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름모꼴 내 인생
배리언 존슨 지음, 김한결 옮김 / 놀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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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스트콜롬비아 커뮤니티센터에서 봉사활동으로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을 하는 수학천재 '론다'는 고등학생은 안가르치겠다는 약속을 깨고서  고등학교 2학년생인 일명 여신이라 불리우는 '사라 겜블'에게 수학을 가르치게 된다. 학년이 달라 자세한 건 모르지만 가끔 마주치는 것만으로도 사라와 일당들이 얼마나 인기 많고 거만한데다 자기 잘난 맛에 빠져사는 애들인지는 눈에 훤한데 어쩔수없이 맡게 된 이유는 그녀의 엄마가 사우스 캐롤라인 주의 대법관이자 그녀가 그토록 입학하고픈 조지아공대 출신이라 겜블씨의 추천장을 받으면 그녀가 장학금을 받는 건 따놓은 당상이기 때문에 조금의 사심(?)을 갖고 시작하게 된 것.

잠깐 수학을 가르치다보니 의외로 배우고자 하는 의욕도 많고 겉모습처럼 허영심에 가득 찬 스타일이 아니란 것을 알고서 괜찮은 아이라는 것을 인정하게 된다.

전혀 다른 삶을 살고 있는 두 사람이지만 프렌치 바닐라 맛 아이스크림을 좋아한다는 등 생각외로 둘 사이의 공통점이 하나 둘 발견되려는 찰나에 사라가 임신한  사실을 알게 된다. 그로써 둘은 또 하나의 공통점이 생기게 되는데 . . .

사실 론다는 3년전, 고등학교 1학년때 사라와 똑같은 경험을 했기 때문이다. 아버지의 권유로 낙태를 하게 되고 그 일 이후로 부녀의 사이가 냉랭해진것도 사실.

지옥같은 나날들을 잊고자 죽어라 공부에 매진한 그녀는 전 과목이 A학점인데다 성적으로는 이번 졸업생 중 상위 2%에 들 정도고 대학교 2학년으로 바로 편입해도 될 정도의 실력을 갖추고 있다. 그녀는 임신 7주인 사라에게 어떤 충고를 해주고, 사라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

 

배리언 존슨의 마름모꼴 내 인생은 너무 일찍 엄마가 되어버린 특별한 십대들의 달콤살벌한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 '성장소설'로 십대의 임신은 물론 그 일과 관련 가족의  상처까지 두루두루 이야기한다. 십대의 임신을 다룬 영화하면 제일 먼저 제니, 주노가 생각나는데 찾아보면 그것 말고도 제법 많더라. 최근 드라마 동이에 나오는 인현왕후역의 박하선씨가 영화 '영도다리'에서 10대 미혼모역을 맡는다해서 관심있게 지켜본 이때에 읽게 된 책이라 그런지 더 관심이 가더라는~

십대들의 사랑, 임신과 출산 그리고 낙태에 대한 부분까지 . . 평상시 금기되어 있는 부분들에 대해 솔직한 얘길 들려주는데 우리 나라 소설이 아니라 조금 더 강도높고 현실적으로 풀어놓았을거라 생각했는데 내 예상과는 다르게 그렇게 리얼하진 않더라. 현실과 환상 그 적절한 중간단계라고나 할까~

사실 임신은 십대가 아니더라도 충분히 고민이 될 만한 문제이다. 현재 여동생이 임신 8개월인데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많이~ 가족들의 관심과 사랑을 필요로 하더라는 ~ 조카가 태어나면 더 하겠지?

충분히 고민하고 계획한 상태에서도 많은 고민을 하게 만드는게 임신인 것 같은데 한창 꿈 많을 시기에 임신을 하게 된다면 . . .

아이를 낳기로 결정을 하던 낙태를 하던 힘든 선택을 하게 되는데 어느쪽이 좋고, 올바른 선택이라곤 감히 말 못하겠다. 하지만 어떤 선택을 하던간에 분명 지금보다 한뼘 더 자랄 아이들의 모습이 눈에 보인다.

예전엔 십대의 임신이라고 하면 무조건 사고(?)의 개념으로 한심하듯 지켜봤는데 요사이 방송매체를 통해 본 십대의 임신은 좀 달랐다.

어른 못지않게 책임감있는 모습을 보여주더라는 ~무조건 나쁘게 바라보는 편견보다는 넓은 마음으로 지켜보는 것도 중요한 것 같다.

 

아빠의 말투가 문제다. 나에게 묻기도 전에 이미 사실이라고 확신하는 저 말투가 너무 싫다.

묻는 게 아니라 이미 알고 있다는 저 말투. 아빠는 자기가 틀렸을 때도 항상 자기만 옳다고 생각한다. <P.273>

 

아이들을 너무~ 어리게만 보는 것도 어른의 잘못인 듯!!

성장 속도가 빨라지고 있으니 그에 맞는 현실적인 수준의 적절한 성교육은 필수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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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인이 너무 많다 귀족 탐정 피터 윔지 2
도로시 L. 세이어즈 지음, 박현주 옮김 / 시공사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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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내 연인이 자신이 진실하다 맹세한다면

나는 거짓말인 줄 알면서도 그 말을 믿노라" <p.413- 세익스피어의 소네트138의 첫 두 행>




20세기를 대표하는 추리소설 작가이자 저술가이며 번역가 그리고 신학자인 도로시 L.세어어즈.

'증인이 너무 많다'는 귀족 탐정 피터 윔지 두번째 시리즈로 첫번째 소설 '시체는 누구?'를 읽진 못했지만 그것과는 상관없이 부담없이 읽기 좋은 책이다.

탐정이 다른사람도 아닌 '귀족'인지라 현대물의 잔인하면서도 복잡한 추리물들하고는 다른 색다른 재미가 있더라는 ~

 

시체는 누구? 에서의 배터시 사건을 해결하느라 진을 뺀 피터 윔지 경은 런던에서 일어나는 복잡한 사건과 그의 아파트와 친구들을 버리고 코르시카 섬의 황야로 도망치듯 휴가를 떠난 상태에서 타임지를 통해 형 덴버 공작이 살인 혐의로 체포됐다는 소식을 접하게 된다.

사냥철을 위한 작은 별장을 얻은 덴버 공작. 사냥 별장인 리들스데일 로지의 온실 문 밖에서 데니스 캐스카트 대위의 시체가 발견된 사건으로 피터 윔지경의 여동생인 메리 윔지 양의 약혼자인 캐스카트 대위가 총을 맞고 살해됐고 그 총이 덴버 공작의 총이란 것이 밝혀진다. 사건 발생 전날 저녁 피해자가 덴버 공작과 말다툼을 벌이기도 했고, 사건 발생시 메리양이 '세상에, 제럴드, 오빠가 그 사람을 죽였군요!" 라는 멘트등 여러 상황으로 인해 덴버 공작에게 고의적 살인이라는 판결이 내려진다. 그렇게 한달음에 달려오게 된 피터 윔지 경은 영국 경찰청 찰스 파커 경감과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게 된다. 친구인 파커씨는 이 사건을 맡게 됨을 유감이라 생각하지만 피터 윔지 경은 다른 사건과 마찬가지로 실력을 다해 수사해줄 것을 요청한다. 형이 범인이 아니라는 전제 하에 수사에 착수하는 그들. 예상치못하게 상황은 점점 메리 윔지 양에게 불리하게 돌아가고 그때에도 파커 경감은 피터 윔지 경에게 자신이 좀 더 파헤치고 다니기를 원하냐며 조심스레 묻는데 우리의 피터 윔지 경은 너무도 쿨하게 수사를 계속해달라 요청한다.

 

걱정말게. 나도 사태가 돌아가는 형국이 끔찍이도 못마땅 하지만 다른 사람 아닌 자네가 이 일을 맡아주는 편이 좋아.

자네도 말했지만 보통 경찰들은 누구를 체포하는지 신경쓰지도 않지. 그들이 체포나 할 수 있다면 말이지만.

또 다른 사람 일에 시시콜콜 끼어드는 파렴치한들 아닌가. 나는 내 형의 누명을 벗겨주기로 마음을 먹었네. 그게 무엇보다 고려해야 할 과제야.

결국 무슨 일이 생기든 제리 형이 저지르지도 않은 죄를 뒤집어쓰고 교수형을 당하는 것보다야 나을 것 아닌가.

누가 그 범죄를 저질렀든 간에, 애먼 사람이 아니라 당사자가 벌을 받는 게 낫겠지. 그러니 수사를 계속해주게나 <P.174>

 

하나둘 밝혀지는 사건의 진실. 정말 책 제목 그대로 사건과 관련된 증인들이 너무 많다. 여기저기 얽히고설킨 애정관계는 어쩔껴 ㅋㅋ

피터 윔지 경은 형의 무죄를 증명함과 동시에 그의 탐정으로서의 자질을 보여줄 수 있을까 ?

 

귀족 탐정이라는 설정도 재밌지만 귀족이라 귀족재판을 받는 시대적 배경도 참 잼나다.

뼛속까지 귀족의 피가 흐르는 형 제럴드 덴버 공작.

몇마디 말이면 사건은 쉽게 해결될 수 있었을텐데도 내가 사건 현장에 있었지만 그 사람을 살해했다는 걸 증명해야 하는건 검찰의 일이라며 어디 있었는지 말할 의무는 없다면서 무조건 무죄를 주장하는 행동이라니 ~~명예롭게 캐스카트 대위를 죽이지 않았다고 진실만을 말했음으로 본인이 할 행동을 다했다는 표현이 괴씸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그때 그 상황에 다른 귀족이 잡혔어도 그렇게 행동했을 것 같다 생각하면 쉬 이해가 되기도 한다.

 

웨스트엔드의 셜록 홈즈. 퍼터 윔지 경이 친형인 덴버 공작의 무죄를 밝혀내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해 수사하는 얘기를 담은 '증인이 너무 많다'

책 속 살인사건, 연애사건은 물론 책중간중간 인용되는 수많은 작품들의 진귀한 글귀들이 궁금하다면 이 책을 읽어보시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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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극한기
이지민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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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장. 사랑합니다."

"내가 이균 씨를 사랑한다니까요. 제길"

"웃기죠? 황당하죠? 전 오죽하겠어요. 당신처럼 재수 없는 인간한테 사랑을 느껴야만 하는 어이없는 처지인데.

이런 저주받은 내 상황이 이해가 가요? 내 안의 정체 모를 병원균이 만든 질병 때문에 나는 지금 말도 안 되는 상대한테 마음을 뺏기고,

그런 내 마음을 전하고 싶어 땀을 뻘뻘 흘리고, 언제 죽을지도 모르는 주제에 이렇게 행복을 느끼고 있다고요!" <p.187>

 

이지민의 청춘극한기는 연봉이 삼백인 백수 시나리오 작가 '옥택선' 씨가 실험실에서 과로와 박봉에 시달리던 젊은 연구원 '남수필'씨와 미팅을 하는 장면으로부터 시작된다. 줄기차게 사랑을 피해온 결과 안전한 삶을 살아왔다 말하는 그녀가 미팅을 하게 된 이유는 그가 과학자였기 때문. 어릴적 대통령, 과학자, 의사를 꿈꾸는 아이들 속에서 진짜 과학자가 된 사람을 만나기 힘든데 그는 꿈을 이뤘지 아니한가. 더군다나 그는 실험할 때 실험용 마우스를 많이 죽이게 되는데 그게 너무 미안하고 슬퍼 미키마우스 인형들한테 참회의 기도를 하는 미키마우스 마니아이자 로맨티스트이기도 하다. 자신의 일에 연민을 가질 줄 아는 남자가 시시할 리 없다는 생각으로 그를 만나게 되고 그녀는 예기치 못하게 그로부터 사랑 바이러스에 감염된다. 이 바이러스로 인해 남수필은 죽게 되고 그녀는 바이러스재난구조협회 사람들로 부터 쫓기는 신세가 되는데 ~

 

다소 엉뚱한 얘기지만 시종일관 작가 특유의 경쾌한 유머로 그려지는데 이야기가 술술술 잘 읽히는 게 작가의 내공이 그대로 느껴지더라 ~

바이러스에 감염되 바이러스재난구조협회 사람들에게 쫓기는 장면에서는 영화 괴물에서 송강호에게 바이러스가 없음이 밝혀졌음에도 불구하고 이런저런 치료를 받게 되는 장면은 물론 신종플루로 소중한 가슴앓이를 했던 때가 떠올라 괜히 섬뜩하면서도 씁쓸해지던게 기억난다.

하지만 러브 바이러스라니 ~ 죽음만 아니라면 정말 너무도 로맨틱한 바이러스가 아닌가 ~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증상이 사랑에 빠진 사람의 감정과 유사해 진짜 사랑인지 가짜 사랑인지 모르게 되는데 알게 뭔가 - 감염되면 그 모든것이 하찮게 느껴지는 걸 ~ 소름끼치도록 살아 있다는 느낌이 들어 무섭기도 하고 설레기도 하다는데 ~ 아 ~

온통 열에 들뜬 채 사랑하면서 살게 될 날들만이 부러울 뿐이다.

 

"아아, 교수님. 인생을 살면서 계속 이런 불안을 시한폭탄처럼 안고 살라고요? 저 아직 젊단 말이예요."

"너무 걱정하지 말아요, 옥 양. 젊은 환자들이 더 비관적일 때가 있긴 하지. 그래, 내가 옥 양이라도 억울할 거야.

하지만 어쩌겠어.이미 벌어진 일인데. 이렇게 생각해봐요.

늙어서 아픈건 누구나 하는 일이지만. 젊어서 아픈 건 나만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젊은 환자들이 병을 알고 그걸 겪어냈을 때에는 두 배의 인생을 살게 되거든 " <p.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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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 차일드
김현영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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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계의 어떤 쓰레기들은 고맙게도 우리 동네의 생필품이 되어주었다. 저곳의 잉여가 이곳의 결핍이었다.

순수한 의미의 쓰레기란 그러므로 없는 것이었다. 버렸느냐 버리지 않았느냐의 차이일뿐.

잉여를 모르기에, 쓰레기도 생필품이기에, 우리 동네에는 쓰레기가 전무했다.

쓰레기로 이루어진 우리 동네에는 쓰레기가 없었다. 오히려 부족했다. 쓰레기가. <p.139>

 

로맨틱한 표지의 '러브차일드'

첨엔 이 책을 읽고싶단 생각이 들지가 않았는데 여기저기 이 책이 보이기 시작하고 쓰레기에 의한, 쓰레기를 위한, 쓰레기의 소설이란 얘길 듣고서 도대체 이게 무슨 말인가 ~ 싶어서 궁금해지더라.

막상 읽어보니 로맨틱한 표지완 전혀 딴판의 소설.

굉장히 철학적이라 어렵고, 은유적이고 상징적으로 그려진 소설속 사람들 모두가 굉장히 쓸쓸하고 안타까워 읽는내내 불편했다.

첨부터 끝까지 너무도 충격적인 얘기가 한가득. 정신을 못차리겠다.

 

앳돼 보이는 소녁, 파혼당한 처녀가, 육아 휴직이 곧 실직으로 이어질까 두려운 직장 여성이, 하루 벌어 하루 사는 남편의 아내가, 여자만 낳았던 여자가 . . 끝없이 뱉어내는 우리는 '의료폐기물'

노란 비닐봉투에 봉인된 채 소각되고 매립되는 의료폐기물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해서인지 소설이 아닌 다큐멘터리 한편을 보는 듯한 기분이었다.

60세가 되면 그 누구라도 '생애전환기 검사'를 받아야 하는데 체력, 재력, 지력등 종합적으로 판단한 후 새로운 나이를 부여받는다.

60세란게 판명이 되면 생애전환기 검사를 받을 수 없고 곧장 재활용 심사를 받게 되는데 여기에서 떨어지면 폐기물이 된다.

'생애전환기 검사 - 재활용 심사 - 폐기물 처리'의 삶. 60살을 유예하는 과정에도  돈이 많이 들어 늙은이들을 바꿔치기도 하고 버려지기도 하는데 이것이 바로 현대판 고려장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

누가 어미인지도 모른채 태어나 같은 방식으로 동일한 환경에서 동일하게 번육되는 아이들. 왜 태어났는지, 자신이 누구인지 묻지 않는 삶이 안타깝다.

그 중에서 열한개의 손가락을 갖고 태어난 251004231111을 통해 본 삶은 너무나 비참하더라.

10때는 양계장에 배치되 필요치않는 병아리들을 폐기하고 그들의 부리를 써는 일을 맡고, 20세때는 소 도살장에 배치되 소의 목동맥을 끊는 일을 한다. 백발백중의 실력을 뽐내는 그. 30대때는 다양한 동물실험에 참가하게 된다. 이 모든것이 인간성 말살 프로그램의 하나라는 사실.

오세아니아랑 똑같이 생긴 대박 큰 점을 갖고 있는 수와 조금도 늙지 못하는 진의 이야기도 만만치 않았지 ㅠ

엄마엄마라 불리우는 수나 디저트라 불리우는 진이나 무엇이 다르겠는가 -

 

서로 다른 세계에 동시에 존재할 수는 있어도 그 어떤 세계에도 속할 수 없는 존재들. 그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존재들의 삶.

우리가 아직은 - 지금 이런 삶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아가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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쥘과의 하루
디아너 브룩호번 지음, 이진영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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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말을 해야 하나? 쥘이 소파에 앉은 채 죽어서 안 된다고?

베아는 에너지가 넘치는 여자였다. 언제든 선행을 위해 나설 준비가 되어 있었다. 그녀는 주저 없이 일상적인 번잡함을 불러들일 것이다.

헤르만과 그의 아내는 삼십 분 안에 도착해 여기 이 방에 앉아 있을 것이고, 쥘이 마지막 남은 커피를 따라 버리고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기 위해 새로 커피를 끓일 것이다.

그들은 그녀가 스스로를 위로하기도 전에 알리스를 위로할 것이다. 그녀는 감당하지 못할 것이다.

아직은 아니다. 그녀는 먼저 쥘과 이별해야 했다. 그래야 비로소 그를 떠나 보낼 수 있을 것이었다.

그녀는 그와 단둘이 이야기하고 싶었다. 그에게 모두 말하고 싶었다. 그가 여전히 알아야 할 것들을. <p.37>

 

평소와 마찬가지로 눈을 뜬 그녀 '알리스'는 남편 '쥘'이 막 끓인 커피향이 침실을 휘감을때 자신이 얼마나 편안한 삶을 누리고 있는지를 깨달으며 자리에 일어선다.

그의 유일한 집안일이자 매일 아침 여덟시 정각에 시작되는 일상의 의식인 아침 차리기.

평소 부엌  식탁에서 그녀를 맞이하곤 했던 쥘이 쇼파에 앉아있는 모습이 이상하게 보이긴 했지만 눈내리는 모습을 감상하나보다 생각했는데 죽어있는 것이 아닌가.

갑작스러운 죽음이기는 하지만 고통도 두려움도 없어 보여 다행이긴 하지만 무방비 상태에서 가장 가까운 사람의 죽음과 맞닥뜨려야했던 그녀의 심정이 어떠했을까 -

마지막으로 그녀를 위해 끓였을 커피를 마시며 의사를 부를까, 아들 헤르만에게 아버지의 죽음을 알려야하나, 사람들에게 그의 죽음을 알려야하나 고민하다 그녀가 원하는 한.

그녀가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는 한 그는 살아있다고. 죽지 않았다고. 그에게 못 다한 말이 너무 많아 오늘 하루를 평소처럼 보내기로 결심하는 알리스.

하지만 곧 오늘이 수요일이고, 수요일 열시 반이 되면 자폐아인 이웃 소년 '다비드'가 하루도 거르지 않고 쥘 할아버지와 체스를 두기 위해 방문한단 사실을 깨닫는다.

그들에게 허용된 삼십분의 시간.

무슨 핑계를 대서라도 그 순간을 모면하려 애써보지만 어머니가 눈길에 미끄러져 병원에 실려갔다며 평소보다 일찍 아이를 올려보내도 되겠냐는 다비드의 엄마 '베아'의 연락을 받게 되는데 . . .

그녀는 이 순간을 어떻게 모면할 수 있을까 ?

 

디아너 브룩호번의 쥘과의 하루는 갑작스런 남편의 죽음과 그를 이렇게 보낼 수 없다는 그녀가 만들어내는 완벽한 하루에 대한 이야기다.

죽음을 다뤘지만 굉장히 잔잔하고 애틋하고 소소한 일상의 이야기를 담고 있어 매력적이다.

가까운 사람의 죽음을 경험해보지 않아서, 신랑도 없어서 알리스의 기분을 다 안다고 할 수는 없지만 상상해볼 수는 있겠더라.

하늘이 무너질 듯한 아득한 기분. 화가 나고 억울하면서도 홀로 남겨진 자신에 대한 슬픔, 애처러운 기분들이 그대로 느껴지더라는 ~

할 일이 정해져있는 아주 정상적인 하루에 대한 열망. 그래야만 평정을 유지하고 현실을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아 시작된 하루지만

자기 습관에 집착이 심한 다비드와 연결되면서 만들어내는 하모니는 정말 감동적이더라.

 

순식간에 읽어 내려갈 정도의  짧은 분량이지만 삶을 돌이켜보고, 나의 평온한 하루가 얼마나 감사한지를 다시 한번 느끼게 해준 고마운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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