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행록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22
누쿠이 도쿠로 지음, 이기웅 옮김 / 비채 / 2010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우행록(愚行錄)

단란했던 한 가족의 비극 - 1년전 일어났던 일가족 몰살이라는 전대미문의 미해결 사건을 놓고 어느 르포라이터의 취재로 이 이야기는 시작된다.

사건에 대한 전체적인 이야기는 일가족이 살해됐던 사건이 일어났던 조용한 동네의 토박이라 할 수 있는 첫번째 이야기의 수다쟁이 아주머니의 입을 통해 알게 되는데 와세다 대학을 나와 유명 부동산 회사에 다니는 신랑, 미모의 부인, 귀엽고 사랑스러운 남매를 둔 남부러울 것 없는 이들 가족을 그림으로 그려놓으면 '행복'이라는 제목을 붙이고픈 그런 가족에게 일어난 비극적인 사건. 어쩌다 이런 일이 생긴걸까 ? 범인은 누구이고, 범행 동기는 ??

 

나에게 이 책은 첨부터 이상했다. 3세 여아 영양실조 사망, 모친체포 라는 신문 기사를 보고서 얼마전 생후 4개월 된 아들을 집안에 홀로 둬 숨지게 한 게임 중독자 부부가 생각나 안타깝다 생각했기에 그 사건에 관련된 얘기를 시작하려나보다 했는데 시작되는 이야기는 쌩뚱맞게도 일가족 몰살사건에 대한 이야기였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이 철저히 계획된 내용이었으니 작가의 구성력에 놀라지 않을 수가 없다.

이웃 아주머니, 회사 동료, 대학 동기등 지인들의 입을 통해 현재에서 부터 과거로까지 사건과 상관없을 것 같은 이야기들까지 무자비하게 나열된다.

그렇게 알게 되는 그 가족의 진짜 모습. 그리고 그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너무도 충격적인데 . . .

알아도 되고, 몰라도 되는 이야기들로 그들 개개인의 일상이 뒤틀린 욕망과 뒤섞여 내 머릿속에서 재해석 될때의 기분이란 ~

 

한 사람의 일생을 어찌 간단하게 설명할 수 있겠는가 -

돈, 명예, 사랑 등 삶의 목적이 다르면 그 과정도 다를 수 밖에. . 돈이 좋으면 돈을 좇고 권력이 좋으면 권력을 좇고, 명예가 좋으면 그것을 좇으면 되는 것을 . .

누가 봐도 완벽한 가정, 완벽한 내 것을 추구하려 했던 사람들을 탓할 수 없을 듯.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결국 내가 원하는 것도 그런것이 아니었을까 싶은게 . .

인간은 태어난 그 순간부터 죽음을 향해 걸어간다. 하지만 그 죽음이라는 것도 자기 자신의 죽음을 직접 체험할 수는 없고 언제나 타인의 죽음을 통해 간접적으로 체험할 뿐이다. 내가 죽고 나서 나를 어떻게 평가할지 모르겠지만 그 말들이 무서워 가식으로 위장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한들 얼마나 갈까~

벗겨도 벗겨도 알 수 없는 양파껍질 같은 사람. 우리 모두 사람에 따라 보여주고픈 모습이 따로 있기 때문이지 않을까.

단단한 방어벽속에 남은건  낱낱이 밝혀지는 인간의 덧없으면서도 잔인한 욕망뿐인 것 같다. 보지 않아도 될 밑바닥을 봐서인지 한 사람 한 사람 만나 얘기를 들을때마다 온 몸 구석구석 벌레가 스멀스멀 기어다니는 것만 같은 기분나쁜 기분에 휩싸일 수 밖에 없었다. 사람이 참 무.섭.다.

더불어 열 길 물 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속담이 저절로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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