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극한기
이지민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0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젠장. 사랑합니다."

"내가 이균 씨를 사랑한다니까요. 제길"

"웃기죠? 황당하죠? 전 오죽하겠어요. 당신처럼 재수 없는 인간한테 사랑을 느껴야만 하는 어이없는 처지인데.

이런 저주받은 내 상황이 이해가 가요? 내 안의 정체 모를 병원균이 만든 질병 때문에 나는 지금 말도 안 되는 상대한테 마음을 뺏기고,

그런 내 마음을 전하고 싶어 땀을 뻘뻘 흘리고, 언제 죽을지도 모르는 주제에 이렇게 행복을 느끼고 있다고요!" <p.187>

 

이지민의 청춘극한기는 연봉이 삼백인 백수 시나리오 작가 '옥택선' 씨가 실험실에서 과로와 박봉에 시달리던 젊은 연구원 '남수필'씨와 미팅을 하는 장면으로부터 시작된다. 줄기차게 사랑을 피해온 결과 안전한 삶을 살아왔다 말하는 그녀가 미팅을 하게 된 이유는 그가 과학자였기 때문. 어릴적 대통령, 과학자, 의사를 꿈꾸는 아이들 속에서 진짜 과학자가 된 사람을 만나기 힘든데 그는 꿈을 이뤘지 아니한가. 더군다나 그는 실험할 때 실험용 마우스를 많이 죽이게 되는데 그게 너무 미안하고 슬퍼 미키마우스 인형들한테 참회의 기도를 하는 미키마우스 마니아이자 로맨티스트이기도 하다. 자신의 일에 연민을 가질 줄 아는 남자가 시시할 리 없다는 생각으로 그를 만나게 되고 그녀는 예기치 못하게 그로부터 사랑 바이러스에 감염된다. 이 바이러스로 인해 남수필은 죽게 되고 그녀는 바이러스재난구조협회 사람들로 부터 쫓기는 신세가 되는데 ~

 

다소 엉뚱한 얘기지만 시종일관 작가 특유의 경쾌한 유머로 그려지는데 이야기가 술술술 잘 읽히는 게 작가의 내공이 그대로 느껴지더라 ~

바이러스에 감염되 바이러스재난구조협회 사람들에게 쫓기는 장면에서는 영화 괴물에서 송강호에게 바이러스가 없음이 밝혀졌음에도 불구하고 이런저런 치료를 받게 되는 장면은 물론 신종플루로 소중한 가슴앓이를 했던 때가 떠올라 괜히 섬뜩하면서도 씁쓸해지던게 기억난다.

하지만 러브 바이러스라니 ~ 죽음만 아니라면 정말 너무도 로맨틱한 바이러스가 아닌가 ~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증상이 사랑에 빠진 사람의 감정과 유사해 진짜 사랑인지 가짜 사랑인지 모르게 되는데 알게 뭔가 - 감염되면 그 모든것이 하찮게 느껴지는 걸 ~ 소름끼치도록 살아 있다는 느낌이 들어 무섭기도 하고 설레기도 하다는데 ~ 아 ~

온통 열에 들뜬 채 사랑하면서 살게 될 날들만이 부러울 뿐이다.

 

"아아, 교수님. 인생을 살면서 계속 이런 불안을 시한폭탄처럼 안고 살라고요? 저 아직 젊단 말이예요."

"너무 걱정하지 말아요, 옥 양. 젊은 환자들이 더 비관적일 때가 있긴 하지. 그래, 내가 옥 양이라도 억울할 거야.

하지만 어쩌겠어.이미 벌어진 일인데. 이렇게 생각해봐요.

늙어서 아픈건 누구나 하는 일이지만. 젊어서 아픈 건 나만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젊은 환자들이 병을 알고 그걸 겪어냈을 때에는 두 배의 인생을 살게 되거든 " <p.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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