쥘과의 하루
디아너 브룩호번 지음, 이진영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4월
평점 :
절판


무슨 말을 해야 하나? 쥘이 소파에 앉은 채 죽어서 안 된다고?

베아는 에너지가 넘치는 여자였다. 언제든 선행을 위해 나설 준비가 되어 있었다. 그녀는 주저 없이 일상적인 번잡함을 불러들일 것이다.

헤르만과 그의 아내는 삼십 분 안에 도착해 여기 이 방에 앉아 있을 것이고, 쥘이 마지막 남은 커피를 따라 버리고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기 위해 새로 커피를 끓일 것이다.

그들은 그녀가 스스로를 위로하기도 전에 알리스를 위로할 것이다. 그녀는 감당하지 못할 것이다.

아직은 아니다. 그녀는 먼저 쥘과 이별해야 했다. 그래야 비로소 그를 떠나 보낼 수 있을 것이었다.

그녀는 그와 단둘이 이야기하고 싶었다. 그에게 모두 말하고 싶었다. 그가 여전히 알아야 할 것들을. <p.37>

 

평소와 마찬가지로 눈을 뜬 그녀 '알리스'는 남편 '쥘'이 막 끓인 커피향이 침실을 휘감을때 자신이 얼마나 편안한 삶을 누리고 있는지를 깨달으며 자리에 일어선다.

그의 유일한 집안일이자 매일 아침 여덟시 정각에 시작되는 일상의 의식인 아침 차리기.

평소 부엌  식탁에서 그녀를 맞이하곤 했던 쥘이 쇼파에 앉아있는 모습이 이상하게 보이긴 했지만 눈내리는 모습을 감상하나보다 생각했는데 죽어있는 것이 아닌가.

갑작스러운 죽음이기는 하지만 고통도 두려움도 없어 보여 다행이긴 하지만 무방비 상태에서 가장 가까운 사람의 죽음과 맞닥뜨려야했던 그녀의 심정이 어떠했을까 -

마지막으로 그녀를 위해 끓였을 커피를 마시며 의사를 부를까, 아들 헤르만에게 아버지의 죽음을 알려야하나, 사람들에게 그의 죽음을 알려야하나 고민하다 그녀가 원하는 한.

그녀가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는 한 그는 살아있다고. 죽지 않았다고. 그에게 못 다한 말이 너무 많아 오늘 하루를 평소처럼 보내기로 결심하는 알리스.

하지만 곧 오늘이 수요일이고, 수요일 열시 반이 되면 자폐아인 이웃 소년 '다비드'가 하루도 거르지 않고 쥘 할아버지와 체스를 두기 위해 방문한단 사실을 깨닫는다.

그들에게 허용된 삼십분의 시간.

무슨 핑계를 대서라도 그 순간을 모면하려 애써보지만 어머니가 눈길에 미끄러져 병원에 실려갔다며 평소보다 일찍 아이를 올려보내도 되겠냐는 다비드의 엄마 '베아'의 연락을 받게 되는데 . . .

그녀는 이 순간을 어떻게 모면할 수 있을까 ?

 

디아너 브룩호번의 쥘과의 하루는 갑작스런 남편의 죽음과 그를 이렇게 보낼 수 없다는 그녀가 만들어내는 완벽한 하루에 대한 이야기다.

죽음을 다뤘지만 굉장히 잔잔하고 애틋하고 소소한 일상의 이야기를 담고 있어 매력적이다.

가까운 사람의 죽음을 경험해보지 않아서, 신랑도 없어서 알리스의 기분을 다 안다고 할 수는 없지만 상상해볼 수는 있겠더라.

하늘이 무너질 듯한 아득한 기분. 화가 나고 억울하면서도 홀로 남겨진 자신에 대한 슬픔, 애처러운 기분들이 그대로 느껴지더라는 ~

할 일이 정해져있는 아주 정상적인 하루에 대한 열망. 그래야만 평정을 유지하고 현실을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아 시작된 하루지만

자기 습관에 집착이 심한 다비드와 연결되면서 만들어내는 하모니는 정말 감동적이더라.

 

순식간에 읽어 내려갈 정도의  짧은 분량이지만 삶을 돌이켜보고, 나의 평온한 하루가 얼마나 감사한지를 다시 한번 느끼게 해준 고마운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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