.

보통은 이벤트 도서를 신청할때 대략의 정보를 확인하고 내 취향에 맞는 소설로 선택하는 편인데 이번엔 일본소설, 비슷한 소설을 읽은 경험탓에 무조건 선택한 것이 이런 실수를 부른 듯 ~

책정보 / 펼쳐보기 기능 한번만 클릭했어도 됐을텐데 ~ 아니, 그 전에 일본아동문학자협회 수상작가가 전하는 가슴 따뜻한 여섯 편의 이야기라는 글귀만 눈여겨 봤어도 됐을텐데 ~

 

이렇게 귀여운 실수로 내 손에 도착한 쇼도 가오루의 심부름센터 시작합니다는 굉장히 아름다운 동화책이다.

테페 할아버지가 남겨준 낡은 자동차 '아카네'를 고쳐 여행을 떠나고 싶어 가모메 다리 근처에 작은 가게를 열게 된 '요스케'

돈을 벌기 위해 시간적으로 여유롭고 잘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를 생각하다 심부름센터를 열기로 결정하고 할아버지가 살았던 가모메 거리의 집과 그 옆 낡은 차고를 그대로 사용해도 좋다는 허락을 받고서 지붕도 수리하고 벽지, 페인트 칠을 하고서 떡하니 '요스케와 쿤페의 심부름센터'라는 간판을 달게 된다.

이야기는 심부름센터에 찾아온 여러 손님들에 대한 여섯가지 이야기를 담고 있다.

첫 번째 '별난 손님'에서는 뾰족한 코에 흰색과 검은색의 낯선 동물 '맥'이라는 꿈을 먹고 사는 동물 이야기로 너무 더워 잠들기 힘들다며 자장가를 불러달란 의뢰를 받게 된다. 알고 있는 자장가란 자장가를 다 불러주는데도 잠들지 못하는 맥에 비해 자장가를 부르면서 잠에 취해버리는 요스케는 꿈속에서 할아버지를 만나게 되는데 . .

두 번째 '원피스와 낡은 셔츠'에서는 휴일, 급한 일이 생겼다며 본인 대신 아이와 놀아달라는 아주머니의 부탁을 받게 되는데  . . .

세 번째 '딸랑딸랑 사르륵'에서는 바닷가에 있는 레스토랑 '돌고래'에서 일하게 된 요스케가 돌고래를 만난 이야기가 담겨 있고, 네 번째 이야기 '달을 닦다'에서는 두번째 이야기의 주인공 '미카'양이 놀러와 요스케가 일주일 전, 토끼들의 부탁으로 하늘에 둥실 떠있는 '달'을 닦게 된 사연을 얘기한다.

다섯 번째 '눈오는날 둥지 틀기'에서는 계속 ~ 눈이 내리던 어느날 심부름센타에 '용'이 찾아와 일주일 후에 부화하는 알을 따뜻하게 보살펴달라는 부탁을 받게 되고, 여섯 번째 '봄바름을 타고'에서는 눈비와 차가운 바람때문에 잿빛으로 바랜 집의 페인트 칠을 도와달라는 미즈키 할머니의 부탁을 받게 되는데 . .

요스케는 테페 할어버지가 물려준 진한 빨강색의 오픈카를 타고 여행을 떠날 수 있을까 ?

 

꿈을 먹는 맥, 돈 대신 동그란 장미빛 조개껍질을 주고 아이스크림을 먹는 돌고래, 가을 한가위 댄스 경연대회를 여는 토끼, 폭풍을 몰아쳐 따뜻한 봄이 오게 만들어 주는 용등 다양한 동물친구들의 유쾌발랄한 이야기.

꿈을 꾸는 능력을 가진 사람은 꿈이 샘물처럼 솟아 먹어도 먹어도 좋은 꿈이 쌓인다니 오늘 밤 내 꿈에 맥이 나타나주면 좋으련만 -

 

어른이 되어 읽는 동화책도 참 재밌고 감동적이구나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Life 라이프 - 카모메 식당, 그들의 따뜻한 식탁 Life 라이프 1
이이지마 나미 지음, 오오에 히로유키 사진 / 시드페이퍼 / 2010년 4월
평점 :
절판


이이지마 나미의 LIFE (라이프 : 카모메 식당, 그들의 따뜻한 식탁)

 

일본에는 유난히 음식과 관련된 영화, 드라마, 만화 등등이 많은 것 같다.

우동, 카모메식당의 영화가 그렇고, 미스터 초밥왕, 신의 물방울 등등의 만화는 셀 수가 없다. 요즘은 '심야식당'이 그렇게 인기라지.

지난날 일본 인디필름 페스티벌에서 남극의 쉐프, 논짱 도시락, 행복의 향기 등등 음식 관련 영화가 잔뜩 올라왔을땐 정말 행복했는데 ~

 

요리에 관련된 이야기라면 너무 좋아하는지라 한치의 망설임없이 선택한 책 라이프는 생각했던 것보다 얇고 간단한 내용이지만 휘둥그레질 정도로 맛있는 사진에 눈이 호강한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을 읽으면 모든 요리가 너무너무 쉽고 간단할 것만 같은 착각, 나를 비롯한 모든 사람들이 이정도쯤이야 하면서 아무렇지 않게 요리할 수 있을 것 같은 착각에 빠지게 된다는 것이 단점이랄까 -

막상 요리해보면 익숙해질때까지는 이것저것 손이 많이 가는 그런 요리들인데 말이다.

토스트, 스파게티, 유부초밥, 핫케이크, 참치, 달걀, 햄, 외 등등의 각종 샌드위치, 카레, 푸딩, 오므라이스, 주먹밥 등등 흔하게 볼 수 있고 만들수 있는 요리는 물론, 가족의 기쁜일을 축하하는 자리에 내놓는 지라시즈시(생선, 달걀 부침이나 양념한 채소 등 고명을 얹은 초밥), 오하기(찹쌀과 멥쌀을 섞어 만든 경단에 팥고물을 묻힌 떡)는 굉장히 독특하게 다가왔던 것 같다.

갠적으로 생선을 좋아하는 나는 사바미소(고등어를 일본된장인 미소와 갖은 양념으로 조린 음식)의 맛이 궁금해 그 핑계로 일본여행이 하고파 몸살을 앓았을정도 ~

큼지막한 무를 깔고서 묵은 김치나 시래기를 넣어 바글바글 끓여 내는 우리네의 고등어조림과는 또다른 맛이 날 것 같더라.

 

책 첫머리를 보면 일단 자기 나름의 연구는 접어두고, 레시피 그대로 만들어보세요.

여러분 자신과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만들어서 함께 드세요란 글이 있다.

아이처럼 순수한 맘으로 그대로 따라 만들다보면 마법을 부린 것도 아닌데, 주방에서 행복의 시간이 피어오른다니 주말 남친의 생일만찬으로 영양밥을 한번 해볼까 하는데 잘 되려나 ~ >.<

책 속 레시피대로 하자면 미림, 청주, 유부, 우엉, 곤약, 버섯 등등 거의 모든 재료를 다 사야한다는 결론이 나오는데 내심 큰일이다 싶다.

요리다운 요리로 성공해야, 또 그것이 맛있어야 그 재료가 떨어질때까지(본전 뽑아야하니~) 해먹을텐데 ㅎㅎ

 

수상한 삼형제의 시어머니 전과자씨가 툭툭 내뱉는 말이 생각나더라 ~ 간단하게 . .슬슬 . .

- 냉동실에 돼지고기 있지? 그거 간단하게 꺼내서 삶고, 배추 간단하게 절여서 간단하게 무쳐서 겉절이 해먹자.

그리고  육수 간단하게 내서 간단히 칼국수 끓여 먹으면 되겠다 ㅋ

- 뭐가 그리 힘들고 복잡하다고 그러니. 간단하게 하면 되잖니. 간단하게. 아침 좀 먹자는데 간단히 가져다 주면 될것을 무슨 말이 그리 많니.

간단하게 해라 간단하게. 간단히 계란 프라이 해서, 간단히 빵 굽고 간단히 과일 넣어 좀 갈아서 가져다 주면 되잖니 등등등

예쁜 여자를 만나면 3년이 행복하고, 착한 여자를 만나면 30년이 지혜로운 여자를 만나면 3대가 행복하다지. 그것도 요즘 예쁜 여자는 3개월, 머리좋은 여자는 3년, 음식 잘하는 여자는 30년으로 바뀌었다고는 하지만 말이다.

하루 세끼, 음식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요즘이다보니 레시피만 보고도, 냉장고 속 재료들만 가지고도 한 상 떡하니 차려낼 실력있는 사람이었음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 - 노희경 원작소설
노희경 지음 / 북로그컴퍼니 / 2010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은 자궁암 말기 판정을 받은 죽음을 앞둔 '어머니'와 그 가족의 '이별' 이야기를 담고 있다.

치매에 걸린 시어머니, 8년전 뜻하지 않은 의료사고로 어렵사리 개업한 병원마저 남의 손에 넘어간뒤 월급쟁이 의사가 된 남편, 직장생활을 하는 딸 '연수'와 삼수까지 하고 얼마 전 의대 시험을 치른 뒤 결과만 기다리고 있는 아들 '정수' 그리고 어릴적 친정 엄마가 돌아가시고 완고하고 엄한 아버지 밑에서 자란 엄마의 유일한 걱정거리인 남동생 '근덕'과 시집와 이날 이때까지 고생만 하고 사는 '올케'

이들 모두는 '며느리', '아내', '엄마', '누나'라는 '인희'라는 존재가 없으면 어찌될 지 알 수 없는 사람들이다.

남편이 정년퇴직을 하면 일산의 새 집에서 부부가 느긋하게 노후를 보내는 것. 양지바른 그 집에서 시어머니를 편히 모시는 것. 그 두가지가 유일한 바램인 그녀는 약을 먹어도 낫질 않고 계속 심해지는 오줌소태 때문에 병원을 찾았다 자궁암 말기를 청천벽력같은 소식을 듣게 되는데 . . .

 

굉장했던 드라마였더랬다. 책을 읽지 않아도 훤히 꿰고 있는 내용인데도 주말을 이 책과 함께 했다.

여기저기 슬픈일들이 참 많다. 그래서인지 눈물 질질 짜게 만드는 드라마도, 영화도, 책도 싫은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금 이 책을 들게 하는 힘이 뭔지 . . .

어버이날을 앞두고 설 이후 아버지와 사이가 안좋아 이 책으로나마 부모님은 이래야한다는 무한 이기적인 맘으로 내 맘을 달래려 한 것 이었을까, 그런 나를 꾸짖으려 한 것이었을까 -

어떤 이유에서건 난 이 책을 읽었고 많은 눈물로써 내 이기적인 맘을 꾸짖고 위로받았다.

당신에게 가장 필요한 책은 당신으로 하여금 가장 많이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 마크 트웨인

내게 이 책이 그러하더라 -


 

갠적으로 난 이 책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보다 노희경이 쓴 엄마 이야기라는 작가의 글을 더 좋아라한다.

그녀의 이야기가 더 소설같아 슬프고, 안타깝고, 감동적이다.

내가 예전에 이 책을 읽었을까 -

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 등 내가 읽은 그녀의 책 뒷부분에 지금 이 글과 같은 내용이 실려있었을까 -

정확히 기억 나지 않지만 나는 그녀가 들려주는 엄마 이야기를 분명 읽었고 기억하고 있다.

 

참 묘하다. 살아서는 어머니가 그냥 어머니더니, 그 이상은 아니더니, 돌아가시고 나니 그녀가 내 인생의 전부였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그녀 없이 세상이 살아지니 참 묘하다.

 

부모님 두분다 살아계시고 건강하신데도 내가 엄마를 잃은냥 슬퍼지니 참 묘한 일이다.

이렇게 건강한 몸으로 날 낳아줘 감사하고 사랑한다고 전화 한통 넣어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모먼트
혼다 다카요시 지음, 이기웅 옮김 / 예담 / 2010년 3월
평점 :
절판


병원에서 청소 아르바이트를 하는 간다는 어느날 병원을 떠도는 이상한 소문을 듣게 된다. 필살청부업자 전설이라고 죽음이 임박한 환자의 소원을 이뤄주는 사람이 있다며 소원은 딱 하나, 환자가 죽기 전에 반드시 이뤄준다는 것이다. 장기간 입원한 말기환자 말고는 아무도 모르는 소문이라고 하니 귀가 쫑긋해지는 내용이 아닐수가 없다.

그러다보니 죽음을 앞둔 순간, 당신은 무엇을 소원하겠습니까?란 문구가 예사롭지 않게 보인다.

 

병원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하고 얼마 뒤 '간다'는 죽음을 찾아 헤매는 듯 말기 입원환자들 사이를 전전하는 소문을 듣게 되고 말도 안 되는 황당한 얘기지만 정말 있다면 좋겠다는 할머니의 부탁을 받고 등록금도 벌겸 소소한 부탁을 들어주게 되는데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100만엔이 조금 넘는 돈이 은행계좌에 들어와있는 것을 확인하곤 남은 돈을 돌려드릴 수가 없게 되  네 번의 일을 더 해결하기로 한다.

그렇게 진의를 알 수 없는 소문의 주인공인 흑의의 남자가 어느 순간 쥐색 작업복의 청소부로 바뀌면서 그들의 소원을 해결해주는 이야기를 담고 있는 모먼트 '얼굴, 가정법, 반딧불이, 마지막 순간'이라는 네개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얼굴'에서는 후두암으로 생이 얼마 안남은 304호 사에구사 할아버지의 소원, '가정법'에서는 심장이 안좋은 열네 살 이마이 요시코의 소원을, '반딧불이'에서는 유방암으로 입원했다 수술이 성공해 퇴원했던 우에다씨가 암이 재발해 병원을 찾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마지막 '마지막 순간'에서는 대학교에서 주최하는 교환 유학생 시험에 장난삼아 응모했다 떡하니 합격해 유학을 가게 된 간다가 마지막으로 해결하게 되는 사건으로 병원에서 가장 전망이 좋은 특실에 입원해있는 아리마씨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죽음을 앞둔 환자의 소원을 들어주는, 흑의를 입고 한밤중에 병실에 찾아온다는 소문의 주인공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데 모든 이야기는 결국 이 마지막 편을 위한 전초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병원이라는, 죽음을 앞둔 환자들의 소원을 들어준다는 특수한 배경을 기본으로 하는지라 죽음이 아무렇지 않게 느껴질법도 하건만 매번 가슴 한쪽이 뭉클해져온다.

특히나 '가정법'에서 심장이 안좋아 미래를 예측할 수 없는 그녀에게 작년 가을, 수학여행에서 딱 한번 키스를 했던 상대, 그를 그리워하다 죽음을 선택한 친구의 이야기는 너무나 안타깝더라.

 

"에미에게는 화가 나요. 마음만 먹으면 충분히 살 수 있을 텐데. 대학교에도 갈 수 있었을 텐데. 성인식도 치를 수 있고, 운이 좋으면 결혼식도 할 수 있었을 텐데.

나는 아무리 그러고 싶어도 그럴 수 없을지도 모르는데. 그런데도 전부 깨끗이 내다버렸어요. 에미가 죽었다는 말을 들었을 때, 슬픈 마음이 들기 전에 미치도록 화가 치밀어 올랐어요. 내 앞에 있으면 다시 한 번 죽이고 싶을 정도로. 의미 없는 분풀이겠죠.

누구나 언젠가는 죽는다는 사실을 의식 않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부럽고 질투 나서. 저를 보고 동정하는 사람들에게, 당신들도 언젠가는 죽어요, 라고 쏘아붙이고 싶어서. 하지만 아무한테나 그런 말을 할 수 없잖아요. 그래서 에미가 자살했다는 걸 알고 그 사람이라면 괜찮지 않을까, 그 사람이라면 당신도 언젠가는 죽는다고 말해도, 당신도 나와 똑같다고 말해도 괜찮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 만큼 의미없는 없는 분풀이죠."<p.160>

 

책을 읽는 내내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던 생각이 있었다.

죽음을 앞둔 순간, 당신은 무엇을 소원하겠습니까?에 대한 답이다. 그 순간이 되기 전까지는 절대 알리가 없는 . .

어짜피 죽을 때가 되면 싫어도 알게 된다는 간다의 말이 잊혀지지 않는다.

 

이제 곧 당연하게도 겨울이 찾아들었다가 봄이 오리라.

계절이 지나는 가운데 아리마 씨는 사라지게 되겠지. 그럼에도 당연하게 여름이 오면 다시 가을이 찾아와, 몇 번이고 당연하게 되풀이되는 계절 가운데 언젠가 나도 사라지게 되리라. 머지않아 죽어가는 인간이란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저 지금 살아갈 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우행록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22
누쿠이 도쿠로 지음, 이기웅 옮김 / 비채 / 2010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우행록(愚行錄)

단란했던 한 가족의 비극 - 1년전 일어났던 일가족 몰살이라는 전대미문의 미해결 사건을 놓고 어느 르포라이터의 취재로 이 이야기는 시작된다.

사건에 대한 전체적인 이야기는 일가족이 살해됐던 사건이 일어났던 조용한 동네의 토박이라 할 수 있는 첫번째 이야기의 수다쟁이 아주머니의 입을 통해 알게 되는데 와세다 대학을 나와 유명 부동산 회사에 다니는 신랑, 미모의 부인, 귀엽고 사랑스러운 남매를 둔 남부러울 것 없는 이들 가족을 그림으로 그려놓으면 '행복'이라는 제목을 붙이고픈 그런 가족에게 일어난 비극적인 사건. 어쩌다 이런 일이 생긴걸까 ? 범인은 누구이고, 범행 동기는 ??

 

나에게 이 책은 첨부터 이상했다. 3세 여아 영양실조 사망, 모친체포 라는 신문 기사를 보고서 얼마전 생후 4개월 된 아들을 집안에 홀로 둬 숨지게 한 게임 중독자 부부가 생각나 안타깝다 생각했기에 그 사건에 관련된 얘기를 시작하려나보다 했는데 시작되는 이야기는 쌩뚱맞게도 일가족 몰살사건에 대한 이야기였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이 철저히 계획된 내용이었으니 작가의 구성력에 놀라지 않을 수가 없다.

이웃 아주머니, 회사 동료, 대학 동기등 지인들의 입을 통해 현재에서 부터 과거로까지 사건과 상관없을 것 같은 이야기들까지 무자비하게 나열된다.

그렇게 알게 되는 그 가족의 진짜 모습. 그리고 그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너무도 충격적인데 . . .

알아도 되고, 몰라도 되는 이야기들로 그들 개개인의 일상이 뒤틀린 욕망과 뒤섞여 내 머릿속에서 재해석 될때의 기분이란 ~

 

한 사람의 일생을 어찌 간단하게 설명할 수 있겠는가 -

돈, 명예, 사랑 등 삶의 목적이 다르면 그 과정도 다를 수 밖에. . 돈이 좋으면 돈을 좇고 권력이 좋으면 권력을 좇고, 명예가 좋으면 그것을 좇으면 되는 것을 . .

누가 봐도 완벽한 가정, 완벽한 내 것을 추구하려 했던 사람들을 탓할 수 없을 듯.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결국 내가 원하는 것도 그런것이 아니었을까 싶은게 . .

인간은 태어난 그 순간부터 죽음을 향해 걸어간다. 하지만 그 죽음이라는 것도 자기 자신의 죽음을 직접 체험할 수는 없고 언제나 타인의 죽음을 통해 간접적으로 체험할 뿐이다. 내가 죽고 나서 나를 어떻게 평가할지 모르겠지만 그 말들이 무서워 가식으로 위장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한들 얼마나 갈까~

벗겨도 벗겨도 알 수 없는 양파껍질 같은 사람. 우리 모두 사람에 따라 보여주고픈 모습이 따로 있기 때문이지 않을까.

단단한 방어벽속에 남은건  낱낱이 밝혀지는 인간의 덧없으면서도 잔인한 욕망뿐인 것 같다. 보지 않아도 될 밑바닥을 봐서인지 한 사람 한 사람 만나 얘기를 들을때마다 온 몸 구석구석 벌레가 스멀스멀 기어다니는 것만 같은 기분나쁜 기분에 휩싸일 수 밖에 없었다. 사람이 참 무.섭.다.

더불어 열 길 물 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속담이 저절로 떠오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