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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 차일드
김현영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0년 4월
평점 :
절판
이 세계의 어떤 쓰레기들은 고맙게도 우리 동네의 생필품이 되어주었다. 저곳의 잉여가 이곳의 결핍이었다.
순수한 의미의 쓰레기란 그러므로 없는 것이었다. 버렸느냐 버리지 않았느냐의 차이일뿐.
잉여를 모르기에, 쓰레기도 생필품이기에, 우리 동네에는 쓰레기가 전무했다.
쓰레기로 이루어진 우리 동네에는 쓰레기가 없었다. 오히려 부족했다. 쓰레기가. <p.139>
로맨틱한 표지의 '러브차일드'
첨엔 이 책을 읽고싶단 생각이 들지가 않았는데 여기저기 이 책이 보이기 시작하고 쓰레기에 의한, 쓰레기를 위한, 쓰레기의 소설이란 얘길 듣고서 도대체 이게 무슨 말인가 ~ 싶어서 궁금해지더라.
막상 읽어보니 로맨틱한 표지완 전혀 딴판의 소설.
굉장히 철학적이라 어렵고, 은유적이고 상징적으로 그려진 소설속 사람들 모두가 굉장히 쓸쓸하고 안타까워 읽는내내 불편했다.
첨부터 끝까지 너무도 충격적인 얘기가 한가득. 정신을 못차리겠다.
앳돼 보이는 소녁, 파혼당한 처녀가, 육아 휴직이 곧 실직으로 이어질까 두려운 직장 여성이, 하루 벌어 하루 사는 남편의 아내가, 여자만 낳았던 여자가 . . 끝없이 뱉어내는 우리는 '의료폐기물'
노란 비닐봉투에 봉인된 채 소각되고 매립되는 의료폐기물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해서인지 소설이 아닌 다큐멘터리 한편을 보는 듯한 기분이었다.
60세가 되면 그 누구라도 '생애전환기 검사'를 받아야 하는데 체력, 재력, 지력등 종합적으로 판단한 후 새로운 나이를 부여받는다.
60세란게 판명이 되면 생애전환기 검사를 받을 수 없고 곧장 재활용 심사를 받게 되는데 여기에서 떨어지면 폐기물이 된다.
'생애전환기 검사 - 재활용 심사 - 폐기물 처리'의 삶. 60살을 유예하는 과정에도 돈이 많이 들어 늙은이들을 바꿔치기도 하고 버려지기도 하는데 이것이 바로 현대판 고려장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
누가 어미인지도 모른채 태어나 같은 방식으로 동일한 환경에서 동일하게 번육되는 아이들. 왜 태어났는지, 자신이 누구인지 묻지 않는 삶이 안타깝다.
그 중에서 열한개의 손가락을 갖고 태어난 251004231111을 통해 본 삶은 너무나 비참하더라.
10때는 양계장에 배치되 필요치않는 병아리들을 폐기하고 그들의 부리를 써는 일을 맡고, 20세때는 소 도살장에 배치되 소의 목동맥을 끊는 일을 한다. 백발백중의 실력을 뽐내는 그. 30대때는 다양한 동물실험에 참가하게 된다. 이 모든것이 인간성 말살 프로그램의 하나라는 사실.
오세아니아랑 똑같이 생긴 대박 큰 점을 갖고 있는 수와 조금도 늙지 못하는 진의 이야기도 만만치 않았지 ㅠ
엄마엄마라 불리우는 수나 디저트라 불리우는 진이나 무엇이 다르겠는가 -
서로 다른 세계에 동시에 존재할 수는 있어도 그 어떤 세계에도 속할 수 없는 존재들. 그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존재들의 삶.
우리가 아직은 - 지금 이런 삶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아가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